제111화
111화. 1차 마족 침공(3)
콰콰콰콰콰콰―!
발록들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화염 채찍에 성채는 점점 박살이 난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줘!”
“이건 악몽이야! 악몽이라고!”
“말도 안 돼…….”
절망에 빠져가는 병사들을 보며 아벨은 기사들과 마법사들마저 절망에 빠져 버릴까 봐 조금 더 서두르기로 한다.
‘최대한 빨리!’
아벨은 그 화염 채찍을 순간이동으로 피하면서 계속해서 집요하게 정수리를 노린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2식
연속벽력連續霹靂
이번에도 벼락을 송곳처럼 만들어 찍어 박는다.
파지지지지직―!
콰쾅―! 콰쾅―!
구오오오오오―!
계속해서 송곳 모양의 벽력을 사용했다.
쾅―! 쾅―! 쾅―! 쾅―! 쾅―!
빠지지지지지직―!
콰쾅―!
그렇게 발록들의 머리를 하나둘씩 터트린다. 하지만 저 멀리 검은 마물들이 만든 하늘 속에서 붉은 뱀과 같은 화염 채찍의 절망의 불빛을 보니 발록들이 아직도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도 뒤에 끝없이 마물들이 펼처져 있었고 검은 밤바다의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반면 인간들은 병사들은 둘째 치고 폰투스의 기사들과 마법사들까지 지쳐가고 있었고.
“커컥―!”
그때 죠슈아가 두 마리의 라이칸스로프들의 합공에 타격을 받아 성벽에서 떨어지려고 한다.
수악―!
순간이동으로 이동해 죠슈아를 잡아 준 후 합공하던 라이칸스로프 두 마리를 베어 죽인다.
휘익― 휘익―
촤아아아아아악―!
구오오오오오오―!
“크아아아아아악―!”
동족이 아벨에게 죽는 걸 본 다른 라이칸스로프들은.
“이거 인간 맞아?! 왤케 세!”
“드래곤 아냐?! 인간이 어떻게 순간이동을?!”
“X발! 닥치고 공격이나 해!”
“그래! 닥치고 공격이나 하라고!”
“그럴까?!”
“그럼 죽엇!”
그렇게 표적이 된 두 사람을 라이칸스로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는데, 아벨은 곧장 마력장벽을 펼쳐 그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흑풍흡검을 써서 라이칸스로프들을 날려버린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2식
몰아치는 선풍旋風
콰콰콰콰콰콰콰콰―!
죠슈아와 지산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우고 있었기에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언제 마물들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반면 로디아는 뒤편에서 신성 마법으로 버프를 걸어주고 있었기에 그나마 안전했다. 물론 이곳에서 안전이라는 단어는 어불성설이었지만.
“너무 나서지 마! 자기 자리만 지켜!”
조언 아닌 명령을 한 뒤 라이칸스로프들의 아우라를 용골검으로 마력 흡수를 하며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휘익―
콰콰콰콰콰콰콰콰―!
‘제기랄!’
사실 지금은 저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쾅―! 쾅―! 쾅―! 쾅―! 쾅―!
“크아아아악―!”
옆에서 여전히 발록들이 성벽을 부수고 있었다.
아벨은 곧장 순간이동으로 발록들 중 하나의 정수리에 벽력을 찍었다.
파지지직―!
쾅―! 쾅―! 쾅―! 쾅―! 쾅―!
푸우욱―!
파지지지지직―!
구오오오오오오―!
발록이 가장 문제였지만 발록뿐만 아니라 맘모스 킹, 거대 거미, 코카트라이스, 심지어 마력을 지니고 있는 라이칸스로프, 데스 나이트, 리치들과 오우거나 오크, 고블린 같은 벌레 같은 것들이 미친 듯이 기어 올라온다.
아벨이 힘겹게 그 벌레들을 막아내는 신성제국군에게 소리친다.
“모두 잊지 말아라! 우리가 뚫리면 우리의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파지지지지직―!
그러면서 마력을 끌어올려 오러 하트를 최대한으로 자극하는데,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병력들을 위해 큰 비기를 써야 함을 깨달은 것이었다.
용골검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발록은 일단 두고 기어 올라오는 바퀴벌레 같은 마물들을 향해 현재 쓸 수 있는 신뇌전마검의 가장 강한 비기를 쓴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5식
전해電海
우르르콰콰콰쾅―!
검을 휘두르자 마치 바다의 성난 물결 같은 격렬한 전류가 마물들에게 밀려갔고 그 물결 속에서 끊임없이 마물들의 비명과 몸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갗이 터져가며 타들어 가는 역겨운 냄새도 난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
꾸에에에에에에에엑―!
아벨의 입에서도 단내와 함께 거친 숨이 뿜어 나온다.
허억― 허억― 허억―
곧장 포션을 세 개 정도 먹었다.
다시 채워지는 마나를 느끼며 여전히 어두운 밤바다의 물결 같은 마물들의 끝없는 행진과 성벽을 부수는 발록을 바라본다.
* * *
뜨거운 태양이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르자 얼마나 상황이 처참한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 길고 길었던, 높고 거대하여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성벽들은 모두 무너져 있었고 사람과 마물들의 시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현재 아벨은 가장 후방에서 후퇴하는 남은 병력들을 위해 조니 자작과 함께 여전히 남아있는 마물들을 막고 있었는데, 죠슈아와 지산이 끝까지 남아 아벨을 돕고자 했지만, 자신들의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깨닫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부상한 병사들을 도와 후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니 자작마저 아벨은 보내려고 했다.
“조니 자작! 어서! 어서 가서 남은 자들을 돌봐주십시오!”
“저하! 저하께선 어쩌시려고!”
솔직히 이 정도로 많은 마물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그렇게 죽였음에도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아벨이었다.
최후 수단을 쓰기로 한다.
“스승님께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수줍음이 많으셔서 저 혼자 있어야만 모습을 드러내실 겁니다! 그러니 어서 빨리 출발하십시오!”
아벨도 한계를 맞이했기에 이젠 에디린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어서!”
망설이는 조니 자작에게 다시 한 번 소리친다.
조니 자작은 저 어린 황자에게 자신의 목숨을, 살아남은 이들의 모든 생명을, 제국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이 상황에 크나큰 죄책감을 가졌다. 그 죄책감이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하지만 아벨의 말대로 정말 아무도 없어야 드래곤이 모습을 나타낸다면, 어서 떠나는 게 좋았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조니 자작은 포션을 하나 마시고는 저 멀리 후퇴하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뛰어간다.
이젠 정말 아벨 혼자 하나의 길목을 막고 있었다. 양옆으로 마물들의 시체들로 길을 막아 놨었다.
그르르르릉―
웨어울프들이 두 눈을 형형하게 빛을 내며 일차적으로 아벨을 둘러싸려고 한다.
쿵―! 쿵―! 쿵―!
위협적인 오우거들의 발걸음과 그것들 위에서 살기 가득한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는 라이칸스로프들과 데스 나이트들, 리치들, 저 멀리 보이는 마치 산과도 같은 발록들의 흐릿한 형상들, 여전히 소름 끼치는 여자 비명 소리를 내는 거대 거미들과 하늘 위의 와이번들과 드레이크들, 여자 얼굴의 하피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도 지평선을 덮고 있던 고블린과 오크와 같은 잡다한 마물들.
아벨은 그것들을 노려보며 투구를 개방하고 대놓고 포션을 마신다.
착―!
꿀꺽― 꿀꺽― 꿀꺽―
대놓고 포션을 마셔도 그 어느 것 하나 쉽사리 다가올 생각을 못 했다. 주변에 쌓인 동료들의 시체들을 바로 저 인간이 쌓은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던 것이었다.
포션을 마시고 용혈갑에 포션을 뿌려 갑옷을 수리한다.
그때였다.
수악―
옆에 에디린이 나타났다.
“뭐야. 우리 애기. 이제 혼자 못 하겠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에디린 님. 이제 혼자서는 더는 못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럼 너는 뭐 해줄 건데?”
그 예상했던 말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어떤 걸 원하십니까?”
“음― 뭐가 좋을까나.”
자신의 금발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매우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아벨을 바라본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웬만해선 다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정말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되묻는다.
“응? 네가 뭘 해줬는데?”
“요리를 해드린다거나…… 씻겨 드린다거나…… 옷도 입혀드린다거나…… 손톱과 발톱도 관리해드린다거나…… 자기 전에 안마도 해드린다거나…….”
“야! 내가 대신 검술을 가르쳐줬잖아?! 그리고 그런 건 너한테 포상이지! 아오―! 됐어! 안 해!”
그러면서 하늘로 다시 날아가려 하길래.
다급히 에디린의 팔을 붙잡는다.
“에디린 님! 잠깐! 잠깐! 알겠습니다!”
가까스로 붙잡은 아벨은 질끈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소원권 하나 드리겠습니다.”
“소원권?”
“네. 무슨 소원이든 뭐든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그제야 호기심을 보이며 두 눈을 반짝인다.
“오호― 뭐든?”
“……뭐든은 아니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것만…… 특히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들만…….”
“그건 너무 제약이 큰데?”
“그래도 제가 들어드릴 소원이 많을 겁니다. 분, 명, 히.”
“음― 좋아. 이 정도로 하지 뭐.”
“……감사합니다…….”
“하아―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넌 역시 나 없이는 안 된다니까. 진짜.”
그러면서 팔을 걷어 올리는데.
움찔―!
순간 퍼져나가는 죽음의 음산한 기운에 죽음의 세계인 지옥에서 올라온 마물들도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이제 곧 자신들이 죽을 거란 걸.
“어떡할래? 먼저 가서 좀 놀아 보래? 너 아직 신뇌전마검 11성이 안 됐잖아? 지금 같은 좋은 기회가 어딨어? 수련할 수 있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럴 거면 제가 왜…….”
“뭐? 왜?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고.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딨어? 안 그래?”
그러면서 아벨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데.
그 부릅뜬 눈을 보고는 아벨은 크게 한숨을 내쉰다.
“후…… 알겠습니다.”
철컥―
투구를 다시 쓰고 용골검에 오러를 두른다.
우웅―!
처음부터 쓸 수 있는 최강의 비기를 쓴다.
그래야 천고의 검재가 경험치를 많이 줬기에.
‘그래. 지금과 같은 기회가 어딨나.’
확실히 마족과 마물들을 대량으로 죽이니 그토록 오르지 않았던 경험치들이 조금씩 올랐었다.
힘들긴 하지만 에디린 말대로 수련할 좋은 기회라 하겠다.
구오오오오오―!
에디린이 펼쳐놓은 죽음의 장막 같은 기세 덕분에 마물들은 옴짝달싹 못 했다.
그런 가운데 아벨의 준비된 비기가 펼쳐진다.
신뇌전마검新雷電魔劍
제 5 식
전해電海
뇌전마검에는 6식 징벌懲罰까지만 있었지만, 신뇌전마검에는 하나 더 추가되어 7식 뇌신雷神까지 있었다.
7식 뇌신雷神은 신뇌전마검을 12성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쓸 수 있는 최종 비기 중에 진정한 최종 비기라 할 수 있었다.
에디린이 구사한 뇌신은 말 그대로 뇌신이 강림한 것만 같은 파괴력을 보였었다.
지금도 아벨이 만들어낸 벼락들의 바다는 뇌신의 힘의 일부라 하겠다.
꾸에에에에엑―!
아우우우우우―!
오크나 고블린, 웨어울프와 같은 하급 마물들과 오우거와 거대 거미와 같은 중급 마물들도 한 방에 죽어 나갔다.
전해의 범위 안에 있던 상급 마물들도 거의 불구가 됐었고 발록과 코카트리스 정도의 최상급 마물 정도와 이지理智를 가진 라이칸스로프, 데스 나이트, 리치 정도만 살아남아 아벨의 전해를 헤쳐 나가며 아벨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지친 상태였기에 전해 한 번에 경험치를 5%나 쌓았지만, 마력 역시 전부 소진됐다.
수악―
발록의 머리 위로 순간이동을 하여 투구를 개방하고 우선 포션을 마신다.
꿀꺽― 꿀꺽―
먹고 바로 포션 병을 버림과 동시에 발록의 머리에 벽력을 냅다 내다 꽂는다.
꽝―!
구오오오오―!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머리를 향해 주먹과 불꽃 채찍을 휘두른다.
당연히 아벨은 순간이동을 써 피한 후 똑같은 곳에 다시 벽력을 꽂아 넣는다.
콰쾅―!
이제는 지킬 병력들도 없었기에 발록이 고통스러워 할 정도로만 만든다. 그래야 몸부림치면서 거기에 휘말린 마물들을 죽일 수 있었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