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103화. 이게 도대체 뭐야(1)
시작은 하베츠의 가드들이었다.
두 사람 다 10성 후반의 검사들이었는데,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최강의 비기들로 아벨을 공격했다.
공기가 그들의 타오르는 오러로 인해 찢어지고 있었다.
쎄에에에에에엑―!
공기를 찢으며 내는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단번에 아벨을 산산조각 내버릴 것만 같은 오러의 불기둥이 아벨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피슝―! 피슝―!
그리고 곧이어 아벨의 등 뒤에서 마법사들도 마력광선을 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수악―
아벨은 승리를 장담하며 아벨의 절망적인 앞날에 환히 미소 짓고 있던 하베츠 앞으로 순간이동을 하여 검을 내리친다.
휙―
촤아아악―!
썩어도 준치라고 하베츠는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을 틀어 오른팔 하나만 잘린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믿기지 않는 광경에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다.
“?!”
다름 아닌 아벨이 순식간에 하베츠 앞에 나타난 기술이 바로 드래곤들의 전유물인 순간이동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순간이동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이…….”
세르지의 마법사들은 아벨이 능력을 숨기고 있다고 듣긴 들었으나 순간이동은 아니었다.
고작 16살에 10성 검사인 것에다 순간이동까지 쓰다니.
이건 사기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사기라고, 인간이 이럴 순 없다고 같은 편이지만 따지고만 싶었다.
가드들 중 하나가 놀라 소리친다.
“황태자 저하!”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분노에 찬 소리를 냈고.
“이 새끼가! 죽여버리겠다!”
하베츠의 가드들은 곧장 하베츠를 구하기 위해 하베츠에게로 향했었지만.
피슝―! 피슝―!
자신들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온 마력광선을 우선 막아야 한다.
다급히 뒤돌며 검을 휘둘러 마력광선의 궤도를 비튼다.
콰콰콰콰쾅―!
어떻게 비틀긴 했지만 온전히 9 서클 마법사의 엄청난 파괴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뭐, 뭐야?!”
“무슨 짓이냐?!”
처음 마력광선은 아벨이 피할 것을 예상하고 저들의 방심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벨에게 쓴 것이었다.
이젠 본격적으로 저들을 공격해도 좋을 듯하다.
세르지는 조롱하는 웃음을 흘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온다.
“뭐긴 뭐야. 네놈들도 오늘이 제삿날이라는 거지. 아벨. 여긴 우리가 막아 줄게. 넌 어서 그 개새끼를 죽여.”
아벨은 세르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팔이 잘려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하베츠에게 다가간다.
“운이 좋군.”
“뭐, 뭐, 뭐야?! 이게 도대체 무, 무슨 짓이야?!”
“너만 계략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그, 그, 그, 그게 무, 무, 무슨!”
“오래 준비했었다. 널 죽일 올가미를 놓기 위해.”
하베츠는 아벨의 등 뒤로 보이는 세르지에게 소리친다.
“세, 세르지! 이 배신자 새끼!”
세르지는 그 말에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배신자는 무슨. 야. 이 개새끼야. 말은 제대로 하자. 너랑 나랑 언제 한 편인 적이 있었냐? 우린 항상 적이었어 이 X신 새끼야. 어차피 난 널 죽일 생각이었다고.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였잖아? 안 그래?”
정곡을 찔린 하베츠는 더는 말을 못 하고 그저 바닥에서 텅 빈 오른 어깨를 부여잡고 마치 비루먹은 개새끼마냥 기어서 뒷걸음질 친다.
“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그냥. 빨리 죽자.”
아벨이 끝을 내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려 하베츠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친다.
휙―
쾅―!
“황태자 저하! 어서 피하십시오!”
하베츠의 심복이었던 휴 벤턴이었다.
그가 마법사들의 마력광선을 몸으로 맞아가면서까지 하베츠를 위해 몸을 날린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리해서 아벨의 검을 막았기에 이번에도 큰 타격을 받았었다.
“쓸데없는 짓.”
아벨의 뒤로 마법사들의 마력광선들이 또다시 날아왔고 휴는 그걸 막는데, 아벨은 그 틈을 타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는 하베츠 뒤로 이동해 다시 한 번 검을 내리친다.
휙―
촤아아아악―!
하베츠는 이번에도 그 지랄맞게도 뛰어난 감각으로 남은 팔 하나만 내주며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양팔이 잘린 것이었다.
목숨은 지킬 수 있었으나 앞으로 검사로서의 생명은 죽어버렸다.
세르지가 그 절박한 모습을 보고 질린다는 듯이 외친다.
“질긴 놈! 그렇게나 살고 싶은 것이더냐?! 아벨! 내가 마법으로 잡아 주겠다! 일시정지一時停止!”
세르지의 마법에 하베츠는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자 이럴 수는 없다며 하늘에 대고 울부짖는다.
“안 돼! 이럴 순 없다고! 정의의 신이시여!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말이 안 된다구요!”
“안 되긴.”
휙―
아벨의 용골검이 드디어 하베츠의 목에 닿으려고 하는데.
쾅―!
“크아악―!”
용골검의 옆면을 엄청나게 강력한 무언가가 때려 용골검뿐만 아니라 아벨의 몸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푸르손의 힘보다 몇 배는 셌었다.
그 말인즉슨 아벨의 몸은 또다시 만신창이가 됐다는 소리였다.
아벨은 곧바로 혼절해 버렸다.
“……?!”
“뭐, 뭐야?!”
가면을 쓴 알 수 없는 인물이 나타났는데, 하베츠를 마력을 이용하여 공중으로 띄운다.
그가 너무 놀라 멈춰있던 세르지에게 다정스레 말한다.
마치 세르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인 것처럼.
“걱정 말아라. 아이야. 널 죽일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
“이 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이렇게 너무 빨리 모든 게 끝나버리면 제국의 성장이 멈춰버릴까 봐 우려스러워서이다. 그러니 충고하나 하자면, 아이야 앞으로도 경쟁자가 없다 하여 나태하게 살 생각 말거라. 이미 죽어버린 네 아비처럼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하베츠와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
“……드래곤인가……?”
그것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 절대적인 무력을 갖춘 것들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으니.
수악―
그때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이번엔 아벨을 마법으로 띄운다.
그리고 또한 홀연히 사라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남겨진 자들만 멍하니 두 사람이 사라진 곳을 바라볼 뿐이다.
* * *
아벨과 하베츠가 사라지고 제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우선 황태자파와 제2 황자파와의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졌는데, 2 황자파의 구심점인 세르지가 멀쩡히 살아있는 반면 황태자파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하베츠가 두 팔이 잘린 채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으니, 그래서 전세戰勢는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제2 황자파로 넘어갔었다.
“이대로 끝내실 겁니까?”
제2 황자파의 실질적인 수장이라 할 수 있었던 아이작 요한센 백작은 부하 귀족들의 물음에 명확하게 답해준다.
“폐하께서 황후를 죽이기를 꺼리시니, 맹세의 마법으로 제약을 걸어라. 만약 거절하면 그땐 죽이고.”
아들이 두 팔이 잘린 채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잡혀갔으니 다이나 황후는 폐인이 되고 말았었다.
폐인인 그녀는 더는 철혈황후가 아니었고 더는 자신의 적수라 부를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태자파에서 우리 진영으로 넘어오고 싶은 귀족이 있으면 또한 맹세의 마법을 조건으로 받아주어라. 물론 우리도 결코 차별을 두지 않는 것으로 하고. 영광스런 12 대귀족의 대우에 맞게 말이다.”
확실히 맹세의 마법은 배신을 방지하기에 최적화된 마법이라 하겠다.
다들 맹세의 마법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의 선조들께서 얼마나 많은 배신을 때리셨기에 이딴 악마와 같은 마법을 만들었을까 하곤 이야기들 했었다.
‘굉장히 만족스럽군.’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팔이 잘렸다면 하베츠는 이제 검사로서는 끝이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드래곤이 팔을 이어 붙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최절정 검사는 그 미세한 감각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었으니, 절대 최절정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돌아올 생각 말아라. 네놈만큼은 결코 살려주지 않을 것이니.’
다이나 황후는 황제가 살리길 바랐지만 하베츠는 황제도 죽이길 원했다.
그리고 사실 아벨 역시도 죽이길 원했었지만.
‘하지만 아벨. 넌 하베츠와는 달리 아마도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지.’
아벨과 하베츠는 드래곤들이 데려간 듯했다.
다행인 건 아벨과 세르지가 맹세의 마법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결코 아벨은 황제가 될 수 없었다. 드래곤에 의해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다 하더라도.
‘세르지와 맹세의 마법을 했으니. 그렇다면 조금 더 이용해 볼만 하군.’
아이작 백작은 세르지가 황제가 되기 전까진 절대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베츠가 방심한 덕분에, 그래서 지금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았던가?
자신은 결코 그들과 같은 과오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 빌어먹을 아덴의 개들 역시 한번 짓밟아 줄 때가 됐어.’
다이나 황후가 가라앉으니, 이때다 하고 셀비 3 황비가 은근슬쩍 기어올랐던 것이었다.
‘주제 파악을 해야지.’
아벨처럼 주제 파악 못 하면 이 제국에서 절대 살 수 없을 것이다.
한번 추가 기울면 겉잡을 수없는 법이다.
그걸 아덴이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이제 대외적인 문제를 다이나 황후에게서 이양받았으니 제대로 아덴의 숨을 조일 생각을 하던 아이작 백작이었다.
* * *
아벨이 사라진 지 벌써 2주나 지났었다.
루드스도 여러 소문들에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지만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상시대로 돌아왔었다.
사나와 케이, 로디아는 원예부에 모여 매일 같이 아벨에 대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혹시나 새로운 소식 같은 게 없을까 하고.
“새로운 소문 같은 거 없어……?”
“없어…… 여전히 같은 말만 반복되고 있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세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는 아벨은 드래곤이 데리고 갔을 거라는 것과 러네이가 알고 보니 드래곤이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러네이가 드래곤이었다고 하는 정보는 카시드가 알려 줬었다.
자기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 나이에 그렇게 강한 게 말이 안 됐었다면서.
그러면서 아벨도 그렇게 강한 이유가 드래곤들에게 특별한 무언가들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라면서 중상모략하기 시작했었다.
카시드는 자신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인정하던 아벨이 사라지자 예전 그 나사 빠진 모습으로 돌아갔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되는 듯했다.
“답답해 미치겠어…….”
“맞아…… 저하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
케이와 사나는 이제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털어놓았기에 이런 낯부끄러운 말들도 잘도 했었다.
그에 반해 로디아는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그런데 언니는 정말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제 다신 못 돌아오는 걸까……?”
“카시드 말로는 다시 못 돌아올 거라고 했는데…… 근데 드래곤 자체가 굉장히 자유롭고 자기중심적인, 독립적인 존재들 아니었어?”
“그러니까……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도 두 사람보다는 그쪽 세계에 대해 좀 알고 있던 로디아가 말을 한다.
“드래곤들 세계가 자유롭고 자기중심적인 건 사실인데, 그들의 왕이 봤을 때 너무 지나치게 인세에 영향을 끼치면 바로 제재가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
“응. 그래서 아마도 러네이 언니는 드래곤의 왕이 봤을 때 뭔가 큰 잘못을 했나 봐. 그래서 몇백 년은 못 나올 거라고들 해.”
“와…… 그럼 이제 진짜 못 보겠네…….”
“아쉽다…… 그래도 많이 친해졌었는데…….”
로디아는 침울해하는 두 사람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묻는다.
“언니가 보고 싶어?”
그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응.”
“당연하지.”
대답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다.
“너희 경쟁자였잖아? 그런데도?”
“에이― 경쟁자긴.”
“맞아. 마지막엔 친언니 같았어. 그래서 더 든든했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대단하다 진짜. 나는 절대 그렇게 못 할 듯.”
로디아의 말에 두 여자는 언제 침울했냐는 듯이 두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로디아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한다.
“나. 로디아가 이런 이야기 하는 거 처음 들어봐.”
“나도. 진짜 처음이야. 로디아.”
두 사람의 초롱초롱 매우 예쁘면서도 음흉한 눈빛을 본 로디아는 불길함을 느끼는데.
“……둘 다 왜 그래?”
그때 사나가 결정적인 질문을 한다.
“로디아. 지산하고 별일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