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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02화 (102/178)

제102화

102화. 기다려라(2)

하베츠 측에서 드래곤을 감지하는 아티팩트들을 아벨의 기숙사 주위에 엄청나게 깔아놨었지만, 그건 일반 보통의 드래곤에 한에서였다.

에이션트 드래곤에 가까운 에디린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건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그거 하나 해결하니 다른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에디린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아벨이 뭘 하든 옆에 있으려 했었다.

“나도 보여준다니까? 보고 싶으면 너도 보라니까?”

자기도 보여주겠으니 너도 보여 달라며 막무가내로 아벨의 모든 것을 대놓고 보려던 그녀였다.

물론 아벨은 보지 않았었다.

아무튼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제는 생리 현상을 해결할 때도…….

‘하아…… 이거야말로 위기인 것인가…….’

죽을 것 같은 고통은 없었지만, 죽을 것 같은 민망함과 창피함이 있었다. 성질은 다르지만 죽을 것 같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뭔가 작가가 보낸 자객 같군…….’

러네이보다 조금 더 심한 줄 알았는데, 이건 러네이보다 몇십 배는 더 심한 것 같다.

‘러네이는 그래도 말이라도 통했었지 이건 뭐…….’

그랬다.

에디린은 말도 안 통하는 것이었다.

순간이동으로 자기 멋대로 들어왔다 나갔다가 하니.

순 제멋대로다.

그러면서도 항상 뻔뻔하게 함께 내뱉던 말이 있었다.

“너의 모든 걸 알아야겠어.”

이유는 내가 너무 뛰어난 게 신이 준 은혜라기보다 뭔가 특별한 것을 몰래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불만 갖지 마. 항상 내가 말하지만 나도 다 보여줄 테니까. 그럼 샘샘이지?”

그렇게 말하며 내가 싫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니 정신병이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러네이가 가니 러네이보다 더한 게 왔군…….’

“휴…….”

아벨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옆에 앉아있던 케이가 묻는다.

“괜찮으셔요……?”

계획대로 러네이가 코널리 남작가로 떠나긴 했지만, 계획은 계획이고 그걸 떠나서 아벨이 러네이의 부재로 인해 걱정이 돼 한숨을 쉰다 생각한 것이었다.

말은 없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러네이가 없으면 확실히 전력상 마이너스이긴 했으니 말이다.

케이의 걱정을 눈치챈 아벨이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 당연히 난 괜찮다.”

“……정말이시죠……?”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널 괜히 걱정하게 했구나.”

옆에 있던 카시드가 끼어든다.

“하베츠 저하 때문에 그런 거 아니십니까? 하베츠 저하께서 저하를 해하려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카시드는 지산이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는 어떡해서는 아벨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다.

이젠 카시드도 안 것이었다. 아벨과 떨어지면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은 덜떨어진 놈들과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아니, 그 덜떨어진 것들에게도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심지어 원예부로 동아리를 옮길 생각도 하는 중이었다. 지금도 원예부에 있었고 말이다.

뭔가 소설에서처럼 아벨을 위하는 척 노력을 하는 듯한데,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그 모습이 적잖이 거슬린다.

“아니다. 그리고 하베츠 형님께서 내게 그랬던 적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아벨이 그렇게 친절히 말해주었음에도, 좀처럼 지고 싶지 않아 하는 그 빌어먹을 꿋꿋한 성격에 카시드는 계속해서 지껄인다.

“러네이도, 지산도 본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분명 하베츠 저하 때문에 걱정이 돼서 그러시는 거 같은데, 걱정 마시지요. 제가 앞으로 더욱 신경 써서 저하를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카시드의 그 말에 아벨뿐만 아니라 다들 좀 언짢은 얼굴이다.

아벨보다 약한 카시드가 마치 자기가 더 세서 보호해주겠다는 듯이 말하는 게 꼴 보기 싫은 것이었다.

아벨도 빡이 쳤지만 그 마음을 감추며 말한다.

“고맙다. 하지만 괜찮다. 그것보다 너는 검술은 수련을 좀 하고 있느냐?”

“뭐 네. 저도 이제는 저하만큼 수련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거 기대되는군.”

“네. 조만간 대련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또 대충해서 방심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좋다. 그날을 기다리지. 아무튼 난 오늘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이만 먼저 가보겠다.”

갑자기 일어서는 아벨에게 사나가 묻는다.

“벌써요? 이제 온 지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요?”

“알고 있다. 급한 일이라. 내일 보자. 모두들.”

아이들이 더 말을 걸기 전에 그냥 나와 버렸다.

‘오늘만큼은 혼자 다녀야 해.’

그래야 아이들이 하베츠로 인해 위험에 빠지지도, 인질로 잡히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오늘이라고 했겠다.’

세르지의 말대로라면 오늘이었다.

그것에 대해선 아이들에게도 일부러 말하지 않았었다.

그들을 못 믿는 건 아니었으나,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었고 혹시나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강의실에서 티를 낼까 봐서였다.

여전히 어디에나 하베츠의 개들이 숨 쉬고 있었기에 말이다.

‘확실히 준비를 제대로 해뒀어.’

교내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적막감만이 교내에 흐르고 있다.

그 아무도 없는 고요한 교내에 노을이 은은한 하늘과 맞닿은 대지와 그리고 솟아오른 건물들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아름답군.’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오늘의 일을 기념하는 것만 같다.

그때 문득 정말 우연히 본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죽기 딱 좋은 날이군…… 이었나?’

잘 모르겠지만 비슷할 거다.

‘하베츠. 기대해라. 죽기 딱 좋은 날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숙사에 도착할 때쯤이었는데.

“간도 크군. 혼자서 다니다니.”

건물 그림자 사이에서 하베츠가 걸어 나온다.

“물론 네놈의 여자들이 있어도 별 다를 바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하베츠를 따라 몇 사람이 더 등장하는데, 하베츠의 가드 둘과 세르지와 세르지가 데려온 9 서클 대마법사 둘이 나타났다.

하베츠의 가드들은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 놈들답게 복면과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반면 대마법사들은 자신들이 떳떳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듯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심지어 눈에 띄는 금빛 로브를 입고 있다.

두 사람 다 자신만만했으며 대단히 평온한 얼굴이었다.

구오오오오오―

모두 나타나자마자 시간 끌 거 없다는 듯이 마력을 끌어올려 위협적인 아우라를 표출한다.

하베츠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드디어 이 질긴 악연을 끊을 수 있겠구나.”

아벨도 그 말에 동의했다.

“드디어 네놈의 그 더러운 수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없군.”

아벨의 버르장머리 없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는데.

“우리 막내. 조금 봐줬더니 아주 간이 너무 커져서 이젠 배 밖으로 아예 나와 버렸구나.”

그 발끈하는 모습에 피식― 입꼬리를 올린다.

착―!

오른손의 용골검을 소환한다.

스릉―

그리고 검을 뽑아 들고는.

“미친놈.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인데 뭘 막내라고 지껄이는 거야?”

“뭐?”

“잔말 말고 덤비기나 해라. 나도 네놈의 그 구역질 나는 얼굴 더는 보기 싫으니까.”

그러면서 아벨도 마력을 끌어올린다.

구오오오오―!

처음부터 10성으로.

“……?!”

세르지를 제외한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는 대단히 경악했다.

“이제 숨길 필요 없겠지. 자 어서 덤벼라.”

하베츠는 다시 한 번 열등감에 미간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를 사납게 구긴다.

꽈악―!

자신의 검을 있는 힘껏 쥐며 이 자리에서, 이때껏 자신을 농락한 저 빌어먹을 새끼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이 개 같은 새끼…….”

하베츠의 가드들과 세르지의 마법사들이 조금씩 이동하며 아벨을 둘러싼다.

정면에선 하베츠와 하베츠의 가드들이.

후면에서 세르지와 세르지의 마법사들이.

대형을 갖춘 후 하베츠의 명을 기다리며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 * *

“이 미친.”

황실에서 보낸 인간들을 다 처리한 러네이는 아벨에게로 떠나려던 그때, 이번엔 인간이 아닌 것들을 마주해야 했었다.

그 인간 아닌 것들의 가장 중앙에 선 자가 말한다.

“러네이. 이제 그만 고집 피우고 우리와 가자.”

출발할 때는 같잖은 인간들 몇 정도만 상대하면 된다 생각했었다.

“이 개 같은 드래곤들아! 너희가 뭔데 날 방해하냐고!”

그런데 드래곤 로드의 따까리들이 와서는 지랄이다.

“로드의 명이시다. 네가 날뛰어도 너무 날뛴다고.”

로드의 집행자執行者

이들의 집단 명이었다.

드래곤들의 사이에서 대단히 악질적인 행동을 하거나, 신들의 뜻에 대단히 반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나서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을 찾아왔다.

왜?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날뛰었는데?! 그리고 너희들은 날뛰는 것 정도로는 행동하지 않잖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러네이에게 말한다.

“그래. 넌 솔직히 그렇게 날뛰진 않았지. 너보다 심한 드래곤들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너의 난리로 인해 무엇보다 중요한 신의 뜻에 크게 반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네 덕분에 지금 에이션트 드래곤들이 에브니아에 나와 인간 아벨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단 말이다. 바로 너 때문에.”

“……?!”

집행자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말문이 막혀버린 러네이였다.

집행자가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너도 비트칸 님을 만났을 테지? 이제는 에디린 님께서도 그 아이와 함께하고 계시다. 네가 예언자 그리스에에게 미래를 본 후 그를 만난 것부터가 나비효과가 되어 지금은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지.”

“그런데 그게 왜 나 때문이야?! 그분들이 나선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아벨이 흑풍흡검과 뇌전마검을 쓸 수 있기 때문이잖아?!”

“네가 메나튼에서 아벨을 만나 이후 싱벨리어 대설원에서 그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인간이 죽었더라면?”

“그건 억지야! 그때 죽을 운명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러네이가 반박해도 그의 얼굴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억지라고 해도 상관없다. 결론적으로 너 때문에 신들의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했으니.”

“아벨이 대체 무슨 신의 뜻을 어그러트린단 말이야?!”

러네이의 울분의 찬 외침을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는다.

“이 세상에 에이션트 드래곤 둘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로드께서는 널 죽여서 시체라도 가져오라고 하셨다. 네가 판단해라. 따라올 것인지, 아님 여기서 죽을 것인지.”

러네이는 그들이 말이 통하는 존재들이 아님을 깨닫는다.

“말도 안 돼…….”

“다시 말하지만 네가 인세人世에 끼친 영향 덕분에 이제 신들께서 원하시는 거대한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그것에 대한 대가다.”

항상 자신감 넘치던 그녀의 얼굴이 주눅이 든다.

어느 정도 체념해 버린 것이었다.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순순히 날 따라와 로드를 만나라. 앞으로의 처분은 로드께서 내려주실 거다…….”

체념을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물어본다.

“네 생각엔 내가 다시 돌아갈 확률은……?”

“아벨 그 아이에게 말인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피식―

“아직 정신 못 차렸군.”

“…….”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우리 드래곤들은 신들의 대리인들.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이기는 하나 그 전에 이러한 능력과 은혜를 내리신 신들의 뜻을 반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우리가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너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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