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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98화 (98/178)

제98화

98화. 뜻밖의 손님(1)

이번 마족의 테러를 정의의 신의 환생이라 불리는 아벨이 막아냈다는 소문이 제국을 넘어 전 대륙에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고 있었다.

모든 대륙인들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써먹는 수법인데 말야.’

다름 아닌 이것이야말로 10인회의 수법이었다.

마족과 마물들로 뜬금없이 테러를 가한 후 자신들이 백성들을 구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물론 이번처럼 같은 편인 마족을 완전히 소멸시키진 않았었지만.

결론적으로만 보자면 황제가 노린 결말은 결코 아니겠으나, 사람들은 정의의 신이 마족에게서 자신들을 구했다며 아벨에게 제국의 황실에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이번엔 정말 위험했었어.’

하지만 정말 위험했었다.

비트칸이 아벨을 만나보기 위해 수도 에스토시아에 왔었고, 아벨을 조만간 다시 보기 위해 계속 머무르지 않았더라면 정말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었다.

‘12성 무력은 어쩔 수가 없나 보군…….’

10성까지, 11성 초반까지는 어떻게 견뎌내겠으나 12성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보니 러네이가 무투회 결승전에서도 일부러 져준 것 같았다. 러네이 역시 12성 검사였으니 말이었다.

‘못 모르고 기뻐했던 게 창피하군…….’

12성 후반의 강함을 지닌 푸르손과 상대해보니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빨리 강해지고 싶어.’

그래서 더 빨리 강해지고 싶었다.

더 빨리 그 모든 것보다 강해져서 그 어떤 것들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또한 이번 마족 푸르손의 공격을 보고는 얼마든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것에 대비해야 했다.

‘드래곤 하트를 복용해야 해.’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려면 대신관들이 필요한데, 기댈 곳은 사나밖에 없었다.

‘사나에게 부탁해야겠군.’

천천히 눈을 뜨고 곁에서 엎드려 잠들어 있는 사나와 케이를 바라본다. 아르시아는 미카엘 백작에게 내 곁은 위험하니 일단 영지로 함께 돌아가라고 돌려보냈었다.

옆 의자에 앉아 아벨을 지키고 있었던 러네이가 아벨이 깬 것을 눈치채고는 묻는다.

“몸은 좀 어떠세요?”

“덕분에 괜찮다.”

그때 아벨이 깨어났음을 깨달은 사나와 케이도 잠에서 깼다. 선잠을 잤기에 바로 깰 수 있었다.

깨자마자 묻는다.

“어때요? 몸은? 몸은 좀 괜찮으세요?”

“어디 더 아픈 곳은 없나요?”

자신보다 아벨을 더 걱정하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짓는다.

“난 괜찮다. 그런데 사나.”

일어나자마자 자신을 부르자 정말 무슨 일 있냐는 듯이 바라본다.

“너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구나.”

그 말을 듣자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하는 걱정 말라는 든든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말씀하세요.”

“미스라임에서 믿을 수 있는 지혜의 신 대신관 다섯 정도를 불러와 줬으면 하는구나. 이번 정의 무투회 때문에 아직 이곳 수도에 있을 테니 말이다.”

케이가 아벨이 대신관을 찾자 걱정되어 다시 묻는다.

“어디 정말 아프신 거예요……?”

반면 사나와 러네이는 왜 부르는지 듣자마자 깨달았다.

사나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알겠어요. 당장 불러올게요.”

“그래. 고맙구나.”

사나가 나가자 케이에게 왜 대신관을 불렀는지 설명해준다.

“아픈 건 아니고 루드스에 돌아가기 전에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고자 한다.”

“아…….”

“드래곤 하트는 대신관들의 도움 없이는 복용할 수 없는 영약. 그러니 얀 국왕이 내게 호의적일 때 복용해야 해서 말이다.”

러네이가 동의한다.

“맞아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예요.”

“그래. 용사라는 게 드러나면 그 역시 나를 외면할 테니.”

케이는 왜 외면한다는 것인지 하며 멀뚱히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케이. 용사라고 하여 모든 이들에게 환대받는 건 아니다. 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적이 나를 공격할 것이다. 내게 중요한 너를 인질로 삼을 수도 있고 말이야.”

아벨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깨닫고는, 그럼에도 괜찮다는 듯이 말한다.

“전 괜찮아요.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어요.”

그 대답에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너도 잘 보았듯이 난 아직 너무 어리다. 이번과 같은 적이 나타나면 난 너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제 걱정은 마시고 저하의 몸이나 걱정하세요. 그리고 저도 앞으로는 검술을 제대로 수련할 거라구요.”

결코 물러서지 않음을 깨닫고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후…… 그래. 그럼 너를 믿겠다.”

“네. 저를 믿어 주세요.”

러네이도 케이를 도와준다.

“저도 이젠 저하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제가 저하와 케이, 사나 모두 지킬 테니 말이에요.”

“그 말만 들어도 든든하구나.”

드륵―

사나가 명을 내리고 온 모양이었다.

“곧 올 거예요. 안 그래도 아버님이 저하를 치료하라고 대신관들을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얀 국왕의 호탕한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아벨이었다.

* * *

“마족이 공격했는데도 살아남았다고?!”

하베츠는 너무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면 다이나 황후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보고하는 휴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네 말은 마족이 광장 무도회에 나타나 아벨을 공격했었는데, 그럼에도 아벨이 살아남았더라는 말이더냐?”

휴가 다이나 황후에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네.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으나 드래곤이 나타나 구해줬다고 합니다.”

하베츠가 경악하며 다시 한 번 소리 지른다.

“드래곤?!”

“네. 분명 드래곤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벨 황자는.”

“이럴 수가……! 그럼! 그럼 그 드래곤이 러네이라더냐?!.”

“아닙니다. 검정 머리의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블랙 드래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이나 황후도 이번엔 어이가 없다는 모습이다.

“러네이 그년 외에 또 다른 드래곤이라니. 이거 참 해도 해도 너무 운이 좋군. 마치 정말 정의의 신이 지켜주는 것만 같아.”

셋 다 그전부터 아벨의 운이 좋아도 너무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어릴 때부터 그토록 많은 암살 공격에도 결국엔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드래곤이 마기를 느끼고 온 듯하니, 저희가 공격할 때에는 크게 문제없지 않겠습니까?”

“드래곤이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면?”

하베츠가 대답한다.

“설마 드래곤이 인간을 지키기 위해 맴돌겠습니까…… 자기만 아는 것들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러네이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더냐?”

그 말에 말문이 막히던 하베츠였다.

“솔직히 내 생각도 그들이 오랜 시간을 아벨 주위를 돌며 호위 따위를 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그 어떤 것보다 오래 살지만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

“하지만 혹시 모르는 법이니, 먼저 아티팩트들로 그것들이 아벨 주위에 있나 없나 확인해보고, 없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코널리 남작가를 공격하자. 러네이가 도저히 아벨에게 머물 수 없도록.”

그 말인즉슨 그때를 대비해 하베츠 너도 알아서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 * *

쾅―!

“도대체 어떻게 일을 처리하기에 고작 7성밖에 안 되는 16살 어린애 하나 못 죽인단 말이오!”

대단히 창백하고 마치 죽은 사람같이 생긴 미남자가 감히 자신에게 따지고 드는 파우스 황제에게 싸늘하게 말한다.

“그 아이에게 드래곤이 붙어 있다는 말은 없지 않았나? 본인의 잘못을 우리에게 떠넘기지 말아라. 우리도 서열 20위의 마족을 잃었다. 알겠나? 우리야말로 네놈에게 따져 물어야 한단 말이다.”

그러면서 살기 번뜩이는 눈빛으로 황제를 뚫을 듯이 노려본다.

“톡톡히 대가를 받아낼 테니 준비하고 있어라.”

당할 수만은 없어 황제도 따지고 든다.

“얘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장난치다가 기회를 놓쳐 못 죽였다고 하던데! 당신네들이 제대로 안 한 탓 아니오!”

“그건 네가 누군 죽여도 된다, 누군 죽이면 안 된다는 그딴 개 같은 조건을 붙여대니까 그런 거 아니더냐.”

“뭐요?!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요?!”

황제가 절대 지지 않으려 하자, 같잖다는 듯이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그런데 조금 지나치는 것 같군. 아무래도 그 아이보다 네놈이 먼저 죽을 것 같아.”

그 위압적인 협박에 황제는 그저 부들부들 떨 뿐이다.

“안 되겠어. 네 건방짐 때문에라도 더 얻어가야겠어.”

“……?!”

“타르타로스 대지에 이어 주르나 산맥까지 넘겨라.”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건 절대 안 되오! 주르나 산맥은 일반 백성들이 사는 곳! 너무 많은 걸 바라시오!”

“그래? 그럼 네놈이 우리를 사용한 대가로 대신 죽어야겠지. 그깟 황궁에 있다고 네놈이 정녕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쾅―!

도저히 참지 못해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치며.

“타티스께서 네놈을 그냥 두고 보겠느냐?!”

그 짐승의 울부짖음에 미남자는 정말 재밌다는 듯이 이제는 소리 내어 웃기 시작한다.

“하핫―! 타티스가 네 편일 것 같으냐?! 네놈처럼 썩은 지푸라기 같은 것을?! 하하하하―! 어이! 거기 옆에 늙은이! 네놈이 말해봐라! 타티스가 날 없앨 것 같으냐?! 그 변덕쟁이에다가 공허와 허무가 가득한 존재가?! 그 신은 네놈을 죽이고 아벨 그 아이를 황제로 세우는 게 더 재밌다고 느끼면 당장 그렇게 할 것이다! 알겠느냐?! 정말 이런 빌어먹을! 이 정도로 멍청하다니!”

황제는 정말인가 해 옆에 있는 최고 대신관을 바라보는데 그의 얼굴도 자신처럼 불안에 떨고 있었다.

“안 되겠군! 하나 더 얹어야겠어! 엔트로 산맥까지 더해라! 안 그러면 이번에 반드시 널 죽이겠다고 내가 이 자리에서 타티스의 이름에 맹세를 해주지! 하하하하하하핫―!”

휙―!

탁―!

황제가 통신 마도구를 손을 휘둘러 치워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통신이 끊겼다.

덜덜덜덜덜―

이번엔 분노가 아닌 다른 의미로 몸을 떤다.

“……그자의 말이 사실인 것이오……?”

“그게 사실 저도 잘…….”

쾅―! 쾅―! 쾅―! 쾅―!

미친 듯이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치더니.

“아니! 정의의 신의 최고 대신관인 당신이 모른다면 누가 안단 말이야!”

“그래도…….”

벌떡 일어나 멱살을 붙잡고는.

“말해! 말 안 하면 너부터 죽일 거니까!”

“폐,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제가 신탁을 받아 볼 테니!”

“당장 저 땅들을 내놓으라는데 무슨 시간이 필요해!”

이젠 멱살을 놓고 검을 뽑아 든다.

챙―!

그리고 목에다가 검을 대는데.

솔직히 무력으로만 따지면 최고 대신관이 황제보다 훨씬 강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살기 위해 황제를 죽인다고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황제를 죽인 것으로 결론적으로 자신도 죽을 텐데.

그러니 솔직하게 말하기로 한다.

“솔직히!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마왕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뭐라고?!”

“타티스께서는 그 누구의 편에 서지도 않으시고! 그냥 지켜만 보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

파우스 황제는 이 쩔쩔매는 빌어먹을 늙은이가 자신이 믿을 수밖에 없는 타티스의 최고 대신관이라는 것이 못내 원망스럽다.

무엇보다 그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니 말이다.

“이이이이이이! 제기랄!”

챙강―!

검을 바닥에 던졌다.

최고 대신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제 부족한 소견으로는…… 그의 말을 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동안 울분을 토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던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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