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97화. 반격(3)
사나가 깜짝 놀라 소리친다.
“저하!”
그리고 곧장 아벨을 치료하기 위해 아벨에게로 날아갔다.
“크아아아악―!”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공격에 용골검을 잡고 있던 두 팔 전체가 모두 으스러졌고 어깨뼈는 뒤틀려졌다. 허리와 척추, 그리고 다수의 갈비뼈와 양 쇄골들도 엉망진창이 된듯했다.
우우웅―
아그네스의 목걸이가 주인의 위험한 상태를 깨닫고는 자연 치유를 시작했지만, 지금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딱 봐도 안 괜찮아 보였기에 사나는 굳이 아벨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조금만 참으세요!”
우선 아벨의 팔을 제대로 되돌렸다.
뚜두둑―!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런 후 바로 포션을 뿌린다.
그 고통스러워 발작하는 모습을 본 푸르손은 안타깝다는 듯이 아벨에게 말한다.
“이런 이런. 그래도 많이 봐준 거였는데…… 그리고 겨우 그거 한 방에 벌써부터 죽으려 하면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더냐?”
‘어쩔 수 없는 건가?’ 하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번엔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듯한 살기 짙은 눈으로 마고스를 바라보는데.
“……그러니 일단 너부터 죽여야겠다…… 감히 이 고귀한 몸의 피를 흘리게 하다니…….”
아벨에게 썼던 힘의 몇 배는 될 듯한 위압적인 아우라가 거센 기류를 만들어내며 흘러나왔다.
“크크윽―!”
아무리 마고스가 대륙 제일의 검사라고 할지라도 12성 후반의 마족은 상상 이상의 강함을 보이고 있었다.
“제기랄……!”
그런데 그때였다.
“연쇄폭발連鎖爆發!”
드디어 쥬디스의 마법이 완성된 것이었다.
푸르손의 몸 주위로 위압적인 검붉은 점들이 허공에 생성되더니.
웅― 웅― 웅― 웅― 웅― 웅― 웅―
위험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주변 공기들을 빨아들인다.
그리고는 얼마 안 가 응축되었던 마력이 몸 주위에서 마구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5분 동안이나 푸르손의 주위에서 마력 폭발이 일어났었다.
“……?!”
“된 건가?!”
“엄청나! 저런 마법은 처음 봤어!”
“역시 9 서클 대마법사인가?!”
전투를 벌이던 인간들은 고막을 찢는 폭발음과 무언가가 타들어 가는 연기를 보고는, 분명 저 사자 머리 마족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들 희망에 차 확신했다.
헉― 헉― 헉― 헉― 헉―
쥬디스는 자신의 전력을 다해 쓴 마법이었기에 몸 안에 마력이 한 줌도 남아있지 않았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푸르손이 서 있었던 자리를 바라본다.
그 자리를 바라보며 마지막 힘을 짜내 소리치는데.
“이때야! 마고스!”
물론 쥬디스가 말하지 않아도 마고스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 높이 뛰어올라 피어오르는 연기를 향해 힘차게 은빛 오러를 내리친다.
월광참검月光慘劍
제5식
섬월殲月
이번에도 하늘의 달을 자를 것만 같은 긴 은빛 오러가 연기를 갈라냈다.
콰콰콰콰쾅―!
“……?!”
하지만 이번엔 달랐었다.
아까와 같은 베었다는 느낌이 없던 것이었다.
무언가에 막혀 튕겨 나갔다는 느낌이 맞았다.
뒤로 튕겨 나간 마고스는 도대체 아까와 무엇이 달라졌나 확인하기 위해 전방을 노려본다.
수아아아아―
별안간 연기가 사라지며.
“아아― 모기가 물었나?”
다시 나타난 푸르손의 몸은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푸르손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우라로 쥬디스의 연쇄폭발뿐만 아니라 마고스의 비기까지 모든 걸 막아낸 것이었다.
주변 인간들 모두가 다시 한 번 12성 후반 마족의 위대한 무력에 대해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럴 수가…….”
모두가 그 멀쩡한 모습에 망연자실한다.
푸르손은 그들의 얼굴을 즐기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끝낼 때도 됐으니.
“이제 마무리하자.”
그래서.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전력을 다해 포효한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컥―!”
“크아아악―!”
“우웨엑―!”
아까의 희망찬 모습과는 달리 절망에 빠져 울부짖는다.
“말도 안 돼!”
“왜! 이딴 게 이런 은혜로운 날에!”
“정의의 신이시여! 우릴 불쌍히 여겨주시고 부디 살려주소서!”
그 울부짖음에, 그래서 아벨이 나선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음에도.
“푸르손!”
푸르손은 깜짝 놀라 마고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
아벨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일어난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자기 이름을 안 것에 놀란 것이었다.
“응? 네놈이 내 존함은 어떻게 아느냐? 인세人世에 처음 나왔건만.”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악한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는데, 어떻게 저 마족의 이름을 아느냐였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능력도 알고 있다.
“그런 게 중요한가?! 그리고 네놈은 예지력을 갖고 있을 텐데! 내 미래는 보지 못하나 보지?!”
아벨은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말을 꺼낸 것이었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 말이다.
“……?!”
사자 얼굴이 깜짝 놀라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했다.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아벨을 바라본다.
그 멍청한 얼굴에 대고 아벨이 다시 한 번 소리친다.
“한 번 봐 보는 건 어떤가?! 나의 미래를 말야!”
수초 간 멀뚱히 바라만 보다가.
“크, 크크크, 크크크크카카카카카칵!”
별안간 대폭소를 하던 푸르손이다.
“좋다! 마지막 소원인데! 암! 한번 봐줘야지!”
그러면서 아벨을 바라본다.
바라보는 두 눈에서 그 노란 눈동자가 사라지더니 새하얀 안광이 곧게 뿜어져 나와 아벨을 꿰뚫는다.
“……?!”
모두가 저 사자 머리 마족이 무슨 말을 할지 대단히 궁금해한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푸르손의 노란 눈동자가 돌아왔음에도, 아벨의 미래를 말하지는 않고 그저 얼굴을 대단히 일그러트린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그럴 리가 없는데…….”
그의 말에 아벨은 당연하다는 듯이 호언장담하며 소리친다.
“그래! 당연히 내가 여기서 죽을 리가 없겠지!”
사람들이 보기에 아벨은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네놈은 여기서 죽을 것이고!”
이제는 푸르손이 당황해하며 소리친다.
“무슨 개소리더냐!”
“무슨 개소리라니. 허허― 세상 참 좋아졌어. 감히 이 몸이 계신 곳에 그 더러운 마기를 드러내다니.”
늙은이 말투에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그 총기 넘치는 목소리가 모든 이들의 귀에 정확히 꽂혔었다.
“……?!”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는데, 하늘에서 검은 머리의 대단히 고귀한 남자아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역시! 왔구나!’
괜히 에이션트 드래곤이 신과 비긴다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은 아이의 몸이었지만 어마어마한, 대단히 폭력적인 아우라가 순간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던 것이었다.
푸르손도 그 엄청난 아우라에 이제는 긴장이 역력한 얼굴이다.
“드래곤이 왜 이곳에!”
“그럼 넌 왜 이곳에 있다더냐?”
“나는! 나는 저 아이가 정말 정의의 신의 화신체가 맞는지 확인하러 왔다!”
“근데?”
“뭐, 뭐?!”
“근데 왜 네가 확인하냐고 이 새끼야.”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위잉―!
그때 푸르손의 몸 전 방위에 아까 전 쥬디스의 ‘연쇄폭발’처럼 위험한 검은 점들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이건 뭐야?!”
그 불길한 소음에 푸르손은 대단히 두려워했다.
아까와 같은 여유를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이게 뭐냐고! 이 빌어먹을 드래곤 새끼야 뭐냐고 묻잖아?!”
“시끄럽다.”
쾅―!
하나가 폭발하자 이어 나머지 것들도 폭발하기 시작한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확실히 이전과는 그 반응이 달라도 너무 달랐었다.
이전까지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는데, 비트칸의 공격에는 엄청난 고통에 진정으로 울부짖던 것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곰 방패로 아무리 그 불가항력적인 폭발을 막아내려고 해도 막아낼 수 없었다.
점점 그의 몸이 폭발에 잠식되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다들 그 어린아이의 잔혹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무력에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제에기기라알! 네가 왜 여기서 나오냐고! 아아아아악―!”
“정말 시끄럽군.”
손을 들어 검지를 푸르손을 향해 내밀었는데.
피슝―
마력광선과 같은 검은빛 광선이 올곧게 뻗어 나갔다. 그리고는 정확히 푸르손의 조금 남아있는 심장을 뚫어 그의 육체를 소멸시킨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크아아아아악―!”
연기처럼 그 강인해 보이던 커다란 육체가 엄청난 충격파를 흩뿌리며 사라져 간다.
“마족 따위는 마족답게 지옥에나 있어라. 에브니아로 기어 나오지 말고.”
비트칸의 말이 끝나자 단탈리안 때처럼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마족 서역 20위 푸르손 소멸. 남은 마족 수 70/72』
비트칸 덕분에 서열 20위 마족을 대단히 손쉽게 없앨 수 있었다.
아벨은 사나의 부축을 받으며 비트칸에게 다가가, 투구를 벗고 허리 숙여 감사함을 표한다.
“감사합니다. 비트칸 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벨이 마치 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드래곤과 친한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 드래곤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단 말인가?
그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비트칸은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괜찮다는 듯이 아벨에게 말한다.
“아니다. 별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물론 네게는 아직 무리였겠지만.”
“수련을 더 해야겠습니다.”
“수련을 아무리 더 늘린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저것은 지금의 네겐 절대적으로 무리다. 아무튼 너의 적들도 대단하긴 하구나. 저것들을 이곳에 소환할 생각을 하다니. 내가 만약 이곳에 머무르지 않았더라면 넌 오늘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의 말이 맞긴 맞았다.
물론 그의 말처럼 죽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멍청한 네 적도 명분 없이 저것들을 소환했으니, 아마도 이번 일로 엄청난 출혈을 입었을 테지.”
“그러길 바라야겠습니다.”
“그래. 그러니 당분간은 너무 걱정 말아라. 그것보다 몸은 좀 어떠느냐?”
“이제 움직일 만합니다.”
그 말에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그런데 정말 네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느냐?”
고개를 끄덕인다.
“네. 죽더라도 오늘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었습니다.”
“어떻게?”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제가 정의의 신께 사랑받는 존재가 아닙니까? 정의의 신의 가호를 받는 이 제국의 수도에서, 게다가 정의의 신을 경배하는 이 기간에 제가 죽을 거라곤 절대 생각 안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히 조금만 시간을 끌면 비트칸 님이 오실 거라고도 생각했었고 말입니다.”
그 당돌한 말에 비트칸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는다.
“뭐?! 하하, 하하하, 푸하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내가 관심을 갖는 인간답지! 하하하하하―!”
그러면서 하늘로 올라가는데.
“정의의 신이 사랑하는 인간이라! 내가 타티스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너는 좋아할 것만 같구나! 오늘 너와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만! 내가 또 오랜만에 만날 친구가 있어서 말이지! 그럼 조만간 내 너를 찾아가겠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