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96화. 반격(2)
케이는 사나를 쫓아가는 아벨을 바라보며 가슴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아픔을 느낀다.
‘내가 욕심부리는 걸까…….’
그 누구보다 먼저 좋아했고 그 누구보다 더 좋아해서 그 누구도 다가가지 않을 때 혼자 다가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벨을 그런 자신을 밀어내기만 한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깨는 축 늘어지기만 한다.
“…….”
그런 여동생을 죠슈아 역시 슬퍼하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내가 나서야겠어.’
죠슈아는 자신이 나서야 함을 깨닫는다.
“케이.”
“응……?”
“꺄아아아아아아악―!”
“……?!”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 비명과 함께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울려 퍼진다.
그 폭발음이 난 곳을 바라보니 사자의 머리를 가진 엄청난 크기의 위엄 넘치는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는 한 손에는 뱀 모양의 검을 들고 또 한 쪽 손에는 곰 머리의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 사자 머리 남자가 수십의 사자 머리의 부하들을 이끌고 어디선가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마족?!”
지산의 생각이 옳았다.
저 모습은 분명 마족이었다.
“누구냐?!! 타티스의 환생이라는 놈이!!”
그 사자 머리 대장이 소리치는 소리에, 그와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은 고막이 터져 고통을 울부짖는다.
“크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그는 인간들의 고통을 즐기는 듯한 만족스런 얼굴로 다시 한 번 큰소리로 외친다.
“어서 나와라!! 안 그러면 여기에 있는 인간들 모두 잘게 씹어 먹어 버릴 테니까!!”
크아아아아아아앙―!
그러면서 사자 머리 부하들이 포효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도륙하기 시작한다.
“뭐야?! 이것들은!”
“살려줘요!”
“아벨 저하! 어디 계세요! 어서 우리를 구해주세요!”
“일단 도, 도망쳐! 크아아아악―!”
그 갑작스런 공격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허우적대며 그들에게서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다.
그때 아벨이 사나와 함께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혹시나 해 용혈갑을 착용하고 용골검을 소환한 상태였다.
날아오면서 그 사자 인간 대장에게 천혜안을 쓴다.
『이름 - 푸르손
정보 - 마족 서열 20위. 하늘의 역천사였지만 범죄함으로 마족이 된 자. 지옥의 단정왕端正王. 예지력豫知力이 있다.』
“……?!”
아벨은 정말 깜짝 놀랐는데, 서열 20위의 마족이라면 12성 후반의 강함을 지녔던 것이었다.
그러한 것이 지금 시기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다니.
‘제기랄! 러네이도 없는데!’
아벨은 우선 사람들을 죽이는 마물을 향해 뇌전마검을 쓴다.
뇌전마검雷電魔劍
제1식
벽력霹靂
쾅―!
촤아아아아악―!
벼락을 맞은 그 사자 머리 마물은 단번에 반으로 쪼개진다.
“사나! 일단 사람들을 구하자!”
“네!”
그래서 사나와 함께 일단 사람들을 공격하는 마물들을 공격하는데.
쎄에에엑―!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날아와서 아벨은 본능적으로 용골검을 들어 막는다.
콰콰콰콰콰쾅―!
지지지지지직―!
그 가공할만한 힘에 아벨은 사자 머리들에게서 멀어지게 됐다.
홱―!
거칠게 고갤 돌려 자신을 공격한 것을 노려본다.
“네놈이었군.”
아벨을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푸르손이었던 것이었다.
피식― 미소 짓고는 아벨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젠장!’
정말 살짝 휘두른 것 같았는데, 온몸이 통증으로 저리는 걸 느낀다.
단 한 수만에 힘의 격차를 깨닫고 말았다.
‘10인회의 명인가?!’
소설에는 없는 내용이긴 했으나 얼마든지 10인회에서 마족들에게 긴급 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했을 수도 있었다.
저 아벨이라는 것은 미래에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그러니 더 크기 전에 이번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면서.
‘황제가 꾸몄겠군!’
이러한 짓을 할 자는 현재 파우스 황제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가 황실에서 황후나 황비들에 의해 기를 펴지 못할지라도 그 역시 제국의 황제로서 10인회 중 한 명이었으니.
물론 소설에서는 본인이 죽을 때까지 아벨에 대한 공격을 묵인만 했었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아벨에 대해 정의의 신의 환생이라고들 하며 차기 황제가 될 거라고 말들 하니 배알이 많이 꼴렸나 보다.
‘……모든 게 쉽게 흘러갈 리만은 없지.’
뭔가 너무 쉽게 일이 풀려간다고 했었다.
그래서 항상 조금의 불안을 안고 살았던 것이었고.
역시나 조금 쉴 타이밍에 이렇게 대박 사건이 발생하다니.
하지만.
‘그래. 다 덤벼라. 내가 다 이겨줄 테니.’
문제는 이곳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만간 있을 하베츠를 죽일 그때를 위해선 모든 힘을 다 쏟아선 안 됐다. 운 좋게 버틸 정도만 되어야 했다.
‘이번에야말로 용혈갑을 믿어야겠어.’
정의 무투회 때에는 용혈갑을 제대로 쓸 기회가 없었다.
러네이도 7성 강함으로 연기를 했기에 가까스로였지만 용골검만으로도 막아 낼만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저 사자 머리는 12성 후반의 강함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분명 쓸 것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공격을 허용했다간 어디 하나 불구가 될 수도 있었다.
구오오오오오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푸르손이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검붉은 마기의 아우라를 사방에 뿌려댄다.
“어디 한번 막아보아라. 타티스의 아이야.”
12성 후반의 무력은 너무나 폭력적이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아우라가 하늘 전체를 덮어 빛 자체를 지워 버린다.
그때였다.
“저하! 제가 왔습니다!”
마고스였다.
“제길! 마족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리고 쥬디스까지.
두 사람은 혹시 몰라 황실의 황궁으로의 초청을 거절하고 아벨 근처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마족이 나타나다니. 뿐만 아니라 그 마족이라는 것의 무력이 대단히 심상치 않아 보였다. 두 사람 다 아우라를 끌어올려 아벨을 뒤덮으려고 하는 푸르손의 아우라를 밀어내려 한다.
쾅―! 쾅―! 쾅―!
그때 대회에 참가했었던, 광장 무도회에 불참한 리차드와 파일을 제외한 모든 최종 진출자들도 사자 인간 마물들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검사 두 사람당 마법사 하나 붙어! 서로 힘을 합쳐 싸워! 어서!”
“죽엇! 이 빌어먹을 마물 새끼들아!”
“단 한 마리도 살아 못 돌아갈 것이다!”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마!”
콰콰콰콰콰콰콰콰콰―!
그리고 제국의 3대 검술 명가의 사람들과 유일한 마법 명가 요한센의 사람들까지 속속들이 전투에 참여하자 이젠 마물들이 불리한 형상을 띠게 되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푸르손이 절대적인 포효를 지르는데.
“크억―!”
“컥―!”
“커컥―!”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덕분에 상황이 다시 엇비슷하게 흘러간다.
심지어 최절정의 무인이었던 마고스와 쥬디스도 12성 후반의 마족이 내뱉은 마기 섞인 포효에 타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쉽지 않겠습니다. 저하.”
“제기랄. 맞습니다. 고위 마족인 듯합니다.”
아벨도 속이 여러 가지로 대단히 뒤엉켜 힘들었었지만 무심하게 말한다.
“……그렇군요.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만났어야 할 적. 그리고 저희를 도울 강력한 아군이 이제 곧 올 것이니 그때까지만 견디면 됩니다.”
‘비트칸이 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커.’
비트칸이 루드스에 있는 자신에게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지금의 이 엄청난 마기를 느꼈을 가능성이 컸으니.
‘에이션트 드래곤의 능력을 믿어봐야지.’
그때까지만 참으면 될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두 사람은 아벨의 그 말에 러네이를 떠올리고는 그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전의를 불태운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해봅시다!”
우우우우웅―!
마고스가 11성 후반 전력의 달빛 오러를 검에 두르자 그에게서 은은하고도 신비로운 빛이 흘러나온다.
구오오오오―!
쥬디스도 최대한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한다.
“시간을 벌어 주십시오! 저하께 받은 마법을 오늘 선보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사나를 바라보며.
“후방을 부탁해.”
“네. 저만 믿으세요.”
사나도 이제는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아벨의 부탁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푸르손을 노려본다.
푸르손은 일부러 아벨 일행을 기다려주고 있었는데, 어차피 그들은 제대로 된 공격 한 방이면 모두 죽일 수 있는 벌레만도 못 한 것들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오늘은 아벨 하나만 죽이면 됐었지만, 그러기에는 오랜만의 인간 세계로의 외출인데 너무 싱겁게 끝내버리면 재미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아벨과 그 동료들이 마력을 표출해 강력한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는 대단히 만족해한다.
“그래.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내어 보거라.”
아벨은 그의 아우라를 마력흡수할 준비를 했다.
마고스만 들을 수 있도록 속삭인다.
“저 녀석이 방심하고 있으니, 제가 마력흡수를 할 때 스승님께서 바로 이어서 공격을 해 주시지요.”
“네. 저하. 알겠습니다.”
“열 발짝 때 하겠습니다.”
현재 스무 발짝 정도의 거리였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임에도 어느 한쪽도 먼저 나설 생각을 안 했다.
주르륵―
굵은 땀방울이 용혈갑 안에서 흘러내린다.
‘최근에는 적들의 방심만 이용하고 있군.’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하베츠를 죽인 후부터는 어느 정도는 실력을 드러낼 생각을 했다.
‘하베츠만 죽여도 그렇게까지 걸림돌은 없으니.’
거기다가 세르지가 자신의 편이라, 다음 죽을 차례인 황제를 제외하고는 제국 내에서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렇게 상대의 방심을 이용하는 건 이번까지만이다.’
그런 결심을 하며 푸르손의 한 발, 한 발을 지켜보는데.
딱 열 걸음 남았을 때였다.
탓―!
대지를 있는 힘껏 박차고 나가.
수아아아아아―
아벨이 그를 둘러싼 아우라를 흡수하자.
바로 이어 마고스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비기로 푸르손을 공격한다.
월광참검月光慘劍
제5식
섬월殲月
밤하늘의 달을 반으로 잘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길게 뻗은 오러로 푸르손의 가슴을 가른다.
촤아아아아악―!
푸르손은 자신의 아우라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에, 곰 머리 방패로 막을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그 아우라가 일순 사라져 버렸으니.
“크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갑옷과 피부과 마고스의 달빛 검격에 쩌억하고 갈라졌다.
“……?!”
아니 분명 갈라냈다 생각했었다.
“아아아아아암―”
비명을 지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내 하품하듯 입 모양을 바꿔 따분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약한 검격으로는 이 몸을 결코 어쩌지 못한다.”
‘지랄하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벨은 허세라고 확신했다.
가슴이 갑옷과 함께 갈라져 속살이 보였으며 그 붉은빛 속살에서 검은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고스도 12성은 아니었지만 11성 후반이었고 역시 인간들 중 최고였던 것이었다.
“스승님! 다시 한번 비기를 준비해 주십시오! 타앗―!”
그리고는 이번엔 아벨이 조금 전 흡수한 마력으로 푸르손을 공격한다.
뇌전마검雷電魔劍
제2식
연속벽력連續霹靂
3식 화전보다 좀 더 공격을 한곳에 집약시킬 수 있었기에 연속벽력을 선택했다.
엄청난 양의 마력이 담긴 공격이라, 직접적인 피해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푸르손에게 분명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했다.
푸르손이 영향을 받을 그때 다시 한 번 마고스의 월광참검이 푸르손을 덮친다면 분명 이번에도 큰 피해를 줄 거라고 확신한다.
“분명! 내가 이딴 공격은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조금 짜증이 났는지, 이번엔 어느 정도 힘을 주어 뱀의 검을 아벨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악―!”
그 압도적인 힘의 차로, 마력을 모은 벽력임에도 일순간에 소멸됐을 뿐만 아니라 아벨 역시 그 폭력적인 힘에 휘둘려 무려 30m는 날아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