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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95화 (95/178)

제95화

95화. 반격(1)

드디어 정의의 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광장 무도회가 수도 에스토시아의 나보냐 광장에서 펼쳐졌었다.

정의의 날은 제국의 국경일일 뿐만 아니라 대륙의 국경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기에, 마지막 무도회를 대륙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황궁이 아닌 나보냐 광장에서 개최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광장 무도회는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황제가 아직도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황궁에 처박혀 12 대귀족들의 주요 인사들과 모든 왕국의 왕실들을 광장이 아닌 황궁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그것이 이번 광장 무도회의 흠이라면 흠이었었다.

아무튼 그때 정의 무투회를 관전했었던 사람들 거의 모두가 나보냐 광장에 모여 있었기에 정말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인파 중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어느 한 곳에만 몰려 있었고.

“꺅! 저하! 여길 좀 봐주세요!”

“아벨 저하! 사랑해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어쩜 저렇게 잘 생길 수 있으실까?!”

“그러니까! 이게 사람이야 신이야!”

“타티스의 환생이시잖아! 꺄악!”

“꺄아아악! 날 봤어! 날 보셨다고!”

“날 보셨거든?!”

“뭐라고?! 날 보셨거든?!”

“아니거든?! 돼지야!”

“뭐?! 돼지?! 이 빗자루 같은 년이! 어디 한 번 죽어 볼래?!”

정말 엄청난 수의 여자들이 아벨을 빽빽이 둘러싸고 있었다.

덕분에 사나, 케이, 죠슈아는 아벨에게 다가갈 꿈도 못 꿨었다.

휴우―

세 사람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한숨을 내쉬었는데, 아벨을 둘러싼 여자들뿐만 아니라 다름 아닌 아벨의 부탁으로 함께하고 있던 아르시아 때문이었다.

모두 아르시아 때문에 광장 무도회가 시작할 때부터 매우 심란해 하고 있었다.

‘저하는 왜 이 아이한테 약하신 거야?!’

사나의 불만은 그거였다.

아벨이 이상하게 이 아이한테 특히 약하다는 거.

확실히 다른 여자를 대할 때와는 달랐었다.

그걸 죠슈아도, 케이도 느끼고 있었으니.

‘다닐레비우스의 숨겨둔 보석이 아름답다는 얘긴 들었었지만…… 저하께서도 태도를 달리하실 줄은…….’

‘저하…… 도대체…… 왜…… 왜 저 아이에게만…….’

케이는 갑자기 서운해져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제일 먼저 좋아했는데…….’

제일 먼저 좋아했는데 제일 나중이 될 것만 같다.

사나와는 곧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었고 러네이는 이번 정의 무투회가 배출한 베스트 커플이라며 관객들이 엄청나게 칭찬들을 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두 사람을 동경하여 아벨과 러네이를 따라 한 묵빛 커플 무구들이 거리에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전에는 러네이를 보고 여자가 무슨 검사냐고 비아냥거렸다면, 이번 정의 무투회 이후로는 정의의 신의 현신인 아벨 저하께 가장 어울리는 여자라며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 마치 미의 여신과도 같은 아이가 나타나 아벨이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괜히 어깨가 축 처지고 침울해진다.

반면 아르시아는 그녀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저하랑 친해지고 싶은데…….’

사나나 케이는 아벨이 아르시아를 특별대우해준다고 하지만 아르시아 입장에서는 내내 정중하게만 대하는 아벨에게 오히려 서운해함을 느꼈다.

사나나 케이에게처럼 반말을 하며 조금은 가깝게 대해도 될 텐데, 자신이 어림에도 그리고 귀족 영애임에도 계속해서 존댓말을 쓰는 것이 싫었던 것이었다.

‘다음엔 존댓말 쓰지 말라고 해야겠어.’

그렇게 다짐하면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벨을 바라본다.

“저기 혹시.”

“……?”

“아벨 저하는 항상 저렇게 인기가 많으셨나요?”

사나와 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한다.

“사실 루드스에선 인기가 없는 편이셨어.”

“맞아. 다들 저하를 멀리했거든.”

깜짝 놀란다.

“왜요? 왜 저하를 멀리해요?”

케이는 다닐레비우스 백작가에서 이 영애를 대단히 귀하게 여겨 좋은 것만 알려준다고 들었었기에 친절히 설명해준다.

“모든 귀족 가문들이 황실에서 명을 받았었거든. 아벨 저하와 가까이하지 말라고 말야. 그래서 나와 사나, 그리고 여긴 없지만 러네이 언니와 로디아라는 친구까지 넷만 가까이했었어.”

“아…….”

전에 아벨이 자신에게 했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제 알았다는 얼굴이다.

“이해됐지?”

“네. 이해됐어요.”

“그래. 궁금한 게 있으면 또 물어보렴.”

“네. 감사해요. 언니.”

그때였다.

“저기…….”

소리 난 곳을 바라보니, 대단히 귀해 보이는 옷들을 입은 귀족 청년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수많은 남자가 모여 있었고.

“……?”

아벨이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면 이들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었다.

시선이 아벨 쪽에만 있어서 몰랐을 뿐이지.

“대륙의 세 꽃을 잠시나마 눈에 담으려고…….”

“마, 맞습니다! 저흰 춤 신청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저 계속 저쪽만 바라보고 계시니……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저희가 있다는 것도 좀 알아봐 주시기를 바래서…… 그래서…….”

루드스에서 사나와 케이는 아벨 옆에만 있었음에도 엄청난 양의 러브레터를 받았었다.

사나는 보지도 않고 버렸었지만, 케이는 볼 때마다 내내 미안해했었다.

그때 멀리서 익히 아는 얼굴의 두 사람이 그 수많은 남자들을 밀쳐내며 다가왔다.

“비켜라.”

“죄송합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카시드와 지산이었다.

카시드는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문제는 붉어진 얼굴을 보니 술을 조금 마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반면 지산은 아주 멀쩡해 보였었는데, 전에 봤을 때와는 달리 얼굴도 괜찮아 보였다. 확실히 아벨을 만나고 난 후 한층 표정이 밝아진 듯했다.

카시드는 다가와서는 말을 건 남자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말한다.

“알았으니까 이제 좀 가지? 우리끼리 할 말이 있으니 말이다.”

“크흠―!”

그 남자들도 이 자가 아덴의 왕자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상냥하던 케이에게 말한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무도회 잘 즐기시기를.”

그리고는 예를 갖추고 떠나간다.

카시드는 떠나가는 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비웃는다.

“주제 파악을 좀 해야지.”

지산이 그런 카시드를 나무란다.

“카시드. 저들이 딱히 뭘 한 것도 아니지 않던가.”

“아니.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무튼 사나, 케이 오랜만에 보는 거 같군.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죠슈아는 이 건방진 아덴의 왕자가 탐탁지 않았지만 역시 케이와 사나의 친구라 그도 어쩌지 못했다.

“그래.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케이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걸 막기 위해 상냥하게 두 사람을 반긴다.

“어서 와 지산, 카시드.”

지산이 묻는다.

“그런데 로디아는 함께하지 않았던가?”

“아― 로디아는 정의의 신 신전에서 데려갔어. 아마 오늘은 보기 힘들 것 같아.”

“하긴 정의의 신을 기리는 날이니 그를 섬기는 신관들은 바쁘긴 하겠군.”

“응. 그런 거 같아.”

사실 지산은 이번 광장 무도회를 마지막으로 루드스를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아벨에게 약속한 대로 푸뉴스가 무투술과 반사르가 무투술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서 말이다.

벌써부터 가문의 사람들은 아벨이 준 반사르가 무투술을 익히기 위해 대부분 돌아간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려고 했건만.’

그래서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루드스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저하도 오늘 못 뵐 것 같군.’

문제는 아벨도 만나기 쉽지 않을 듯했다.

“그나저나 저하께선 정말 힘드시겠어. 저렇게 둘러싸여서 아무것도 못 하시니 말야.”

지산이 말에 카시드는 질투를 하며 툴툴거린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말이 거칠다.

“쳇! 뭐가 힘들겠어?! 저 입 찢어지는 것 봐!”

입이 찢어진다고 했지만 곤란해 죽으려고 했었다.

“자네도 참.”

카시드가 질투로 무례를 범할까 봐 지산은 화제를 돌리기로 한다.

“아 그리고 또 뵙게 됐군요. 아르시아 영애.”

지산은 아벨의 저택에서 아르시아를 이미 한 번 봤었기에 아는 척을 했었다. 카시드는 아르시아의 놀라운 미모를 보고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려 하며 퉁명스럽게 묻는다.

“아는 영애야?”

“저하의 검술 제자라네.”

“뭐?”

“루드스 복귀전까지이긴 하지만. 그렇지요?”

“네. 남은 주말까지만이요.”

아르시아는 그것이 대단히 아쉽다는 얼굴이다

“그래서 내년에 바로 루드스에 입학해야겠어요. 스승님을 다시 뵙기 위해서라도요.”

그 말에 사나는 매우 불편해했었지만 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카시드는 눈치채고는 일부러 신경 거슬리는 말을 꺼낸다.

“후후― 약혼녀께서는 이런 아름다운 영애가 저하의 제자로 들어와서 절로 짜증이 나시겠구려.”

사나는 그 시비조의 말에 아름다운 미간을 구기며 카시드를 노려본다.

그 모습을 본 카시드는 자신의 뜻대로 된 듯해 씨익― 미소 짓는다.

“저하께서 아름다운 여자들을 너무 좋아해서, 그것 때문에 짜증이 난 것 같아서 말야.”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겠지만 카시드는 결코 멈출 생각이 없었는지.

“이러다가 대륙의 아름다운 여자라면 모두가 저하의 여자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 쯧쯧― 정말 골치 아프군. 안 그래?”

모두가 이 술 취한 남자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문제는 사나가 그 말에 상처를 받아, 이제는 그 큰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르시아가 카시드에게 따끔하게 한소리 한다.

“누구예요? 이 버르장머리 없는 아저씨는? 혹시 친구예요?”

“뭐?!”

“저기요! 우리 스승님께서 사나 언니를 얼마나 생각하고 사랑하시는지 아세요?! 스승님께서는 곧 정식 약혼을 하자고 프러포즈를 하셨다구요!”

아르시아의 폭로에 모두가 대단히 놀랐었다.

“……?!”

심지어 사나 역시 대단히 놀랐었는데, 그 이야기는 아벨과 자신만의 비밀이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네가……?”

사나의 되물음에 이번엔 아르시아가 놀랐다.

“아!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 날 저하께 찾아갔다가 우연히 들었어요. 약혼하자고 하는 그 말만.”

홱―!

다들 사나를 향해 거칠게 고개를 돌려 경악한 얼굴로 바라본다.

이게 진실이라면 운석 마법 급 특종이었던 것이었다.

사나는 너무 예상치 못한 말이라 당황하여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아니야! 그런 게!”

그러면서 케이를 봤는데, 케이의 울상인 얼굴을 보자 더는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나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렇게 사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모두가 멍해져 아무도 사나를 붙잡지 못했다.

심지어 시비 걸던 카시드도 멍해져서 그저 혼잣말하듯 뇌까린다.

“저거 진짜인 거 같은데……?”

지산도 마찬가지이다.

“밀어내시기만 하던 저하께서…… 드디어 마음을 결정하신 건가…….”

그것에 대해 케이와 죠슈아는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그저 멀어져 가는 사나를 바라볼 뿐.

그때였다.

“저하!”

“어디 가시는 거예요!”

“가지 말아요! 오늘만큼이라도 우리와 함께 있어 줘요!”

아벨은 사실 계속해서 사나와 케이, 아르시아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나가 심각한 모습으로 떠나 걱정이 됐던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갑자기 왜 저렇게 사색이 되어 자리를 뜬단 말인가.

‘카시드. 저 새끼가 또 개소리를 지껄인 거 아냐?’

무슨 헛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사나가 큰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랐다.

사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그런 으슥한 공원으로 뛰어갔다.

아벨도 곧장 따라 들어갔는데, 따라붙어 사나를 부른다.

“사나!”

사나는 자신을 부르는 그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휙― 하고 몸을 돌린다.

“……?!”

몸을 돌리니 자신을 걱정하는 얼굴의 아벨이 보였었다.

“사나. 무슨 일 있느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묻는다.

“저하……? 저하가 여기 어떻게……?”

“네가 갑자기 혼자 이동하기에 걱정돼서 따라와 봤다.”

와락―!

대답 대신 아벨을 안는다.

“……!”

“……보고 싶었어요…….”

“…….”

“……그리고 고마워요…… 날 찾아와줘서…….”

조금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말투 때문에 아벨은 그녀를 마주 안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떨리는 등을 쓰다듬는다.

“불안해하지 말거라. 내가 널 언제나 지켜볼 테니.”

“알아요…… 이제는…….”

속삭이는 사나에게서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확실히 이 감정은 누군가가 억지로 만들어내는 감정이 아니었다.

‘아르시아하고는 달라…….’

아르시아 때는 자신이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그런 감정이라면, 지금의 사나에게 가지는 감정은 자신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비슷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 본질부터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사나를 사랑하는 건가…….’

사나와 자신은 닮은 점이 많았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던 그 모습이.

그래서 안타깝게 느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았다.

‘이래도 되는 걸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좋은 감정을 가지면서도 많은 걱정이 든다.

그래서 케이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던 것인데.

‘모르겠다…….’

어차피 그녀들은 자신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끝까지 사랑을 지킬 것 같다.

가슴이 복잡해 먹먹해지려던 그때.

“꺄아아아아아아악―!”

광장에서 비명이 들린 것이었다.

사나와 아벨 둘 다 비명이 난 곳을 바라봤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 비명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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