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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86화 (86/178)

제86화

86화. 그들의 방문(1)

뇌전마검雷電魔劍

제2식

연속벽력連續霹靂

마른하늘에 두 줄기의 벼락이 연속으로 떨어졌다.

콰쾅―!

“크아아아악―!”

벌떡―!

“……??!!”

누구라 할 거 없이 모두가 아벨의 뇌전마검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지어 비트칸은 마력흡수 이후 곧바로 뇌전마검을 쓰는 아벨을 보며 ‘완벽한 검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까지 했었다.

용사였던 카인보다.

자신의 파트너였던 아서보다 더 말이다.

《용골검으로 상대의 마력을 흡수하고 그 흡수한 마력으로 곧장 공격을 펼친다라…….》

《거기다가 뇌전마검과 흑풍흡검 두 검술 모두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말입니다…….》

《완벽한 검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군…….》

거기다가 순간이동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아마도 거품을 물고 까무러칠 것이다.

아무튼 생각도 못 한 공격에 로만은 바로 혼절해 버렸었다.

“…….”

거의 모든 사람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에.

전에 이미 봐서 알고 있었던 러네이와 사나, 쥬디스만이 지금의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러네이는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정말 탐나는 음식을 앞에 둔 것마냥 연분홍빛 혀로 새빨간 입술을 핥으며 두 눈을 반짝인다.

“역시 대단해…… 인간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무리 용사라고 하더라도 이건 사기여도 너무 사기였다.

아벨이 현재 9성 검사이긴 했지만 순간이동까지 함께 쓰면 10성, 잘하면 11성도 상대가 가능할 것 같았다.

“마족 멸살이라…… 이 상태로 쭈욱 자라만 준다면 앞으로 10년 안으로 끝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아벨이 12성 검사가 됐을 때 그 누가 아벨을 막겠는가?

순간이동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을 통해 12성 검사들이 쓰던 능력들을 스펀지 물 빨아들이듯 흡수하고 있는데.

저벅― 저벅― 저벅―

아벨이 무투회장에서 퇴장하고 나서야, 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와 내가 제대로 본 게 맞지……?”

“그런 거 같은데……?”

“템빨만 받는 게 아니라 재능도 진짜 있긴 있다는 건가……?”

“그런 가봐…….”

“그런데 그게 뭐지……? 검에서 번개가 내리쳤는데…….”

“혹시…….”

“혹시…….”

“혹시…….”

차마 건국황제이자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제국인인 용사 카인의 뇌전마검이냐고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건 최상류층석도 마찬가지였다.

황제부터 시작해 말석의 레이첼까지 모두 굳은 입을 좀처럼 열 생각을 못 했다.

부들부들―!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아벨의 그 미친 재능을 미칠 듯이 질투할 뿐이다.

수잔 황비는 그 질투로 비롯된 엄청난 살기를 느끼고는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눈치 없이 아벨을 칭찬했다간 아벨에게 더 큰 불똥이 튈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말이다.

세르지도 수잔 황비와 다를 바 없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화가 난 척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속으로는 더없이 기뻐하면서 말이다.

‘역시! 역시 내가 운이 좋았어! 저런 놈이 내 밑에서 날 황제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다니!’

맹세의 마법까지 한 이상 아벨은 절대 황제가 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본인과 자신의 외할아버지 이 둘만 현재 알고 있었다.

‘아벨이 뇌전마검까지 썼으니 분명 하베츠 저 새끼가 반응을 보일 거야!’

그리고 분명 외할아버지도 아벨의 저 압도적인 능력을 보았을 테니.

‘바쁘게 움직이시겠지!’

그랬다.

세르지의 생각대로 아벨의 엄청난 무용武勇을 본 아이작 백작은 곧바로 큰아들 필립을 불러 명한다.

“저 녀석을 죽일 9 서클 대마법사 둘을 준비해라.”

필립도 아버지의 명이 옳다고 느꼈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네. 아버님.”

그리고는 곧장 아버지의 명을 따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아이작 백작은 떠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들에게도 아벨이 세르지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었다.

아무리 아들이라도 말이다.

‘세르지에게 운이 따랐군. 저 아이라면 하베츠를 죽일 수 있겠어.’

자신이 하베츠의 가드만 막아준다면 아벨은 충분히 하베츠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바빠지겠어.’

세르지의 말대로 루드스 내여야지만 아덴의 개입이 없을 것이었다. 루드스는 관련된 사람이 아닌 사람은 들어올 수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덴 따위의 방해를 받아선 안 되지. 조만간 피에르트에게 연락을 취해야겠군.’

루드스의 총장이자 사촌 피에르트에게도 미리 언질을 해둬야 할 것 같았다.

‘한바탕 피의 축제가 열리겠군.’

하베츠가 죽으면 다이나 황후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땐 모든 책임을 아벨에게 전가해야 해.’

그리고 혹여나 세르지에게 불똥이 튀려고 한다면 당연히 다이나 황후도 죽여야겠고 말이다.

‘어찌 됐든 정의의 신께서 우리 요한센 위에 머무르고 계시는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작 요한센이다.

* * *

아벨이 뇌전마검으로 로만을 단 두 합으로 무너트린 것을 보고는 다음 상대인 리차드는 전의를 상실했었는데, 심지어 그 모습이 자신의 미래라고 확신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와…… 황실에서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길래, 정말 난 놈이다 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이건 천외천이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절대 못 이기겠군…… 9성 검사도 저리 허무하게 지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면 꼴사납게 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음― 아까 보니 이스마일 저하처럼 단순 휘두르기만 쓰면 저 검술을 안 쓰려나?”

로만처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면 아벨도 전력을 다할 것만 같았다.

“그래. 그럴지도. 그럼 나도 최대한 단순하게 가자.”

절대 로만처럼 굴욕적으로 질 수는 없었다.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소녀팬들을 위해서라도, 지더라도 무난하게 져야 하는 것이었다.

리차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남은 다른 참가자 클라우스 킨스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역시 어느 재능 있는 자들과 다를 바 없이 지는 것을 대단히 두려워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검사부의 가장 뛰어난 재능 둘이 저 러네이라는 여자에게 아무것도 못 해 본 채 무너지고 말았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미래인 것만 같아 못내 두려우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아버님. 제게 힘을 주십시오.’

훗날 ‘심판자’라 불릴 클라우스는 어릴 때 마족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여전히 대단히 존경했었고 아직도 그리워했었고 사랑하고 의지하고 있었다.

그가 하늘에서 부족한 아들을 부디 도와주시길 기도한다.

그렇게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문을 열고 나갔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안내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까의 불안은 이제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당당한 루드스의 대검사부大劍士部의 부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클라우스 킨스키다!”

“루드스 검사부의 자랑!”

“브릴튼의 신성!”

“저 건방진 여자를 때려눕혀라!”

“클라우스! 너만 믿는다!”

은빛 중갑옷을 입은 클라우스의 등장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응원이 펼쳐진다.

그런 반면 반대편에서 러네이가 등장하자 응원의 메시지보다는 각종 욕설과 비난의 메시지들이 울려 퍼졌고.

황실에서 심어둔 자들의 눈부신 활약이라 하겠다.

“어디 여자 따위가 정의 무투회에 나오나!”

“계집은 집에서 가정이나 맡으라고!”

“우우우우―! 죽어라! 나가 죽어라! 우우우우우―!”

물론 그것에 반박하는 응원들도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여자들에게서 나왔었다.

“뭐야?! 저 미친놈들은!”

“그니까?! 지들은 뭣도 없는 것들이!”

“러네이 님 앞에선 입도 뻥끗 못 할 거면서!”

“원래 찌질이들이 뒤에선 아주 잘 나대지. 암 그래야 찌질이 답지.”

그 말을 들은 러네이를 욕하던 남자들은.

“뭐라고?! 이것들이!”

“정말 죽고 싶어?!”

그러자 여자들도.

“뭐?! 뭐 어쩔 건데?! 한 판 붙어봐?!”

“덤벼! 하나도 안 무섭거든?!”

어느새 장외에서도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예외적으로 사회자가 나서야 했다.

“조용! 모두 조용하십시오! 정의의 신 타티스께서 지켜보고 계시는 이 신성한 대전에서 어딜 감히 소란을 피우는 겁니까?! 타티스께서 내리실 저주가 두렵지도 않으신 겁니까?!”

그 말은 효과가 있었는데, 신의 저주란 말에 즉각 소란이 멈춰졌다.

“제기랄!”

“흥!”

그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두 사람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러네이는 특유의 물빛 오러를 검에 씌웠고 클라우스는 예의 그 푸른빛 오러를 씌운다.

우웅― 우웅―

오러를 두를 때 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을 검세를 취한다.

클라우스의 성명절기는 탈혼무정검奪魂無情劍으로서 심판자라는 이명에 어울리는 검법이었다.

‘여기서 결코 멈출 수 없어.’

피의 복수를 하기 전에는 그는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10성 검사였던 아버지를 죽인 그 마족은 최소 11성 검사의 강함을 보였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12성 검사여야만 그것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강해져야 했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강해져야 했었다.

‘적어도 내 또래 중에선 내가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해.’

그래야 최절정 12성 검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니.

투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증오심을 끌어올린다.

아버지가 그 역겨운 것에게 찢기는 그 고통스런 장면을 떠올린다.

‘……반드시…… 반드시 찾아내어 갈가리 찢어 뼈 채로 씹어 먹어 주겠다…….’

그는 아버지가 마족에게 죽은 것 때문에 7인의 성검사들 중 그 누구보다 마족을 증오했었는데, 그 검술의 이름과 그러한 사연으로 보아, 그가 아벨의 ‘마족 멸살’ 사명에 참여했던 것은 어찌 보면 운명적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그렇게 증오를 끌어올려 강렬한 투기를 발산하던 클라우스는 반대편의 여유를 부리는 러네이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본다.

‘……네가 강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만…….’

사실 클라우스는 러네이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마음 한편으론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싸워 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녀의 여유로움을 반드시 짓뭉개고 반드시 그녀에게서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피의 복수를 위하여.

탓―!

힘차게 대지를 박차며 러네이를 향해 선제공격을 가져가던 클라우스였다.

* * *

그 시각 아벨의 대기실에는 약속되지 않은 손님들이 방문했다.

드륵―

불청객들은 10살 남짓한 아주 고귀해 보이는 흑발의 남자아이와 20대 후반 정도의 아주 도수 높은 안경을 낀 미청년이었다.

“……?”

러네이와 클라우스의 시합을 보고 있던 아벨은 ‘도대체 누가?’ 하며 들어오는 자들에게 천혜안을 쓴다.

『이름 - 비트칸

정보 - 블랙 드래곤. 6,739살 에이션트Ancient급 드래곤. 용혈갑龍血鉀과 용골검龍骨劍을 만든 장본인. 현재 수면기 중.』

『이름 - 제이크 리스

정보 - 본명 제튼. 블루 드래곤. 4,287살 웜Wyrm급 드래곤. 현재 제국 중앙 마탑의 3 서클 마법사로 생활 중.』

“……?!”

정말 깜짝 놀랐었지만 놀란 티를 내지는 않는다.

‘이 꼬마가 그 비트칸이라니…….’

제이크는 러네이와 함께 현재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이었다. 그 드래곤이 블랙 드래곤들의 수장首長이라 할 수 있는 고룡古龍 비트칸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모르는 척 묻는다.

“너희들은 누구냐?”

아벨의 물음에 비트칸은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하긴. 모습이 이러하니 몰라볼 수도 있지.”

제튼도 그 말에 동의한다.

“맞습니다. 비트칸 님. 어린아이의 모습이라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벨을 향해 말한다.

“내가 네가 입고 있는 갑옷과 검을 만든 드래곤이다. 그럼 알아보겠느냐?”

그 물음에 아벨은 진한 호기심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비트칸 님이셨군요.”

의외로 아벨이 순순히 받아들이자 오히려 놀란 것은 두 드래곤이었다.

“내가 비트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겠느냐? 이 외모를 보고도?”

비트칸은 외모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것들을 혼내주는 걸 아주 즐겼기에 이 어린아이 모습을 좋아한 것이었다.

아벨은 여전히 그 호기심 가득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한다.

“네. 드래곤이 아니라면 감히 제국의 황자가 준결승을 위해 쉬고 있는 대기실에 나타나 이렇게 말을 걸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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