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81화 (81/178)

제81화

81화. 야! 죽을래?!(3)

앤디 피츠가 훗날에는 대단한 검사가 됐었지만 지금은 그저 19살 애송이일 뿐이었다. 그러니 현재로썬 당연히 러네이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아벨은 러네이에게 미리 일러두었었다.

“당연하지만 7성 정도로만 싸워라. 네가 알려지기를 7성 후반으로 알려졌으니 말이다.”

앤디 피츠는 7성 초반이었다.

“그리고 검술로만 제압하라고 했었지.”

다치게 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훗날 자신을 도울 자라고 하면서.

“아이참 빨리 끝내고 저하를 만나러 가려 했는데.”

우웅―

반투명한 물빛 오러가 러네이의 짝퉁 용골검에 둘렸다. 반투명한 오러라 그런지 솔직히 매우 약해 보였다.

그래서 관중들은 앤디의 우세를 점쳤다.

“역시 너무 약해 보이는데?”

“여검사라 그런가?”

“확실히 역사적으로만 봐도 여검사들은 최절정 검사가 적긴 해.”

“아쉽네. 오래 보고 싶었는데.”

확실히 작가가 편협한 새끼라서 에브니아 세계관에서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좀 더 재능을 보이게 만들긴 했었다.

어느 한 관중이 러네이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앤디가 가볍게 이기겠어.”

우웅―

앤디는 그 기대에 걸맞은 오러를 선보였다.

새파란 오러가 위압적으로 타올랐다.

그 타오르는 오러를 만들어낸 앤디는 저 약해 보이는 물빛 오러의 러네이가 루드스의 자신이 지켜줘야만 하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후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러네이에게 한 학년 위의 선배답게 아주 근엄한 투로 말한다.

“선수를 양보하겠다. 그리고 내 살살 할 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덤비거라. 괜찮다.”

그러면서 심지어 오러의 세기까지 줄이던 앤디였다.

“……?”

……지금의 매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소설에서의 앤디를 조금 설명하자면 ‘용사의 검’이라 불릴 정도로 아벨의 충실한 오른팔이었던 자로서 매우 정의로웠고 중세 기사의 표본 같은 자였다.

문제는 그 중세 기사의 표본 같은 성격이었는데, 그래서 여자에게 매우 관대했고 이상한 편견이 있다는 거였다.

여자는 무조건 남자가 보호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당연히 남자보다 약하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가 귀부인과 같이 성품과 몸가짐이 조용하고 얌전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었었다.

작가의 얼토당토않은 이상한 편견이 만들어낸 캐릭터라 하겠다.

지금도 러네이가 자신과 같은 7성이라고 듣긴 들었으나 당연히 여자이기에 자신보다 약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피식―

그 같잖은 모습을 비웃으며 말한다.

“뭐래. 이게 뒤지려고.”

그 험악한 말에 앤디는 잠시 자신이 헛것을 들었나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선 펄쩍 뛰며 기겁을 한다.

“아니! 어디 아녀자가! 그런 거친 말을!”

러네이는 앤디를 아벨의 부탁대로 대충 상대하고 끝내려고 했었는데, 그 여자를 무시하는 말에 분노 스위치가 올라가고 만다.

점점 미간을 사납게 찌푸리기 시작한다.

“아녀자는 미친. 한주먹거리도 아닌 게.”

“허허― 딱 봐도 약해 보이는 오러구만―”

“……그래? 이거이거 저하 때문에 적당히 해주려고 했더니만 제대로 손 좀 봐줘야겠는데?”

“뭐라?”

“오늘을 계기로 개념 좀 챙겨라.”

탓―

대지를 박차고 빛살처럼 튀어나가 앤디를 향해 백룡마검을 쓴다.

백룡마검白龍魔劍

제1식

용섬龍殲

앤디는 러네이가 멀리서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투명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는 걸 느꼈다.

휙―!

그 본능적인 감으로 다급하게 몸을 돌려 피한다.

콰콰쾅―!

끝을 모르는 용섬의 검격이 관중석으로 날아가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 있는 내벽을 강타한다.

“……?!”

주르르―

그 강력한 파괴력에 앤디의 이마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러네이는 자신의 용섬을 피한 앤디를 순수하게 칭찬한다.

“제법이네.”

물론 방금은 시험용이었다.

이것도 못 피할 정도면 우리 저하의 부하로서는 자격 미달이었던 것이었다. 일단 시험에 통과했으니 더는 비기를 안 쓸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

쉬이이익―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그래서 단순하게 횡으로 검을 휘두른다.

콰쾅―!

“크윽!”

분명 그 반투명한 물빛 오러가 보기에는 대단히 약해 보였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결코 약한 게 아니었었다.

앤디는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반격을 하려고 했었지만…….

휘익―!

뻐억―!

러네이가 그 단순한 휘두르기로 앤디를 밀어냄과 동시에 검자루로 얼굴을 후려갈긴 것이었다.

휘청―!

턱을 정통으로 맞아 바로 혼절할 뻔했었다.

아니…….

차라리 그때 혼절하는 게 나을 뻔했었으니…….

뻑! 뻑! 뻑! 뻑!

“커커커커컥―!”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벨은 대기실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대단히 길게 내쉬었다.

후우…….

‘살살 좀 하라니까…….’

훗날 함께 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저렇게 망가트려 놓는다면…….

이거 참 골치 아팠다.

뻑! 뻑! 뻑! 뻑! 뻑! 뻑! 뻑! 뻑!

그 일방적인 구타에 관중들은 입을 떡하고 벌린 채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침묵을 유지한 탓에 그 구타하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뻑! 뻑! 뻑! 뻑! 뻑! 뻑! 뻑! 뻑!

그 모습을 보는 드래곤들도 조금은 당황스러워한다.

《저 아이가 너무 폭주하는 것 같다만…….》

드래곤이 봐도 저건 너무 한 것 같았다.

《아녀자라는 말에 흥분한 것 같습니다…….》

《아니…… 드래곤에 성별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한 십분 그렇게 두들겨 패고서는.

“심판! 끝났지?!”

그 말을 끝으로 대기실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러네이였다.

앤디는 비참하게 널브러져 게거품을 물고 있었고…….

* * *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상류층석 모두가 러네이의 압도적인 강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특히 하베츠가 그러했다.

그 말도 안 되는 강함에 하베츠는 저 여자가 드래곤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게 됐었다.

‘제길! 진짜 드래곤이었잖아!’

다른 이들은 미스라임 싱벨리어 대설원에서의 일을 모르고 있었기에 러네이가 7성이 아니라 8성인가 보다 하고 가까스로 이해하고 넘겼었지만, 하베츠는 달랐던 것이었다.

‘빌어먹을!’

만에 하나 그녀가 정말 인간이라 하더라도 아벨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최대한 이른 시일 내로 죽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황제부터 죽여야 하나…….’

진심 고민되기 시작했다.

‘저 새끼는 생각보다 운이 너무 좋단 말이지…… 생각보다…….’

먼저 아벨부터 죽이려고 하다간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서운 눈으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던 파우스 황제를 노려본다.

마치 당장에라도 황제의 뒤통수를 검으로 쑤셔 박을 것만 같이.

그때 그 살기를 옆에 있던 세르지가 포착한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은 반드시 죽어줘야겠어.’

아벨과 함께 세운 계획대로 외할아버지인 10 서클 대마법사 아이작 요한센을 시작 전에 따로 만났었다. 하베츠를 죽이려면 무엇보다 그의 힘이 필요했었으니 말이다.

그 역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아벨보다는 하베츠를 죽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공감했기에 손자의 말을 적극 들어주기로 했었다.

그래서 아이작 백작은 세르지에게 9 서클 대마법사 둘을 보내주겠다고 확답했었다.

‘하베츠에게 아벨을 루드스 내에서 죽이자고 설득해야 해.’

사실 이것에 관해선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하베츠 쪽에서 먼저 함께 루드스에서 죽이자고 제의할 가능성이 컸었다.

‘물론 굳이 루드스가 아니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물론 하베츠가 딴 생각을 갖고 있어 루드스에서 일을 벌이려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는데, 아벨이 역시 그것에 대한 대책을 이미 세워둔 것이었다.

‘내게 9 서클 마법사 둘만 있다면.’

자신에게 9 서클 대마법사 둘만 붙어 있다면 그 둘과 저 러네이라는 여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분명 하베츠의 가드들을 막아 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벨. 너와 내가 하베츠와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 이 짜여진 대전에서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 * *

벌컥―!

“저하! 저 잘했죠?!”

문 앞에서 대기 중인 안내자를 막무가내로 밀쳐내고 들어오던 러네이였다. 러네이의 안내인은 이미 체념하고 멀리 떨어져 있다.

전에 있었던 아벨의 안내인은 도저히 못 하겠다며 도망갔었기에 지금은 아까와 다른 새로운 안내인이 서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러네이에게 기세 좋게 개길 수도 있는 것이었다.

“안 됩니다! 저하께선 시합 전에 휴식을 취해야―”

자신이 나서야 함을 깨달은 아벨은 물러가라고 손짓하며 말한다.

“괜찮다. 내 친한 친구이니. 걱정 말거라.”

“그래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안내인에게.

“확! 이걸 그냥! 저하께서 괜찮다고 하시잖아!”

한 대 칠 기세로 손을 들어 올리자, 이 미친 여자라면 진짜 칠 거 같아 기겁하며 안내인은 팔을 들어 올린다.

“그만. 그만하고 들어 오거라. 러네이.”

“아오! 넌 저하 때문에 산 줄 알아!”

있어서는 안 될 지금의 상황에 안내인은 조금 허망한 눈으로 아벨과 러네이를 바라보고 서 있다.

덜컥―!

러네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문을 닫고 아벨에게로 사뿐히 뛰어간다.

그리고는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대단히 들떠서 말을 한다.

“보셨어요?! 저의 통쾌한 한 방을?!”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러네이를 바라본다.

“내가 저 친구는 훗날 우리 편이 될 것이니 적당히 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벨이 기대와는 달리 자신을 혼내자 입술을 삐죽 내밀고선.

“저놈이 무슨 아녀자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헛소리를 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중을 위해서 교육을 한 거죠. 미리 정신 차리게 해두어야지, 안 그러면 카시드 그 망나니처럼 된다구요.”

역시 말이 안 통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휴― 따라와라.”

“네네?”

대답 대신 대기실 밖으로 나간다.

덜컥―

문을 열고 나오는 아벨을 본 안내인들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저, 저하! 아직 차례가 안 됐는데요?!”

“앤디 피츠의 대기실로 안내해라.”

“네?”

“저하?”

단호하게 한 번 더 쐐기를 박는다.

“어서 안내해라.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모든 대기실을 열어보며 확인하겠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안내인들은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는 안내를 시작한다.

“그럼 이쪽으로…….”

따라가면서 말한다.

“러네이 너도 따라와.”

러네이는 인간들이란 참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아벨을 바라보지만.

“어서! 당장 따라와!”

아벨이 불같이 화를 내자 결국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대답한다.

“네에…… 네에…….”

그렇게 러네이를 데리고 안내인들을 따라 앤디의 방으로 갔다. 앤디의 방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저하. 여기입니다.”

“그래. 너희들은 여기서 대기해라.”

앤디의 대기실의 안내원은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해했지만 아벨의 안내인과 러네이의 안내인의 울먹거리는 표정을 보고는 그냥 잠자코 있기로 한다.

덜컥―

아벨은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에서 앤디는 신관들에 의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아벨을 알아본 앤디는 치료 중에도 벌떡 일어나 예를 갖추려 한다. 하지만 부상 부위가 아파와 제대로 된 예는 갖추지 못한다.

“크큭― 저하. 죄송합니다. 부디 제대로 예를 갖추지 못한 점 이해해주시기를…….”

“아니다. 이해한다.”

그때 러네이도 들어온다.

러네이를 본 앤디는 두 눈을 부릅뜨며 ‘도대체 왜?!’ 하는 표정으로 아벨을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

그 복잡한 얼굴의 앤디에게 왜 러네이를 데려왔는지 설명한다.

“사과하라고 데려왔다.”

그리고는 신관들을 바라보는데.

“그 전에, 잠시면 되니 자네들은 자리를 피해 주겠는가?”

신관들은 앤디를 봤었는데, 앤디는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신관들은 밖으로 나갔다.

신관들이 모두 나가자 아벨이 말한다.

“러네이가 네게 심한 장난을 친 거 같아 함께 사과하러 왔다.”

그러면서 앤디를 향해 허리를 굽히는 아벨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