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79화 (79/178)

제79화

79화. 야! 죽을래?!(1)

로만이 나가고 아벨은 소설 속 그에 대해 떠올린다.

‘소설에서는 약자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지.’

7인의 성검사 중에는 대중들의 시선에 정의롭지 못한 2명이 있었는데, 바로 이번에 아벨을 죽이기 위해 출전한 로만과 리차드였다.

사실 로만은 정의롭지 않다기보다는 그의 정의가 다른 이의 정의와 그 기준이 상당히 달랐었다. 그는 강한 자는 신의 선택을 받아 태어난 존재이기에, 그 선택받은 강한 자들만이 세상의 정의이고 법칙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래서 다른 성검사들과 아주 많이 다퉜었다.

‘아덴처럼 강자존强者存, 약자멸弱者滅을 가장 중시하는 자였어. 진짜 아덴 출신의 리차드와는 달리 말야.’

반면 리차드는 저 지독하리만큼 강자를 추앙하던 아덴의 출신임에도 전혀 아덴 출신 같지 않았었다.

‘리차드는 여자만 좋아했었지. 여자에게 잘 보이는 것밖에는 관심이 없었어.’

사실 그가 아벨의 밑에 들어간 이유도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마족을 멸살滅殺하기 보다는 단순히 여자들에게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였다.

리차드가 괜히 ‘바람의 검사’가 아니었다.

대단한 바람둥이여서 ‘바람의 검사’인 것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자신이 요즘 떠오르는 ‘바람의 검사’였으니.

‘이거 참 그냥 철가면을 쓰고 다닐 걸 그랬어.’

겉모습이 워낙 잘났으니.

진심으로 피곤하긴 했었다.

‘하하― 내가 살면서 잘생긴 외모로 걱정할 줄이야.’

예전 세상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였기도 했었지만, 솔직히 다른 너무 많은 걱정들 때문에 외모를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었다.

‘물론 좋은 게 나쁜 것보다는 낫지만.’

그건 확실했었다.

덜컥―!

그때 누군가 노크도 없이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와 소리친다.

“저하! 저 왔어요!”

이번에야말로 러네이였다.

노크조차 없이 들어온 러네이를 보고는 ‘내가 아직도 널 잘 몰랐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노크 정도는 할 줄 알았던 것이었다.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 잘 갔다 왔느냐?”

껑충 뛰어 아벨의 옆에 앉으며 대답한다.

“당연하죠! 저를 뭐로 보고!”

그리고는 얼굴을 들이밀며 이어 묻는다.

“뭐해요? 안 심심해요?”

“심심하긴 하다만…….”

말하면서 그녀의 전신을 보니 온몸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걸 보니 일부러 처음부터 잔혹하게 겁을 줘 예선전을 일찍 마무리 지은 듯했다.

“……일찍 끝냈구나.”

“제가 좀 강하긴 하잖아요? 물론 저하랑 오붓하게 단둘이 있고 싶어서 일부러 좀 더 일찍 끝낸 것도 있지만. 호호― ”

그러면서 안 그래도 가까운데 더 가까이 다가오려고 한다.

“오지 마. 피 묻는다.”

“아 이거요? 벌써 굳었어요. 걱정 마요. 안 묻으니까.”

그럼에도 아벨은 멀찍이 떨어졌다.

“그런데 넌 갑옷 없이 싸울 건가?”

“에이 설마요. 예선전이니까 그냥 이렇게 싸운 거지.”

현재 러네이는 갑옷은 입지 않고 갑옷 안에 입는 가죽옷만 입고 있었다.

“잠시만요. 제 갑옷 한 번도 못 보셨죠?”

“예전 미스라임에서 보긴 봤다만.”

그땐 그냥 평범한 철갑옷을 입었었다.

“그건 그냥 대충 입을 때 입는 거죠. 오늘 같이 제대로 해야 할 때는 진짜를 입어야죠.”

그러면서 아공간 주머니에서 아벨이 입고 있던 용혈갑과 같은 묵빛의 갑옷을 꺼냈다. 그리고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주섬주섬 입기 시작한다.

“……?!”

“역시 우린 운명이죠? 저도 까암짝 놀랐다니까요? 저하의 용혈갑을 보고는? 우리 완전 커플 갑옷이죠? 호호호호―”

급하게 근처 블랙 드래곤에게서 공수한 거 같았다.

왜 저번 주말에 기숙사로 안 찾아오나 했었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하……

헛웃음이 절로 새어 나온다.

떨떠름하게 말한다.

“……비슷하긴 하군…….”

“네. 물론 성능 면에선 비교가 안 되겠지만 디자인은 꼭 커플 같죠?”

그랬다.

확실히 같은 디자인이었으며, 용혈갑이 남자용처럼 보인다면 러네이가 입은 갑옷은 여자용처럼 보였다.

“……설마 검까지 똑같이 맞춘 건 아니겠지?”

그 물음에 천연덕스럽게 되묻는다.

“네? 뭐가요? 뭘 맞춰요?”

하면서 검을 꺼내는데.

“하하…… 이런이런…….”

검마저 저번의 그 순백의 대단히 고귀해 보이던 검이 아니라, 용골검에 비해 조금 얇아 보이는 아주 아주 유사한 묵빛의 검이었던 것이었다.

“신기하죠? 그래서 전 저하의 용혈갑과 용골검을 처음 보았을 때, 저하가 제가 그토록 오래 기다려 왔던 바로 그 운명의 상대라고 확신했었다니까요? 아 물론 용골검과 용혈갑을 보지 않았어도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저 뻔뻔함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때였다.

“저하. 본선 대진표를 짜신답니다. 지금 이동하셔야 합니다.”

밖에서 들린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자. 이제 시작한다는구나.”

“넵! 가시죠! 우리 저하!”

그 활기찬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기실을 나간다.

러네이와 함께 대기실에서 나오자 안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진행 안내원이 아벨이 입은 용혈갑과 같은 디자인의 러네이의 묵빛 갑옷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자.

“뭐야 그 얼굴? 이 새끼가 진짜 죽을래?”

“……?!”

“얼굴 안 펴? 어? 근데 이 새끼 눈도 재수 없네? 야. 눈 안 깔아?”

갑작스런 러네이의 험악한 말에 안내원은 깜짝 놀라 얼굴을 바르게, 최대한 공손하게 폄과 동시에 눈을 얼른 내리깐다.

그도 알던 것이었다.

러네이가 예선전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다급히 용서를 빈다.

“죄, 죄송합니다…….”

“야. 너 우리가 누군지 몰라? 정말 죽고 싶어? 어?”

좀 과한 거 같아 아벨이 말린다.

“러네이. 참아라. 그리고 넌 어서 안내하거라.”

하지만 러네이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차오르는지.

“아오! 저걸 그냥 다신 얼굴 못 펴게 얼굴을 묵사발 내버린 후 확 눈알을 뽑아버릴라!”

“참아.”

“저하! 저런 것들은 본보기로 제대로 족쳐야 한다니까요?!”

“안다. 알겠으니 다음번에도 또 그런다면 그때 네가 얼굴을 다시 못 펴게 묵사발 내버리고 눈알도 뽑아버리거라. 오늘은 처음이니 좀 봐주고.”

“아오! 진짜! 너!”

러네이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네, 네, 네?!”

덜덜덜 몸을 떠는 그에게 마지막 경고를 날린다.

“잘 들어. 이번엔 저하 때문에 한 번 봐준다만, 또다시 그런 재수 없는 눈과 얼굴 보였다간 다신 얼굴 못 펴게 묵사발 내줄 뿐만 아니라 다신 아무것도 못 보게 눈알을 뽑아 갈아 마셔 버릴 거야. 알겠어?”

“네, 넵! 넵! 아, 아, 알겠습니다!”

떨면서 오줌도 좀 지린 거 같았다.

“새끼. 더럽게. 야. 아무튼 어서 출발해.”

“네네넵!”

그러면서 아벨에겐 대단히 상냥하게 말한다.

“가시죠. 우리 저하.”

“……그래.”

러네이의 그 살벌한 모습을 보면서 이게 3500년의 연륜인가 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 벌벌 떠는 안내인을 바라본다.

그리고 옆에서 걷고 있는 러네이도.

빛나는 은발에 우아하고 완벽한 얼굴.

곧게 세운 허리와 당당하고 기품 있는 걸음걸이.

물론 평소 품행은 전혀 기품 있지 않았지만.

아무튼.

‘무구가 비슷해서 또 말들 나오겠군…….’

그걸 생각하자 또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하아……

한숨은 덤이었고 말이다.

* * *

시끄러운 군중들 속에서 흑발의 고고해 보이는 소년이 푸른 머리의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청년에게 드래곤들끼리만 사용 가능한 텔레파시로 짜증을 낸다.

《도대체 언제 시작하려는 건지.》

《조금만 참으시지요. 이제 곧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데 러네이안 그 아이도 나오는 건가?》

《네. ‘러네이 코널리’라는 이름으로 나올 겁니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듣자 하니 러네이안이 제가 전에 말씀드린 아벨 황자에게 아주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 얼마나?》

《이번 유희 때만큼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기세라고 했습니다.》

《웃긴 아이군.》

《그렇습니다. 대단히 웃긴 드래곤입니다. 이번 대회 출전도 아벨 황자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출전했다 합니다.》

《아벨 그 아이에게 용골검과 용혈갑도 있고 게다가 흑풍흡검을 쓴다면서? 그런데도 굳이 도와줘야 하나?》

《아무래도 7성 정도이다 보니 말입니다.》

《겨우? 겨우 7성밖에 안 되나?》

《아직 16년밖에 안 살아서 말입니다.》

예전 다른 용사들과 그리고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아서를 떠올린다.

《하긴 16살에 7성 검사이면 확실히 특출 난 재능이긴 하군.》

《하지만 이번 적들 중에선 9성 검사도 나올 것입니다.》

《그래. 하지만 용혈갑과 용골검이 있다면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흑풍흡검까지 쓴다면 말이지.》

《맞습니다. 그래서 아벨 황자와 러네이안도 낙관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적들은 그런 스펙을 모르나? 아벨 황자에 대한?》

《아닙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 그저 과소평가할 뿐이지.》

《그래?》

《네. 그래도 완벽하게 죽이기 위해 대리인들에게도 드래곤의 뼈로 만든 무구들을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만 지원하면 충분하다고 여기면서 말입니다.》

《하하― 우리의 동족들이 인간들의 권력 다툼의 도구가 될 줄이야.》

《그래도 덕분에 우린 재밌는 걸 보지 않겠습니까?》

《하긴 덕분에 박진감 넘치게 싸우긴 하겠군.》

《그런데 경기가 다 끝나고 아벨 황자를 만나보실 겁니까?》

《우선 어떻게 싸우나 좀 보고. 보고 제대로 싸우면 마력흡수를 알려줘야겠지. 이왕 주인이 생겼다면 용골검이 제대로 쓰이길 원하니까.》

《음…… 그런데 러네이안의 말에 따르면 마력흡수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비트칸은 가볍게 헛소리로 치부한다.

《헛소리일 것이다. 마력흡수는 용골검의 특수한 마력 흐름을 모르면 결코 할 수 없는 것.》

러네이는 이러한 사실은 몰랐기에 용골검만 있으면 마력흡수는 당연히 기본이라고 여겼던 것이었다.

《하지만 러네이안은 분명 아벨 황자가 마력흡수를 했다고 했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러네이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래곤들은 보통이 거짓말을 굉장히 싫어했었다.

정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번쩍 머릿속에 어떠한 가정이 떠오른다.

《……정말 재미있군…… 만약…… 만약 정말 그러한 특별한 재능이라면 용사일 수도 있겠어…….》

《……?》

《제튼. 최근에 신들에게서 연락이 있었나?》

《없었습니다. 지금은 ‘평화의 시대’이니 말입니다.》

비트칸은 그럼에도 자칫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하지만 만에 하나 이후 그 역겨운 신들에게서 더러운 짓을 명받게 된다면 그 아이가 진짜 용사일 수도 있겠어.》

하지만 제튼은 솔직히 용사가 나타날 때인가 해서 그 말을 가볍게 웃어넘긴다.

* * *

아벨과 러네이안이 같은 디자인의 갑옷을 입고 또 검을 차고 대기실에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비웃음으로 물들어 있었다.

심지어 바람둥이 바람의 기사 리차드 칼리언까지 아벨을 바라보며 ‘와― 진심 대단한 새끼다.’ 라는 얼굴이었다.

솔직히 아벨은 너무 창피해 얼굴을 붉혔었지만, 러네이는 아니었다.

러네이는 그럼에도 도리어 매우 당당해 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에 당연하겠지만 대단히 자존감이 높았던 것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최고끼리 만나는데 허접들이 뭔 상관이냐는 그런 느낌이다.

‘……일단 천혜안으로 정보부터 모으자…….’

아벨은 아무튼 그러한 것들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본선에 누가 올라왔는지부터 천혜안으로 확인한다.

『크리스찬 요한센

정보 - 마법 명가 요한센 백작가 삼남. 훗날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이며 ‘정의의 검’이라는 이명을 가짐.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 3학년. 7성 검사.』

『앤디 피츠

정보 - 코렌트의 피츠 백작가 장남. 훗날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이며 ‘용사의 검’이라는 이명을 가짐.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 2학년. 7성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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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리차드 칼리언

정보 - 검술 강국 아덴의 자작. 훗날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이며 ‘바람의 검사’라는 이명을 가짐. 8성 검사.』

다시 한 번 작가의 태만함에 찬사를 보낸다.

‘정말 이거 복붙한 것도 아니고…….’

7인의 성검사는 그 정보가 거의 똑같았으니.

‘……그래. 누가 누군지만 알면 됐지. 아무튼. 역시 7인의 성검사는 모두 올라왔군.’

아직 모두 모인 건 아닌 거 같은데 일단 ‘7인의 성검사’는 모두 올라온 것 같았다.

그리고 지산의 친형을 포함한 푸뉴스 가家 무투사들도 두 명 있었고, 아덴의 검사들과 브릴튼 기사연합국의 검사들도 몇 있었다.

‘그런데 죠슈아가 없군. 아직인가?’

죠슈아를 찾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드륵―

그러면서 아벨에게 가장 먼저 다가와 예를 갖춘다.

“저하.”

역시 죠슈아였다.

죠슈아가 아벨 때문에 일찍 죽어서 그렇지 ‘무결점 검사’라고 불릴 정도로 강했었기에, 그는 7인의 성검사와 동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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