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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76화 (76/178)

제76화

76화. 정의 무투회 출전(1)

“사위가 이번에 출전하기로 했다고?”

“네. 전하. 들리는 소문으로는 황태자가 아벨 저하를 출전시키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공격해 얻어낸 결과라고 했습니다.”

“끄응― 거 참 치졸하구만. 그나저나 우리 사위는 정말이지 큰 인물이군.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안전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쓸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그런데 그 주변 인물들 중에 우리 사나도 들어가 있는 건 아니겠지?”

얀 국왕의 물음에 제바스티안은 마치 자기가 당한 것처럼 분노를 꾹꾹 누르며 대답한다.

“……굳이 따지자면 들어가 있었습니다…….”

쾅―!

책상을 힘껏 내리쳤는데, 책상에 있던 서류들이 사방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 날아가는 서류들 틈으로 얀 국왕은 격노한다.

“이런 개 같은 애송이 새끼가!”

아무리 제국의 황태자라고 하지만 감히 자신의 딸까지 위협하다니.

“그 개잡종 새끼는 이번 무투회 때 나온다더냐?!”

나온다면 아벨이 자신을 대신하여 감히 사나를 위협한 황태자를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읽은 제바스티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단히 안타까워하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대리인들을 내보낸다고 했습니다.”

“뭐?! 누구?!”

“작년 우승자 아덴의 리차드 칼리언과 3년 전 우승자인 제국의 로만 드로즈도프를 내보낸다고 했습니다.”

“아니 우승자들을 내보낸다고?”

하베츠도 재작년 우승자이긴 했지만, 얀 국왕은 그건 제국에서 그를 최연소 우승자로 만들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결과라고 믿고 있어 그의 강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우승자들의 출전에는 괜히 걱정이 됐다.

“네. 그러하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간을 사납게 구기며 묻는다.

“둘의 현 실력은?”

“리차드는 8성 후반, 로만은 9성 초반 검사입니다. 둘 다 자국에선 알아주는 기대주이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역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아벨의 성취가 7성 후반이라 들었던 것이었다.

“흐음― 단단히 준비했구만.”

“네. 이번 공식전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팔이나 다리 하나는 자르겠다는 심산 같습니다.”

솔직히 팔이나 다리가 잘려도 상관없긴 했었다.

자기가 대륙 최고의 마법사로 키워주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이번에 요한센에서는 준비를 안 했던가?”

“30대 이하 마법사로서는 대인전은 크게 강점이 없기에 한 발 뺀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아무튼 자네 생각엔 그럼 우리 사위가 잘할 수 있겠는가?”

얀 국왕의 걱정스런 물음에 제바스티안은 덤덤히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제 생각엔 충분히 이겨내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계시는 사나 공주 저하께서도 전혀 걱정 없다고 하시고 말입니다. 또한 공주 저하의 말씀에 의하면 저하의 정실이라고 주장한다는…….”

“아 그 러네이라는 아이 말인가?”

“네. 그 아이가 엄청난 강자여서 둘 중 하나는 분명 처리해 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끄응…… 너무 잘나도 문제이군. 사나는 그것에 대해선 별말 없는가?”

“공주 저하께서는 이젠 괜찮다고, 지금은 언니, 동생 하는 친한 사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 아이가 아벨 저하께 도움이 된다고 도리어 좋아하고 계시고 말입니다.”

사나가 괜찮다고 함에도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그것도 좋진 않은데…… 어떻게 일국의 공주와 일개 남작가 영애 따위와 같은 선상에 선단 말이더냐. 그리고 자신이 정실이 될 거라면서 떠벌리고 다닌다면서?”

“걱정 마시지요. 말만 정실이라고 지껄일 뿐이지 결국엔 정실은 공주 저하가 되실 거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후첩을 두는 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군.”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벨 저하께서 워낙 뛰어나시다 보니.”

“하긴 에브니아 역사상 최강의 남자가 될 자질이 있는데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 점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수잔 황비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 러네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말이야.”

“그분께서는 아벨 저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시는지라, 러네이라는 아이가 아벨 저하께 도움만 된다면 첩으로 두는 것도 크게 반대하지 않으시는 상황입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그분께서도 분명하게 사나 공주 저하께서 정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점입니다.”

“당연하지. 당연히 사나가 정실이 되어야지. 그건 그렇고 황제 폐하께선 아직 별말 없으신가?”

“반응이 애매합니다. 확실히 폐하께서는 아벨 저하가 죽길 바라시는 쪽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쯧쯧― 아들 잘난 걸 그렇게 질투하다니. 참 세상에 이상한 사람 많다니까.”

“동감입니다.”

그래도 수잔 황비가 사나를 정실로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안도가 되던 얀 국왕이었다.

편해진 마음으로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말한다.

“그나저나 이제 곧인데, 기대되긴 기대되는군”

“맞습니다. 이번엔 정말 대륙의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 모두 출전하니 꽤나 재밌을 것입니다.”

“그래. 이번엔 꽤나 재밌을 거야.”

두 사람은 아벨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무인으로써 이번 정의 무투회가 정말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 * *

아벨은 정의 무투회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참여하게 됐으니 방어 마법 하나 정도는 몸에 새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방어 마법이 없어도 충분히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을 이용하여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거였으니 말이다.

‘파니츠는 그 날 쓸 수가 없어.’

신들의 눈이었던 대신관들도 정의 무투회를 참관했기에, 용사를 상징하는 절대방패 파니츠는 정의 무투회 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방어 마법을 새겨야 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죽으면 그 모든 일이 말짱 꽝이었으니, 안전만큼은 최우선으로 해야 했었다.

딩동―

때마침 사나가 온 모양이었다.

감시구로 확인한 후 문을 열어준다.

덜컥―

후드를 뒤집어쓴 대단히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가 어스름한 초저녁 공기 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를 반갑게 맞이한다.

“잘 왔다. 어서 들어오거라.”

아벨의 반김에도 사나는 성격상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뭐 네.”

그리고 들어와서는 곧장 알아서 소파에 가 앉는다.

그런 귀여운 사나에게 묻는다.

“딸기 우유 한 잔 마시겠느냐?”

“뭐 네.”

“그래. 기다려라.”

냉장 상자에서 딸기 우유를 꺼내 따라 건네준다. 그리고는 마주 앉으며 말한다.

“너를 부른 이유는 너도 잘 알겠지만 이번 무투회 때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방어 마법 하나를 새기고자 함이다.”

“네. 알고 있어요.”

“그래. 그리고 쥬디스 교수님에게 부탁할 수 있었음에도, 다름 아닌 널 부른 건 너에게 몇 가지 마법을 가르쳐주고자 함도 있어서고.”

방학 마지막에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고 드래곤 아티팩트들을 받아온 사나는, 체내 마나 양을 5 서클에서 단숨에 7 서클까지 올려놓은 상황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아벨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네가 마나 양은 7 서클에 도달해 있지만 아직 마법적 지식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래도 황실무고에서 얻은 마법적 지식이 있으니, 나 역시 조금이나마 네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아벨의 말에 사나는 아벨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경청하고자 한다.

“네가 빙계氷界 속성 마법을 주로 쓰고 있으니, 빙계 속성의 드래곤들의 마법을 알려주겠다.”

벌떡―

“드래곤의 마법!”

“그래. 화이트 드래곤이 주로 쓰는 마법.”

“……하지만 제가 과연 드래곤의 마법을……?”

드래곤들의 마법이 대단히 강력했지만, 그만큼 그 수식이 대단히 복잡했던 것이었다.

미스라임에도 드래곤들의 마법이 꽤나 있었었다. 하지만 얀 국왕 및 몇몇 대마법사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어려워 그 마법들에 손도 못 대고 있던 실정이었다.

사나의 걱정을 잘 알고 있는 아벨은 걱정 말라는 투로 말한다.

“내가 조금 쉽게 변형된 마법들을 알고 있다.”

거짓말이었다.

아벨의 재능으로 그 수식을 스스로가 변형시킨 것이었다. 위력은 조금 약해졌지만 그래도 인간들의 마법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일단 앉아라. 차근히 알려줄 테니.”

“우선 저하 몸에 마법부터 새겨요. 그리고 저한테 그 새기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사나 본인도 자신의 몸에 아벨처럼 마법 몇 가지를 새기려고 한 것이었다.

그녀의 더없이 반짝이는 두 눈에 씨익― 근사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알겠다.”

그러면서 사나에게 미리 준비한 유실수有實樹 가지로 만든, 마법으로 정제된 나무칼과 몸에 새겨진 마법을 침착시킬 마법수魔法水를 주었다. 그리고 룬어로 치환시켜 놓은 방어 마법의 마법 주문까지도 함께.

“유실수 가지로 만든 나무칼과 몸에 새겨진 마법을 침착시킬 마법수다. 그리고 이건 네가 적어야 할 룬어로 치환된 마법 주문이고.”

“무슨 마법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10 서클 마법 절대방어絕對防禦다.”

이 마법은 파니츠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었는데, 파니츠가 용사 하나만을 보호하는 것과는 달리 절대방어는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다른 이들까지도 보호할 수 있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낸다고 하여 절대방어라고 불렸는데, 문제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소비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드래곤들도 정말 위험할 때가 아니면 잘 쓰지 않았었다.

사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묻는다.

“……절대방어요……?”

“그래.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쓸 생각이다. 엄청난 마나가 소비되니까 말이다.”

“아…….”

“그럼 부탁하겠다.”

그러면서 윗옷을 훌렁 벗는다.

사나는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짧은 비명을 지른다.

“꺅!”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아벨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바닥에 엎드린다.

“……등에다가 그 나무칼로 새기고 마법수로 닦아주면 된다.”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그리고는 천천히 아벨에게 다가가 아벨이 적어준 그 룬어를 가지고 강철처럼 단단하고 널찍한 등판을 매만진다.

“아…….”

매만지면서 어디에다가 쓸지 고민한다.

“…….”

너무 오래 고민하는 거 같아 아벨이 조언한다.

“주문이 꽤나 기니 등 최상단 좌측 끝에서부터 적어야 할 것이다.”

“아…… 네…….”

그제야 아벨이 조언한 최상단 좌측 끝에서부터 쓰기 시작한다.

찌익― 찌익―

사나는 마치 자신의 몸에다 새기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정성껏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

.

.

.

.

.

한 2시간쯤 썼을까?

드디어 다 새겼는지 사나는 마지막으로 마법수를 등에 펴 바른다. 그렇게 펴 바르며 한참을 흘린 피를 씻어내더니.

“휴…… 다 끝났어요.”

그래서 아벨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는 곧장 마법을 새기는 주문을 영창한다.

수아아아아―

아벨의 등에 새겨진 주문이 아벨이 내뱉는 주문과 공명하더니 빛을 내기 시작한다.

후우―

아벨이 내뱉는 숨과 함께 그 빛도 서서히 사그라든다.

“한 번 보겠느냐?”

아벨의 물음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아벨은 사나를 포함하여 절대방어를 시전한다.

등에서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에 따라 은은한 빛이 일어난다.

구오오오오―

그리고는 마력장벽과는 차원이 다른 견고한 마력 결계가 두 사람에게 둘린다.

그 견고하면서도 일렁이는 마력 결계 속에서 사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수아아―

이내 그 마력 결계를 걷어 들이는데 아벨은 지친 기색으로 거친 숨을 내쉰다.

“하아― 하아― 하아― 역시 엄청난 마나를 소비하는군. 하아― 하아―”

그러면서 최상급 포션을 하나 마신다.

꿀꺽꿀꺽―

다 마시고는 사나에게 말한다.

“후우―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마법을 알려줘 볼까?”

아벨의 말에 사나는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얼음 광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그 자리에서 미리 생각해뒀던 것들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 * *

밤새 사나에게 본인의 마법적 지식을 전했다. 그리고 따로 책으로 적은 것도 주었다.

“고생했다. 가서 푹 쉬어라.”

아벨은 아그네스의 목걸이 덕분에 하룻밤 샜다고 피로하지 않았었지만, 사나는 아니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눈 밑 다크서클이 장난이 아니다.

“네.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에 씨익―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그린다.

“네가 나에게 처음으로 고맙다고 했다는 걸 아느냐?”

그 말에 당황해서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다.

“네?”

“하하― 아니다. 아무튼. 조심해서 가거라.”

“아…… 네…….”

덜컥―

그런데 문을 열고는 나가지는 않고 물끄러미 아벨을 바라본다.

한 1분을 그렇게 바라만 본다.

“……?”

뭔가 대단히 아쉽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 묻는다.

“무슨 일 있느냐?”

“……아니에요. 아무튼 저하도 푹 쉬세요.”

하고는 돌아서서 터벅터벅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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