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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71화 (71/178)

제71화

71화. 루드스로(3)

개학 첫날이라 수업이 일찍 끝났다.

마고스가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해 교수실로 찾아갔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하. 조너선과 마티아스가 결국 자퇴를 결정했습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인 두려움이 커져만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러면서 굉장히 고급스런 상자를 건넨다.

“이것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저하께 남기고 간 것들입니다.”

열어보니 아벨이 전에 주었던 보석들과 편지 두 장이 있었다.

곧장 편지를 뜯어본다.

“…….”

내용은 자신들의 존재가 저하께 누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솔직히 하베츠가 두렵다고도 쓰여 있었다.

하베츠가 다신 자신 눈앞에 보이지 말라고 했는데, 하베츠가 2학기에 복귀한다는 소문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도저히 못 가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도움이 못 돼드려 죄송하다고 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불쌍한 것들.’

아벨도 이들을 하베츠가 살아있을 때 도왔다가는 오히려 불똥이 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흰 내가 끝까지 책임지겠다.’

“무슨 내용입니까?”

마고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죄송하다고 하는군요. 도움이 못 되어서.”

“아…….”

충분히 이해된다는 얼굴이었다.

“하베츠가 2학기에 온다는 소문이 있으니 두려워서인 것도 있고 말입니다.”

“황태자 저하는 정의 무투회 때나 올 것입니다…….”

고개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나저나 이번 정의 무투회 상품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제 생각엔 어떻게든 저하를 출전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피식― 웃으며 말한다.

“굉장히 구린 냄새가 나는군요.”

“그렇긴 하지만 저하를 이길 자가 있겠습니까?”

“저를 7성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 윗급의 검사들을 데리고 오겠지요. 음― 그렇다면 그 드래곤 하트는 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일단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형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나오실지는.”

솔직히 어떤 공격이 와도 박살 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하베츠가 얼마나 역겨운 놈인지 잘 알기에 이번처럼 주변인들을 공격할까 봐 걱정이 되던 아벨이었다.

* * *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과 동아리실로 이동한다.

“러네이를 원예부에 넣을까 한다.”

“네에?!”

케이는 얼굴을 사정없이 구기며 결사반대라는 표정이다.

반면 사나와 로디아는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표정이고.

“확실히 그게 낫겠어요.”

“맞아요. 러네이 언니는 다른 곳에 들어가면 정말 큰일 날 거예요.”

사나는 러네이와 그래도 비교적 오래 함께했기에 이제는 체념하고 언니라 부르고 있었다.

러네이가 케이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말한다.

“동생.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데, 걱정 마. 난 관대한 여자니까 말야. 저하를 혼자서 독차지할 생각은 없어.”

“네에에?!”

“우리 그냥 편하게 나이순으로 하자고. 사나랑은 그러기로 했으니까.”

“……?!”

사나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러네이는 계속 말을 잇는다.

“그러니 케이 동생. 동생도 나를 언니라고 불러. 그리고 난 내 가족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는 편이니까. 혹여나 누가 괴롭히면 말해.”

그러면서 카시드를 노려본다.

카시드가 그 눈빛을 느끼고는 버럭 소리친다.

“뭐야?! 왜 날 노려봐?! 한번 해보자는 거야?!”

“별것도 아닌 게 목소리만 커가지곤.”

“이게 죽으려고!”

“그만!”

아벨이 나서서 말린다.

“너희는 만날 때마다 싸울 생각이냐?! 앞으로도 매일 볼 텐데?! 러네이! 나와 약속한 걸 잊었나?!”

아벨이 화를 내자 즉각 싸움을 멈췄다.

그리고 때마침 동아리 건물에 도착했다.

“러네이! 너는 나를 따라와!”

“눼에∼ 눼에∼”

그러면서 끝까지 카시드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 말썽꾸러기를 데리고 곧바로 원예부로 간다.

이동하면서 말한다.

“러네이. 너 자꾸 이러면 나 너랑 말 안 한다.”

에엑―!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얼굴로 따져 묻는다.

“우리 맹세로 서로에게 해 끼치지 않기로 했잖아요?!”

“말 안 하는 게 무슨 해를 끼친다는 말이냐.”

“저한테는 저하하고 말 못하면 그게 해거든요!”

“그렇다면 네가 여기서 싸우는 것도 나에게 해라는 걸 잊지 않길.”

“허얼!”

“맞지 않느냐? 네게 혹 큰일이 생긴다면 내겐 큰 마이너스니까.”

“제가 질 것 같아요? 여기 루드스에서?”

“모르지. 진짜 재수 없게도 다칠 수도 있고, 또는 황실에서 외부 사람을 데려올 수도. 너를 죽이려고 말이다.”

“오호∼ 저를 생각해주시는 듯 말하네요.”

“너를 생각 많이 하지. 앞으로 오래 함께해야 하는데.”

드래곤에게는 다른 여주인공들과 같은 감정이 아니었지만, 그러나 러네이의 존재는 확실히 마족 멸살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기에 표면상으로 잘해줄 필욘 있었다.

러네이는 아벨의 말에 우쭐해 했다.

“역시. 내가 정실이었어.”

“……그런 건 아니다만. 그건 그렇고 도착했군.”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원예부실에는 선배 3명이 널브러져 얼굴에 책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아벨이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흠흠―!”

“으음…….”

“으으으응…….”

“…….”

역시 바로 일어나는 사람 하나 없다.

더 크게 헛기침을 한다.

“흠흠흠!”

“으으으음…… 누구야……?”

“나다.”

벌떡―! 셀마가 깜짝 놀라 일어나더니.

“으힉! 저하!”

곧바로 입가에 묻은 침을 닦고는 리나와 멜라니를 흔들어 깨운다,

“야야! 일어나 저하께서 오셨어!”

나머지 둘도 입가의 침을 닦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놀란 셀마와는 달리 둘은 매우 침착하고 여유롭다.

“어쩐 일이래요…… 원예부에도 다 오시고…….”

“그러게…… 개학 첫날부터…….”

아벨은 그녀들을 어이없어하며 묻는다.

“너희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와 있을 수 있는 거지? 수업 안 들어갔나?”

리나가 하품을 하며 대표로 말한다.

“하아아암― 원래 첫날은 안 들어가는 거라구요…… 하아암―”

기지개를 켜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웃차! 그런데 그 아리따운 분은 누구세요?”

딱 봐도 연상처럼 보였었다.

그래서 존대를 했었는데, 제복의 노란 견장이 보였다.

“어우야 이제 케이, 사나로도 만족 못 해 유부녀를…… 역시 그 추문이 사실이었나…….”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헛소리 말아라. 그리고 여기는 러네이 코널리다. 오늘 입학했다.”

러네이는 자신을 유부녀라고 했음에도 화 대신 리나를 상냥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러네이 코널리라고 해. 그리고 내가 너희보다 나이 많으니까. 각별히 조심하고.”

덜컥―

그때 다행히 케이와 사나, 로디아가 도착한다.

“저희도 왔어요.”

리나가 반겨준다.

“그래. 어서 와. 그런데 오늘 신입생분이 오셨는데.”

“알아요. 우리 반이에요.”

“그래? 아무튼 뭐 그럼 신입생 환영회를 해볼까?”

다들 러네이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었고 최대한 빨리 가까워지기 위해선 술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모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서먹한 사이에서 친해지기에는 술만큼 좋은 게 없다더니…….

어깨동무를 하고 네 여자가 앞장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케이와 러네이가 있었고.

‘철가면을 벗은 대가인가…….’

러네이 때문에 소설에서 아벨과 엮이던 또 다른 여자는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까지 했었다.

‘아르시아 외엔 없겠지……?’

어떤 여자와도 엮이지 않는 게 목표였었는데…….

이게 갈수록 상관없었던 여자들하고도 엮이는 것만 같다.

후우…….

요즘 들어 한숨이 잦아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동생! 나만 믿으라고! 내가 저하의 마음을 화알짝 열어 놓을 테니 말야!”

“네에엡! 저는 우리 언니만 믿어요오오!”

“내가 저번에 보니까! 사나가 저하의 대처에 쩔쩔매더라고! 아니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딨어?! 안 그래?! 저하도 분명 좋으면서도 괜히 빼는 거라고!”

“옳소! 옳소!”

아까부터 계속 저 얘기다.

고자가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는 것이다.

“게이는 아닐 거야?! 그렇지 않아?!”

“에이 설마!”

“근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니까?!”

“헐― 그럼 지산하고 유독 친한 이유가?!”

그러면서 음흉하게 뒤돌아 아벨을 바라보는데.

“…….”

아벨이 싸늘한 얼굴로 나직이 말한다.

“너희 진짜 혼난다.”

화난 얼굴을 봤음에도 여자들에겐 별 타격이 없는 듯하다.

“눼에∼ 눼에∼”

“뭐 그러시겠죠.”

“맨날 저래요. 막 협박하고.”

“그럼 뭐 우리가 쫄 줄 아나.”

아벨은 오늘은 더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해 기숙사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틀었다.

“어어?!”

“도망간다!”

저 얼굴들을 안 봐야 답답한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요즘 윌리엄이 안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만.’

여자들이 아벨을 뒤에서 불러댔지만 아벨은 무시하고 앞으로 곧장 걸었다. 어디든 저 얼굴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직진만 하다 보니 뜬금없이 이상한 곳에 들어가고 만다.

“아……!”

아벨의 탄식과 함께 러네이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뭐야! 저하 일부러 유도하신 거? 여기 근데 꽤나 낭만적인데?”

케이, 로디아, 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여기는!”

“진짜 일부러 유도하신 건가요?”

“저하가 이러실 줄은.”

아직 어두운 시간이 아님에도 뜨거운 태양 빛이 푸른 잎들을 비추어 반짝반짝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었다.

길 곳곳에는 연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벤치에 앉아 꽁냥꽁냥 거리고 있다.

“제길!”

아벨이 잘못 들어온 이 길은 바로 평생의 연인을 만들어 준다던 ‘인연因緣의 길’이었던 것이었다.

잘못 들어왔음을 깨닫고 곧바로 뒤돌아 돌아가려 했는데.

“어딜!”

“안 돼요!”

“맞아요!”

“저하가 이러실 줄은!”

네 명이서 손을 잡고 아벨이 못 빠져나가게 바리케이드를 쳤다. 길의 폭이 좁아 네 명이 손을 잡고 벌리니 도저히 빠져나갈 공간이 없었다.

‘순간이동을 쓸 수도 없고.’

순간 정말 순간이동을 쓸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휴 참아야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체면이 안 서서 그냥 뛰어넘기로 한다.

탓―

그래서 땅을 박차고 뛰었는데.

탓―

“어딜!”

러네이였다.

그리고 지금으로선 러네이를 이길 수 없기에 함께 뛰어오른 러네이를 밀치고 뒤로 튕겨 나간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돌아서서 그냥 걷는다.

도저히 여기서 체면 구기지 않고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듯했다.

혼자 왔다는 얼굴로 인연의 길을 걷는다.

“앗! 또 도망간다!”

“얘들아 쫓아!”

“네! 언니!”

“어디 가세요!”

“저하가 이러실 줄은!”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태양이 인연의 길까지 닿아 모든 걸 붉게 물들인다. 그 붉은 빛 반짝임이 아련한 느낌을 불러왔다.

아벨은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여자들은 아벨의 뒤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뛰어갈까도 했는데, 그것 역시 체면이 안 살 듯했다.

‘나도 진짜 황자 다 됐군.’

아벨의 기억을 온전히 받으면서 그의 기억에 감정과 말투, 행동마저 물들어버린 자신을 매 순간 느끼고 있었다.

‘하긴 여기서는 황자이니 괜찮으나 돌아갔을 때가 문제긴 한데.’

항상 이곳에서의 삶에 너무 푹 빠지지 않도록, 틈틈이 돌아갔을 때를 생각하곤 했었다.

‘돌아갈 때, 아벨의 능력 하나만 좀 가져갔으면 좋겠군.’

그럼 현실에서 굉장히 편할 것 같았다.

‘맞아.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어머니께 더 많이 효도를 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진심으로 작가에게 부탁을 해볼까 생각한다.

‘……아무튼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거지만.’

그때 이전 세계의 어머니를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이곳 세계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이번 주에 오신다라…… 러네이 때문이겠지.’

러네이에 대한 소문이 아주 추악하게 대단히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수잔 황비가 걱정을 안 하는 게 이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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