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70화 (70/178)

제70화

70화. 루드스로(2)

러네이의 입학은 교수들과 교직원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또한 황궁에도 흘러들어 가 추악한 염문으로 변질돼 화제가 되고 있었고.

“아벨이 여자를 루드스에 입학시키다니. 그것도 자신을 아벨의 정실이라고 지껄이는 여자를.”

철혈황후라 불리는 다이나 드로즈도프는 1학년 B반 담임 교수인 코스차 드로즈도프에게 그 사실에 대해 보고받던 중이었다.

그녀의 강철과 같은 얼굴이 코스차의 무덤덤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년에 대해 하베츠는 드래곤일 거라고 추측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황후에게 자신의 솔직한 판단을 이야기해준다.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그 완벽해 보이는 외모나, 나이에 비해 말도 안 되는 강함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왜 진즉에 안 알려진 것이지?”

“어릴 때 잠깐 외모와 검술적 재능 때문에 화제가 되긴 했었습니다만. 아주 잠깐 화제가 된 이후 곧바로 검술을 수련하기 위해 모습을 감췄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었군.”

“네. 황후마마.”

“그런데 그년이 인간일 가능성도 있나?”

“아주 크진 않지만 인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하베츠 저하께서는 러네이가 혹 드래곤이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면 최소 10성 검사일 거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이번 자객 수에 대비하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

“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러네이가 루드스에서는 7성이라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그 나잇대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과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 스승을 통해 드래곤 하트 다수를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스승이 드래곤이라고 하는 말인가?”

“그건 밝힐 수 없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런 의도인 듯했습니다.”

“영악한 년이군.”

“어떡하시겠습니까?”

“확실히 러네이 그년이 아벨의 곁에 있으면 아벨을 공격하기 힘들겠어.”

“그래서 정의 무투회가 사실 가장 좋은 기회이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걱정하는 것은 과연 아벨이 드래곤 하트 하나로 참가하겠냐는 거야. 자신이 위험할 거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지.”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명색이 드래곤 하트인데 말입니다.”

“드래곤 하트를 받아도 섭취를 도와줄 신관이 없잖는가. 옆에 성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음…….”

두 사람 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채 골몰히 생각에 빠져 있다가.

다이나 황후가 입을 연다.

“……그래. 그 녀석이 사람에 약하니까 사람을 이용해야겠어.”

“사람 말씀이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 녀석과 가까이 붙어 있는 연놈들을 조사해봐. 분명 이용해 먹을 것들이 있을 테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후마마.”

다이나 황후는 자신이 아벨을 너무 얕봤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시간을 주려 했었던 나를 반성하게 하는군.”

분노에 휩싸인 다이나 황후의 형형한 두 눈이 불길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 * *

케이는 볼을 퉁퉁 부풀리고선 방학 때 아벨이 아슈트반 영지로 안 온 것에 삐져서 아벨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

그런데 케이의 예상과는 달리 아벨은 삐진 케이를 달래기는커녕 별 신경 안 쓴다는 듯이 빈 교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나아.’

너무 자신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았다.

그래야 나중에 큰 상처 안 받을 것이니까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미련 가져선 안 돼.’

현재 강하게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는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소망이 흐려지고 있다는 걸 느꼈던 것이었다.

주원도 남자였었다.

본능적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본능적인 것이 주원에겐 크나큰 죄악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일깨우듯 잊혀져 갈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꿈을 꿨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오늘의 내용은 원망하던 어머니를 잃어버린 꿈이었다.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울고 불며 후회하던 그 꿈을.

주원은 개 같은 아버지가 어린 여자와 바람나 도망가고 어머니도 일 나가 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좋지 않은 생각들을 지우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그때를 떠올렸다.

어두운 밤 반짝이던 거리를 바라봤다.

자기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저처럼 빛나는 것만 같다.

‘그땐 왜 그랬었는지…….’

그땐 왜 그랬었는지, 모든 게 어머니 탓만 같았다.

다른 집과 다른 환경이, 일찍이 돈을 벌어야 하며, 어머니를 위해 공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머니 때문에 어른이 되는 걸 강요받는다 생각하며.

솔직히 어머니를 원망하고 미워한 적이 많았다.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버림받지 않을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원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몰래 우시는 걸 보고 주원이 뭐라고 화를 내니 오히려 주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다.

어머닌 언제나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셨고 버러지 같은 자신을 언제나 아끼고 사랑해 주셨다.

‘……최주원 이 쓰레기 같은 새끼…….’

너무 지쳐서 더는 일어나기 싫었을 때, 그때 판타지 소설을 보며 구원을 받았었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은 나와는 다르게 언제나 강했고, 멋있었으며, 심지어 성격도 정의로워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꼭 그렇게만 된 것 같아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소설 속으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이 아니었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군대에서 말년 휴가를 받았을 때였다.

우습게도 소설 속 주인공의 어머니를 향한 효심에 감동해 나도 어머니께 이제 정신 차리고 효도해야지 했었다.

하지만.

‘대장암 말기입니다. 이미 주변으로 전이가 심해…….’

의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버티신 겁니까…… 어머니……,’

이제야 정신 차리고 어머니께 효도해야지 했었는데.

기회마저 빼앗아 가시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것인지…….

‘……이젠 기회가 생겼어…….’

그 기회마저 빼앗아간 신이 그래도 동정심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려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정말 그것도 아니라면 주원 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어머니 이선형 씨를 되살린다든지―]

돌아가시면서도 내게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였다.

이젠 내가 그녀에게 보답할 때다.

‘그러니 케이, 사나 너희에겐 정말 미안하다.’

그녀들의 진심을 느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하지만 내 존재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래.

그래서 마족 멸살의 사명도 하는 거니.

내 욕심과 욕망만 조금 죽이면 됐다.

드륵―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마고스와 러네이가 들어왔다.

완벽한 미모의 여자가 들어오자 학생들은 깜짝 놀란 얼굴이다. 어디서 저런 아름다운 여자가 또 나타났지? 하는 얼굴.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학생들은 러네이를 처음 보았기에 대단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처음 본 케이와 로디아, 지산도 깜짝 놀라고 있었다.

마고스가 교탁에 서서는.

“이 녀석들 방학들 잘 보냈느냐?”

“네!”

힘찬 대답에 만족해하며 말한다.

“그래. 그래도 밝아서 좋군.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 우선 너희에게 소개해 줄 친구가 있다. 러네이. 앞으로 나와 자기소개를 하도록.”

앞으로 한 발 나오며 자신감 있게 말한다.

“안녕. 러네이 코널리라고 해. 나이는 25이고 검술 성취는 7성이 좀 넘어.”

그 말에 우와아아아― 하고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7성이라고?!”

“그럼 저하와 카시드와 동급이라는 말이잖아?!”

“코널리?! 내가 아는 코널리 남작가?!”

“어떻게 저런 미인이 알려지지 않은 거지?! 누가 나 좀 이해시켜 줘봐!”

“저렇게 미인인데 강하다니! 그게 말이 돼?!”

그렇게 놀라면서도 러네이의 성숙미에 음흉하게 바라보는 남학생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러네이는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려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표출한다.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그들 중 본보기로 한 명을 잡아 노려보면서.

“그리고 이번 한 번만 말하겠는데, 나는 아벨 저하의 것이니까 너처럼 그런 눈을 하고 있다면!”

휘익―!

쩌걱―!

손을 휘둘렀는데, 손날에서 검기가 나가 책상을 반으로 쪼갠다.

“억!”

쿵―!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주르르―

그리고는 오줌을 지린다.

“……?!”

환영하던 분위기에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는다.

아벨은 골치 아파 관자놀이를 누른다.

마고스는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랐는데, 손날로 검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둘째 치고 정확히 책상만 잘라낸 그 마력 컨트롤에 놀란 것이었다.

‘10성 이상일 거라 하더니…….’

쥬디스를 통해 러네이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었다. 그리고 교직원에게서 돌고 있는 소문들도.

‘하지만 엄청난 골칫덩어리가 왔군.’

뭐가 됐든 엄청난 골칫덩어리인 건 확실해 보였다.

쥬디스의 말대로 그저 아벨이 알아서 러네이를 컨트롤하길 기대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저 골칫덩어리를 아벨의 곁으로 보내기로 한다.

“그만. 그만하고 자리에 가 앉아라.”

그때 어마무시하던 아우라를 순식간에 걷어 들인다.

“네.”

언제 살기를 내뿜었냐는 듯이 생긋 웃으며 들어간다.

빈자리는 아벨의 왼쪽 구석 자리와는 정반대인 오른쪽 구석 자리밖에 없었다. 그 자리가 매우 마음에 안 들지만 뭐 나중에 바꾸면 되니까 하는 생각으로 앉는다.

그리고는 아벨을 바라보며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한다.

그 모습을 본 지산은 허허― 웃으며 말한다.

“케이. 강력한 적이 나타났구나.”

케이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만만치 않을 거 같아. 그나저나! 저하! 혹시 저분 때문에 아슈트반 영지에 오지 않은 거예요?!”

따져 묻는 케이에게 한숨을 내쉰다.

“말하지 않았더냐. 루드스에 복귀하는 것도 시간이 촉박했다고.”

“거짓말!”

그때 사나가 아벨을 돕는다.

“진짜야. 케이. 아벨 저하께선 그때 시간이 촉박하셨어.”

“어? 사나? 네가 어떻게 알아?”

사나는 다행히 얀 국왕에게서 드래곤 하트의 즉각 복용을 허락받을 수 있어, 복용 후 늦지 않게 루드스에 돌아올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를 복용해서 그런지 전과는 달리 그렇게까지 초조해하지 않았다.

“저하께서 미스라임에 오셨잖아? 루드스로 돌아가실 때 잠깐 만났었어.”

“헐 우리 집에는 안 오고 사나는 만나고 오다니!”

“사나가 만나러 온 것이지 내가 간 게 아니다.”

“그게 그거잖아요!”

“어떻게 그게 그거라는 건지 모르겠구나. 아무튼 이제 그만하도록.”

다행히 마고스도 어수선한 학생들을 집중시켰다.

탕! 탕!

“조용조용. 이놈들 개학 첫날엔 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느냐?”

그제야 다들 조용히 마고스를 바라본다.

“2학기 계획을 말해주겠다. 조용히 잘 듣도록.”

2학기라고 1학기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축제가 정의의 날 기간으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의의 날 기간에는 모든 제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의 무투회가 있었다. 사실 정의 무투회는 제국민뿐만 아니라 대륙의 모든 사람이 열광하는 무투회였다.

바로 그 날에 대륙 최고의 신성이 결정되는 것이었으니까.

“이번 정의 무투회 때는 다른 때와는 달리, 황제 폐하께서 우승자에게 친히 레드 드래곤 하트를 주시겠다고 하셨다.”

“……?!”

이번에도 다들 경악했는데, 단 한 번도 정의 무투회에서 상품을 준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상품이 무인들의 평생을 꿈꾼다는 드래곤 하트였던 것이었다.

아벨은 단번에 그들의 꼼수를 알아챘다.

‘나 때문이군.’

어떻게든 정의 무투회에 나오게 하려는 그 꼼수.

‘레드 드래곤 하트라…… 나와 상관없다 생각해서 주려나 본데.’

지금 쓰는 검술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겠지만, 지옥 불꽃의 성장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분명 단단히 준비해 올 텐데.’

아직 적들에게 본 실력을 드러내는 건 좋지 않았다. 적어도 1차 마족 침공 이후에 드러내는 게 좋았다.

‘너무 튀어서 벌써부터 큰 견제를 받을 필욘 없지.’

이미 소설과는 다른 과도한 견제를 받는 것 같았지만.

뭐 아무튼.

‘어서 빨리 검술 성취를 늘려야 해.’

생각보다는 빨라지고 있었으나, 그래도 좀 더 빨랐으면 했다.

‘그리고 확실히 적들의 공격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

원래는 아벨이 적들의 공격에 굉장히 버거워함과 동시에 사경을 헤맸었기에, 그 비슷한 정도의 공격만을 해왔었으나, 이제는 그들도 전략을 수정한 듯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다. 변하는 건 없다.’

아벨은 그래도 방심을 없애기 위해 세르지를 가끔은 만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정보라도 얻어야겠어.’

변화하는 상황에 확실히 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고급 정보가 필요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