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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69화 (69/178)

제69화

69화. 루드스로(1)

파니츠의 시험은 예전 드래곤 하트를 섭취했을 때를 떠오르게 했다.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한기가 끊임없이 들이닥쳤다.

그 파니츠의 한기가 아벨을 인정할 때까지 계속해서 싸워야만 했다.

‘이겨 낼 수 있어!’

그때도 이겨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벨의 몸은 예나 지금이나 사기였으니.

“으아아아아아악―!”

그때처럼 소릴 안 낼 필요도 없었다.

소릴 지르며 한기를 이겨내려고 했다.

“아아아아아아악―!!”

아벨의 오러 하트와 마나 서클 모두 활발히 움직이며 몸 안 마나를 계속해서 돌리고 또 돌렸다.

그리고 아그네스의 목걸이가 아벨의 몸이 피해를 보는 듯하자 자동 회복과 더불어 보호하기 위해 막을 형성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벨의 몸에서 황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얼어붙던 몸은 터져나가는 전류에 순식간에 녹아 흘러내린다.

파지지지직―!!

그러자 파니츠에서 이상한 징조가 보였다.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구―!!

쩌쩌쩌저적―!!

“꺅!”

콰콰콰쾅―!!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파니츠의 한기가 폭발했다. 그 폭발은 방 안 모든 것들을 얼려버릴 정도였으니.

아벨의 몸도 그 폭발에 의해 완벽한 얼음 동상이 돼 있었다.

반면 사나와 러네이는 쥬디스가 친 마력장벽 덕분에 그 한기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저하!”

사나는 사색이 돼서 아벨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마법을 써 얼어붙은 아벨을 녹이려고 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만! 제가 저하를 구해드릴 테니!”

그런데 그때 얼음이 된 아벨의 몸 중앙에서부터 점점 황금빛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쩌쩌쩌쩌쩍―!

파지지지직―!

그리고는 얼어있던 몸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쨍―!

아벨을 가두던 얼음이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해방된 아벨은 거친 숨을 내쉰다.

허억―! 허억―! 허억―!

“저하! 괜찮으세요?!”

츤데레 공주님께서 놀라 품에 안겨왔다.

역시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었다.

그 모습에 괜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건틀릿을 벗고 거친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준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너도 정말 고생 많았다…….’

다시 한 번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하는 아벨이었다.

* * *

루드스로 가는 길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어떠한 장애물 없이 순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셀토스에 도착했을 때, 사나는 왕궁에 가서 준비해야 할 게 있다고 했었다.

“그래. 루드스에서 보자꾸나.”

“네.”

일주일 후면 개학이었다.

사나는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기 위해 왕궁에 갈 생각을 한 것이었다. 개학 시기를 못 맞춘다고 하더라도 아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복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벨이 사나를 데리러 온 빌하츠에게 말한다.

“공주 저하의 심신이 많이 지쳐 있으니 각별히 신경 써 주시지요.”

빌하츠는 아벨의 그 따뜻한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네. 아벨 저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잘 모시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헤어지기 싫다는 절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나를 두고 아벨과 러네이, 쥬디스는 제국의 수도 에스토시아로 떠나기 위해 준비가 끝난 이동 워프를 향해 걸어갔다.

케이에게 시간이 남으면 아슈트반 영지에 들리겠다고 했지만, 그런 것들 하나하나 들어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케이.’

일렁이는 거대한 푸른 원으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대기하던 관리 기사가 부복한다.

“아벨 저하를 뵙습니다.”

“그래. 수고한다. 그리고 말 3마리를 준비해라.”

“넵!”

옆의 다른 기사는 그 명을 듣고는 곧장 뛰어 내려가 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벨과 러네이, 쥬디스는 내려가 그 준비된 말에 올라탄다.

“이럇!”

말의 배를 차 루드스로 출발한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완연한 여름이라 뜨거운 태양 빛이 아벨과 일행들을 괴롭게 했다. 러네이가 땀을 닦으며 말한다.

“정말 여름이 싫네요.”

화이트 드래곤은 빙계 속성의 드래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여름을 더 싫어했다.

“제국의 여름은 뜨겁긴 하지.”

“습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남대륙에 있는 아덴보다는 낫지 않나?”

“아덴은 그냥 쓰레기예요. 쓰레기.”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제 곧 카시드를 만나게 될 텐데, 싸우면 안 된다.”

“아오! 그 버러지 같은 것을! 날 잡고 한번 제대로 밟아 줘야 할 텐데!”

쥬디스가 마구 성을 내고 있는 러네이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근데 러네이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커서 저하처럼 어느 정도 실력은 감춰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벨도 그 말에 동의한다.

“맞습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러네이. 내 생각도 그러하다. 난 네가 7성 초반 정도의 강함만 내비쳤으면 한다.”

아벨의 말에 고민하는 듯했다.

솔직히 약하게 보여 얕잡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흐음―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9성 정도도 괜찮지 않나요?”

“학생 평균이 5성이다. 9성은 너무 강해.”

“저 25살인데도요?”

“보통 25살이면 6성 정도이지.”

“헤에― 이상한 놈들한테 무시당하는 거 딱 질색인데.”

“안 그러면 모두가 널 드래곤으로 확신할 것이다.”

“헤엑! 제가 어딜 봐서!”

쥬디스가 말한다.

“어딜 봐도 드래곤 같아 보인다만.”

“맞아. 너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우면서도 어린 나이에 최절정의 고수라면 누가 봐도 드래곤처럼 보이긴 하지. 아무튼, 드래곤처럼 보이기 싫다면 7성을 유지해라. 그리고 드래곤 하트 먹었다고 꼭 말하고 다니고. 그래야 납득할 테니.”

“네에. 뭐 저하랑 같이 살려면 어쩔 수 없죠.”

피식―

“도대체 몇 번을 말하는 것인지. 너와 내가 같이 살 수는 없다. 너는 아마도 다른 학생과 함께 살 것이다. 아무튼 도착했군.”

루드스의 정문을 지키던 기사 앞에서 말을 멈춘다.

말에서 내리며 말고삐를 기사에게 건넨다. 기사는 아벨에게 허리 숙이며 받아든다.

“저하를 뵙습니다.”

“그래. 수고하도록.”

러네이와 쥬디스도 그 기사에게 고삐를 넘긴다.

정문으로 들어서며 쥬디스에게 말한다.

“러네이는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교수님.”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여행이 예전 젊었을 때를 떠올리게 해 정말 즐거웠습니다. 또 저하와 이런 여행을 가고 싶군요.”

“아마도 많이 가시게 될 것입니다. 아주 위험천만한 여행들을.”

그 말에 화통하게 웃는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하하하핫―”

러데이도 끼어든다.

“저도요. 저도 끼워줘요.”

“당연하지. 너도 당연히 함께할 것이다.”

“호호― 이걸로 정실 확정인가요? 호호호―”

“물론 그건 아니고.”

능글맞은 얼굴로.

“눼에∼ 눼에∼”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드래곤인지 전혀 드래곤 같지가 않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두 사람의 꽁트를 바라보던 쥬디스는 아벨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하.”

“알겠습니다. 교수님.”

“러네이. 저하를 곤란케 말아라.”

“눼에∼ 눼에∼”

그 능글맞은 모습에 쥬디스도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났다.

“우선 건물들을 소개해 주지.”

아벨은 러네이에게 사나에게 했던 것처럼 건물 하나하나를 설명해준다. 그러다 기숙사를 알려주는데.

“저하는 어디서 살아요?”

“나는 여자 기숙사 옆에 있는 단독 기숙사에 살고 있다.”

“근데 저하는 순간이동이 가능하니까 원하는 때에 어디든 들어갈 수 있겠네요?”

또 무슨 어이없는 상상을 하냐는 듯한 얼굴로.

“짧은 거리를 반복해서 이동해야 하니 그래도 들키지 않겠느냐?”

“저도 순간이동 알려주면 안 돼요?”

속으로 실소를 흘린다.

“왜? 순간이동은 배워서 뭐하게?”

“심심하잖아요. 기숙사에만 있는 건. 가끔, 아주 가끔 저하께 놀러 가려고 하는 거죠 뭐. 그리고 가서 검술도 좀 배우고요.”

“네가 더 강할 거 같다만.”

“에이. 시간이 지나면 저하가 저보다 더 강해질 거 같은데요?”

“모르지. 너도 충분히 어리니.”

“뭐 전 저하 편이고 앞으로 일평생을 저하의 검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하긴 누가 강해도 상관은 없긴 하겠네요. 그러니까 검술 좀 알려주세요.”

“무슨 검술을?”

“둘 다.”

“욕심이 많아.”

“나 같은 여자 어디서 못 만나요.”

“미안하지만 여자에 관심이 없어서.”

“설마…… 고자는 아니시죠?”

“너무 건강해서 문제다만.”

“그럼…… 헐…… 게―”

“헛소리하지 마. 계속 헛소리하면 그냥 버리고 갈 거야.”

“이거 참 장난도 못 치겠구만.”

“적당히 좀 쳐야지.”

“눼에∼ 눼에∼”

또 이상한 말투로 대답하길래 무시하고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교직원실로 가자.”

그러면서 속으로 참 말 안 듣는 드래곤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한 건가.’

한편으론 지금의 제멋대로인 모습이 오히려 드래곤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맹세의 마법이 참 요긴하단 말야.’

그렇지만 아무래도 양날의 검과 같은 마법이었다.

‘언제라도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해.’

최근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맹세의 마법을 조금 남발하긴 했었다.

아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잘 쓰면 굉장히 도움이 되는 마법이야.’

적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었다.

확실한 안전장치라 하겠다.

이후 서로 대화 없이 10분 정도를 걸어 교직원 건물에 도착했고 곧바로 들어가 보이는 교직원을 부른다.

“잠깐 이리 와봐라.”

“어? 아 저하. 왜 그러십니까?”

“이 친구를 입학시키려 한다. 입학 수속을 네가 도와줬으면 한다.”

“아……”

러네이의 완벽한 미모에 넋이 나간 것이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러네이의 완숙한 미에 반해 눈에 색욕이 드러났다.

확실히 러네이는 25살이라는 컨셉에 맞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숙해 보였고 그 성숙미가 굉장한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그러한 교직원의 모습에 러네이는 조소를 날린다.

“흥! 꼴에 눈은 있다고! 감히!”

아벨이 미간을 찌푸리며 러네이를 막는다.

“러네이. 그만.”

“하지만! 저놈이 감히 날―”

“그만.”

다시 한 번 그만이라 말하면서 러네이를 굉장히 차갑게 바라본다.

“……?!”

아벨이 저렇게까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본 건 처음이라 조금은 놀란다.

“그만해라. 러네이. 너는 너의 아름다움을 잘 알지 않더냐. 앞으로도 널 저렇게 무례하게 볼 미련한 자들이 루드스에 많을 것이다. 못 견딜 거 같으면 지금 나가라. 아니면 남고.”

아벨에게 투덜댄다.

“제 몸은 저하 것인데 저런 덜떨어진 것의 역겨운 눈빛에 더러워지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튼. 알겠어요.”

방금 그러겠다고 말했으면서 교직원에게.

“다시 한 번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눈알을 파버릴 거야.”

무시무시한 살기를 뿌리는 러네이였다. 그 강대한 살기에 교직원도 정상급 무인임에도 움찔 움츠러든다.

아벨도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교직원에게 말한다.

“그래. 너도 조심해라. 그리고 다른 교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전해라. 앞으로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하고 여전히 툴툴거리는 러네이를 데리고 교직원 건물을 벗어나는데, 괜한 혹을 붙여 온 거 아닌지 대단히 걱정되던 아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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