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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67화 (67/178)

제67화

67화. 그만 놀라도 돼(2)

다음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마지막이라 예상되던 7일째 되던 그 날에도 러네이가 아벨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어 나머지 일행들은 딱히 뭘 해야 할 게 없었다.

물론 아벨은 수련할 겸 해서 어제까지 조금은 그래도 도와줬으나, 오늘은 그저 구경하면서 이따 나올 라이칸스로프 때문에 힘을 비축하던 중이었다.

폭주하는 러네이를 바라보며 쥬디스는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허허― 정말 대단한 동료를 구하셨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제가 용사의 사명을 해야 할 때 굉장히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아벨의 말에 쥬디스는 진짜 혹시나 해서 묻는다.

“그렇다면 정말 러네이를 정실로 맞이하실 겁니까?”

옆에서 걱정하는 사나 때문이라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설마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다가 저하께 해코지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걱정 마시지요. 러네이가 그렇게 꽉 막힌 성격은 아니니 말입니다. 아무튼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도록 하죠.”

사나는 루드스에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케이만으로도 골치 아팠었는데, 이젠 케이보다 훨씬 더 철판을 깔고 직진하는 여자를 보니 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벨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이번처럼 매번 확인시켜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해…….’

자신에게 러네이처럼 어필할 힘이 없음에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

그때 러네이가 마지막 남은 골렘들과 레이스들을 깨끗이 정리했다.

깔끔하게 모두 정리한 후 고개만 돌려 아벨에게 묻는다.

“어때요?”

러네이도 이 마물들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걸 안 까닭이었다.

“뭐가?”

자신감 넘치다 못해 하늘을 뚫을 듯한 말투이다.

“이 정도면 저하에게 어울리는 여자이지 않나요?”

못 들은 척 넘어간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아무튼 이제 곧 라이칸스로프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러네이는 아벨이 외면 못 하게, 이번에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기로 마음먹는다.

“라이칸스로프쯤이야.”

라이칸스로프는 9성 정도의 강함을 지닌 마물이었다. 확실히 러네이에겐 그리 큰 적은 아니긴 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벨이 해야 했다.

그리고 라이칸스로프만큼은 러네이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라이칸스로프는 내가 처리하겠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저하 혼자서요?”

“나도 수련을 좀 해야지. 사실 교수님과 단둘이 와서 수련이나 실컷 하려고 했더니.”

“헤헤― 죄송해요. 대신 나중에 제가 수련 도와드릴게요.”

확실히 러네이가 도와주면 빠르게 성취가 오를 것이었다.

그래서 그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래. 기대하지. 일단 가자.”

“네. 저하.”

아벨을 따라 좀 더 던전 깊숙이 들어가자 거대한 공동이 나왔고 그 공동의 끝엔 거대한 강철 문이 세워져 있었다.

바로 그 문으로 들어가면 파니츠가 있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누가 용사인가?”

그늘진 곳에서 인간의 언어를 쓰는 늑대 인간들이 스윽하고 나타났다.

역시 총 다섯 마리이다.

“드디어 우리들의 이 긴 지루함을 해소해줄 이가 나타났는가?”

“부디 애송이는 아니어야 할 텐데.”

“이젠 이 저주에서 우리도 벗어나고 싶군.”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봐줄 거라고 생각하진 말아라.”

라이칸스로프의 특징답게 흰 털을 가진 엄청난 근육질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던전이 만들어낸 허상과 같은 것으로써, 만약 용사가 파니츠를 가지기에 합당한 실력이 없다면 되돌려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라이칸스로프가 인상을 잔뜩 쓰며 말한다.

“이번 용사는 떨거지들을 많이 데리고 왔군.”

“그러게 말야. 우리가 많이 무서웠던 건가?”

“이거이거 몹쓸 놈이었잖아?”

그러면서 자신들의 마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마무시한 마력의 흐름이 공동을 뒤덮기 시작했다.

쥬디스가 다행이라는 듯이 말한다.

“생각보다 강해 보이는군요. 우리 둘만 왔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 다행이라는 말에 아벨이 말한다.

“음― 전 그래도 우리 둘이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쓰는 흑풍흡검이 마법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보니 저들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저들의 시건방진 모습을 보니 혼자서도 일단은 해볼 만할 것 같군요.”

아벨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이십니까?”

“네. 마력 흡수를 적극 쓰면 말입니다. 아무튼 그러니, 러네이, 사나, 너희들도 일단 지켜만 보거라. 아까도 말했듯이 나와 교수님 두 사람만 저들을 상대할 테니. 아 그리고 교수님도 제가 정말 위험할 때만 마력광선을 쏴 주시면 됩니다. 정말 위험할 때만 말입니다.”

러네이는 대단히 만족스럽게 대답한다.

“호호호― 역시 내가 택한 남자는 다르군요.”

솔직히 자기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을 때 그대로 지켜만 봤다면 조금 실망할 뻔했다.

그런데 보란 듯이 돕지 말란다.

‘크으으―!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지!’

3504년을 살면서 이토록 탐이 나는 인간 남자는 처음인 듯했다.

역시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역시 멋있으시긴 한데…… 근데 괜찮으실까…….’

사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유가 저들이 들어내고 있는 마력이 어마무시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섯 마리의 라이칸스로프가 내는 아우라가 공동의 공기를 심각하게 울리고 있었고 변질시켜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었다.

수우욱―

인간과 닮은 손에서 칼날 같은 손톱이 튀어나오더니 붉은빛 오러로 뒤덮인다. 그 살벌한 오러를 들어 올리며 그들 앞으로 나서는 아벨을 향해 겨눈다.

구오오오오―!

아벨도 이에 대항하듯 전력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용골검에서 타오르는 듯한 샛노란 뇌기가 번쩍번쩍 스파크를 일으키며 그들이 내뿜는 강대한 아우라에 대항한다.

아벨도 본격적으로 아우라를 내뿜으니 다섯 라이칸스로프가 내뿜는 아우라에 비하면 부족해 보일 수 있었으나, 개개인으로 비교하면 아벨이 우위에 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번쩍한 뇌기가 용골검을 감싸고 있다.

감히 건방진 그들에게 말을 한다.

“걱정 말아라. 나 혼자 나설 테니.”

아벨의 선전포고에 다섯 라이칸스로프가 이제야 입가에 미소를 그린다. 그 입가의 미소의 의미는 제각각이었으나 그래도 아까보단 상대를 인정하겠다는 의미였다.

“오 혼자 싸우겠다는데?”

“에이 설마 조금 하다가 불리하면 동료를 부르겠지.”

“하긴 뭐 어쩔 수 없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직 어린 애송이니까.”

“그래. 그 정도는 우리가 이해해주자고.”

“안 돼. 파니츠를 얻으려면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만 해야 해.”

“야 넌 눈치도 없냐? 가만히 좀 있어.”

“어차피 자격 없으면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

아벨은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들을 피식― 비웃으며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동료들을 놀래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좀 놀란 가슴이 진정 됐을 테니.’

그래서 이번에는 순간이동과 뇌전마검까지 쓸 생각이었다.

파지지지지직―!

엄청난 스파크 소리와 함께 아벨이 대지를 박찼다.

팟―!

쎄에에엑―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날아가며 검을 들어 올렸는데.

수악―

“……?!”

갑자기 사라져서는 아벨과 제일 멀리 떨어져 있어 방심하고 있던 라이칸스로프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엄청난 뇌기가 응집되어 묵빛 용골검이 흡사 시리도록 투명한 백색과 같이 변화한다.

뇌전마검雷電魔劍

제2식

연속 벽력霹靂

콰쾅―!

두 줄기의 벼락이 방심하고 있던 라이칸스로프의 몸을 갈가리 찢어발긴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단 일격에 라이칸스로프 한 마리가 소멸해 사라졌다.

“……?!”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공동에 있는 모두가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아벨에게만 시간이 허락되어 흐르듯 천천히 뒤돌며.

예의 무심한 투로 말한다.

“방심하지 말라고.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수련에 도움 안 되니까 말야.”

쥬디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혼잣말을 뇌까린다.

“……저, 저건 순간이동……?”

그리고 옆에 있던 러네이도 정신을 차렸었는데.

자동으로 욕이 튀어나온다.

“……이 미친…….”

그녀는 놀라기도 놀랐었지만 대단히 심각한 표정으로 아벨을 바라봤다.

‘도대체 어떤 미친 드래곤이 알려 준거야?!’

그러면서도 순간이동의 그 복잡한 술식을 기억하고는.

‘그런데 인간이 순간이동을 쓴다고?! 그게 말이 돼?! 이런 미친 진짜 도랐네!’

알려준 드래곤도 미쳤었지만 그걸 쓰는 아벨은 더 미친 것 같았다.

그때 사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데 방금 그것도 검술인가요……?”

“아……!”

러네이가 대단히 인상을 쓰며 묻는다.

“뇌전마검이군요. 그렇죠?”

“그래…… 뇌전마검인 거 같군…….”

러네이의 예상대로 방금의 그 검술은 용사 카인의 뇌전마검이었다.

아벨의 측정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재능에 이젠 더 놀라기도 힘들다는 듯이 말한다.

“와― 두 전설의 검술을 동시에 익히다니. 이건 진짜 미친 재능이 아닐 수 없네요. 거기다가 순간이동? 근데 순간이동은 드래곤의 전유물 아니었던가요?”

믿기지 않는 쪽은 쥬디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이젠 더는 놀랄 것도 없다는 듯이 마음을 비우고 말한다.

“……저하께서 드래곤들의 마법을 좀 아시긴 하는데…… 휴…… 나도 설마 순간이동이 가능하실 줄은 몰랐어…….”

“이러다가 변신 마법도 가능한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말 그럴지도…….”

“이야 역시 내가 찍은 남자답네요.”

뭔가 이상한 자부심을 갖는 러네이였다.

아무튼 그때 일행들만 놀란 게 아니었으니, 남은 라이칸스로프들도 사라진 동료를 바라보며 그 큰 눈을 끔뻑끔뻑했다.

“……어리다고 마냥 무시할 순 없겠어…….”

“그렇군…… 더 이상 무시할 순 없겠군…….”

“순간이동을 쓴다라…… 이번 용사는 드래곤인가……? 인간이 아니라……?”

“이 멍청아. 드래곤이 용사로 선택받을 리 없잖아.”

“그럼 우릴 현혹했군…….”

“아무튼 어떻게 순간이동을 쓴 줄은 모르겠으나…….”

“검술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 애송이일 뿐…….”

구오오오오오오―

경각심을 가진 그들은 아벨을 포위하여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조여 간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도망갈 수 없는 구석으로 아벨을 몰았다고 생각하던 그때.

그때 라이칸스로프들은 드디어 아벨을 향해 그 성난 이빨을 드러냈다.

쎄에에에엑―!

엄청난 파공음 소리와 함께 그들의 칼날 같은 발톱을 사방에서 아벨을 향해 내리긋는다.

하지만 드래곤을 무적으로 만든 순간이동이 있었으니.

가슴으로 마력이 이동하고.

수악―

맨 우측 녀석의 등 뒤로 이동하여.

곧장 모아둔 뇌기로 뇌전마검의 강력함을 다시 한 번 선사한다.

뇌전마검雷電魔劍

제2식

연속 벽력霹靂

콰콰콰콰―!

이번엔 그 뇌전마검에 반응을 보였었다. 떨어지는 두 벼락 중 하나의 벼락은 막은 것이었다.

아벨의 순간이동과 뇌전마검에 대해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결과라 하겠다.

“크아아아아아악―!”

물론 그 결과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문제였지만.

단 일격에 소멸되지만 않았을 뿐 반 이상의 몸이 사라져 있어 전투 불능이나 다름없었다.

그 전투 불능의 모습에 아벨은 대단히 얼굴을 구겼다.

‘이거 쉬워도 너무 쉽군.’

확실히 뇌전마검의 일격은 강력해도 너무 강력했었다.

‘이거 너무 싱겁게 끝나겠어.’

너무 약한 적 때문에 한숨을 푹 내쉰다.

아벨이 이 싱거운 전투에 대단히 아쉬워하고 있을 때, 막았음에도 소멸해가는 형제를 보고는 어느 한 라이칸스로프가 얼빠진 형제들을 다시 한 번 깨우기 위해 다급히 소리친다.

“순간이동부터 막아야 해!”

그 외침에 다들 정신을 퍼뜩 차린다.

“그래! 순간이동부터 막자!”

“아우라를 펼쳐! 그물처럼!”

“오케이!”

그래서 자신들의 아우라를 그물처럼 촘촘하게 만들어 공동 전체에 망을 펼친다.

‘웃기지도 않는군.’

저 늑대 인간들은 아벨에게 순간이동과 뇌전마검만 있는 줄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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