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64화 (64/178)

제64화

64화. 절대방패 파니츠(2)

멀리 소설에서 묘사한 던전이 있는 절벽이 나타났다.

“여기서 아래로 쭉 내려가다 보면 동굴이 있을 것이다. 나를 따라 그 동굴로 들어오면 된다. 교수님께선 러네이를 데려와 주시지요.”

러네이는 표면상 마법을 쓰지 못했기에 쥬디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네. 맡겨주시지요.”

쥬디스의 대답을 듣고는 곧장 비행마법을 시전한다.

“그럼 다들 잘 따라오도록.”

슈우우―

아벨이 먼저 날아갔고 뒤이어 사나, 그리고 쥬디스와 러네이가 따라갔다.

한 1시간쯤 내려갔을까?

소설에서처럼 작은 동굴이 나타났다. 그 속으로 아벨이 들어간다.

뒤이어 사나와 쥬디스, 러네이도 따라 들어간다.

탁―

러네이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깜짝 놀라 따지듯이 묻는다.

“마법도 쓸 수 있었어요?!”

“간단한 마법은 가능하다.”

“세상에! 지금 나이가 몇 살이에요?! 되게 어려 보이는데?!”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따지면 너도 10성 검사이기에는 너무 어려 보인다만.”

“그래도!”

그때 쥬디스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러네이에게 묻는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10성 검사가 될 수 있는 건가?”

뜬금없는 쥬디스의 물음에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제 스승님이 은거기인이셨는데, 12성 검사셨거든요. 한창 배울 때 그때 스승님께서 주신 드래곤 하트도 좀 몇 개 먹어서. 뭐 그래서 강해진 거죠 뭐.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 하트만 먹어서 머리색이 이렇게 변한 거구요.”

확실히 드래곤 하트는 어린 나이에 큰 힘을 낼 수 있게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라는 게 있었으니.

그러다 보니 쥬디스의 표정이 좀 오묘했다.

뭔가 그 거짓말을 믿는 거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러네이는 곤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아벨을 향해 따지듯이 묻는다.

“아니! 그것보다 검사이면서 마법도 함께 쓰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아벨은 동굴 안으로 걸어가며 대답한다.

“따라와 보면 안다. 내가 왜 마법을 쓸 수 있는지.”

러네이는 아벨이 곧장 동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대단히 반겼었는데, 일단은 쥬디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는 묻지 않고 그저 대단히 흥미로운 얼굴로 순순히 쫓아가던 러네이였다.

“…….”

아벨의 말을 들은 쥬디스와 사나의 얼굴도 러네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물론 두 사람은 아벨이 검사임에도 마법을 왜 쓸 수 있는지가 흥미로웠던 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이 흥미로워 한 이유는 드디어 조금만 있으면 아벨이 왜 이곳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온 건지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다 아벨이 오늘 이 던전에서 정확히 무엇을 찾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쥬디스는 이곳에서 용사의 무구를 찾는다고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도 정확히는 어떤 무구를 찾는지 몰랐었다.

그렇다 보니 도대체 어떤 용사의 무구를 찾기 위해 이곳까지, 분명 자객이 공격하리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온 건지 너무나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온 건지.’

쥬디스는 아벨이 루드스를 나서겠다고 했을 때 강력히 반대를 했었다.

특히 미스라임 싱벨리어 대설원에 가겠다고 했을 때는 더욱더.

아무리 용사의 무구를 찾아 나선다고 해도 말이었다.

‘딱 죽기 좋은 곳이지. 암. 러네이라는 저 여자가 없었더라면, 음― 뭐 당연히 우리가 이기긴 이겼겠지만, 그래도 우리도 크게 다쳤을 수도 있어.’

진심 러네이의 우연한 합류가 신의 한 수라고 느껴질 만큼 이번 여행은 위험천만한 여행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위험한 여행임을 알았음에도 결국 아벨의 뜻에 승복한 이유는, 마법서를 적어준 아벨의 부탁인 탓이 가장 크긴 컸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아벨이 끝까지 알려주지 않은 그 용사의 무구가 도대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한 탓도 있었다.

그 지적 호기심을 도저히 이기지 못하고 설득당해 버린 것이었다.

‘물론 저하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셨기 때문도 있지만.’

러네이라는 여자가 10성이었다면, 아벨도 9성에다가 전설의 검술과 용골검과 용혈갑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 역시 자신이 설득당한 이유 중 하나였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러네이라는 저 여자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

그랬다.

그녀는 아직 완전히 자신들의 편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쥬디스는 러네이의 비정상적인 강함이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베스트는 저 여자가 진정한 우리 편이 되는 건데…….’

어떻게 하면 진정한 우리 편으로 만들까 하고 고민하자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끄응…… 뭐 저하가 알아서 하시겠지……’

자기는 모르겠다며 쥬디스가 아벨에게 떠넘기고 있을 때, 앞서 걷던 아벨도 당연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러네이와 맹세의 마법을 할 때가 됐군.’

러네이가 소설에선 아벨에게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으로 활약했었지만, 이번엔 정말 몰랐다.

‘드래곤은 변덕스러운 존재니까.’

하지만 확실히 소설에서처럼 러네이가 진정한 아군이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아군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말하면 러네이를 반드시 설득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며 걸어갔다.

그렇게 한 3시간 걸었나?

길고 긴 동굴의 끝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고 그리고 그 공동 전체가 복잡한 마법진으로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그 모습에 다들 대단히 놀란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곳에 무엇이 있길래…….”

쥬디스가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 것처럼, 러네이도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저 마법진은 자신이 잘 알던 마법진인 것이었다.

러네이는 사실 이번에 가장 크게 놀라긴 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아벨과 함께하는 내내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아벨에게 전보다 훨씬 더 진한 호기심을 느낀다.

‘후후― 정말 매번 가슴 터지게 만드시네.’

아벨을 지긋이 바라보며 결심한다.

‘이번 유희 동안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겠어.’

그런 결심을 하고 있을 때 아벨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러네이에게만 해야 할 말이 있다.”

러네이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묻는다.

“뭔데요?”

“여긴 내가 정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 말은 즉 내 진정한 아군이 되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네?”

“너에게 미안하지만 이곳부터는 내 진정한 아군만 함께 할 수 있다.”

어이없다는 듯이 아벨을 바라본다.

“허얼― 그럼 절 이용만 한 건가요?”

훈훈하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아니지. 네가 여기서 내 진정한 아군이 되면 되는 거지.”

그 말에 러네이도 싱긋 웃는다.

“이거이거 뭔가 노린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해두지.”

러네이 입장에선 오히려 원하는 바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좋아요. 제가 저하의 진정한 아군이 되어 드리죠.”

오랜 시간 고민한 아벨이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빠른 대답이었다. 그래도 아벨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거절했을 때 하려고 했었던 구질구질한 말들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벨도 지체 없이 다음 말을 꺼낸다.

“그렇다면 맹세의 마법을 해야겠다.”

“맹세의 마법?”

“그래. 진정한 아군이 되기로 말이다. 아― 걱정 말아라. 너의 행동을 제재할 생각은 없으니. 그냥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로 하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어디를 쫓아가더라도 귀찮아하지도 않고 쫓아내지도 않기’까지.”

“……?”

“그거까지 하자고요. 이왕 할 거라면.”

그러면서 아벨을 향해 찡긋 윙크한다.

피식―

“좋다. 그렇게 하지.”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 그냥 받아 주기로 한다.

어차피 자신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래서 맹세의 마법을 하기 위해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법 양피지를 꺼내 서로의 피로 맹세를 적기 시작하던 그때.

“잠깐!”

사나가 나선 것이었다.

다들 의아한 눈빛으로 사나를 바라본다.

“저도! 저도 같은 내용으로 맹세의 마법을 하겠어요!”

“뭐?”

너무 놀라 멍청한 소리를 했다.

“저도 하겠다고요! 저도 한 장 주세요!”

그러면서 아벨의 아공간 주머니를 뺏더니 마법 양피지를 하나 더 꺼낸다.

그리고는 곧장 장갑을 벗고 검지를 물어뜯은 후 아벨과 같은 내용의 맹세를 자신의 피로 쓴다.

“허허―”

쥬디스는 이 광경이 대단히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러네이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우리 저하, 이거 참 대단한 바람둥이셨네요. 메나튼에도 애인이 있으셨던 거 같은데.”

홱!

사나가 살기 짙은 눈빛으로 러네이를 노려보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받아넘기며 말한다.

“하긴 이토록 잘나셨는데 여자들이 안 붙을 수 없지. 아무튼 어서 진행하고 출발하시죠.”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아벨은 자신의 양피지를 들고 두 사람과 함께 맹세의 마법을 체결했다.

예의 그 기분 나쁜 빛에 잠시 둘러싸인다.

수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잠시 기분 나쁜 무언가에 둘러싸였다가, 순간 무언가 자신을 옭아맨다는 느낌으로 모든 게 끝이 났다.

“이제 우리 세 사람은 진정한 아군이라 할 수 있겠군.”

러네이가 아벨에게 요구한다.

“그럼 이제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을 알려줘요.”

“좋다. 다른 두 사람도 내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모를 테니 지금 다 얘기해주겠다.”

꿀꺽―

긴장한 쥬디스의 목에서 난 굵은 침 넘어가는 소리가 공동을 울린다.

그리고 세 사람의 흥분된 눈이 아벨의 입을 쫓고 있다.

“내가 이곳에 진짜 온 이유는 용사의 무구이자 전설의 무구인 절대방패 파니츠를 얻기 위해서이다.”

“……?!”

“파니츠요?!”

“절대방패가 여기 있습니까?!”

셋 다 진심으로 놀랐다는 얼굴이다.

경악스런 말에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반면 아벨은 차분히 말을 잇는다.

“그렇다. 이곳에 절대방패 파니츠가 잠들어 있다.”

러네이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아니! 그런데! 파니츠가 여기 있다고 쳐도 얻을 수가 없잖아요?!”

그 말을 내뱉고 몇 초 후에.

“허얼! 설마! 저하께서!”

대답 대신 마법진 중앙에 서서, 적당히 많은 피가 필요하기에 자신의 손바닥을 칼로 베었다.

뚝뚝―

“그래. 이곳은 용사의 피가 아니라면 애초에 들어가지도 못하지. 어서 이쪽으로.”

일행은 그 말에 따라 뭔가에 홀린 얼굴로 아벨이 있는 마법진 중앙으로 간다.

피가 어느 정도 떨어지자 마법진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새하얀 광채가 아벨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더니.

“꺅!”

사나가 혹시나 자신만 남겨질까 봐 아벨을 꼭 붙잡는다.

“나도!”

러네이도 혹시나 자기만 남겨질까 봐 아벨을 꼭 껴안았고.

“쯧쯧―”

반면 쥬디스는 ‘여자들이란.’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파팟―!

“……?!”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공간에 와 있었다.

아까와 같은 어두컴컴했던 동굴이 아닌 사방이 새하얀 얼음벽에 갖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곳이었다. 고대 얼음 사원과도 같은 느낌이다.

러네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소리친다.

“와―! 진심 저하를 드래곤이라 생각했는데! 드래곤보다 더한 것이었다니!”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더한 것이라니. 용사도 엄연한 사람인데.”

“와―! 진심 심장 터질 뻔!”

굉장히 만족해하는 러네이를 보고 아벨은 이해할 수 있었다. 드래곤에게 잠깐의 유희가 그 긴 세월을 버티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왜? 후회하느냐?”

“아니죠! 절대 아니죠! 오히려 거절했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겠죠!”

“그럼 됐다.”

“와―! 진심! 정말 마음에 든다니까! 우리 저하!”

그때 그런 러네이를 마치 철천지원수 보듯 노려보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사나였다.

사나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가 아벨에게 저렇게 친근하게 굴자 속에서 천불이 끓고 있던 것이었다.

그 분해하고 성이 난 모습이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아벨이 사나에게 다정스레 말한다.

“사나. 나와 함께한다면 지금처럼 너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사나는 괜한 아벨에게 성을 냈다.

“흥! 누가 뭐래요?!”

그래서 토라진 그녀의 손을 잡는다.

사나는 갑자기 아벨이 손을 잡자 화들짝 놀란다.

“……?!”

다시 한 번 다정스레 말한다.

더는 이러한 것에 그녀가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네 맘 다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이런 것에 신경 쓸 필요 없다. 난 예전에 너와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테니.”

“아…….”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위로하는 그 말에 눈 녹듯이 화가 풀어지는 걸 느끼는 사나였다.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대단히 쑥스러워하며 얌전해진다.

“……알겠어요…….”

아벨은 사나를 대단히 복잡 미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그래. 고맙구나.”

이 일에 관해서는 일단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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