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63화 (63/178)

제63화

63화. 절대방패 파니츠(1)

어차피 다 죽일 자객들이었음에도 아벨이 전력이 아닌 7성만 쓴 이유는 아직 러네이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아벨로 인해 자신의 유희가 재밌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에 지금은 아벨에게 큰 피해를 주진 않겠으나, 그렇다고 먼 미래에도 무조건 같은 편이 될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던전에서는 확실히 해야겠어.’

던전은 용사의 피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벨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따라 들어올 수 없었다.

‘맹세의 마법을 써야겠어.’

맹세의 마법으로 확실하게 같은 편이 된다면, 그때 던전에 러네이를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쎄에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자객의 검격이 날아왔고, 아벨도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유롭게 그 검격을 피해낸다.

그리고는 피하는 동시에 어깨로 박아 자세를 흐트러트린다.

“……?!”

그때 러네이가 아벨의 그림자처럼 뒤따르며 아벨이 자세를 무너트린 그 자객의 가슴에 검을 찔러 죽인다.

푹―!

“크아아아악!”

그때 어느 자객이 소리쳐 명령한다.

“지금이다! 지금 공격을 집중해!”

동료가 죽었음에도 자객들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동료가 죽은 덕분에 아벨과 러네이가 한곳에 뭉친 것이었다.

두 사람에게 사방에서 수많은 검격들이 날아왔다.

쎄에에엑―!

그래서 전에 계획한 대로 일차적으로 쥬디스가 마력장벽을 쳐주어 막는다.

위잉―!

콰콰콰콰콰콰―!

쨍깡!

그런 후 이차적으로 마력장벽이 깨짐과 동시에 들어오는 위력이 떨어진 검격들을 아벨이 정확하게 하나하나 쳐낸다.

쾅―! 쾅―! 쾅―! 쾅―! 쾅―! 쾅―!

마지막으로 아벨이 쳐내면 계획대로 러네이의 마무리 공격이 이어지고.

휘이익―!

촤아아악―!

“저년은 또 뭐야!”

전혀 생각지 못한 최정상급의 강자가 등장하자, 자객들 사이에서 혼란이 온 것 같았다.

“당황하지 마라! 저년은 우리보다 조금 강할 뿐이야! 그리고 우린 아벨 황자 하나만 죽이면 돼! 그럼 우리 승리라고! 죽음을 아까워하지 말고 황자만 공격해! 황자만 죽이면 된다!!”

대장 격의 자객이 한 말이었다.

아벨도 대장 격 자객의 말에 어느 정도만 수긍했었는데, 물론 아벨 하나만 죽이면 된다는 말은 전적으로 수긍했었지만, ‘저년이 우리보다 조금 강할 뿐’이라는 그 말은 수긍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지는 이해가 갔다.

‘이상하군. 일부러 그러는 건가?’

자기가 봐도 러네이가 힘을 숨겨도 너무 숨기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고작 10성 초반 정도의 강함으로 자객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러의 특이함이 잘 먹히고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적응이 된다면 그들도 러네이의 투명한 검격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검격을 막아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9성 검사들 같은 경우엔 심지어 그 검격을 피해낼 수도 있었다.

끔찍한 생각이지만 정말 운이 없다면 자객 하나 정도 놓칠 것도 같았다.

‘내가 러네이를 의식하는 것처럼, 러네이도 우리를 의식하는 것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드래곤들은 자신의 유희를 망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지 않았던가.

러네이 입장에서 그 귀한 유희를 위해서라도 과한 강함을 드러내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광고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아니면, 그냥 좀 오래 즐기고 싶어서?’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몸을 풀고 있었으니.

‘어느 것이 맞는지는 이따 보면 알 수 있겠군.’

러네이가 우리를 신뢰했으면 하는 생각에 후자였으면 하는 바람이 컸었다.

‘아무튼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자.’

아무튼 이따 보면 알 수 있었기에 전투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리고 때마침 이번에도 아벨을 향해 사방에서 검격들이 날아오고 있었고 말이다.

쎄에엑―!

위잉―!

콰콰쾅―!

휘익―!

촤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쎄에에엑―!

위잉―!

콰콰콰콰쾅―!

아벨만 죽이면 된다는 대장 격 자객의 말 이후로는, 자객들은 동료들이 몇 죽어 나가더라도 아벨만 집요하게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벨의 파티도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그 공격을 이겨낸다.

아벨이 집중 공격받으면 쥬디스가 일차적으로 마력장벽을 쳐 막아주고 이후 약해진 공격들을 아벨이 이차적으로 한 번 더 막아내면, 그때 비로소 러네이가 마무리 반격을 해 적들을 죽여 줄여나가는 그런 방식.

그러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네이에게 공격할 틈을 주기 위해 아벨도 공격을 했었고.

아벨은 러네이를 전적으로 믿었었기에, 러네이의 움직임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기회가 날 때마다 눈에 보이는 적을 향해 공격한다.

휘익―

“어림없다!”

적들의 성취가 7성보다 높았었기에 아벨을 대단히 우습게 보고 있었다.

콰아앙―!

끼이이익―!

자객은 아벨의 검격을 막고 흘리면서 곧장 반격하려 했었는데.

피슝―!

콰쾅―!

쥬디스의 마력광선이 날아와 급히 그 마력광선을 쳐내야 했다.

“제기이이일!”

자객은 막았음에도 그 마력광선의 엄청난 힘에 뒤로 밀려 나갔다.

하지만 곧 자세를 가다듬고선.

“황자! 하지만 다음은 없다!”

그건 아벨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 너도 다음은 없을 거라고.

당연히 대기하던 러네이의 검격이 이어졌으니.

휘이익―!

촤아아악―!

잠시 우쭐해 다음은 없다고 지껄인 자객의 목은 러네이에 의해 정말 다음을 기약할 수 없게 됐었다.

목이 댕강 떨어지자마자 휘이잉― 매몰찬 눈보라에 묻혀 사라져 없어진다.

쎄에에엑―!

죽은 자객이 눈에 파묻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 살아있는 자객들이 많이 있었기에 곧바로 아벨을 향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쥬디스의 대단히 강력한 마력장벽을 피하기 위해 아주 미세한 시간차를 두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발의 검격을 한 번에 집중하지 않는 이상, 엄청난 마력이 소모되는 그 거대한 마력장벽을 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쎄에엑―! 쎄에에엑―!

그래서 시간차를 두고 검격들이 날아왔는데, 옆에서 찌르는 검을 피하면, 앞에서 검을 내리치는 식이었다.

아벨은 피하면서 앞에서 내리치는 검을 막았었는데.

콰쾅―!

그 굉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뒤에서 아벨의 등을 양분할 듯이 내리친다.

쎄에에에에엑―!

“이젠 진짜 좀 죽엇―!”

피슝―!

콰콰쾅―!

도저히 아벨이 막을 수 없을 사각지대의 공격은 쥬디스가 막아준다.

“제길! 성가시게!”

“그래. 너도 성가시네.”

촤아아악―!

러네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전설의 설녀雪女처럼 자객의 혼을 빼앗는다.

휘익―! 휘익―! 휘이익―!

촤아아아아아악―!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줄여나간다.

이제는 반도 남아있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자객들은 갈수록 조급해져 갔다.

“안 되겠다! 인질을 잡아! 마법사들부터 공격해!”

대장 격인 자가 그렇게 소리치자 일제히 아벨이 아닌 쥬디스와 사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러네이! 부탁한다!”

“좋아요.”

그래서 드디어 백룡마검의 비기를 쓴다.

백룡마검白龍魔劍

제1식

용섬龍殲

투명한 검격이 펼쳐졌고 검을 들어 방어하는 자객들을 검 째 두 동강 낸다. 그리고 그 뒤로 마법사들을 향하려던 자객들까지도.

“뭐, 뭐야?!”

메나튼에서 카시드와의 싸움 이후 처음으로 쓴 러네이의 성명절기였다. 카시드 때에는 방어용으로만 썼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공격용이었다.

‘역시 그 분류 최강의 검술이군.’

전에도 말했지만 작가는 마멸광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검술을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었었다.

뭔가 은밀하고 비밀스러워 수욱― 하고 지나가면 이미 상대가 죽어 있는 느낌의 검술. 그런 느낌의 검술 중에선 백룡마검이 최강의 검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소설에서 러네이가 나타나고 카시드가 한동안 얼마나 좌절에 빠져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지금도 가볍게 휘두른 것 같았는데, 그 투명한 검격에 순식간에 자객 7명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그것도 엄청난 사정거리로.

‘저 비기를 거의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거지.’

심지어 러네이의 마력은 무한대라 할 수 있었으니.

“말도 안 돼…….”

단 한 번 보여준 러네이의 비기에 자객들은 전의를 상실한 듯했다.

그들도 대단히 뛰어난 검사들이었기에 단번에 자신들로는 저 여검사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망연자실한 자객들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삐익―!

날카로운 호각소리와 함께.

“모두 퇴각해! 어서!”

러네이는 그 소리를 듣고는.

“어딜.”

우선 호각을 분 대장 격인 자객에게 검을 휘두른다.

휘익―!

그녀의 고밀도 물빛 검격이 세찬 눈보라를 가르고 도망치려던 대장 격의 자객의 몸을 분리할 뿐만 아니라 옆의 부하 자객들의 몸도 함께 분리했다.

촤아아아악―!

새빨간 피가 새하얀 눈 위에 흔적을 남겼다가 곧장 눈보라에 파묻혀 사라져 간다.

“키웰 대장님!”

“……?!”

자신들의 대장이 죽은 것을 제대로 인식도 하기 전에.

백룡마검白龍魔劍

제3식

반짝이는 물결

수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검이 지나가는 방향마다 반짝이는 투명한 물결과도 같은 유려한 검격이 흘러 지나갔다. 그 속도가 대단하여 이번에도 도망가는 적 대부분을 반으로 잘라낸다.

아벨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까의 생각을 마무리 짓는다.

‘다행히 후자였었군.’

우리를 의식해 힘을 감췄다기보다는 좀 더 오래 싸우고 싶어 힘을 조절한 것 같았다.

‘신나 보여.’

확실히 환히 웃고 있는 게 대단히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이제 곧 끝나겠어.’

30명 중에 고작 두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그 두 사람도 지금의 상황에 너무 놀라 몸이 이곳 얼음 바위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 굳은 몸으로 자꾸만 눈들이 쌓여간다.

“그냥 너네도 죽어라.”

굳이 그들에게 캐낼 정보도 없었기에, 쥬디스가 그 전의를 상실해 굳은 두 사람에게 마력광선을 쏴 정확히 머리들을 터트린다.

피슝―! 피슝―!

펑―! 펑―!

머리가 터져나가며 피와 뇌수와 머리 조각들이 눈보라와 함께 흩뿌려진다.

“……?!”

이 모든 광경을 뒤에서 지켜만 봤던 사나는 너무 놀라 입이 좀처럼 다물어질 줄 몰랐다.

솔직히 사나도 자신의 재능이 또래에 비해 대단히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살 어린 아벨부터 시작해서 자신보다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저 여자가 자신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강함을 선보이고 있었으니…….

막상 전투가 일어나니 자신이 뭔가를 할 상황이 전혀 없었다.

괜스레 위축이 되던 사나였었다.

“…….”

그런 사나의 마음을 모르는 쥬디스는 썰매에 모이자마자, 혼자 들떠서는 러네이에 대해 감탄하며 찬양하기 시작한다.

“자네 정말 정말 대단하군! 최소 10성 검사인 것 같아! 최소! 정말 대단해! 정말로 말야! 내 살면서 자네 나잇대에 자네만큼 대단한 검사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정말로!”

그리고 그런 러네이의 강함을 알아본 아벨도 역시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는데.

“그런데 도대체 저하께선 어떻게 아셨습니까?! 러네이의 저 엄청난 강함을?!”

확실히 이번 전투는 러네이가 다 했다고 해도 무방했었으니. 충분히 쥬디스가 저렇게 호들갑 떨 만했었다. 쥬디스의 물음에 아벨도 훈훈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저도 놀랐습니다. 9성 정도인 줄만 알았었는데, 이렇게나 강할 줄은.”

러네이는 두 사람의 칭찬에 씨익― 하고 미소 짓는다.

“과찬이세요. 그것보다 저하께선 최선을 다하신 거 맞죠?”

러네이는 아벨을 전투 내내 의심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벨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생사가 걸린 싸움이었는데.”

그런 아벨의 대답에 실소를 흘리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다는 듯이 말한다.

“훗― 그런가요? 아무튼. 알겠어요.”

아벨도 러네이가 그냥 넘어가 주었기에 자연스레 러네이에게 다시 한 번 공을 돌리며 그 질문을 마무리 짓는다.

“네가 없었으면 나나 교수님이나 정말 위험했을 것 같구나. 함께 해주어 고맙다. 러네이.”

허리를 살짝 굽히며.

“별말씀을.”

생긋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를 바라보다 떨어지는 눈에 조금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자객들의 죽은 자리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적들은 결코 지금과 같은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 것이었다.

9성이 다섯이나 있었고 스물다섯이라는 8성 검사들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진다고 생각하는 쪽이 이상한 거였다.

‘만약 누군가 살아갔다면 매우 혼란스러워하겠지.’

돌아오는 이가 없어서 물론 더 혼란스러울 것이겠지만.

‘아무튼 시간을 벌었어.’

이때 최대한 이동해야 했었다.

“좀 더 속도를 내보죠. 던전에만 들어가면 되니까.”

“넵. 저하.”

이제 일주일 정도만 더 가면 됐었다.

적들이 당연히 이길 줄 알고 최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셀토스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공격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휘이이이이잉―!

살을 에는 눈보라는 여전히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

‘이 땅에서 추적은 불가능할 거다.’

그러니 이제 아벨 일행을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