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61화. 우연한 만남(2)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을 때 러네이가 다가와 다시 한 번 묻는다.
“정말 드래곤 아니세요?”
그래서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대답을 한다.
“내 생각엔 너야말로 드래곤인 거 같다만.”
그리고 이번에도 그녀는 또다시 발끈한다.
“아니라니까요! 어휴 참!”
그 발끈하는 모습에 정말 재밌는 드래곤이라 생각한다.
“나도 정말 아니라서 그렇다. 그건 그렇고 너는 내일 무슨 할 일이 있느냐?”
“아니요. 딱히 일은 없는데요. 왜요?”
“그럼 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지 않겠는가? 미스라임에 있는 숨겨진 던전에 갈 생각인데 말이지.”
러네이가 대단히 흥미롭다는 얼굴을 아벨의 무심한 얼굴의 코앞까지 들이밀며 묻는다.
“지금 저 꼬시는 거예요?”
그 말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 네가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만. 설마. 오늘 처음 봤는데.”
“그럼?”
“내가 가고자 하는 그곳이 대단히 위험해서 말이지. 그런데 너 정도의 실력자라면 분명 도움이 돼서 말이다. 다른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약해.”
순간 러네이는 고개를 돌리며 대단히 놀랍다는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 장님이 용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아벨의 의문 섞인 눈빛을 느꼈는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무튼 그것보다 제가 쟤네들보다 강하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딱 보면 알 수 있지. 그리고 오늘 네가 카시드를 일부러 봐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오― 우리 황자 저하 보면 볼수록 재밌으신 분이시네.”
“너에게 절대 나쁠 것 없는 일일 것이다. 조금 위험하긴 하다만 정말 재밌을 것이거든.”
“음― 그럼 나중에 제 소원 하나 들어주실래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면.”
“별건 아니고 저랑 대련 한 번 하자고요.”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좋아요. 그럼. 내일 같이 가는 거로 알고 있을게요.”
“아니다. 같이 간다고 하면 저 아이들이 분명 쫓아오려 할 테니. 네가 와야 할 곳을 알려주겠다.”
그렇게 러네이에게 와야 할 곳을 알려주었다.
러네이는 아벨의 말을 듣고는, 생긋 웃으며 말한다.
“알겠어요. 그곳으로 갈게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짓나 했는데.
와장창―!
그때 건물 안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들어가 봐야겠군.”
“네. 들어가 봐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술에 취해 난동을 일으키는 카시드와 그걸 끔찍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케이와 죠슈아를 볼 수 있었다. 쥬디스는 먼저 올라가 쉬는 듯했다.
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러네이가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저놈은 항상 저래요?”
“항상은 아닌데 대개 그렇지.”
“그게 항상 아니에요?”
“항상은 아니라고 믿고 싶어서 말이지.”
일행이 있는 테이블에 다가가 묻는다.
“또 무슨 일이지?”
아벨이 다가가 묻자, 옳다구나 하고 카시드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다.
“아니!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글쎄 말입니다!”
구구절절 자신의 억울함을 털어놓는데, 얘길 들어보니 왜 자꾸 사람들이 감히 자신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특히 케이가.
케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진심으로 끔찍하다는 듯이 말한다.
“카시드. 난 너에게 관심 없다고. 전혀.”
“그니까 왜?!”
“넌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쾅―!
그 말에 화가 나 테이블을 내리치더니.
“무슨 그럼 아벨 저하는 너에게 관심 있는 줄 알아?! 저하는 사나와 약혼할 거라고! 아덴의 정보에 의하면 얀 국왕 전하와 수잔 황비 마마께서 이미 구두 합의를 했다고 한다고! 그래서 저하께서 이번에 미스라임으로―”
카시드가 또 개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만.”
“사나를 만나러 가시는―”
“그만!”
아벨의 분기 가득한 목소리가 여관 가득 울린다.
“……?!”
카시드는 아벨의 분기 가득한 목소리에 즉각 자신의 말을 멈췄는데, 그저 멍청하게 아벨을 바라본다.
싸늘히 카시드를 노려보며 나직이 말한다.
“카시드. 주변을 바라봐라.”
주변을 바라보니 아덴의 검사들이 골머리를 싸고 있는 게 보였다.
“너는 누군가에게 무시당한다고 뭐라 하기 전에 너의 행동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인상만 쓸 뿐 전혀 이해 못 하는 거 같길래.
“…….”
한숨이 푹 나온다.
이미 한껏 취해서 눈이 풀린 얼굴을 보니 더 말해 봤자 소용없을 듯했다.
“……아니다. 다 내 잘못이다. 합석을 허락할 때 술을 안 먹는 걸 전제로 했어야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파하기로 하자.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 이 자리에서 또다시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명심하고 다들 올라가 자도록.”
그 말을 끝으로 2층 방으로 올라가던 아벨이었다.
* * *
떠나기 전에 카시드에게 한소리 한다.
“카시드. 너처럼 강자가 왜 그렇게 술에 약한지 모르겠군.”
“죄송합니다…….”
“9성 이상부터 신체 재구축 덕분에 술에 취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휴― 아무튼 넌 그 전까진 너를 위해서라도 술을 끊는 게 좋겠다.”
작가가 무협지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9성 이상의 마나가 체내에 있으면 마치 환골탈태換骨奪胎처럼 무인에 적합하게 신체 재구축이 일어나게 설정했었다.
그렇기에 신체 재구축이 일어나면 독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기에 술에 절대 취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아벨은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 덕분에 이미 신체 재구축을 가졌었기에 절대 술에 취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자기도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해 들었는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었다.
아벨은 그런 카시드를 외면하고 죠슈아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생각보다 가진 시간이 짧았구나. 루드스에서 좀 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구나.”
죠슈아도 안타까운 얼굴로 대답한다.
“네. 저하. 꼭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때 케이가 간절한 얼굴로 아벨에게 묻는다.
“정말 저희도 미스라임에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단호하게 거절한다.
“너도 잘 알겠지만 난 항상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절대 안 된다.”
“히잉…… 우리도 도움이 될 텐데…….”
“안다.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것보다는 네가 위험해질까 봐 그렇지.”
아벨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는 조를 수 없었다.
시무룩해 하며 말한다.
“……그러면 미스라임 갔다가 아슈트반 영지로 꼭 와 주세요…….”
다정히 미소 지으며.
“시간이 된다면 꼭 가지. 약속하마.”
“정말이에요! 약속한 거예요!”
어제 카시드의 말 때문에 그런지 확실히 조금 불안해 보였다.
“그래. 걱정 말아라. 그리고 러네이. 제국에서 또 볼 수 있기를.”
반면 러네이는 여유가 넘쳐났다.
아벨에게 윙크를 하며 말한다.
“네. 저하. 우린 반드시 또 볼 수 있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쥬디스에게 말한다.
“그럼 교수님 가시죠.”
“네. 저하.”
케이가 손을 크게 흔들며 아벨에게 작별 인사한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슈트반 영지에서 봬요!”
그래서 아벨도 뒤 돌아 고개를 한 번 끄덕여준다.
그 후로는 메나튼 북쪽 끝에 세워진 푸른 물결처럼 일렁이는 이동 워프만 바라보고 걷는다.
여관 주변에 있던 자들은 아벨이 지나가자, 분명 대단한 자라고 생각해 계속해서 아벨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지켜보았었다. 그중 몇몇은 쫓아오기까지 했었고.
“아마도 지금 행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우리를 도울 카시드와 아덴의 검사들도 있고 케이와 죠슈아도 있으니. 저희가 미스라임 셀토스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싱벨리어 설원 한복판에서 죽여 그 증거를 인멸하려 하겠죠.”
그 말에 걱정스럽게 묻는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적들을 이길 자신은 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벨은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주신 아그네스께서 도우셨습니다.”
“네?”
“러네이라는 여기사 있지 않습니까? 그녀와 미스라임에서부터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지금 저희는 용사의 무구를 찾으―”
“쉿!”
“앗!”
깜짝 놀라는 그에게 진정하라는 듯이 말한다.
“걱정 마시지요. 그녀는 그러한 것에 관심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결코 우리에게 짐이 될 자가 아니니, 정말로 주신 아그네스께서 도우신 거 같군요.”
아벨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전력을 다하면 순간이동 때문이라도 이길 수는 있겠으나, 자객들이 암살자나 검사들일 것이기에 큰 피해를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드래곤과 동행이라니.
‘게다가 인간을 좋아하는 별종 드래곤이니.’
지금부터 친분도 쌓을 수 있고 암살 위험도 방지하고 일석이조라 하겠다.
“확실히 정상급 검사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긴 하겠군요.”
“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길. 그리고 전투가 벌어졌을 때 어떻게 할 거냐면―”
그렇게 두 사람은 자객들을 마주했을 때의 전략을 짜며 걸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동 워프에 도착해 있었다.
이동 워프의 대기 줄로 이동하여 워프 관리 기사에게 신분증을 보여준다.
“앗!”
그러자 깜짝 놀라며 아벨에게 신속하게 허리 숙여 예를 갖춘다.
“아벨 저하! 벌써 떠나시는 겁니까?!”
이미 아벨의 존재가 다 알려졌기에, 깍듯이 모시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었다.
“그래. 급한 일이 있다. 미스라임의 셀토스로 부탁한다.”
미스라임의 셀토스는 파니츠가 있는 싱벨리어 대설원에 가장 인접한 대도시였다.
“대단히 아쉽지만! 알겠습니다! 짐! 셀토스로!”
그 말을 들은 관리 마법사가 셀토스로 워프의 좌표를 맞춘다.
우우우웅―
둥근 워프에 담긴 푸른 물결이 한 번 요동치더니, 마치 폭풍우를 만난 것만 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럼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관리 기사의 우렁찬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고는 그대로 쥬디스와 함께 들어간다.
수아아아아아아―
워프에서 나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를 볼 수 있었다.
그 워프 관리 마법사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한다.
“말 두 마리 준비하도록.”
말 두 마리 준비해 두라는 말보다는 그가 제국의 4 황자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하며 즉각 허리를 90도로 접는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아벨을 향해 외친다.
마치 누군가가 듣기 원하는 것처럼.
“만나 뵙게 되어 무궁한 영광입니다―! 아벨 황자 저하―!”
그 우렁찬 외침에 주변에 있던 동료 워프 관리 마법사들 모두 홱―! 하고 고갤 돌려 아벨 쪽을 바라보더니.
“눈의 나라 미스라임에 오신 것을 대단히 환영합니다! 아벨 저하!”
“어서 오십시오! 아벨 저하! 먼 길 오시느라 힘드시지 않으셨습니까?!”
“말 말고 더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말만 하십시오! 아벨 저하!”
“아벨 저하!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가! 제가 모시겠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일제히 소리친다.
이건 아까 아벨의 존재에 대해 진즉에 알고 있었던 메나튼 때보다 훨씬 더 요란한 맞이였다.
‘지침을 받았나 보군.’
그 모습을 보자 분명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관리 마법사에게서 신분증을 돌려받고 안내하는 자를 따라 곧장 내려갔다.
쥬디스가 말한다.
“마치 기다렸던 거 같군요.”
“제가 미스라임에 갈 거라는 건 사나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 오늘 내로 그 여기사 말고 또 누군가가 찾아올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미스라임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흐음― 만약 또 같이하고 싶다고 하면 어쩌실 겁니까? 미스라임이라 어떻게든 쫓아오려 할 텐데요.”
그랬다.
분명 어떻게든 쫓아올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타협을 할 생각이었다.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사나만 허락할 생각입니다.”
“사나만 말입니까?”
사나를 데려간다고 하면 충분히 타협해 줄 것이다.
“네. 사나에게 나와 함께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참에 알려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황실에서 보낸 자객들이 미스라임과의 관계 때문에 공주인 사나는 공격하지 않을 것이니, 그 아이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알겠습니다.”
관리 마법사가 말 두 마리를 가져와 지극히 공손히 건넨다.
“여기 있습니다!”
받아서 올라타며 말을 잇는다.
“아까도 말했듯이 싱벨리어 설원 한복판에서 공격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좀 편하게 있도록 하죠. 이럇―!”
아벨이 출발하자 쥬디스도 곧바로 말의 배를 찬다.
“이럇―! 저를 따라오시지요!”
그러면서 앞서나갔는데, 이미 가기로 한 자신이 잘 아는 여관으로 말을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