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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9화 (59/178)

제59화

59화. 첫 번째 대련(2)

아벨은 2식을 쓸 수 있음에도 전과 같이 1식을 썼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구오오오오―

끼이이이이―!

콰콰콰콰콰―!

뇌기를 머금은 오러의 회오리바람과 새로 선보인 귀신의 검이 격돌했는데, 회오리바람을 마치 귀신처럼 홀연히 정면으로 뚫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제법이긴 하군.’

아벨이 봐줘서 선풍을 뚫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제법이긴 제법인 거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가까스로 선풍을 뚫어내느라, 카시드의 검에 실린 위력도 어느새 희미해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 위력 떨어진 사자신검은 당연하지만 아벨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선풍을 뚫고 나온 귀신의 검을, 아벨은 같은 힘을 주어 막아낸다.

콰콰쾅―!

그때 두 검이 교차되어 서로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끼이이이이이익―!

같은 힘으로 밀다 보니 좀처럼 한 쪽으로 밀리지 않는다.

콰쾅―!

그러다 두 사람 다 떨어질 속셈으로 순간 힘을 줘 상대의 검을 밀쳐냈다.

충격파에 두 검이 떨어졌는데, 그럼에도 카시드는 멈추지 않고 빙 돌며 아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쎄엑―!

쾅―!

그러면서 거리를 벌렸었는데, 벌리자마자 다시 쇄도하며 귀신의 검을 썼고 아벨도 선풍으로 맞상대한다.

쎄에엑―!

기기기기―!

콰쾅―!

“한 번 더!”

쎄에에엑―!

기기기기기―!

콰콰쾅―!

“이번엔 안 봐준다!”

쎄에에에엑―!

기기기기기기―!

콰콰콰콰쾅―!

“진짜! 진짜 안 봐줄 거라고!”

그런 식으로 귀신의 검과 선풍이 몇 차례 더 맞부딪혔다.

아벨이 카시드에 맞춰 봐주는 이상 결정타가 나올 리가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본 아이들은 다행이라는 듯이 말들 했다.

“비길 거 같은데?”

“맞아. 비길 것 같아.”

차마 아벨이 봐주는 것 같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카시드도 너무나 굉장하게 보였었다.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둘 다 대단해.”

“그저 다치지만 않으셨으면…….”

“맞아. 다치지만 않으셨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벨이 봐주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게.

번쩍―!

엄청난 섬광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나가며 귀를 따갑게 울리는 굉음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연무실을 울리고 있던 것이었다.

콰콰콰콰콰콰―!

하지만 아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벨은 카시드에 조금 실망하고 있었다.

‘아직 3식은 무리인 것 같군.’

카시드는 아직 3식은 쓰지 못하는 듯했다. 2식 귀신의 검만을 계속해서 써 아벨을 공격했었다.

‘귀신의 검으로는 내 털끝 하나 건들 수 없다.’

귀신의 검은 이름답게 잔영을 남기며 마치 귀신처럼 실체가 없는 듯한 검이었다.

휘둘러 막았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검을 뚫고 나를 베고 지나가는 검.

“젠장! 젠장! 젠자앙!”

콰콰콰콰콰쾅―!

하지만 그 실체가 없는 검도 너무나 분명한 실체였던 선풍에 막혀 쉽사리 통과를 못 하자 카시드도 이제는 초조한 듯 보였다.

점점 체내의 마나는 떨어져만 가는데 아벨에게 어떠한 타격도 끼치지 못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벨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카시드에게 충분히 체면을 세워줬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자신검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를 쌓기도 했었고 말이다.

‘별거 없군. 사자신검도.’

확실히 사자신검은 흑풍흡검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일반 검술들 중에선 뛰어나다 할 수 있겠지만 전설의 검술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 듯했다.

‘작가가 게을러 터져가지곤.’

사실 소설 속에 나오는 명망 높은, 절정의 검사들의 검술들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이 괜히 강한 게 아닌 게 다른 검술들과 뚜렷한 차이점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소설에선 마멸광검이 모든 검술을 그냥 씹어 먹었었지.’

마멸광검과 뇌전마검, 흑풍흡검을 제외하고는 다른 검술들은 거의 대부분이 사자신검과 비슷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다.

뭔가 은밀하면서도 비밀스러운.

검술을 펼치면 어느새 적이 죽어 있다는 느낌의 검술들.

‘그런 아류작亞流作들로는 안 되지.’

콰콰콰콰콰콰콰―!

그때 다시 한 번 선풍과 귀신의 검이 붙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카시드도 이번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꼈는지, 고함을 지르며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짜내고 있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굉음과 함께 카시드가 아벨에게 다가간다.

이번에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는 것 같았다.

선풍의 중심을 베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아벨도 계속 그랬던 것처럼 그 이후 공격을 기다린다.

쎄에에엑―!

쇄도하는 카시드의 검격을 매번 그랬던 것처럼 카시드와 똑같은 힘으로 검을 들어 막는다.

휘익―!

콰콰콰쾅―!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서 그런지 아벨의 코앞까지 카시드의 검이 밀고 들어왔다.

기기기기기깅―!

코앞에서 카시드와 아벨의 검이 처음처럼 다시 한 번 교차되었는데, 교차된 검 사이로 두 남자의 눈이 서로를 노려본다.

아벨의 초연하면서도 무심한 눈빛과 카시드의 이글거리는,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눈빛이 마치 교차하는 검날처럼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불만이다.

한참을 기 싸움하다가.

끼이이이이익―!

챙―!

휙― 턱―

휙― 턱―

떨어지자마자 아벨이 검을 거두며 말한다.

“이쯤 하자.”

카시드도 오늘은 더는 미련 없는 듯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역사적인 첫 번째 대결이 끝이 났었다.

* * *

아벨은 쥬디스와 함께 먼저 성검 유게네스를 보기 위해 메나튼의 중앙 광장으로 가고 있었다.

쥬디스와 함께 다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다음 목적지인 절대방패 파니츠가 있는 던전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그 던전의 최종 보스인 라이칸스로프 다섯 마리가 전부 9성 무인의 성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아 고위 마법사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아벨에겐 그렇게까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물론 지금 아벨에게 마법적 요소가 가미된 뇌전마검과 흑풍흡검, 그리고 지옥불꽃이라는 최강의 마법과 드래곤의 사기 마법인 순간이동이 있어 쥬디스는 그저 보험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는 자객 때문에 필요해.’

이동 워프를 이용하면 분명 신분을 밝혀야 할 것이고 그러면 어디로 이동하는지 다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이유로 던전의 특수성보다는 100% 찾아올 자객 때문에 쥬디스가 꼭 필요한 것이었다.

‘단 하나라도 살려둬선 안 돼. 그래야 내 본 실력을 계속 감출 수 있어.’

자객들이 얼마나 올지 모르겠으나 다 죽이려면 본연의 힘 전부를 드러내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쥬디스 역시 9 서클 대마법사의 어마무시한 힘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것이고.

‘쥬디스가 돕는다면 분명 다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때 쥬디스가 유게네스가 꽂혀 있는 중앙 광장에 다 와 가서 그런지 갑자기 아벨에게 질문을 했다.

“저하. 그런데 유게네스를 만지실 겁니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괜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생각 없습니다. 훗날 귀찮아질 수 있으니 그냥 먼발치에서 잠깐 눈에 담기만 할 생각입니다.”

아벨이 유게네스를 보러 온 이유는 정말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소설의 세계관상 최강의 검이었기에, 그 검을 그저 진심으로 보고 눈에 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긴 만졌는데도 기절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뉴스가 될 것입니다.”

“후후― 분명 그럴 겁니다.”

“음―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좀 많군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사람들이 매우 많아 유게네스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아카데미들이 방학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몰리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일단 더 가까이 가보지요.”

더 가까이 다가가자 왜 사람들이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

“……?”

“저 아이들은?”

바로 케이와 케이의 오빠 죠슈아, 그리고 카시드가 있었는데, 카시드는 은발의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자와 대치 중이었다.

그 은발의 여자는 같은 은발의 사나만큼이나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웠었다.

‘뭔가 인공적으로 아름답군.’

굳이 둘의 차이를 말하자면 저 여자는 뭔가 인공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웠었고, 사나는 자연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미스라임 왕족인가?’

은발은 미스라임 왕족에게만 유전이 되었었다.

그리고 미스라임의 왕족이 대부분 아름답긴 했었다.

그 여자에게 천혜안을 쓴다.

『이름 - 러네이 코널리

정보 - 본명 러네이안. 화이트 드래곤. 3,504살 웜Wyrm급 드래곤. 현재 제국 코널리 남작가의 계녀로 생활 중.』

‘러네이?!’

훗날 7인의 성검사가 될 드래곤이었다.

인간인 아벨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따랐던 별난 드래곤.

‘아벨을 자신의 진정한 스승이라고 생각했어.’

드래곤임에도 검술에 대단한 관심이 있었기에, 아벨에게 검술로 진 이후 드래곤의 자존심은 전부 내다 버리고 검술을 가르쳐 달라며 아벨을 쫓아다녔었다.

그래서 아벨도 그 간절함에 감동해 진심으로 검술을 가르쳐주었고 말이다.

소설에서 러네이는 아벨이 마족 멸살을 부르짖으며 마멸단을 창단했을 때, 어떤 미친놈이 신들의 뜻을 어겨가며 나대나 구경 왔다가 아벨과 연을 맺게 됐었다.

‘그때 스승님, 스승님 거리면서 아벨을 굉장히 따랐고 쫓아다녔었지.’

지금은 코널리 남작가에서 막내딸 생활을 하며 검술을 좋아해 수련한다는 컨셉의 유희를 즐기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은거기인을 만나 검술을 배워 대성했다는 설정이었고.

‘……두 사람이 지금 시기에 싸운다는 내용은 없었는데.’

뭔가 러네이는 소설 내용상 온 거 같았고 케이와 카시드는 아벨이 온다니까 온 거 같았다.

그리고 서로 정말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된 것 같았고.

‘정체를 숨기고 있어 다행이군.’

현재 아벨과 쥬디스는 평범한 여행복에 후드를 눌러 써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었었다.

아벨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중년 남성이 아벨의 정중한 물음에 조금 화가 난 투로 대답한다.

“저기 아덴의 왕자님께서 저 검은 머리 영애에게 추태를 부리셨는데, 그때 지나가던 은발의 여검사께서 저 영애를 위해 그 추태를 막아주셨다오. 그런데 적반하장격으로 아덴의 왕자님께서는 네년이 뭔데 감히 자신의 앞을 막냐며, 그리고 자신에게 예를 안 갖춘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중이오.”

그 대답에 두통이 올 것 같았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거 같고. 아무쪼록 이번 일은 지켜만 보는 게 상책인 듯하니, 젊은이도 괜한 호승심에 끼어들 생각 마오. 저 왕자님이 성질 더러운 거로 유명한 듯하니.”

그 대답을 들은 쥬디스가 아벨에게 속삭였다.

“저 녀석 밖에서도 여전하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워낙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니.”

“어쩌실 겁니까?”

“조언을 듣도록 하죠. 괜히 휘말릴 필요 없습니다. 원래 목적대로 유게네스만 보고 갑시다.”

“제 생각도 그게 좋을 듯합니다.”

그들이 싸우든 말든 군중들을 타고 돌아서 유게네스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러네이의 검술을 보는 것도 좋았겠지만.’

그것보다는 저들과 여기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괜히 미스라임까지 억지를 부리며 쫓아올 것만 같았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시비가 붙은 곳은 유게네스와 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곳에만 관심을 둔 덕분에 유게네스를 편하게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벨은 유게네스 앞에 섰다.

용골검과 같은 바스타드 소드로 120㎝ 정도의 검 길이에 검자루에 새하얀 마력석이 박힌 검이었다.

그 마력석이 마치 사람의 눈처럼 움직이는 듯했는데, 현재 아벨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검신劍身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광채와 성스러운 기운이 스스로가 성검聖劍이라는 것을 적극 알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태양의 한가운데 투명한 부분인 것처럼 성스러운 빛이 타오르고 있다.

‘확실히 용골검과는 달라.’

용골검이 검신 전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유게네스는 검자루 중심에 박힌 마력석만이 살아있는 느낌이었고, 용골검이 빨아들인다면 유게네스는 뿜어내고 있었다.

‘그 뿜어내는 특성을 이용해서 마멸광검을 창조할 수 있던 거였지.’

실제로 본 유게네스는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용골검만큼이나 탐이 나는 검이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멀었어.’

저 검을 얻으려면 최소 1차 마족 침공을 견뎌내야 했었다.

용사 임명식은 1차 마족 침공 직후에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저 성스러운 검을 보자, 얻게 될 그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져 참기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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