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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8화 (58/178)

제58화

58화. 첫 번째 대련(1)

이번 방학 때 파니츠를 얻기 위해 루드스를 벗어나는 것은 아벨에게도 기회였지만 적에게도 분명 기회였었다.

‘하필이면 이번에도 미스라임이군.’

파니츠는 미스라임의 싱벨리어 대설원 북쪽 숨겨진 던전에 있었다.

문제는 그곳이 어느 미스라임의 땅과도 다르지 않게 인적이 끊긴 혹한의 대지로써, 24시간 내내 내리는 눈보라 덕분에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을 수 있어 자객들에겐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파니츠는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어.’

그랬다.

파니츠만 얻는다면 확실히 앞으로의 위험천만한 미래를 한결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아벨이 된 것으로 인해 소설의 내용이 변하고 있는 만큼 언제나 대비하고 있어야 해.’

분명 소설의 내용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변한 내용을 별문제 없이 잘 해결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 강력한 한 방이 올지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베츠가 직접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소설에서 작가 ‘난좋은작가’는 아벨이 뭐든 쉽게 처리하는 걸 극도로 혐오했었기에 그래서 언제나 한 발은 항상 죽음에 담가놓은 것만 같은 고통을 겪게 했었다.

‘이번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절대 작가의 의도대로 살 생각 없었다.

그때 옆에서 걷고 있던 케이가 아벨이 상념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저하는 방학 때 뭐 하실 거예요?”

함께 걷고 있던 모두가 아벨의 입을 주목했는데, 아벨이 방학 때 뭘 할지 내심 궁금했었던 것이었다.

아벨은 질문을 한 케이를 다정히 바라보며 대답한다.

“사실 황실의 자제들은 졸업 전까진 황궁에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이참에 여행을 좀 다녀볼까 한다.”

“오! 여행!”

그 말을 대단히 반기는 케이였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아슈트반 영지?! 어때요?! 아슈트반 영지는?!”

귀여워서 씨익― 웃는다.

“가능하다면 들르겠다.”

“정말이죠?!”

“그래. 그 전에 어디 좀 다녀와서 말이다. 시간이 있다면.”

그 말에 금방 시무룩해져서는.

“아…… 네. 그래도 가능하면 꼭 오세요. 꼭.”

물론 포기란 없어 보였지만.

“후후― 알겠다.”

이번엔 로디아가 묻는다.

“그럼 먼저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브릴튼 기사연합국과 미스라임에 갈 생각이다.”

“미스라임요?”

사나도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기에 깜짝 놀란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쥬디스 교수님과 함께 가볼 곳이 있어 말이다.”

“쥬디스 교수님하고요?!”

“그래. 개인적으로 동행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이거 신기하네요. 쥬디스 교수님은 아벨 저하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다행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구나.”

그때 카시드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브릴튼 기사연합국은 왜 가시려는 겁니까? 차라리 아덴으로 오시지 말입니다. 누님들께서 저하를 무척 반기실 겁니다.”

안 그래도 필리즈가 한번 찾아와 그 말을 하긴 했었다.

“그런가? 하긴 필리즈와 타네르가 워낙 성격이 좋아서 말이지. 뭐 아덴도 언젠가는 갈 거니까 걱정 말라고 전해라.”

“네. 뭐 알겠습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브릴튼은 진짜 왜?”

“브릴튼에 가려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유게네스를 한번 볼까 해서다.”

성검 유게네스는 브릴튼 기사연합국의 메나튼 중앙 광장에 꽂혀 있었다.

“성검 유게네스?!”

“그래. 그래도 내가 검사인데 성검을 한 번은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말이지. 이때껏 황궁에 갇혀있어 못 봤으니까, 이번 기회에 한 번 봐두려고 한다. 카시드, 너도 본 적 있지 않나?”

“네. 전 본 적 있습니다. 확실히 검사라면 한번 봐두는 것도 좋긴 합니다.”

“그리고 만져 보는 것도?”

“음― 뭐 네. 물론 추천해 드리고 싶진 않지만.”

용사가 아닌 자가 유게네스를 만지면 그 자리에서 혼절했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메나튼의 영주는 유게네스가 꽂혀 있는 중앙 광장에 쓰러진 자들을 안전한 곳에 옮길 기사들을 항시 배치해 두었었다.

지산이 말한다.

“하지만 유게네스를 안 잡아 볼 수도 없지 않나? 나도 유게네스를 잡아봤는데 말이다.”

케이가 놀라며 물었다.

“너도 잡아봤어?”

그 물음에 넉살 좋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 혹시나 해서 말이지. 내가 유게네스의 주인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하긴 누가 안 그러겠어? 다들 그렇지 뭐.”

로디아가 케이에게 물었다.

“케이. 그럼 너도 만져봤어?”

“응. 나도 오라버니랑 같이 가서 만져봤어. 둘 다 아버님께 실려 왔었지만. 그런데 그럼 다들 집으로 가겠네? 방학 때?”

“그렇겠지?”

“근데 방학이 너무 긴 거 같아. 많이 심심할 거 같아.”

방학은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약 2달간이었다.

그때 로디아가 사나가 부럽다는 듯이 말한다.

“맞아. 그래도 사나는 좋겠다. 저하께서 미스라임으로 가신다니까 말이야.”

로디아의 말에 사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근데 못 볼 거 같은데?”

“왜?”

“저하가 왕궁으로 올 거 같지도 않고 그리고 행선지를 가르쳐 줄 거 같지도 않고.”

조금은 삐진 얼굴로 툴툴거린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서 말이지. 나와 교수님 둘이서 그냥 빨리 다녀오는 게 나아.”

“네. 뭐. 그럴 줄 알았네요.”

다행히도 그때 마침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 그래서 사나의 대답을 피하고 곧장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지산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오늘 밤 우리끼리 종강 파티를 하는 건 어떤가? 다들 오랫동안 못 보니 말이다.”

“오 좋아!”

“어디서?”

“저하네 기숙사?”

“괜찮겠지?”

“설마 쪼잔하게 안 되겠다고는 안 하시겠지.”

그러면서 모두가 아벨을 간절히 바라본다.

‘……불길한데…….’

그 간절한 얼굴들에 허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이니까 괜찮겠지…….’

“이거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 좋다. 대신 먹을 것들은 너희들이 가져오도록. 기숙사에 빵하고 딸기우유밖에 없으니까.”

여러모로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도저히 그들의 마지막 기대를 외면할 수 없었던 아벨이었다

* * *

역시 그 날도 문제가 생겨버렸다.

“아니! 도대체 흑풍흡검이 뭐기에! 누님들도 아벨 저하, 아벨 저하 그러시는 겁니까?!”

불만이 가득 차 울분을 토해내는 카시드를 바라보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쟤 또 시작이네.”

“그러게. 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쯧쯧―”

“하아― 근데 진짜 저렇게 심할 줄은.”

“끄응― 카시드. 저하는 누가 봐도 멋있으시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 거라 생각해. 흑풍흡검 때문이 아니라.”

“닥쳐! 넌 모른다고! 맨날 저하 저하 그러면서 흑풍흡검을 얘기한다고!”

뭐가 그렇게 분통한지 자신의 가슴을 쾅쾅! 마구 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안 된다고! 타네르 누님도 사자신검을 쓰셨다던데! 사자신검이 흑풍흡검에 단 일 합에 무너지다니!”

아벨은 이제 적당히 자리를 파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검을 들어라. 연무장에서 상대해 줄 테니.”

카시드도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서서는.

“좋습니다! 한판 붙읍시다!”

“저하!”

“저하! 카시드는 취했어요!”

“맞습니다! 오늘은 좀 피하시는 게!”

당연하게도 아벨을 말렸다.

아벨이 무심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한다.

“괜찮다. 카시드도 뛰어난 검사이니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연무실로 들어간다.

“네에?!”

“……?!”

카시드는 도발 당했다는 생각에 격한 분노를 터트린다.

“허! 뭐라고?! 좋아! 누가 이기나 봅시다!”

그리고는 역시 카시드도 말릴 틈도 없이 아벨을 따라 연무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그렇게 연무실로 들어가 버리니, 나머지 사람들은 이제 그저 아벨이 적당히 하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휴…….”

“괜찮을 거야…….”

“그래…… 저하를 믿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남은 사람들도 연무실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면서 지산도 너클을 꼈는데,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오면 자신이 말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걱정은 다 오해였으니, 아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벨은 사자신검에 대한 기를 살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참에 기 좀 제대로 살려줘야겠어.’

벌써부터 경계하게 할 순 없었다.

우선은 뭐라 해도 하베츠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좀 봐줘서 마치 흑풍흡검과 사자신검이 동급인 것처럼, 마치 자신과 아벨이 같은 급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술 취했을 때 대련하는 게 좋았다. 평소였다면 자신이 봐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가능성이 컸으니 말이다.

‘하베츠를 없애기 전 계속해서 착각하게 할 필요가 있어.’

그때까진 카시드가 자신과 동급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할 생각이다.

카시드에게 예비로 갖고 있던 검을 던졌다.

휙―

아벨도 평소 쓰던 강철검을 든다.

우웅―

곧장 오러를 두르고 말한다.

“덤벼라. 빨리 끝내자.”

우우웅―

카시드도 곧장 오러를 두르면서.

“좋습니다!”

탓―!

대답과 동시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지를 박차 아벨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자신검死者神劍

제1식

죽은 자들의 원망怨望

처음부터 사자신검의 비기를 펼친다.

아벨도 카시드의 소원대로 흑풍흡검의 비기를 쓴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파지지지직―!

과과과과과―!

뇌기를 포함한 회오리바람의 검격이 카시드를 향했고 카시드는 그 회오리바람의 곁을 스윽하고 스쳐 지나간다.

사아아아아아―

콰콰콰콰콰콰―

확실히 타네르보다 숙련도나 완성도 면에서 훨씬 위였다.

“……!”

하지만 카시드도 회오리바람처럼 연속된 검격에 깜짝 놀랐는데, 깨고 깨도 계속해서 검격들이 이어졌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카시드는 그 모든 검격들은 베고 아벨의 앞까지 당도했다.

“하압!”

문제는 사자신검의 위력도 처음과는 달랐다는 것인데.

그래서 기합과 함께 검을 종으로 내리쳤다.

쎄에에엑―!

아벨도 검을 들어 그 검의 궤적을 비틀어 쳐낸다.

콰콰쾅―!

끼이이이이―!

쳐냄과 동시에 카시드를 밀어내기 위해 앞차기를 했는데, 카시드도 발을 들어 그 앞차기를 막아냈다.

쾅―!

부웅―

카시드의 몸이 앞차기의 충격에 뒤로 밀려났고, 아벨은 밀려나는 카시드의 몸을 따라가 검을 내리쳤다.

휘익―

“제길!”

콰쾅―!

가까스로 들어 막는다.

그리고 이번엔 카시드가 그 내리친 검을 흘리며 몸을 빙 돌아 사선으로 내리친다.

쎄에엑―!

콰콰쾅―!

그렇게 공방이 몇 차례 이어졌다.

카시드 역시 검술의 기본이 매우 탄탄한 검사였기에 절대 단순한 공방전에선 아벨에게 밀리지 않았다.

아벨의 중도를 지키는 유려한 검과 카시드의 패도적인 검이, 싸움의 기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치고받고 있었다.

두 사람의 불꽃 터지는 공방에 다들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케이가 전에 갖고 있던 카시드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순수하게 감탄하며 말한다.

“와― 진심 카시드도 정말 센 거 같아.”

“그러게 괜히 아덴에서 신성 소리 듣는 게 아니었어.”

“아덴에서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에서 신성 소릴 들었을 거다. 아벨 저하만 아니었다면 카시드가 최고라는 소리지.”

“진짜 그런 거 같아.”

괜히 에브니아 대륙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성新星이라고, 그리고 훗날 검왕劍王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아벨이 맞춰 싸워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역시 대단해.’

카시드의 패도적인 검이 점점 아벨의 유려한 검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획대로야.’

아벨은 카시드의 검을 받아 주기만 했는데, 상대방이 느끼기엔 아벨이 가까스로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쾅―! 쾅―! 쾅―! 콰쾅―!

몇 차례 연속해서 강한 충돌이 있었고 그 충격파에 서로 밀려나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때 카시드가 아벨에게 작정한 듯이 소리친다.

“이번엔 조심 좀 해야 할 겁니다!”

사아아아아아아―

스산한 푸른빛 오러가 카시드의 검에서 불길하게 타올랐다. 검에 마력이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걸 볼 수 있었다.

탓―!

그리고선 아벨을 향해 쇄도하는데.

사자신검死者神劍

제2식

귀신鬼神의 검

스산한 오러와 함께 그림자 같은 잔영을 남기며 아벨을 향해 나아간다.

파지지직―!

우우우웅―!

아벨도 쇄도하는 카시드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흑풍흡검의 비기를 쓰기 위해 검에 마력을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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