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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7화 (57/178)

제57화

57화. 협력(2)

셋 다 맹세의 내용을 자신들의 피로 마법이 걸린 양피지에 기록했다. 모두 같은 내용을 기록하자 양피지에서 빛이 흘러나와 세 사람을 감싸 안았다.

그 소름 끼치도록 거북한 빛에 한동안 둘러싸여 있다.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아벨이 입을 연다.

“그럼 제 계획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마고스와 쥬디스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말씀하시지요.”

솔직히 아벨은 이것에 대해 하루에 두 번이나 말하게 될 줄 정말 몰랐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를 얻으려면 어쩔 수 없어.’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말한다.

“저는 사실 주신 아그네스께 선택받은 용사입니다.”

“……?!”

“네에?!”

역시나 경악하는 얼굴이다.

뒤이어 더욱 경악할 말들을 이어 한다.

“그리고 주신 아그네스께서는 제가 이 에브니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사악한 것들을 제거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네. 전 마족들을 멸살滅殺시킬 것입니다. 마왕을 포함하여 말입니다.”

“……?!”

마족을 멸살시킨다는 말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마고스가 그 침묵을 깨고 묻는다.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그래서 결혼을 안 한다는 말씀이셨군요…….”

“맞습니다. 마족을 멸살시키려면 분명 엄청난 위협을 받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사선을 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야 궁금증이 풀린다는 얼굴이다.

“그런 이유셨군요…….”

쥬디스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마족을 멸살하려면 그것들과 관계된 것들도 없애야 할 것입니다.”

아벨은 쥬디스의 우려에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덤덤히 말한다.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겉으로는 깨끗한 척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질 만큼 역겨운 것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둘 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분께서도 훗날 제 마족 멸살을 돕다 보면 더욱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지배자들이 얼마나 역겨운 자들인지를. 그래서 하베츠를 죽여야 하는 겁니다. 스승님.”

“……!”

“그 냉혈한이 마족과 손잡고 이 세상을 유린한다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제가 스승님께 월광참검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걸 그 새끼가 알게 된다면, 스승님은 물론이고 스승님 가문도 멸족하려 들 겁니다.”

“설마…….”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분명 하베츠는 그리할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쥬디스 교수님.”

쥬디스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인 양 아벨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맞아! 저하 말이 맞는다고! 하베츠는 분명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문까지 싹 다 죽일 거야! 이번에도 너를 위협했잖아?!”

한번 승기를 잡았으니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마티아스와 조너선을 보십시오. 저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저들은 그저 하베츠가 시키는 대로 하려 했었고, 전 결과적으로 하베츠가 원한 대로 마물들에게 떨어졌었습니다. 모든 게 하베츠가 원하던 대로 됐단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그럼에도 저 둘은 저런 끔찍한 짓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저 하베츠 그 개새끼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그래도 오랜 시간을 공들여 가르친 제자여서 그런지, 마고스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쩌면 괴로운 게 당연한 일일지도.

괴로운 표정으로 어렵게 입을 연다.

“……그럼 언제 실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드리는데 하베츠를 죽이는 일에는 두 분께서 개입돼선 안 됩니다. 그저 제가 그 녀석을 죽여도 나무라시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 말에 대단히 의아스러워했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쥬디스는 아벨의 생각을 대단히 반긴다.

“그것 정도야!”

“…….”

“그 녀석에게 두 명의 가드가 항상 붙어 있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둘 다 10성 정도인데 제가 둘을 이기게 되는 그 순간이 그 녀석의 명이 끊어지는 순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 * *

조너선과 마티아스에게 인공 팔을 만들어 주었다.

두 사람은 전처럼 힘을 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평생 얻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팔이 생기자 바닥에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흐흐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를 위해 이렇게까지…… 흐으으흑…….”

아벨은 두 사람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걸로는 예전처럼 검을 쓰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방학 이후 제대로 된 팔을 다시 만들어 줄 테니. 그동안만 참아 내거라.”

다시 한 번 감격해 폭풍처럼 눈물을 쏟아낸다.

“저하……!”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다정스레 위로한다.

“아니다. 나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이 많구나. 너희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두 사람에게 다가가 안아 준다.

그러면서 속삭이는데.

“그리고 너희들의 복수는 내가 꼭 해줄 테니 걱정 말아라.”

“……!”

“……?!”

안은 팔을 풀며 말한다.

“돌아가 보거라. 앞으로 문제 있음 언제든지 말하고. 너희들의 삶만큼은 내가 반드시 책임질 것이니.”

두 사람도 아벨과 교수들이 할 일이 남았다는 걸 깨닫고는 곧장 허리를 숙인다.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길!”

“맞습니다! 저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쇼!”

그들의 각오에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그래. 알겠다.”

두 사람은 아벨의 대답을 듣고는 곧장 문을 열고 나갔다.

덜컥―

문이 닫히자마자 굳은 얼굴로 돌아와서는.

“스승님. 당분간은 저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두 사람은 좀 떨어져 있어야겠습니다. 월광참검의 구절만 알려주시지요. 제가 우선 수련을 해보고 막힐 때만 여쭈어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월광참검에 대해 듣기 시작했다.

월광참검을 듣기 시작하자마자.

[천고의 검재가 반응합니다.]

[천고의 검재가 월광참검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천고의 검재가 월광참검을 받아들입니다.]

[천고의 검재가 월광참검을 습득합니다.]

[월광참검 1성 - 1%]

마고스는 월광참검에 대한 모든 것을 불러준 뒤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해되십니까?”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여주는 게 낫다는 말처럼.

스릉―

아벨은 검을 뽑아 들더니.

우웅―

곧바로 뇌기가 섞인 은빛 오러를 만들어낸다.

“……?!”

확실히 월광참검의 오러였다.

아벨은 일부러 은빛의 오러를 과장해서 만들어냈는데, 확실히 그 효과를 보고 있었다.

경악하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네. 이해됩니다. 당장 기숙사 연무장으로 가 수련하고 싶군요.”

마고스는 너무 쉽게 월광참검의 오러를 발현하는 아벨을 보고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좋습니다. 그럼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 알려주시지요.”

“네. 수업 때 제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다가가는 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쥬디스 교수님.”

그도 경악스런 얼굴이었는데, 아벨의 경천동지할 능력을 봐서 그런지 그래서 더 아벨을 신뢰하게 되었다.

“네, 넵! 저하!”

“제가 한 번에 적어서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넵! 당연히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쥬디스 교수님은 몰라도 스승님은 특히 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없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비장한 눈을 바라보며 마무리를 짓는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분명 오늘의 일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을 것입니다. 쥬디스 교수님께선 좀 더 자유로우시지만 스승님께선 큰 제약을 받을 수 있으니. 모두 앞으로 각별히 주의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 *

나스타샤 요한센은 마법 상점의 문을 평소보다 훨씬 일찍 닫았다.

“괜히 영업을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후후― 별말씀을. 홍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따뜻한 차 한 잔은 괜찮을 듯했다.

“그래. 따뜻한 홍차 한 잔 부탁하지.”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차를 준비하는 그녀에게 어느 정도 말해줄지 고민했다.

‘질문 하나만 받아야겠어.’

더 많은 정보들은 차차 그녀에게 도움을 받을 때마다 풀기로 한다.

“여기 받으시지요. 리무르 산 홍차랍니다.”

커피가 아비시니아라면 홍차는 리무르였다.

따뜻한 홍차를 받은 후.

“우선 무엇이 궁금한지 좀 제대로 듣고 싶군. 너의 궁금증에 대해 나도 아주 자세히는 알지 못해서 말이지.”

건너편에 앉아 다리를 꼬는 나스타샤였다.

“좋아요. 말씀해드리지요.”

그러면서 반짝이면서도 매혹적인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보는데.

“전 신에 관한 거라면 뭐든 괜찮지만…… 그중에서도 왜 주신 아그네스는 이 세상을 창조하였으면서도 왜 직접적인 관여는 하위 신들만 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네요. 그리고 그 하위 신들과 이 세계의 일들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말이죠.”

이 세상이 ‘난좋은작가’라는 판타지 소설 작가가 지구라는 행성에 소설을 팔아먹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녀에게 주신 아그네스가 왜 직접적인 관여를 안 하는 것인지도 말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관여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모든 걸 관여하고 있지. 하지 않는 척하는 것일 뿐.’

“솔직히 왜 주신 아그네스가 직접적인 관여를 안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위 신들과 이 세계의 일들에 관한 상관관계는 조금 알긴 하지.”

“좋아요. 그럼 그것만이라도 말해주세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하위 신들이 이 세상을 주관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들은 자신의 무한한 생명에 대한 지루함과 허무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 세상을 이용하고 있다.”

“……?!”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흥분된 모습이었다.

“이 세상은 원래 선善만 있었다는 걸 알고 있나?”

“그렇다면?!”

“인간만 살던, 선만 있던 이 평화로운 에브니아 세계에 마계를 열어 마왕과 마족을, 마물들을 살게 한 것들이 바로 다름 아닌 하위 신들이라는 것이다.”

벌떡―!

경악스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의 눈빛을 외면하면서.

“선과 악을 만들어낸 그들은 그것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영원한 삶의 지루함을 해소했다. 그리고 이제는 심지어 의도적으로 인간들과 마족들을 조종하여 이 세상을 자신들의 뜻대로 만들어 가려고 하고 있고.”

“이럴 수가!”

“너무 심해졌을 때 그러한 것들을 제재하기 위해 주신 아그네스가 나서는데, 바로 그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용사를 보내는 것이지.”

털썩―

그녀가 허탈하게 자리에 앉으며 뇌까린다.

“……그렇군요…….”

“그래. 주신 아그네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도 이 세상이 하위 신들에 의해 너무 혼란스러울 때는 어느 정도 일을 하는 셈이지. 물론 그마저도 직접 나서지는 않지 말이야.”

이 정도면 충분히 알려줬다 생각하는 아벨이었다.

* * *

아벨이 처음부터 강하게 나간 탓에 양아치들로부터 어떠한 괴롭힘도 없었을뿐더러 소설과는 달리 독도 통하지 않았기에 미독에 의한 공격도 없어서 조금은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조너선과 마티아스도 잘 지내고 있고 말이지.’

다행히도 같은 반 친구들이 두 사람을 잘 챙겨주어 나름 잘 지내고 있는 듯했다. 다신 일어설 수 없게 무너질 만한 일을 당했음에도 희망을 품고 꿋꿋이 잘 버티고 있어 보였다.

‘내가 두 사람을 책임져야 해.’

자신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고 자신 때문에 두 팔을 잃어야 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오늘부터 방학이었다.

나스타샤가 필요한 물품들을 적극적으로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덕분에 나는 내 것만 구하면 돼.’

그래서 아벨은 이번 방학 때 쥬디스와 함께 루드스를 떠나 용사의 무구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용사의 무구는 총 네 가지였다.

성검 유게네스와 백룡갑옷 투디오스, 절대방패 파니츠, 성스러운 자의 반지.

네 무구 중 세 무구는 용사로 정식 임명받아야만 쓸 수 있었는데, 하나는 아니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몰라.’

용사 임명이 없어도 쓸 수 있는 무구는 다름 아닌 절대방패 파니츠였다. 파니츠는 아벨이 정말 위험할 때에 그 어떤 무구보다 아벨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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