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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5화 (55/178)

제55화

55화. 그래. 인정할게(2)

이스마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믿을 수 있던 여동생들이 그렇게 말하자 대단히 당황하고 있었다.

“제길!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다고! 사자신검이 어떤 검술인데!”

잭슨과 아벨의 대련을 이스마일도 보았기에 아벨이 뛰어난 검사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말이 안 돼! 최강의 사자신검이 어찌! 저년들이 분명 자기가 약한 걸 검술 탓으로 돌리는 걸 거야!’

결국 이스마일은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흑풍흡검이 사자신검보다 위라고 말하는 여동생들의 말을 믿지 않기로 한다.

지금 한 말들은 여동생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감추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고 여기기로 한 것이다.

이스마일의 믿을 수 없다는 말에 레이첼이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전쟁의 신이라 불린 분께서 창안하신 검술이신데 당연하지. 어디 사자신검 따위가.”

레이첼은 아벨이 재수 없긴 했지만, 가끔 아덴의 졸개들이 기고만장해하는 것도 꼴 보기 싫었었기에, 그래서 조금은 우쭐해 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우쭐해 하는 레이첼에게 필리즈가 묻는다.

“그런데 레이첼 저하. 그 검술은 용골검이 있어야만 진정한 모습을 보이던 게 아니었던가요? 용골검이 아닌 다른 검으로도 그런 엄청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건가요?”

그녀도 루드스에서 흑풍흡검과 용골검의 상관관계에 대해 배웠던 것이었다.

“용골검이 있어야 뇌전마검에 비긴다는 말이었지,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오라버니. 아벨이 용골검도 가져가지 않았었나요?”

레이첼의 말에 아덴의 인원 모두가 깜짝 놀란다.

“……?!”

“네?”

“와씨! 용골검도 가지고 계세요?!”

갑작스런 레이첼의 물음에 윌리엄은 버벅거리며 대답한다.

“어, 어? 어. 맞아. 분명 용골검과 용혈갑을 가지고 나왔다고 하셨어. 어마마마께서.”

필리즈가 대단히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엄청나게 강해질 수도 있겠군요…….”

타네르도 마찬가지로 상기되어 얼굴이 붉어졌었는데, 엄청 흥분한 거 같았다.

“이거 대륙제일검이 바뀌는 거 아니에요?!”

레이첼은 들뜬 두 여자를 표독스럽게 쏘아붙인다.

“이년들이 아벨 새끼의 외모에 빠져가지곤.”

그 공격적인 말에 필리즈가 다급히 변명한다.

“그게 아니라 우린 카시드 그 꼴사나운 녀석만 좀 끌어내 주셨으면 하니까 말이에요.”

“맞아요. 그 재수 없는 녀석만 짓밟을 수 있다면.”

레이첼은 그녀들의 웃기지도 않는 변명에 콧방귀를 뀐다.

“흥! 웃기고 있네! 같잖은 변명하고는! 하지만 걱정 마! 우리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네년들이 좋아하는 아벨도 이제 곧일 테니까! 물론 정의 무투회까지는 그 꼴값 떠는 모습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세르지도 이스마일도 레이첼이 왜 저렇게 자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제기랄!”

이스마일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그 기회를 넘겨줘야 한다는 사실이, 그것이 그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치욕으로 다가왔다.

반면 세르지는 상대가 누군지 알다 보니 아벨을 믿으면서도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고.

* * *

축제 마지막 날에는 기어코 수잔 황비가 아벨을 보기 위해 루드스에 찾아왔었다.

미스라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진즉에 오고 싶었었지만, 축제가 제국의 건국기념일과 겹치다 보니 계속 미뤄져 지금에서야 올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수잔 황비는 같은 반 학우에게 배신당했다는 말에 혹여나 아벨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을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황제는 얼른 보내달라며 닦달하는 수잔 황비에게, 대신 보는 눈이 있으니 아벨의 기숙사에서 조용히 있는 조건으로 방문을 허락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원예부원들이 아벨의 기숙사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심지어 필리즈와 타네르마저.

아벨은 지금 찾아온 원예부원들 때문에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다.

“너희가 어쩐 일이더냐?”

케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수잔 황비 마마께서 오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잘 지내셨는지 인사드리고 싶어서요.”

“맞아요. 당연히 인사드려야죠.”

“맞아 맞아.”

수잔 황비는 케이의 목소리를 듣고는 흔쾌히 허락한다.

“아벨. 모두 들어오라고 하렴. 어서.”

아벨은 수잔 황비의 상냥한 성격을, 아벨의 친구들을 꼭 보고 싶어 함을 잘 알고는 어쩔 수 없음을 깨닫는다.

“……네. 어마마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찾아온 원예부원들에게 혹시나 하고 물어본다.

“……바닥에 앉아야 하는데 괜찮겠느냐?”

리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한다.

“호호― 그럴 줄 알고 다 준비해 왔지요. 호호호―”

역시 대단히 준비성이 철저한 친구들이었다.

“……그래……?”

“네. 저희 걱정 마시고! 그럼 얘들아 들어가 볼까?”

“네엡!”

“좋아요! 얘들아 가자!”

우르르 기숙사 안으로 들어온다.

“…….”

그렇게 어이없게도 매우 불편한 모임이 완성되었다.

물론 수잔 황비는 아벨이 이렇게나 많은 여학생들과 가까워진 것에 대단히 감격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수잔 황비는 꾸미지 않고 수수한 차림으로 왔었는데, 모두가 수잔 황비의 그 청초한 모습에 대단히 놀라면서도 고개 끄덕이며 역시 대륙제일미녀라고 자기들끼리 속삭인다.

그때 부장인 리나가 어수선한 부원들에게 지시한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희가 금방 세팅할게요! 로디아! 테이블을 저기 놓자! 케이, 사나! 의자들도 꺼내고! 셀마, 멜라니! 음식들을!”

리나의 지휘 아래 아공간 주머니에서 테이블이며 의자며, 음식들이 쏟아지듯 나와 순식간에 작은 파티가 준비되었다.

수잔 황비가 감격하며 리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고맙구나. 아벨이 맨날 빵만 먹어서 걱정했었는데.”

“그래요? 저하 식당에선 스테이크만 먹는데?”

“아벨이 귀찮은 걸 좀 싫어해서 말이야. 매일 아침을 간단히 빵으로만 먹는단다.”

아벨은 별 얘기를 다 한다는 얼굴로 수잔 황비를 부른다.

“어마마마…….”

“아하! 그래서 냉장 상자에 호밀빵만 있는 거군요!”

“그렇단다. 너희가 좀 자주 챙겨주렴.”

“네엡!”

그 해맑은 대답에 온화한 미소로 화답한다.

“그래. 그럼 다들 자기소개를 좀 해주겠니?”

케이와 사나, 아덴의 공주들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몰랐었다.

“넵!”

그래서 리나부터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원예부의 부장을 맡고 있는 3학년 리나 베르케트라고 하옵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도 3학년이고 콤슨 백작가의 영애 셀마라고 해요. 저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같은 학년인 셀브레드 백작가의 영애 멜라니라 하옵니다. 만나 뵙게 돼서 무궁한 영광입니다.”

케이는 저번에 소개를 했었지만 그래도 또 했었다.

“아슈트반의 영애 케이 아슈트반이에요. 또 뵙게 돼서 너무 기뻐요.”

“정의의 신 타티스의 딸인 로디아라고 하옵니다. 저 역시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황비 마마.”

“저는 미스라임의 공주 사나 카르하라고 하옵니다. 어릴 때 황궁에서 뵙고 처음 뵙네요.”

그때였다.

듣고만 있었던 수잔 황비가 갑자기 사나에게만 말을 건 것이었다. 게다가 아주 따뜻한 눈빛을 주면서.

“그래. 오랜만이구나. 사나. 네 말대로 작은 소녀였을 때 봤는데 말이지. 이제는 아주 아름다운 숙녀가 다 되었구나.”

사나는 그 말에 쑥스러워 뺨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매우 조신하게 고갤 숙인다.

“감사합니다…… 황비 마마…….”

그런데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문제는 그때 수잔 황비가 급발진해 뜬금없는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 안 그래도 최근 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단다…… 그래서 말인데 너만 괜찮다면 내가 아벨을 꼭 설득시켜 볼 테니. 그러니 너도 네 마음을 변치 않아 줬으면 좋겠구나.”

그 말에 분홍빛이었던 얼굴이 아주 새빨개졌다.

아벨은 깜짝 놀라 이때껏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당황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 어마마마!”

그 냉철하던 아벨이 대단히 당황하자 다들 깜짝 놀란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본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오―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맞습니다! 부장! 특종 냄새가 나요!”

“흐음―”

“설마!”

필리즈와 타네르, 두 아덴의 공주들은 같은 공주였기에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도 같은 표정이었다.

케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케이의 불안한 얼굴을 읽은 수잔 황비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로선 아슈트반 가문보다는 미스라임이 훨씬 더 아벨에게 힘이 돼 줄 거라 생각해, 케이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차분하게 조마조마해 하는 케이에게 설명해준다.

“별일은 아니란다. 미스라임 왕실에서 아벨에게 사나와 함께 미스라임에서 마법을 배워볼 생각 없냐고 물었었거든. 어미 된 입장에서는 이곳 루드스보다는 미스라임이 더 안전해서 말이야.”

그렇게 둘러서 이야기했다.

케이는 뭔가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

“아…… 하긴 저하께서는 마법도 하실 수 있으니…….”

“그럼 그럼. 아벨은 심지어 복수 계열 원소 마법사란다. 안 그러니?”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네. 맞습니다. 어마마마. 이게 다 어마마마께서 잘 키워주신 덕택 아니겠습니까?”

기쁜 웃음을 보였다.

“애는 참. 네가 노력한 덕분이지.”

수잔 황비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사나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스런 반응이었다.

가장 놀란 이는 타네르였다.

“아니! 두 가지 계열의 원소 마법이 가능하시다구요?!”

다른 이들도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헐― 역시 잘난 사람은 뭘 해도 잘 났다니까.”

“그니까. 허허허―”

“역시! 우리 저하!”

피식― 웃으며 말한다.

“별거 아니다. 그냥 1 서클 마법 정도만 할 수 있다.”

필리즈가 묻는다.

“하긴 마법도 가능하시니까 흑풍흡검이 가능한 거겠죠?”

순순히 인정한다.

“그래. 내가 마검사라 가능한 부분이지. 내가 만약 마법이 불가능했다면 흑풍흡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아무튼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번에 타네르와의 대련 때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이게 다 어마마마께 많은 재능을 받아 태어난 덕분이지. 아무튼 그리고 너희들도 조금의 마법 지식과 흑풍흡검에 대해 배우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에이 못 할 거 같은데요?”

“뭐 물론 그럴 수도 있긴 하지.”

“뭐에요!”

다행히 큰일 날 뻔했던 돌발 상황을 어찌어찌 잘 넘긴 거 같았다.

‘휴…… 다행히 잘 넘겼어…….’

다행히 그 이후로는 더는 급발진 하는 일이 없었다. 그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것저것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렇게 한참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었다.

한 네 시간쯤 지났을까?

“이제 저흰 가봐야 할 거 같아요.”

확실히 이젠 서로 돌아갈 때였다.

“그래. 시간이 오래되었구나. 정리하자.”

“네. 저하.”

수잔 황비를 제외한 모두가 자리를 정리했다. 그냥 아공간 주머니에 싹 다 집어넣었다. 그렇게 하자 금방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럼 저희 이만 물러가 볼게요. 황비 마마.”

“오늘 만나 뵙게 돼서 너어무 영광이었어요.”

“다음에도 또 꼭 만나 뵙고 싶어요.”

“오늘 너무 행복한 하루였어요.”

모두가 수잔 황비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그때 수잔 황비는 작별인사보다는 사나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했다.

“사나. 잠시 남아서 나와 이야기 좀 하겠니?”

“네?”

“잠깐이면 된단다.”

아벨은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마마마?”

“아벨, 이 어미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사나는 의외로 뭔가 결심한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전 괜찮아요.”

그 모습을 보고 필리즈와 타네르는 ‘아하∼ 역시∼.’ 하는 표정이었다. 이에 반해 다른 부원들은 어리둥절해 했었고.

수잔 황비가 마무리한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오늘 정말 재밌었단다. 다들 조심히 돌아가렴.”

명백한 축객령에 다들 사나와의 대화가 궁금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네…….”

뒤를 닦다 만 표정으로 다들 돌아갔다.

모두가 돌아가자 수잔 황비는 아벨과 사나를 다시 불러 앉혔다. 그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사나. 너는 지금 아벨을 어떻게 생각하니?”

다짜고짜 그렇게 묻는다.

“네? 아…… 저는 그게…….”

“어마마마. 그게―”

아벨의 만류에도 무시하고 수잔 황비는 사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나는 너희 둘이 꼭 약혼을 했으면 좋겠어서 말이야.”

역시 수잔 황비는 아슈트반 가문보다는 미스라임의 왕가가 아벨의 안전에 최고의 선택지라 여기는 듯했다.

“아벨. 네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어.”

“어마마마 그건.”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야. 아벨. 네가 너와 날 지키기 위해서라면 미스라임의 힘을 얻는 게 좋지 않겠니? 네가 황좌에 관심이 없다는 건 나도 안다만, 황좌가 아니더라도 미스라임의 힘이 너를 도와준다면 분명 황후마마나 황비 마마들에게서 너와 날 보호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사나를 미안한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미안하구나…… 내가 못나서 너의 사랑보다는 미스라임을 이용할 생각만 하다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저하 외에는 그 누구와도 결혼 안 하기로 했어요…….”

우리 둘 만의 이야기를 여기서 하다니!

“사나?!”

“정말이니?”

“네. 저하께도 이미 말했었어요. 저하가 아니라면 그 누구와도 결혼 안 하겠다고.”

수잔 황비는 이때다 싶어 조금 세게 말한다.

“아벨! 이제는 네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니?! 일국의 공주가 너 때문에 결혼을 안 하겠다는데?!”

관자놀이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금은…… 일단은…….”

“일단은?”

“어마마마 너무 급하십니다…… 일단 지켜보시죠. 만약 제가 결혼을 꼭 해야 한다면 어마마마의 뜻대로 할 테니…….”

그러면서 조금은 슬픈 눈으로 사나를 바라보는 아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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