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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4화 (54/178)

제54화

54화. 그래. 인정할게(1)

필리즈는 얼빵하게 서 있는 남동생을 애써 무시하고 다시 일행을 이끈다.

“가시죠.”

대련장이 많이 있었기에 다른 대련장을 쓰면 됐었다.

바로 옆 옆 빈 대련장에 올라간다. 때마침 명을 받은 검사부원이 무인검 두 개를 들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검을 하나 받아 들고는.

“저하. 그럼 부탁드릴게요.”

필리즈는 3학년임에도 레이첼과 같은 6성 중반으로 역시나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아벨도 검을 받아 든다.

“그래. 시작하지.”

우우웅―

검사부원이 대련장에서 내려간 걸 보고는 필리즈는 곧장 검에 오러를 주입한다.

탓―!

그리고 오러를 두름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아벨을 향해 쇄도했다.

쎄에에엑―!

첫수는 단순하게 찌르기로 시작한다.

슈욱―

아벨은 아직 검에 오러를 두르지 않았기에 쳐내기보단 피했었는데, 필리즈의 검이 마치 뱀처럼 아벨의 움직임을 따라왔다.

‘이 정도면 되겠지.’

우우웅―

파지직―!

아벨은 필리즈의 검에 둘린 오러를 보고 대강 그것에 맞게 오러를 두른다.

그리고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필리즈의 검이 찔러 들어오자 쫓아오는 필리즈의 검을 위로 쳐냈다.

휙―

콰쾅―!

“크윽―!”

같은 오러의 세기라 하더라도 육체의 힘에서 차이가 났다. 필리즈의 검은 아벨의 검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올라갔는데, 그럼에도 필리즈는 억지로 올라간 검을 원심력을 이용해 빙 돌려 아벨을 향해 횡으로 공격했다.

쎄에엑―!

콰쾅―!

그때 아벨은 필리즈의 검을 막아내며 생각한다.

‘좀 더 약하게 해야겠어. 그리고 무투술은 아예 안 쓰는 게 좋겠군.’

생각보다 육체에서의 차이가 났었다.

그래서 좀 더 지도 대련의 성격에 맞추기 위해 처음보다 세기는 더 낮추기로, 무투술은 아예 쓰지 않기로 한다.

쾅―! 쾅―! 쾅―! 쾅―!

아벨이 필리즈에게 맞춰주었기에 그 후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었다.

케이와 사나, 로디아는 어제에 이어 아벨이 정말 강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었다.

“저하가 강하다는 걸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강해도 너무 강하신 거 같아…….”

“맞아…… 16살의 강함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그런데 정말 아름답지 않아……?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인정…… 움직임 하나하나에 우아함이 느껴져…….”

감탄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사나가 조금 우쭐해 하며 말한다.

“너희들도 연합 수련 때 저하가 에티들을 잡는 걸 봤어야 했는데. 진짜 그 전투가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 수 있었는데.”

케이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어? 사나 넌 봤어?”

“응. 저하께서 수련 좀 하겠다고 기다려 달라 하셨거든.”

“헐― 그거 진짜였어? 기다려 달라고 한 게?”

“응. 진짜였어. 그래서 마나가 고갈되실 때까지 지켜만 봤었어.”

“와―! 어땠어?!”

이제는 타네르까지 귀 기울여 들었었다.

사나는 잠시 그때를 떠올렸는데, 이내 꿈속으로 들어간 듯한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아름다우셨어…… 살면서 그렇게 아름답게 싸우시는 분은 정말 처음이었어…… 지금의 대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이젠 케이도 몽롱한 표정으로.

“……아…… 상상 돼…… 진심 아름다우셨을 거 같아…….”

로디아도 그 전투를 상상하며.

“……인정…… 그리고 그때 부상당한 걸 보니 또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셨겠지…….”

아벨의 전투가 다른 이들보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거침없이 싸우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들 했던 것이었다.

그때 타네르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끼어들었다.

“흑풍흡검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검술이야?”

그 돌발질문에 셋 다 꿈속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그것에 적잖이 아쉬워하며 말한다.

“네? 아…… 네.”

“당연하죠. 엄청 강하다구요.”

“맞아요. 우리 반 마법사들이 단 한 방에 다 나가떨어졌다니까요.”

타네르는 사실 아벨에 대해 듣긴 들었으나 솔직히 완전히는 믿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잭슨과의 대련과 현재 치러지는 언니와의 대련을 보니 아벨이 진짜 강자라는 것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허황된 소문처럼 들렸던 흑풍흡검에 대해서도 이제는 진짜가 아닐까 하고 있었다.

“오…… 정말?”

“네. 나중에 한번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그럴까?”

“네. 분명 보여주실 거예요.”

다음 차례는 자신이었다.

적당히 검을 섞다 흑풍흡검을 써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고마워. 얘들아 궁금한 거 있음 다음에 또 물어볼게.”

“네. 언니.”

케이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덴의 공주들이 털털하고 성격도 좋아 괜찮은 언니들이라고 생각했다.

쪼잔한 카시드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그나저나 꽤 오래 하시네요?”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었다.

어제와 똑같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필리즈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아벨 역시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평온한 게 여유가 넘쳐 보였었다.

아벨은 사자신검이 카시드보다 필리즈에게 더 맞는 검술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카시드보다 더 잘 맞겠어.’

패도적인 카시드보다 필리즈는 유연하고 실리적인 사자신검에 훨씬 더 맞는 검의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필리즈가 아벨을 향해 겨누던 검을 내렸다.

턱―

더 진행해 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휴― 정말 대단하시군요. 못 당하겠어요.”

“대련이었으니까. 그리고 너도 적당히 한 것 같던데.”

그 말에 피식― 웃는다.

“겸손하시군요. 아무튼 이렇게 지니 속이 후련하긴 하네요. 다음에도 또 대련할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좋아요. 후후―”

필리즈가 내려가자 다음으로 타네르가 올라왔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래. 나도 부탁한다.”

타네르는 5성 후반의 검사로서 오러를 목전에 둔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형상화 시킨 검기 역시 오러만큼이나 위력적으로 보였다.

우우우―

새파란 검기를 검에 두른다.

아벨도 5성 마력으로 검기를 만들어낸다.

파지지직―!

그 검기에 뇌기가 타오르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다 땅을 박차고 언니 필리즈처럼 쇄도한다.

다른 점이라면 찌르기보다는 종 베기를 택한 것이었다.

쎄에에엑―!

그리고 유연한 언니의 검보다는, 타네르는 카시드처럼 좀 더 직선적이고 패도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듯했다.

아벨은 아까 필리즈 때와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생각한 것보다 한 단계 힘을 낮춰 상대한다.

콰콰콰―!

‘그래. 이게 맞겠어.’

한 단계 낮춰서 5성 중반의 힘으로 상대하니 상대가 됐었다.

쎄에엑―!

휘익―!

콰콰콰쾅―!

타네르도 필리즈 때와 같이 한동안 받아만 주며 지도 대련을 해주었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 하자 타네르도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지 검을 멈추고 아벨에게 말한다.

“흑풍흑검을 써 주세요.”

아벨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괜찮겠나?”

“괜찮아요.”

아벨은 괜찮다고 말하는 타네르를 보며 흑풍흡검의 세기를 자신이 알아서 맞춰야 함을 깨닫는다.

‘내가 알아서 맞춰야겠군.’

“알겠다.”

“그럼.”

오러 하트를 자극해 마력을 이동시켰다. 스파크가 튀기는 노란빛 검기가 타오르더니, 주변 마나의 흐름이 아벨의 무인검으로 흘러들어 가는 걸 느낀다.

검세를 취하고.

“간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검을 휘둘렀는데, 뇌전을 머금은 회오리바람 형태의 검격이 타네르를 향해 나아갔다.

타네르도 그 회오리바람을 향해 아덴 왕가의 비기를 쓴다.

사자신검死者神劍

제1식

죽은 자들의 원망怨望

사아아아―

카시드 때처럼 스산한 검기의 울음과 함께 타네르의 검이 검격과 함께 올곧게 뻗어간다.

콰콰콰콰쾅―!

이번에도 아벨이 마력 양을 타네르에게 맞춰 낮추었기에 정말 검술의 차로 승패가 갈릴 듯했다.

사자신검의 검격이 아벨의 흑풍흡검의 회오리 검격을 끌어들여 그 힘을 이용해 무너트리려고 하지만 회오리 검격 자체가 이어지는 다발의 검격이라 몇 번 못 부수고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됐다.

‘차이가 좀 나는군.’

비슷한 마력 양이었음에도, 검술의 수준 차 때문에 쉽게 승패가 갈린 듯했다.

쨍깡―!

결국 버티지 못한 타네르의 무인검이 반으로 부러졌다.

“……!”

검이 부러지는 즉시 타네르는 뒤로 뛰어 아직도 남아있는 선풍을 피한다.

그리고는 어이가 없는지 가만히 서서 부러진 무인검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건 다른 이들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특히 필리즈가 그랬다.

“……말도 안 돼…….”

아벨은 부러진 무인검을 보며 좀 더 봐줬어야 했는데 하며 자책했다.

‘다음번엔 더 약하게 써야겠어. 수준 차가 너무 많이 나.’

괜히 카시드가 쫄아서 벌써부터 경계하게 할 필요 없었다.

‘하베츠도 마찬가지겠지. 월광참검하고도 차이가 많이 날 거야.’

분명 그럴 것이다.

월광참검이 사자신검보다 아주 근소 우위에 있다고 작가가 말했으니 말이다.

* * *

이스마일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아벨과 어떻게든 한번 맞붙고 싶었다.

그래서 윌리엄을 재차 설득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필리즈와 타네르가 모두의 앞에서 사자신검이 흑풍흡검에 허무하리만큼 가볍게 깨진 것을 털어놓았었다.

“그 자식이 7성이라 그런 거 아냐?!”

이스마일은 아벨과 반드시 붙고 싶었기에 두 사람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필리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체념한 듯이 대답한다.

“검에 두른 검기의 세기는 오히려 약해 보였어요.”

타네르도 조금 우울한 얼굴로 덤덤하게 첨언했다.

“맞아요. 그리고 그 비기라는 게 검격들의 집합체처럼 느껴졌어요. 계속해서 공격당하는 느낌이랄까?”

세르지는 일련의 대화들을 들어보니 아벨이 역시 어마무시한 검술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정말 아벨과 함께하기로 한 결정은 신의 도우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베츠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을 갈가리 찢어 죽여줄 테니…….’

그러면서 자신도 어떻게 하면 아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돈이나 무기 같은 건 필요 없을 테고…… 그렇다면…….’

그렇다면 가장 베스트는 하베츠와 단둘만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일 것이다.

‘아니면 믿을 만한 지원군을 보내주든가…….’

하베츠는 영악하게도 절대 혼자 있지 않았었다.

언제 어느 때라도 자신을 지켜줄 두 명의 가드를 항상 그림자처럼 데리고 다녔었다.

심지어 약혼자인 이리네 다닐레비우스와 관계를 갖고 있을 때도 어딘가에서 그의 가드들이 두 눈 부릅뜨고 하베츠를 지키고 있었다.

‘둘 다 필요할 거야. 아벨에게는.’

아벨이 곁에 있어서 정신적으로 엄청난 힘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떠나 자신이 아직까지도 하베츠를 두려워하며 그의 영향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함에 적잖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나도 이젠 그 병신 같은 근성을 고쳐야 해.’

이젠 자신도 충분히 황제감이고 충분히 황제가 될 수 있다 자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벨이 함께하고 있었기에.

‘네가 믿고 따를 수 있는 황제가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현재 자신의 최우선적인 목표였었다.

아벨이 존경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황제가 되는 것이.

그러기 위해 말투와 행동거지를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세르지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세운 그 목표를 마음속 깊이 굳게 다짐하며, 격하게 분해하는 이스마일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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