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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3화 (53/178)

제53화

53화. 첫 번째 만남(3)

하베츠는 세르지와 레이첼에게 경고를 한 후 나가면서 아벨에게는.

휙―

턱―

챙―!

콰쾅―!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베츠가 아벨에게 아까 대련 때 쓴 무인검을 던져 잡게 하더니 곧바로 검을 휘둘러 아벨의 얼굴을 베려 한 것이었다.

아벨도 받자마자 검을 들어 올렸기에 코앞에서 간신히 막아 낼 수 있었다.

사르륵―

앞머리 몇 가닥이 공중에 휘날렸다.

“역시 생각보다 강하단 말이지. 생각보다.”

휙―

텅―

무인검을 바닥에 내던지면서 말한다.

“아 그리고 충고 하나 하자면 오늘 아벨과 붙은 잭슨이 이스마일보다 강자다. 그러니 괜히 이스마일 따위와 협상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축제나 즐기라고.”

그러면서 나가는 하베츠였다.

하베츠가 나가자마자, 그런 하베츠에게 개망신을 당한 세르지는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제기랄!”

허공에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세르지도 붉으락푸르락 한 얼굴로 집행부실을 나간다.

아벨은 하베츠와 세르지가 나간 이상 더 이상 집행부실에 있을 필요 없다 생각했다.

“진짜 겨우 이것 때문에 불러내다니. 세르지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한창 축제를 즐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윌리엄 형님? 레이첼 누님?”

레이첼은 아까 하베츠에게 당한 수모와 자신과는 달리 여유로운 아벨이 꼴 보기 싫어 잔뜩 찡그린 얼굴과 살기 짙은 눈으로 아벨을 노려보았고 윌리엄은 지금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했다.

“어, 어? 어…….”

“형님. 누님. 더 하실 말씀 없으면 저도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아, 아벨!”

할 말이 있는지 윌리엄이 아벨을 멈춰 세웠다.

“……?”

그리고는 묻는다는 게.

“케이 영애와 함께 다닐 거야?!”

이 새끼는 자나 깨나 그 생각밖에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아니! 약혼도 안 한 남녀가 그렇게 붙어 다녀도 되는 거야?!”

레이첼도 아벨을 노려보다 윌리엄이 저런 병신 같은 말을 하자, 이젠 자기도 어이없는지 허탈해하면서도 허망한 미소를 짓는다.

아벨도 짜증이 나 얼굴을 구기며 묻는다.

“단둘이서 다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러면―”

윌리엄의 말을 끊고 말한다.

“어린애처럼 투정 그만 부리시고. 아무튼 그럼 형님도 축제 잘 즐기시길.”

더는 얘기 해봤자 쓸모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 말을 끝으로 윌리엄을 무시하고 집행부실을 나선다.

* * *

거의 엎드리다시피 허릴 숙이며 예를 갖춘다.

“부, 부르셨습니까?”

겁에 질린 두 사람을 본 하베츠는 고개로 자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앉아. 어서.”

하베츠의 나지막한 말에 두 사람은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네, 네?”

“……?!”

그 잠시 망설임에.

퍽―! 퍼억―!

뒤에 서 있던 잭슨이 두 사람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 고꾸라트렸다.

“커커컥―!”

볼썽사납게 허우적대며 고꾸라졌다.

쿵― 쿵―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두 사람에게 하베츠는, 다시 한 번 본인 기준으로 대단히 친절하게 말해준다.

“여기 와서 앉으라고. 어서.”

벌떡―!

마티아스와 조너선 두 사람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일어나 하베츠가 가리킨 자리로 뛰어가 앉는다.

탁―! 탁―!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몸을 덜덜 떨며, 땀을 비 오듯이 흘렸다. 그리고 시선은 하베츠의 깍지 낀 손에 두었다.

꿀꺽―

겁에 질린 두 사람의 굵은 침 넘기는 소리가 빈 허공을 울린다.

그런 두 사람을 당장에라도 벨 것처럼 바라보던 하베츠였다.

“너희 둘, 일을 참 재밌게 만들었더라?”

“네, 네?! 저희가 무, 무, 무엇을?!”

“맞습니다! 저흰 그저!”

“그저 뭐?”

“……?!”

“그저 뭐? 말해봐. 들어줄 테니.”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말도 더듬는다.

“그, 그, 그, 그게 그, 그게 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가뜩이나 하베츠의 저 잘 벼린 칼날 같은 눈빛과 싸늘한 미소 때문에도 힘들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등 뒤에서 언제라도 검을 뽑아 들 것만 같은 거구들도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이거 참 잭슨. 그거 하나 설명하는 게 그렇게 힘든 걸까? 안 그래?”

예를 갖추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별거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 별거 아니라고. 친구들. 그냥 여기서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고. 물론 날 잘 납득시켜야 하겠지만. 이제 이해하겠어?”

조너선이 그래도 용기를 내어 어렵사리 입을 연다.

“사실…… 아벨 저하께서…… 저희들을 돕고 싶으시다면서…….”

그러자 하베츠는 대단히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응. 그래서?”

“자기가 알아서 뛰어들 테니…… 너희도 그렇게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그게 끝이야?”

“네…… 그게 끝입니다…….”

“더 없어?”

“네…….”

“정말?”

“네…… 어어?”

대답이 끝나자마자 잭슨이 검을 휘둘러 조너선의 오른팔을 자른다.

촤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조너선!”

마티아스는 곧바로 포션을 꺼내 조너선의 팔을 붙이는 걸 도우려고 했지만 잭슨의 검이 마티아스의 움직임을 막는다.

마티아스는 하베츠를 바라보며 더없이 간절하게 소리친다.

“사, 사실입니다! 조너선의 말은! 정말입니다!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하베츠는 울먹이는 마티아스를 지긋이 바라보며 나직이 뇌까린다.

“마티아스.”

“네, 네, 네!”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한다.

“난 말이야 있었던 일을 조금 생략하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든.”

“……?!”

“그래서 하는 얘긴데 네놈도 혹시 나를 시험하려 든다면 솔직히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아. 안 그래? 잭슨?”

우우우웅―!

잭슨은 자신의 피 묻은 검을 오러로 태우며 말한다. 그 잔인하리만큼 살벌한 푸른빛 오러가 마티아스의 목 아래서 이글거렸다.

“절대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마티아스는 그 이글거리는 오러 속에서 오러 만큼이나 섬뜩한 눈빛을 한 하베츠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아름다운 입술이 움직인다.

“그래. 그러니까 솔직히 다 털어놓으라고. 그래야 나 역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너희들 처분에 대해서 말야.”

* * *

당연히 아벨에겐 축제 기간이라고 해서 생활 패턴이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오늘도 역시 연무실에 처박혀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하베츠가 대충 내 실력을 깨달았겠군.’

겉으로 보이는 마력의 세기가 7성이었지만 결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귀찮게 됐어.’

하지만 억지로 연기하며 거칠게 숨을 내쉬는 짓 따위는 정말이지 하기 힘들었었다.

‘땀을 낼 순 있겠으나.’

문제는 그것에 적이 잘 속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피식― 웃으며 검을 계속해서 휘두른다.

휙―

휙―

휙―

휙―

그렇게 얼마나 휘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띵동―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군.’

원예부 애들이 또 놀러 가자고 온 듯했다. 땀을 닦고 윗옷을 입었다. 현관문으로 가 감시구를 바라보니 의외의 인물들이 서 있었다.

바로 필리즈와 타네르였다.

문을 열어 주었다.

“무슨 일이지?”

필리즈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채 대답한다.

“지도 대련 받으려구요.”

‘안 할 줄 알았더니만.’

이스마일과의 지도 대련은 결국엔 무산됐었는데, 이스마일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역시 하베츠의 말은 절대적이었던 것이었다.

‘역시 지금은 카시드보다는 하베츠가 우선이야.’

확실히 아벨이 보기에도 지금의 시기에 하베츠가 갖는 무게는 다른 이들에 비해 차원이 달랐었다.

하베츠는 이 루드스에서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마치 미래에 황제가 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도 하듯이.

‘그나저나 진짜 하고 싶은 건가?’

아무튼 이스마일과의 지도 대련이 무산됐기에 필리즈와도 안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얼굴에 기대가 가득해 보이는 게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도 대련?”

필리즈답지 않게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네. 저에게 지도 대련 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그 반짝이는 눈빛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거기서 기다려라. 씻고 나올 테니.”

“들어가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래. 그럼 들어와서 조용히 있어라.”

“네. 들어가자. 타네르.”

들어오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소파에 앉아 있어라.”

“네. 걱정 말아요.”

대답하고는 곧장 소파로 가 앉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앉아만 있는데, 생각보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벨은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보고는, 씻으러 욕탕에 들어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마법으로 몸에 물기를 없앤다.

옷을 입고 나온다.

‘불편하군.’

집에 누군가가 있어 벗고 다니지 못하는 게 불만스러웠지만 뭐.

대충 방에 들어가 가볍게 바지에 셔츠를 입고 나온다.

필리즈는 사복을 입은 아벨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제복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축제잖아?”

“그래도 평일인데?”

“괜찮다. 아무튼 어서 나가자.”

하긴 누가 제국의 황자한테 사복 입었다고 뭐라 하겠는가?

그것도 축제 기간 땐데.

루드스 내에서 황실 자제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필리즈와 타네르는 이내 수긍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리고는 아벨을 따라 기숙사를 나선다.

세 사람이 밖으로 나와 곧장 검사부가 있는 지도 대련장으로 가려는데, 그 길목에서 딱 1학년 원예부원 세 사람을 마주쳤다.

“어! 저하!”

케이와 사나, 로디아도 아벨의 기숙사로 향하고 있던 것이었다.

혹여나 이상한 오해를 할까 봐 재빨리 말한다.

“약속한 지도 대련을 하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겠느냐?”

세 사람도 저번 합석 때 아벨과 필리즈가 나눈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네! 좋아요!”

“그래요. 같이 가요.”

“…….”

동행이 결정되자 필리즈가 뚱한 표정으로 말한다.

“뭐. 괜찮겠지. 가요. 다 같이.”

그래서 갑자기 인원이 불어서 이동하게 됐다.

그 인원들을 보고 또 학생들이 수군거린다.

“또 어딜 가시는 거지?”

“또 싸우러 가시는 걸까?”

“저렇게 여자들을 버젓이 대동하고?”

“여자들 앞에서 점수 따려는 거겠지 뭐.”

“야야 너나 그런 생각하지 저하께서 뭐가 부족해서.”

“여자들이 저하한테 점수 따려고 하면 모를까.”

“하긴. 내가 여자라도 저하를 좋아할 듯.”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맞아.”

아벨이 있는 곳은 주목을 안 받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아벨과 굉장한 염문을 뿌리고 있던 케이와 사나가 옆에 있었고, 거기다가 아덴의 얼음 공주들까지 포함되었으니.

어떻게 보자면 그 엄청난 재능의 로디아가 묻히는 게 이상하지 않은 조합이었다.

‘가끔은 철가면이 그립군.’

너무 큰 관심에 아벨은 진절머리가 나면서도 이내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케이와 사나와 함께 다닌다면 어떤 남자라도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주변의 말들을 애써 못 들은 척하며 체념하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검사부가 마련한 지도 대련장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착하자 주변에 있던 검사부원들이 필리즈와 타네르를 알아보고는 착! 절도 있게 검례를 올렸다.

필리즈가 검례를 올린 한 검사부원에게 명한다.

“무인검 두 자루만 들고 와.”

“넵!”

그 검사부원은 즉각 대답하고는 무인검을 가지러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검사부원을 보고는 빈 대련장을 찾아 이동하는데, 그때 어느 빈 대련장을 청소 중인 카시드를 볼 수 있었다.

케이가 아는 척을 했다.

“카시드!”

멈칫―!

카시드는 빗자루로 대련장을 쓸다가 흠칫 멈추고선 천천히 고개 돌려 아벨 일행을 바라본다.

눈이 부릅떠져 찢어질 것만 같은 게 굉장히 놀란 듯했다.

“…………여긴 어쩐 일……?”

“저하하고 필리즈 언니랑 지도 대련한다고 해서 말이야.”

“……누님과 저하가……?”

카시드를 딱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응. 맞아. 저하랑 언니랑. 아무튼 너는 1학년이라 힘들겠구나. 힘내.”

“……으응…….”

대단히 굳은 카시드의 얼굴에 실소가 터질 뻔했지만 고개를 돌리며 잘 참아내던 아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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