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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2화 (52/178)

제52화

52화. 첫 번째 만남(2)

아벨은 그 눈빛들에 체념하며 말한다.

“……그래. 좀 먹자. 사나. 로디아. 같이 가자.”

로디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네. 전 좋아요.”

하지만 사나는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애매한 얼굴로 딴청을 피운다.

“…….”

다들 그런 사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린다.

“……?”

그때 모두의 시선을 느낀 사나는 얼굴을 붉히며 도망가려고 했다.

“……저도 피곤해서―”

그래서 다급히 로디아가 사나에게 팔짱을 꼈다.

로디아는 사나가 매우 부끄러움이 많아, 아벨과 관련해서는 본심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일찍이 파악했던 것이었다.

“에이― 사나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 첫 루드스 축제인데.”

둘은 나이가 같아서 그런지 예상외로 죽이 잘 맞았다.

“그게…….”

“알아. 나도 네 맘. 아주 잘 말이야.”

그러면서 두 사람의 눈빛이 교환 됐는데, 사나는 자신의 마음이 읽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휴…… 그래. 알겠어.”

아벨은 그런 두 여자를 다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한다.

“그럼 움직여 볼까?”

아벨의 말에 세 여자가 대답한다.

“넵! 좋아요!”

그렇게 넷이서 축제를 돌아다니게 됐다.

케이가 가장 신나서 일행을 이끌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저하! 우리 저기 가볼까요?! 죽음의 매운맛 닭꼬치?!”

케이는 매운 것을 매우 좋아했었다.

“난 찬성.”

로디아는 어느 정도 좋아했고.

“나도.”

사나는 그냥 따라가는 듯했다.

세 사람의 사이좋은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가보자.”

그렇게 네 사람은 ‘죽음의 매운맛 닭꼬치’ 부스로 갔다.

부스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주 열정적으로 새빨간 닭꼬치를 파는 루드스 학생이 보였다.

“매콤한 닭꼬치 먹어보시고 사세요! 단돈 10골드! 허헉! 저, 저하?!”

아벨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굽신거렸었다. 대단히 조심스러워 했는데, 그도 다른 학생들이 아벨에게 괜히 깝쳤다가 호되게 당한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벨에게 어떤 싫은 티도 내지 못했다. 그저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굉장히 두려워할 뿐이었다.

“이게 하나에 10골드라. 황금이라도 뿌린 건가?”

10골드면 한국 돈으로 100만 원 정도인데, 참 대단한 귀족 자제들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히 당황해하며 어버버 거린다.

“그, 그, 그게…… 다들 그 저, 정도 받길래…….”

예의 그 무심한 얼굴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그리고는 애들에게 말한다.

“어서 하나씩 골라라.”

케이와 로디아는 그의 언짢은 행동을 보고 인상을 썼지만, 아벨도 그냥 넘겼기에 아무 말 없이 매서운 눈으로 노려볼 뿐이다.

사나만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 해 어리둥절해 했다.

로디아가 어쩔 수 없음을 인지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좋아요. 우리 하나씩 먹어요. 자 어서 먹자.”

아벨은 돈을 꺼내 점원에게 준다. 돈을 받은 점원은 네 사람에게 죽음의 매운맛 양념을 듬뿍 바른 닭꼬치들을 손을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건넨다.

“여, 여, 여기.”

“고맙다. 그럼 많이 팔도록.”

“네, 넵!”

닭꼬치를 받아든 네 사람은 당장 그 자리를 떠난다. 다른 곳들을 구경하면서 닭꼬치를 먹었다.

케이가 언제 짜증 났냐는 듯이 한 입 베어 물며 말한다.

“진짜 스트레스에는 매운 게 최고라니까요!”

로디아도 한 입 베어 물며 동의한다.

“은근 맛있단 말이야. 그리고 매운맛 덕분에 다른 어떤 생각도 안 나고.”

반면 사나는 한 입 먹고는 그저 들고 다니며, 팔을 쭈욱 뻗어 양념이 옷에 안 묻길 노력하고 있었다.

아벨도 맵고 짠 걸 좋아했기에 순식간에 다 먹고 나서 사나에게 묻는다.

“안 먹으면 날 주겠느냐? 내가 먹어 줄 테니.”

그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이내 얼굴을 분홍빛으로 붉히며 그 닭꼬치를 건넨다.

“……아 뭐 네.”

왜 그러나 어리둥절하며 아벨은 사나의 것을 받아먹는다.

받아먹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말들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아벨과 소녀들은 엄청나게 관심을 받고 있던 것이었다.

“어머어머어머어머! 간접 키스 아냐?!”

“허얼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왜 갑자기 전학 왔나 했더니!”

“이러다가 저하께서 미스라임으로 가는 건 아냐?!”

“안 돼! 저하를 지켜야 한다고!”

그 말들을 듣고야, 그제야 왜 사나가 얼굴을 붉혔는지 아벨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그래서…….’

이젠 아벨도 당황스러워 얼굴을 붉히고 있었는데, 그때.

“저하! 저 못 먹겠어요!”

케이가 분한 얼굴로 진짜 손톱만큼 남긴 닭꼬치를 아벨에게 내밀었다.

“……?”

붉은 양념을 듬뿍 묻힌 입술을 삐쭉 내밀고선.

“저도 배불러서 못 먹겠다구요! 제 것도 먹어달라구요!”

아벨은 앞으로 그 어떤 여자와도 만날 생각이 없었기에 케이와도 이어지진 않겠지만, 케이가 학교생활 할 때만이라도 최대한 잘 해주기로 마음먹었었다.

씨익―

케이가 왜 그러는지 깨닫고는 받아서 바로 먹는다.

“이 맛있는 걸 도대체 왜.”

문제는 그 모습에 또다시 여러 말들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허어어얼―! 양다리였어?!”

“제국의 고고한 장미가 그냥 질 순 없지!”

“티레시아스 제국 만세!”

“근데 좀 부럽다.”

“진심.”

확실히 넷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벨뿐만 아니라 케이와 사나의 미모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로디아 역시 셋에 비해 부족할 뿐이지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으니.

사방에서 예의 그 질투 어린 시선들이 따갑게 느껴졌다.

‘성가시군.’

성가시다고 생각하며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던 그때.

“아벨!”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하아―

성가심을 벗어나려고 했는데, 제일 성가신 녀석이 나타난 것이었다.

무시하고 그냥 직진하고 싶었었다.

잘 모르는 사나 빼고 모두 미간을 찌푸린다.

아벨이 속삭인다.

“그냥 무시하고 가자.”

“넵! 제발요!”

“좋아요. 사나 그냥 무시하고 가자.”

“으응?”

“그냥 걷기만 하면 돼.”

그래서 넷이서 “아벨! 거기 멈춰!” 라고 부름에도 그냥 무시하고 걸어간다.

하지만 꼴에 5성 검사라고 전속력으로 뛰니 어쩔 수 없이 따라 잡혔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

“머, 멈추라고! 너 내 말 못 들었어?!”

턱―!

윌리엄이 뛰어와 아벨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서야 아벨은 들은 척을 하며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어? 어쩐 일이십니까?”

헉―! 헉―! 헉―! 헉―! 헉―!

“내 말 못 들었냐고! 헉―! 헉―! 헉―!”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보니.”

모르는 척 연기하며 물어본다.

“너희들 혹시 들었느냐?”

아이들도 모르는 척 능청스레 연기한다.

“아니요.”

“맞아요. 전혀 못 들었어요.”

절레절레―

“보시다시피 잘 안 들려서 말입니다. 그런데 왜 부르신 겁니까?”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분한 얼굴로 따져 묻는다.

“너 이제 뭐 할 거야?!”

“그냥 구경이나 할 생각인데 말입니다.”

“그 전에 나랑 얘기 좀 해!”

“지금 말입니까?”

“그래!”

“왜 그러십니까? 그리고 별일 아니면 여기서 말씀하시죠.”

“별일이니까 어서 따라와!”

그런데 아벨이 따라갈 생각을 안 하자.

“이, 이, 이, 이 자식아 어서!”

하고 팔을 계속 잡아당겨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가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말한다.

“금방 다녀올 테니, 구경 좀 하고 있어라.”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아벨을 굉장히 딱하게 바라보면서.

“네에…… 힘내세요…….”

“화이팅…….”

끄덕끄덕.

“가시죠.”

“이이이 자식아 따라와!”

윌리엄이 그러면서 팔을 계속 잡아끌려고 해서 팔을 뿌리친다.

팍―!

“억!”

휘청―!

덕분에 윌리엄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는데 간신히 자세를 잡는다.

“어! 뭐, 뭐야?!”

“제가 알아서 갈 테니 앞장서시지요.”

아벨의 건방진 말에 부들부들 떨며 가만히 노려보다 자신의 힘으론 도저히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는 홱―! 하고 고개 돌려 앞장서 걸어간다.

걸어가는데 딱히 정해진 곳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사람들이 없을 곳으로 가 멈춘다.

멈춰 서서는.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며 소리친다.

그의 무례함에도 무심하게 대답한다.

“뭐가 말입니까?”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하베츠 형님이 돌아오셨냐고!”

그 말에 아벨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렇습니까?”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윌리엄에게 한발 다가가며 묻는다.

“근데 하베츠 형님이 돌아오신 게 왜 저 때문이란 말입니까?”

“그, 그건!”

대답을 못 하길래, 윌리엄의 얼굴에 얼굴을 똑바로 대고서는.

“왜? 내가 아직 안 죽어서?”

“흐익―!”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 자빠질 뻔한 윌리엄의 멱살을 잡아 넘어지지 않게 버텨준다.

그리고는 제대로 세워 준 뒤 자신에게 멱살 잡혀 구겨진 셔츠의 깃을 툭툭 다시 펴준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하베츠 형님이 그래서 우릴 불렀습니까?”

그러자 뭔가 혼이 나간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으, 응…… 지금 집행부로 집합하래…….”

아벨은 고갤 돌려 동아리 건물 쪽을 바라본다.

“그럼 가시죠. 가보면 알겠지. 왜 왔는지. 안 그렇습니까?”

* * *

집행부에 들어가니 중심에 하베츠와 양옆으로 세르지와 레이첼이 앉아 있었다.

“…….”

소설에서 세르지가 황제가 못 된 데에는 확실히 이유가 있긴 있었다.

그래도 황좌를 다투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면 아무리 형이 불렀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리에 결코 와선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르지는 황태자의 말을 쉽게 거역하지 못했었고 이 자리에 있었다.

세르지를 힐끗 보고는 곧장 시선을 하베츠에게로 옮겼다.

‘소설에서 묘사한 그대로군.’

하베츠는 황제와 같은 백발에 가까운 금발에 날카로운 눈매와 콧날 때문에 그런지 대단히 차가운 이미지의 미남자였다.

그 미남자가 아벨의 눈과 마주치자.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두 사람 다 오랜만이군. 특히 아벨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베츠 형님.”

보자마자 하베츠를 향해 천혜안을 썼다.

『이름 - 하베츠 아이테르너스

정보 - 티레시아스 제국의 황태자. 다이나 드로즈도프 황후의 외아들.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 5학년. 8성 검사.』

‘역시 8성이군.’

8성 후반일 것이다.

“훗― 그런데 상당히 많이 달라졌구나.”

그의 옷을 보니 아까 나무 그늘 밑에서 본 그자가 맞았었다.

“그렇습니까?”

“그래. 아 그리고 예전부터 너의 그 철가면이 정말 거슬렸었는데. 잘 벗었어. 진즉에 좀 벗지.”

그의 빈정거림에 아벨도 빈정거림으로 맞섰다.

“그러게 말입니다. 진즉에 좀 벗으라고 말씀해주시지. 생각보다 많이 답답했거든요.”

아벨의 도발적인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핫―! 좋아. 다음번엔 내 꼭 참고하지.”

살짝 허리 숙여 예를 갖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몸을 펴며 다시 말을 잇는다.

“그리고 형님.”

“……?”

“대련 한 번 하지 말입니다.”

“……?!”

그 뜬금없는 말에 모두가 경악하며 아벨을 바라봤다.

반면 하베츠는 조금 언짢아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듯이 묻는다.

“대련?”

“네. 우리가 너무 대리 싸움들만 하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

멀뚱히 아벨을 바라보다 이내 미친 사람처럼 고갤 젖히고 웃기 시작한다.

“하하, 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핫!!”

한참을 그렇게 웃다 뚝 끊는다.

그리고는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잘 벼린 날붙이와 같은 눈빛으로 노려본다.

“자신은 있고?”

“그냥 대련인데 자신까지 꼭 필요하겠습니까? 형이 동생 검술 좀 봐준다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여전히 노려보며 말한다.

“봐줘라. 이 형님이 아직 너를 봐주기엔 좀 부족해서 말이지.”

“설마요.”

여유롭게 대꾸하는 아벨을 물끄러미 계속해서 노려보는데, 순간 그의 몸에서 엄청나게 위압적인 아우라가 뿜어 나오더니, 순간 그 아우라가 집행부실을 뒤덮어 온몸을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그래. 좋다 좋아. 2 학기 때 한번 봐주지. 그때까지는 네가 기다려라.”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 귀여운 녀석! 널 진작에 만나러 오는 거였는데!”

그때 세르지가 하베츠에게 물었다.

“……겨우 얼굴 보려고 우리 모두를 불러 모은 겁니까?”

정말 하베츠가 아벨과의 잠깐의 대화 후 나가려고 해서 묻는 거였다.

웃음기가 가신 싸늘한 얼굴로 세르지를 내려다본다.

“왜? 오랜만에 형제들 얼굴 보는 거 괜찮지 않나?”

“…….”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진심 당장에라도 죽일듯한 얼굴로.

“불만 있음 언제든지 말하라고. 그렇게 병신처럼 닥치고만 있지 말고. 그리고 레이첼. 너도 마찬가지야. 그 암고양이 같은 눈으로 계속 노려보고 있으면 진심으로 후벼 파버리고 싶거든. 알겠어?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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