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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50화 (50/178)

제50화

50화. 축제 첫째 날(1)

“저하는?! 저하는 오늘 안 오시겠대?!”

“어?! 오늘 첫날이라고 오신다고 하셨는데?!”

“어휴―! 지금 바빠서 사람도 못 빼는데!”

아벨의 의견으로 주점에서 찻집으로 바꾼 원예부였다.

‘저하 말 안 듣고 주점 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

주점 했으면 안주도 만들어야 했기에 정말 큰일 날 뻔했었다.

‘저하 덕분이긴 한데! 그래도 좀 도와주지!’

정말 다행히도 주점과는 달리 찻집이라 차만 끓이면 됐기에 크게 어려운 건 없었지만, 문제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많은 남학생들이 몰려와 눈코 뜰 새도 없다는 것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리나로썬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이들이 돈이 필요하겠는가?

돈 따위 당연히 필요 없었다.

그냥 좀 동아리로써 생색낼 정도만 적당히 손님 받고 이후 시간은 넉넉하게 빈둥거리려고 했었다.

“아오! 진짜 아벨 저하 오늘 안 오는 거 아냐?!”

리나가 이토록 아벨을 애타게 찾는 이유는 아벨에게 일 시키려는 게 아니었다.

현재 케이와 사나 때문에 축제가 시작되자마자 남학생들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이때 아벨만 있었다면 그 존재감만으로도 남학생들이 기가 죽어 못 들어올 거란 계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벨이 올 기미가 저연혀∼ 보이지 않는다.

“로디아! 오늘 장사 끝났다고 써 붙여! 케이 사람들한텐 재료 다 떨어졌다고 말하고!”

“네. 알겠어요.”

“넵! 맡겨만 주세요!”

구석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 사나에게도 소리친다.

“사나! 차 그만 끓여! 오늘은 여기까지!”

사나는 그 말을 듣고는 머리 위로 두 팔을 원으로 만들어 알겠다는 사인을 보낸다.

그런 사나를 보면서 리나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휴…….”

현재 사나는 홀이 아닌 구석에서 일부러 차를 끓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했었다. 일국의 공주가 홀에서 주문을 받으며 서빙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돈 사나도 괜찮겠지……?’

리나는 별거 아닌 자신이 대륙 3대 강국 중 하나인 미스라임 공주에게 일을 시켰다는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당연히 오지 않은 아덴의 공주들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 차라리 잘 된 것일지도. 와도 시키기 아주 많이 불편했었어. 그리고 뿐만 아니라 괜히 여기 있었으면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하고 싸움 났을 거야. 분명해.’

리나의 생각이 옳았다.

만약 필리즈나 타네르가 있었다면 분명 싸움이 났을 것이다.

감히 아덴의 공주에게 이래라저래라 지껄인다면서.

‘무조건 오늘만 하고 끝내야겠어. 동아리로써 생색은 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돈 따위 필요 없었다.

“아아― 진짜 더 안 받는 거예요?”

“우리 차 안 마셔도 돼요! 그냥 여기 있게만 해줘요!”

“맞아요! 저 그런데 사인 한 장만.”

“저도!”

“나도!”

“저는 사인에다가 제 이름도 좀…….”

“이런 게 어딨어요?! 축제 시작한 지 고작 3시간밖에 안 됐는데?!”

현재 루드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를 꼽으라면 바로 원예부일 것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반발이 심할 수밖에.

그때였다.

쾅―!

빠지직―!

어떤 남자가 발로 차단막을 차 때려 부순 것이었다.

“지금 장난해?! 내가 여기 들어오려고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화를 내는 그의 옷을 보니 루드스 제복이 아닌 평상복이었고 나이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을 보아 아마도 다른 아카데미 학생 아니면 졸업생 같았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야! 당장 나와! 당장 나오란 말이야!”

그러면서.

구오오오오―

그가 마력이 형상화된 아우라를 무럭무럭 뿜어냈는데, 그 아우라가 대단히 위협적이었던 게 엄청난 강자 같았다.

리나는 그 아우라를 느끼자마자 다급히 원예부원 셀마, 멜라니를 불렀다.

“셀마! 멜라니!”

두 사람은 즉각 리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친구에게.

“셀마는 아벨 저하께! 멜라니는 필리즈에게 가서 빨리 좀 와서 도와달라고 해줘! 어서!”

두 사람은 사명감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응응!”

“알겠어!”

그때 케이와 로디아, 사나가 그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녀들은 그러한 위협에 결코 굴복할 여자들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를 쏘아붙인다.

“뭐예요? 저 무례한 사람은?”

“하아― 저하도 없으신데 이상한 사람이.”

“그러니까. 지가 뭐라고. 야 너 뭐야?”

마지막 사나의 날카로운 물음에 그 남자는 콧방귀를 뀐다.

“허?! 나 뭐냐고?! 이게 얼굴 좀 반반하게 생겼다고! 야! 죽고 싶어?! 어?! 진짜 죽고 싶냐고!”

그 말에 다들 경악하며 여기저기서 웅성거렸었다.

사나는 아름다운 미모뿐만 아니라 미스라임 왕실 특유의 은발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현역 학생들 중에선 사나가 미스라임의 공주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었다.

그런 이유로 군중들은 사나의 편을 들고 있었다.

“저 사람은 뭔데 공주 저하께.”

“그러게 말이야. 어디 산에서 살다 온 거 아냐?”

“미쳤나 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망나니와 함께 온 자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고는 자신의 친구를 말리기 시작했다.

“야야 잭슨. 좀 참아.”

“맞아. 미스라임의 공주 저하시래.”

하지만 이 막무가내 망나니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으니.

“야! 그게 뭐가 중요해! 미스라임에서나 공주지 루드스에서도 공주냐고! 루드스에선 일개 학생일 뿐이라고!”

그가 소란을 피울수록 주변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들었었다.

그래서 학생회에서도 오게 되었다.

매우 청순하게 생긴 미녀가 몇몇 흰색 완장을 찬 학생들과 함께 왔었는데, 바로 학생회장 쥴리아 드로즈도프였다.

“어? 선배님?”

“……!”

그런데 그녀가 선배라고 부른다.

“넌 뭐야?!”

쥴리아는 얼굴을 구기며 말한다.

“현 학생회장 쥴리아 드로즈도프입니다. 잭슨 다닐레비우스 선배님.”

다닐레비우스 백작가는 드로즈도프 공작가와 아슈트반 백작가와 함께 제국 3대 검술 명가 중 하나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닐레비우스 백작가는 다름 아닌 진 여주인공 아르시아의 가문이었고.

그가 케이와 사나의 미모에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던 이유는 다름 아닌 대륙 최고의 미인이 될 여자라는 소릴 듣는 아르시아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었다.

어떤 미인을 보더라도 무감각해질 수 있는 이유라 하겠다.

그걸 떠나 쥴리아는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잭슨은 쥴리아가 1학년 때 5학년 졸업반이었던 자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던 점은 자신이 기억하는 잭슨의 성격은 이렇게 문제를 일으킬 성격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좀 시끄러운 성격인 것 같았으나 이렇게 무례하고 공격적이진 않았었다.

“흥! 학생회장을 여자 따위로 뽑다니! 루드스도 망해가는구만!”

빠직―!

그 말에 빡친 여자들이 많았었다.

방금 도착한 필리즈와 타네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그러게요. 언니 역시 제국에는 돌아이들이 꽤나 있다니까요?”

리나가 두 사람을 보고는 반갑게 소리쳤다.

“필리즈! 타네르! 어서 와!”

리나는 임팔라들만 있었던 원예부원에 암사자와 같은 필리즈, 타네르, 케이, 사나, 로디아가 들어와 엄청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싸움 났을 때 그 누구보다 의지가 되던 아벨도 있었고.

사실 싸움 나면 좀 무섭긴 했으나 아벨이 어떻게든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었다.

“뭐야 저년들은?”

그의 물음에 답을 하듯 군중들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덴의 공주들이다!”

“……?!”

이번에도 친구들이 잭슨을 말린다.

“잭슨. 이번엔 아덴이라고.”

“그래. 그만 가자. 아무리 후배들이라지만 아덴과 미스라임의 왕실이라면 뒤처리하기 힘들다고.”

친구들의 말리는 말에 잭슨은 허공에 대고 분풀이를 한다.

“제기랄! 저딴 계집년들 때문에!”

“뭐라고?”

스릉―

도저히 못 참고 필리즈가 검을 뽑으려 들자.

덥석―

누군가 필리즈의 팔을 잡았다.

“저런 쓰레기 때문에 정학 받으면 나랑 못 싸우지 않나?”

“……?”

이번에도 누군가가 소리쳐 잭슨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아벨 저하시다!”

“……?!”

아벨의 싸늘하고 단호한 눈빛이 그의 분기 넘치는 얼굴로 향했다.

잭슨은 형세가 굉장히 불리함에도, 그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결코 물러설 생각은 없는 듯했다.

“허허―! 그 유명한 지워진 황자 아니신가?!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네놈같은 버러지들을 막는 게 내 역할이라 말이다.”

“핫―! 역시 황태자 저하께 듣던 대로군요! 재수가 많이 없으시다던데!”

함께 있던 자가 사나와 필리즈 때와는 달리 경악하며 다급히 말린다.

“잭슨!”

“이보게! 황자 저하께 어찌!”

그럼에도 이 막무가내는 결코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왜?! 내 말이 틀렸어?! 너희들도 그렇게 들었었잖아?!”

피식―

아벨은 그의 어처구니없는 개소리에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좋아한다.

그의 무모함에 감사함을 보냈다.

“고맙군.”

“……?!”

“내가 최근에 사고를 좀 쳤더니, 너같이 용기 있는 미친놈들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요즘 좀 지루했었거든.”

케이와 로디아가 어떻게 될지 깨닫고는 걱정스런 얼굴로 아벨의 앞으로 나아왔다.

“저하…….”

“그래도 참으셔야 해요. 학생회도 왔잖아요.”

하지만 아벨이 아니라 상대가 참을 생각 없는 듯했다.

“감히 지워진 황자 따위가.”

그 말에 아벨도 반응한다.

“필리즈.”

“네. 저하.”

“검사부의 지도 대련장을 좀 쓰자.”

“……?”

“지도 대련 정도라면 괜찮겠지? 학생회장?”

쥴리아도 지도 대련으로 끝난다면 만족할 만한 대처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 * *

검사부 지도 대련장은 검사부가 아닌 자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검사부 부장은 브릴튼 기사연합국에서 온 클라우스 킨스키라는 자였는데, 미래의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이었고 ‘심판자’라는 이명을 가질 자였다.

필리즈에게 얘기를 듣고는 대단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학생회장에게 따지고 있었다.

“검사부의 지도 대련은 학생들의 검술 실력의 증진을 돕기 위한 좋은 의도의 장인데, 이건 빌어먹을 서로의 갈등만을 풀기 위한 불필요한 자리가 아닙니까? 검사부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아십니까?”

쥴리아와 클라우스는 같은 4학년 A반이었고 심지어 둘은 꽤나 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했었다.

“클라우스. 이번 한 번만 좀 봐줘. 지금 딱히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는 대련장이 없단 말이야. 그리고 지도 대련이라고 하니까 날이 없는 무인검이 가능한 거고.”

클라우스는 그럼에도 답답하다는 듯이 호소한다.

“쥴리아 님. 오러를 두른다면 무인검도 무인검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잭슨 선배님도 8성 검사라고 알려졌고 아벨 저하도 7성이라고 들었는데, 두 사람이 오러를 쓰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분명 무인검이라 하더라도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쥴리아는 포기하지 않고 몸을 배배 꼬며 그 예쁜 얼굴로 깜찍한 애교를 부리며 간청한다.

“우웅∼ 그럼 네가 좀 막아주면 안 될까∼? 응∼? 부탁할게 클라우스∼ 응∼?”

순간 클라우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 그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크게 요동친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애교에 그의 불같은 마음이 사르르 눈처럼 녹아내렸다.

“응∼? 클라우스∼∼ 응∼?”

“…….”

대단히 사랑스러운 얼굴의 쥴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매번 이런 식이지 하고 탄식한다.

“후우…… 제가 두 사람을 막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탄식하는 모습에 한 7부 능선은 넘었다는 것을 눈치챈 쥴리아는 클라우스의 손을 잡고 그 큰 눈을 울먹이며 더욱 절박하게 간청한다.

“……그럼 또 도와줄 사람 없을까……? 응……? 클라우스……? 응……?”

클라우스는 이번에도 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닫고는, 체념하고 옆에 있던 검사부원에게 명한다.

“킨. 죠슈아와 크리스찬을 불러와라.”

“네. 부장님.”

검사부원이 떠나고 클라우스는 쥴리아에게 말한다.

“……가시죠. 저희가 있어야 빨리 끝날 테니.”

그 말에 쥴리아는 원래의 얼굴로 돌아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 정말 고마워. 클라우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

그 말에 클라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마땅한 얼굴로 말한다.

“저하께서 크게 다치셔도 전 정말 모릅니다.”

“걱정하지 마. 저하께서 그렇게 약하시진 않으니까 말이야.”

클라우스도 아벨에 대한 온갖 소문을 다 들었었다.

전설의 흑풍흡검을 쓴다는 둥.

마족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둥.

열댓 명의 상급생 검사들을 상대로 가볍게 이겼다는 둥.

“……아무튼 알겠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희도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래. 이번 일은 잭슨, 그 빌어먹을 새끼가 황자 저하를 직접적으로 비하했으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어.”

쥴리아의 말대로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었다.

만약 아벨이 윌리엄만큼의 배경만 있었어도, 잭슨은 당장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었다.

‘아벨 저하께서 배경만 있으셨어도.’

쥴리아는 잭슨이 하베츠 황태자를 믿고 설친다고 생각했다.

‘하베츠 저하를 믿고 설치는 거겠지.’

잭슨의 가문인 다닐레비우스 백작가는 무엇보다 황태자파였으니 말이다.

‘……아니면 하베츠 저하의 명을 받고 일부러 저러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기억하던 예전 그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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