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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47화 (47/178)

제47화

47화. 얼마나 더 놀라야 해?(2)

흐뭇하게 웃으며 얀 국왕이 아벨에게 말을 건다.

“옷이 정말 잘 어울리오. 미스라임 왕실의 사람이라 해도 믿겠소.”

마리 왕비가 주책없는 국왕을 말린다.

“전하께서도 참. 황자께서 부담되시게.”

아벨은 자신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그들에게 잔잔히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아닙니다. 좋은 옷을 내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벨의 대답이 아까부터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얀 국왕은 이제는 대놓고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우리야말로 거부하지 않고 입어주어서 감사하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옷은 사나가 입은 옷과 한 쌍인 옷이라오! 사실 조금 걱정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예상한 것보다 두 사람이 훨씬 더 잘 어울려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오! 하하하하―!”

고갤 돌려 사나와 사나가 입은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한 쌍인 옷이 맞군.’

이제 보니 얀 국왕의 말대로 사나의 드레스가 아벨의 예복과 한 쌍인 것처럼 보였다.

사나는 갑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몹시 당황한 듯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붉힌 채 속삭이듯이 대답한다.

“……저도 몰랐어요…… 저하께서 그 옷을 입으셨는지는…….”

그 모습을 만찬회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매우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수네스 왕세자와 루카, 반 두 왕자만 빼고.

그들은 결코 아벨을 막내 여동생의 남편으로 환영할 생각이 없었다.

사나가 그들에게 어떤 여동생인데.

저 빌어먹을 어린놈에게 덥석 내준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의 부모는 그들과 생각이 많이 다른 듯 보였다.

“하하하―! 사나! 네가 그렇게 다소곳이 앉아 있으니, 막 혼인을 마친 새 신부처럼 보이는구나! 하하하하―!”

이번엔 왕비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게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요. 호호호―”

그 말에 이제는 사나의 몸까지 전부 붉어졌었는데, 워낙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부끄러워하는 사나를 씁쓸히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공주 저하께서 싫어하십니다. 그만 놀리시지요.”

얀 국왕은 아벨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를 바꿔 가벼우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진지하게 물어왔다.

“황자께서도 이제 가정을 준비해야 하지 않소?”

아벨도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가벼우면서도 한편으로 매우 진지하게 대답한다.

“제가 아직 많이 어려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했지만 아벨의 덩치가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얼굴만 조금 앳돼 보일 뿐 육체는 성인 남자나 다름없었다.

“약혼 정도는 괜찮지 않겠소?”

드디어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형님들께 공격받고 있다는 것을. 공주 저하께서 저와 함께 사시면 꽤나 힘드실 겁니다.”

아벨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전 현재는 그 누구와도 만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도 있고 말입니다.”

얀 국왕은 지금의 상황은 예상치 못했기에 조금 당황해하며 묻는다.

“그게 무엇이오?”

“저는 무武의 끝을 소원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왕자들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반면 국왕은 아벨의 재능과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벨의 말을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무의 끝을 말이오? 검술로?”

“네. 일단은 검술로 정점에 오를 생각입니다. 그 전까진 결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벨은 이 정도 말하면 상대가 알아서 적당히 포기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음…… 충분히 이해가 가오. 나 역시 젊었을 적에 반드시 마법의 끝을 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으니 말이오. 하지만 그건 혼인을 하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니오. 그리고 누구보다 수잔 황비께서 많이 원할 것이오. 아들의 결혼과 손주를 빨리 보고 싶어 할 테니 말이오.”

“그건 맞습니다만, 어마마마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우선은 저와 어마마마가 그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을 때까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 두 손으로 확실히 지킬 수 있을 때까지 확실한 성장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제국의 황실은 잘 아시다시피 매우 집요하고 매우 강하니까 좀 더 확실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줄 수 있는데 말이오.”

‘안 되겠군.’

좀 더 강하게 말할 필요를 느꼈다.

“미스라임을 당연히 믿습니다. 그럴 힘이 분명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 때문에 제국과 미스라임에 전쟁이 일어나길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국왕 전하께서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형님들은 훨씬 더 저를 증오하고 계십니다. 이상하게 본인들과 자꾸만 절 비교해가면서 말입니다. 분명 누가 황제가 되더라도 절 끝까지 죽이려 들 것입니다. 아무튼 저는 검으로 무의 끝을 보기 전까진, 세상 모든 것들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전까진, 또한 미스라임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결혼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흐음―”

아벨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말하긴 어려웠다.

분위기도 완전히 싸하게 가라앉아버려 화제를 돌려야 함을 깨달았다.

‘이거 괜히 말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사나의 꾸민 모습을 보면 마음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었다.

‘분명 마음은 있는 듯한데.’

아까 사나를 바라보는 아벨의 모습을 보니 분명 마음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아벨이 생각보다 훨씬 더 고집이 있고, 제국과 미스라임의 관계에 뭔가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최소 10년 동안은 제국과 절대 전쟁이 없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고.’

아무튼 일단은 지금의 분위기를 환기하기로 한다.

“……그건 그렇고 황자가 전설의 검술인 흑풍흡검을 쓴다고 들었소. 그런데 그 검술은 마검사여야만 쓸 수 있는 검술 아니오?”

“네. 맞습니다. 제가 마법도 조금은 할 줄 압니다.”

“오― 얼마나 말이오?”

“마법 강국에서 마법을 논하기 좀 부끄럽지만, 가볍게 쓸 마법 몇 가지는 가능합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두 눈이 반짝인다.

“몇 서클 정도 되오?”

얀 국왕은 말하자마자 그러한 질문이 실례라는 걸 깨닫고는 곧바로 손사래 쳤다.

“아― 말하지 않아도 괜찮소. 미안하오. 내가 참 경망스러웠소.”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성취가 높은 것도 아니고 그저 제 낮은 성취로 인해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하하― 겸손하기는. 황자는 검사이지 않소? 이곳 그 누구도 황자를 욕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면서 왕세자와 왕자들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혹여나 허튼소리를 할 생각 말라면서.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1, 2 서클 정도는 전격계와 풍계 마법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아벨의 말이 끝나자마자.

쾅―!

마령대 3대대장 마르티나 트로타가 식탁을 내리친 것이었다.

그녀는 아벨이 국왕과 사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허튼소리 할 생각 말라는 경고성 띤 얼굴로 아벨을 노려보았다.

얀 국왕도 아벨의 말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3대대장의 행동은 무례라고 생각했다.

“자자 3대대장 진정하시구려.”

그러면서 아벨을 바라본다.

“허허…… 7성 검사이면서 복수의 원소계열 마법이 가능하다라.”

아벨은 솔직히 저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갔다.

‘뭐지? 겨우 1, 2 서클인데?’

그래서 일단은 덤덤하게 말한다.

“그래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1, 2 서클이라고.”

“흐음…… 혹시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소?”

아벨은 별문제 없다는 듯이 두 손을 식탁 위로 올렸다.

무영창으로 한 손에는 작은 뇌전을, 한 손에는 작은 바람기둥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잠시 두 손에 두 마법을 유지하다가.

콰직―

그리고는 두 손을 쥠으로 손에 모여든 뇌전과 바람이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스런 눈으로 아벨을 바라봤다.

그건 마고스와 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가 제 한계입니다. 아직 한참 멀었다 할 수 있습니다.”

말은 멀었다고 했지만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아벨이 복수의 원소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이곳에 모인 마법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었다.

물론 마법사들이 복수의 원소 마법을 쓸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아벨은 상급 검사이지 않았던가?

고위 마법사이면서 검술 두 개를 동시의 쓰라는 말과 진배없었다.

그러니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하지만 아벨은.

‘겨우 두 개 보여줬는데 저 정도라니. 다른 마법들은 한참 후에나 보여줘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잇는다.

“정말 보잘것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 애써 그들의 경악스런 시선을 무시하며 스테이크를 다시 썰던 아벨이었다.

* * *

사실 소설에서 아벨은 모든 원소의 마법을 10 서클로 쓸 수 있었기에, 독자였었던 입장에선 1, 2 서클 복수 원소 정도는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었다.

‘지금도 모든 원소 마법을 쓸 수는 있었으니.’

현재 아벨은 황실무고에서 본 모든 마법을 제대로는 아니겠지만, 모두 쓸 수 있었다. 드래곤들의 마법도 쓰는데 말 다 한 거나 다름없었다.

‘생각보다 파장이 크겠어.’

각기 다른 두 원소의 마법을 썼을 때 보인 반응들을 보니, 아무리 자신이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피력해도 앞으로도 꽤나 피곤하게 할 것 같았다.

그 결과가 바로 옆에 있었고 말이다.

‘이거 참.’

아벨은 옆에 도도하게 앉아 있는 사나를 바라보았다.

얀 국왕은 사나에게 다음 학기 할 거 없이 바로 전학 가라고 했었다.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해 둘 테니 당장 아벨과 마고스를 따라가라며 말이다.

‘휴…… 소설의 내용과 계속해서 달라지는 건 그리 좋지 않은데.’

그때 아벨이 지금의 상황을 조금 걱정하는 것처럼, 마고스도 아벨을 정말 미스라임에 빼앗길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진심인 거 같았어.’

이제는 수잔 황비의 안전뿐만 아니라, 책임지고 마법적 재능도 개화시켜 주겠다고 아벨을 설득할 것 같았다.

아벨을 역사상 최강의 마검사로 만들어 주겠다면서.

‘또한 사나 공주까지 주며 말이지.’

사나는 분명 어느 남자라도 흔들릴 만한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2학기 때 보낸다던 사나를 벌써부터 이렇게 막무가내로 보낼 정도였으니.

‘그나저나 정말 대단해.’

마고스도 아벨이 마검사라는 것만 알았지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쓸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아무리 1 서클이라고 하더라도 무영창으로 그렇게 가볍게 마법을 발현시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너무 놀라워 아벨을 제자로 삼는 시기를 앞당기자는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그런데 정말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걸까?’

미스라임은 둘째 치고 아슈트반 가문의 여식도 아벨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아벨만 원하면 어느 정도 안전망은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긴 본인이 워낙 위험한 처지이니.’

한편으로는 그 어린 나이에 가족을 생각해 벌써부터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말을 듣고 마고스가 두 사람에게 말한다.

“내리시지요.”

마고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서 내린다.

아직 한낮이라 태양이 뜨거웠다. 그리고 평일이라 그런지 다들 수업 중인 것 같았다. 돌아다니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었다.

마고스에게 아벨이 말한다.

“공주 저하는 제가 담당자에게 안내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선 총장님께 말씀해주시지요.”

아벨은 사나가 자신 때문에 루드스에 온 걸 잘 알고 있었다. 딱 짤라 결혼을 할 생각 없다고 말해서 많이 상처받았을 것이었다.

사나에게도 케이에게 했던 것처럼 이왕이면 잘 해주고 싶었다.

마고스는 조금 의외의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았다.

“그러시겠습니까?”

“네. 이제 같은 반 친구가 될 건데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공주 저하께서도 교수님보단 제가 더 편할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공주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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