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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45화 (45/178)

제45화

45화. 욕심나는 녀석(3)

그때 생각에 빠진 아벨을 멀리서 지긋이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정말이지 마음에 들어…… 정말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바로 제바스티안이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아벨이 사나의 부군으로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떻게 데려가야 할까…….’

빌하츠에게 아벨이 결혼을 꺼린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 이유까지도 들었었고 말이다.

‘수잔 황비의 안전이라.’

파우스 황제가 살아있는 한 그 누구도 그의 보물인 수잔 황비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황권이 교체될 거야.’

문제는 그가 죽은 후라 할 수 있었다.

제바스티안이 보기엔 세계 최고의 인간에게만 허락되던 그 지극히 높고 부담스런 황좌를, 대단히 출중하던 아들들에게서 오랜 시간을 지키기에는 파우스 황제는 너무나 나약하고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때 황자를 도와 수잔 황비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흐음…… 그런데 저건 좀…….’

하지만 그 전에 상당히 거슬리는 게 하나 있었다.

‘저 아이가 그 아이인가 보군…….’

아벨에게 케이가 딱 달라붙어 걷고 있던 것이었다. 반면 사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둘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고 있었고.

그 딱한 모습을 보자 마치 자신의 일인 것마냥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진다.

“빌리.”

“넵! 대대장님!”

“아벨 저하를 좀 모셔 오거라.”

“네?”

“할 얘기 있으니 잠시 뵀으면 좋겠다고 말해라.”

“네, 넵!”

곧장 빌리는 재빨리 아벨에게 뛰어가 자신의 상관이 뵙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혼자서 제바스티안에게 다시 뛰어온다.

미간을 찌푸리며 혼자 온 부하에게 묻는다.

“왜 혼자 와?”

“그게…… 할 말 있으면 대대장님께서 직접 오라고…….”

“뭐라?”

“할 말 있는 사람이 와야 하지 않겠냐면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

“허허허……”

‘이 자식이!’

“……그래. 알겠다.”

제바스티안은 이 오만한 황자가 이것만 좀 고치면 정말 좋을 텐데 하면서 성큼성큼 아벨에게 다가갔다.

아벨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서는.

“저하.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근데 왜?’ 라는 눈빛으로.

“큰일입니까?”

“큰일은 아닙니다만.”

케이는 아벨과 같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하여 호기심 가득한 아기 고양이 같은 눈으로 제바스티안을 바라봤다.

반면 사나는 도대체 대대장이 또 무슨 얘길 하려고 하면서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렇다면 여기서 하시지요.”

“그런데 단둘이 해야 할 말이라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서 옆에 함께 걷던 케이와 로디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서 옆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제바스티안과 단둘이 남게 됐다.

제바스티안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아벨은 정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마령대 대대장이 갑자기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네. 말씀하시지요.”

“저희 사나 공주 저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두 눈이 번쩍 띄어졌다.

“……?!”

솔직히 정말 많이 놀랐었는데,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기 때문이었다.

황당하여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하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사실 저희 국왕 전하께서는 황자 저하를 사나 공주 저하의 부군으로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도 공주 저하를 보호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직접 저하를 보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

“그래서 저하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전하께 저하를 적극 추천할까 합니다. 그리고 허락만 떨어진다면 제국 황실에도 곧바로 공식적으로 청을 넣을 생각이고 말입니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소설과는 완전 다른 흐름이었던 것이었다.

소설에서는 미스라임에서 사나가 아벨을 좋아하고 쫓아다니는 것에 대해 대단히 못마땅해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라니.

당황한 마음을 잘 추스르고는.

“……저는 아직 어립니다.”

“사나 공주 저하도 어리십니다. 아― 오해하셨군요. 당장 혼인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약혼을 하자는 것이지. 보통 저하 나이 때에 약혼을 하지 않습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는 공주 저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굉장히 언짢아하며 묻는다.

“저 아이 때문에 그런 것입니까?”

케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 아이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렇다면 공주 저하만큼 괜찮은 혼처도 없지 않습니까? 두 분이 약혼하신다면 미스라임이 저하의 배경이 될 것입니다.”

소설의 아벨이라면 이만큼 좋은 제안도 없을 것이었다.

미스라임이 배경이 되어준다면 단숨에 셀비 3 황비의 아덴만큼이나 강력한 배경을 얻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스라임의 국왕은 10인회의 일원이었지.’

미스라임의 국왕 얀 카르하는 제국의 황제와 함께 10인회의 일원으로 있었다.

‘하긴 아직까진 신들이 직접적으로 아벨을 죽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 말야. 그저 황실에서만 아벨을 죽이고 싶어 할 뿐이지.’

본격적으로 마족 멸살의 사명을 시작하면 아무리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아벨을 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 이유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떠날 아벨이었기에 사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상처 입힐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전 앞으로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말입니다.”

“수잔 황비 마마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그것 때문이라면 저희가 훗날 황제가 바뀌어도 책임지고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아벨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말았다.

그것을 캐치한 제바스티안은 ‘역시 그것 때문이었군.’ 하는 생각을 했다.

“제 명예를 걸겠습니다. 전하께 수잔 황비 마마의 안전을 어떻게든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말입니다.”

아벨은 수잔 황비의 안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조금 흔들렸었지만, 자신의 최종 목적지는 이 세계가 아니었기에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공주 저하를 위해서라도 저를 부군으로 삼는 것은 옳지 못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벨의 마음 때문에 수잔 황비에 대해 듣는다면 계속해서 흔들릴 것 같았다.

이만 대화를 끝내기로 한다.

“몇 년 뒤면 제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저절로 알게 되실 것입니다. 아무튼 저를 좋게 봐주신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게 무슨……?”

대단히 착잡한 눈빛으로 제바스티안을 바라보며.

“……그리고 혹시나 공주 저하께서 상처받으실까 봐 드리는 말씀인데, 전 그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도 없고 하지 않을 생각이니 다른 여자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하셨으면 합니다. ……부디 그 말 좀 잘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 * *

만약 미스라임이 아벨의 배경이 되어준다면, 아벨은 확실히 당분간은 좀 더 편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었다.

‘약혼 즉시 황실의 공격은 사라질 것이니.’

하지만 얀 국왕도 10인회여서 이후 최종 목표이던 마족 멸살에 관해서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었다.

‘10인회니까 어쩔 수 없지. 이건 세르지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또한 아벨과 계약한 세르지 역시 훗날 황제가 되어 10인회에 들어갈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그때부턴 아벨을 돕는 건 불가능이라고 보면 됐었다.

‘방해만 안 하면 돼.’

다행히도 소설에선 맹세의 마법의 효력을 없앨 방법은 나오지 않았었다.

물론 아벨과 세르지가 한 맹세의 마법을 신들이 알게 된다면, 신들이 소설에서도 나오지 않은 어떤 꼼수를 써 그 효력을 없앨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어려워 보였다.

그러니 아직은 그렇게 걱정할 필욘 없을 듯했다.

똑똑―

“저하. 마고스 교수님께서 오셨습니다.”

현재 아벨은 미스라임 왕실에서 이번 일에 대해 미안하다며 초청한 만찬회를 대기하던 중이었다.

아벨과 마고스만 초청됐었다. 다른 인원들은 이미 다 루드스로 복귀한 상태였다.

“들어오라 하세요.”

드륵―

문을 열고 들어온 마고스에게 말한다.

“앉으시지요.”

마고스는 아벨이 앉아 있던 의자 반대편으로 와 앉았다.

“저하. 쿠리엘은 곧장 황궁으로 압송됐다 하옵니다.”

예상하던 바였다.

코스차가 그리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까?”

“네. 그리고 조너선과 마티아스는 리오넬 교수에게 꼭 루드스로 안전하게 데려가 달라고 부탁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불안해하고 있을 테니 잘 지켜봐 달라고도 말입니다.”

리오넬 교수는 C반 담임교수로서 마고스와 특히 신뢰가 두터운 관계였었다. 그는 황후와 2, 3 황비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자로서 아벨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둘은 분명 그들의 희생양이었을 겁니다.”

“네.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재차 마고스에게 부탁한다.

“앞으로도 교수님께서 루드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두 학생을 반드시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대귀족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벨의 마음처럼 마고스도 두 사람에 대해 대단히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둘은 성실하기로 소문이 난 녀석들이니.”

“이번에 제가 쿠리엘에게 제법 세게 나간 이유는 제 일 때문에 더는 희생양이 없었으면 해서였습니다. 그 녀석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만약 쿠리엘이라도 이 일의 희생양이었으면 전 그 녀석도 구해줬을 것입니다.”

아벨의 말에 씁쓸한 눈으로 아벨을 바라봤다.

“…….”

“형님들도 참 비겁하군요. 그냥 본인들께서 직접 절 공격하시지. 절대 도망가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베츠 형님은 못 본 지 정말 오래됐군요. 참 할 말이 많은데 말입니다. 혹시 언제 돌아오시는지 아십니까?”

“……황태자 저하는 2학기 때나 돌아올 것입니다.”

“형님께선 현재 성취가 어떻게 되십니까? 9성이십니까?”

“아마도 그쯤 될 것입니다. 8성의 벽을 깨기 위해 떠난 여행이니 말입니다.”

“대단하긴 하군요. 그 나이에 9성이라니.”

“저하 나이에 7성이 더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만나면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마고스는 두 사람이 제발 가까워지길 바랄 것이다.

어차피 아벨은 황좌에 관심이 없으니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하면서.

“싸워 봐야겠죠. 형제는 싸우면서 큰다던데. 우리 형제들은 너무 서로 눈치만 보면서 대리인들만 싸움에 참전시킨단 말이죠. 그래서 루드스로 오신다면 대련을 신청할까 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의 무투회에 다시 한번 더 나와 우승하라고 부추기던가.”

심히 걱정스럽다는 얼굴이다.

“자신은 있으신 겁니까?”

“일격에 죽지는 않을 것 같군요. 형님의 월광참검이 강력하다는 걸 잘 알지만 저 역시 흑풍흡검과 용골검을 지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벨이 월광참검을 입에 올리자 마고스는 뜬금없이 주제를 바꿔 하베츠가 아닌 월광참검에 관해 묻는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저하께선 월광참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베츠에 관한 대화를 피할 뿐만 아니라, 내심 그 평이 궁금해서 도저히 참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검술이라 생각합니다. 대륙제일검의 성명절기인데 누가 그것에 반문할 수 있겠습니까?”

그 대답에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하께선 배우고 싶지 않으십니까?”

마고스의 의도를 빤히 알던 아벨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그린다.

“저 역시 검사로서 뛰어난 검술은 언제나 탐이 납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마고스는 아벨의 마음을 확실히 알고자 재차 확인하려 한다.

“여러 검술을 한 번에 배우시면 집중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가 편하게 다가올 수 있게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제 궁극적인 목표가 새로운 검술을 창조하는 것이라 말입니다. 위대한 검사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좋을 겁니다. 물론 제 재능이 부족하여 배운 여러 검술 중 하나의 검술도 절정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검술을 창조하겠다는 그 꿈은 무산되고 말겠지만. 하지만 아무튼 지금으로썬 여러 검술을 배우고 싶군요.”

“그러시군요…….”

그때였다.

똑똑―

“저하. 만찬회 준비가 끝났다고 하옵니다.”

사용인의 말을 듣고 아벨이 일어서며 말한다.

“스승님.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저들이 무슨 소릴 하더라도 놀라지 않으시려면 말입니다.”

그러면서 전보다 훨씬 농도가 짙은 미소를 보인다.

하지만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던 마고스는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는 아벨을 그저 의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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