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44화 (44/178)

제44화

44화. 욕심나는 녀석(2)

조너선과 마티아스의 보고를 받은 백팀은 최대한 속도를 내어, 두 사람을 따라 아벨이 뛰어내렸다던 협곡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보고를 받은 백팀은 조너선과 마티아스의 말을 결코 믿을 수가 없었는데, 아무리 아벨이 수련광이라고 하더라도 약 천 마리의 에티들 속으로 스스로가 뛰어드는 짓은 정말 미친 짓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저하! 괜찮으셔야 해요! 제발!’

케이는 이번 일에 아벨을 죽이기 위한 모종의 계략이 숨겨져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략의 중심에는 조너선과 마티아스가 있었고 말이다.

‘생긴 건 착하게 생겨서 그런 못된 짓을 하다니!’

두 사람이 대단히 선량하게 생겼기에 더욱 사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착한 얼굴로 남을 해칠 짓을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케이로써는 두 사람을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반면 로디아는 하베츠의 성격과 그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이 왜 그랬는지 이해를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저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해를 한다고 해서 용서를 하겠다는 말은 아니었었다.

그렇기에 혹여나 아벨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긴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로디아였다.

그리고 케이와 로디아의 생각처럼 지산과 카시드도 아벨이 그냥 뛰어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저하께서 그냥 내려가셨을 리 없어. 사나 공주 저하가 빠진 걸 보니, 공주 저하를 믿고 뛰어내리셨군.’

‘사나가 빠진 걸 보니 마령대의 도움을 받을 게 분명해. 훗― 그런 꼼수를 써서 에티들을 해결하면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라 여기는 건가?’

지산과 카시드는 그래서 아벨에게 큰일은 안 생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확신처럼, 마고스도 빌하츠에게 사나가 뒤따라갔다는 걸 미리 들어 알고 있었기에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었다.

‘공주 저하께서 일부러 따라가셨다고 했으니. 큰일은 없으시겠지만.’

빌하츠는 사나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빠졌었지만, 실은 아벨을 돕기 위해 마령대와 함께 뒤쫓고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 말인즉슨 사나도 아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저 둘의 말이 사실인 걸까?’

앞서 길을 안내하는 조너선과 마티아스를 노려본다.

‘설마 저 둘을 살리기 위해서?’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아마도 하베츠에게 거부할 수 없는 명을 받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 둘을 살리려면 아벨이 스스로 뛰어들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자신이 아벨을 너무 좋게 판단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벨의 정의로운 성정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욕심이 나…….’

그럴수록 아벨을 향한 욕망이 무럭무럭 커져만 가던 마고스였다.

* * *

“저하!”

케이는 팔에 부목을 하고 있는 아벨을 보자마자 달려가 안긴다.

안겨서는 그저 눈물을 펑펑 흘릴 뿐이었다.

그런 케이의 등을 비교적 괜찮은 오른팔로 토닥인다.

“왜 우느냐. 나는 이렇게 괜찮은데 말이다.”

“깜짝 놀랐었잖아요! 왜 뛰어드신 거예요!”

아벨은 울고 있는 케이를, 떨고 있는 케이를 꼬옥 끌어안는다.

“조너선과 마티아스가 말 안 하더냐? 수련을 위해 뛰어들었다고.”

아벨의 가슴에 파묻혀 소리친다.

“거짓말!”

“하하…… 사실이다. 수련을 위해서.”

아벨은 다가오는 마고스에게 이어 말한다.

“제 독단으로 인해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군요. 에티들을 보자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말입니다.”

마고스는 협곡에 쌓여있는 에티의 산을 바라본다.

정말 놀랍기도 하고 너무 대단해 몸에 전율이 오를 정도였다.

“……혼자 처리하신 겁니까?”

현재 아벨은 사나와 마령대 모두와 함께 있었다.

“그럴 리가요.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놀라운 건 놀라운 거지만, 마고스는 너무나 당당한 아벨에 조금은 황당함도 느꼈다. 그래서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아벨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안절부절못하는 조너선과 마티아스를 보면 대충은 알겠지만 다른 이들 앞에선 질책을 해야 했다.

“저하. 이건 두 아카데미의 연합 훈련이었습니다. 저 에티들은 그 훈련을 위해 미스라임에서 어렵게 준비한 것이고 말입니다.”

마고스와 몇몇은 아벨이 했다는 걸 알기에 대단하다고 바라보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니었다.

마령대원들이 저 오만방자한 아벨을 구하기 위해 나서서 없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다들 원망스런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보았다.

네놈 때문에 자신들의 훈련을 망쳤다고.

물론 아벨은 그딴 눈빛에 영향을 받을 리 없었지만.

상관없다는 듯한 무심한 목소리로 말한다.

“죄송합니다. 돌아가서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 말에 마고스는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허허……”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그래. 차라리 정학 받아 기숙사에 계시는 게 더 나을지도.’

하고 마고스는 아벨을 위해서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때 쿠리엘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저하께서 거짓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 둘을 살리려고 말입니다.”

“뭐라?”

마고스는 ‘이 녀석이 갑자기 왜?’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씨익―

아벨은 케이를 놓아주며, 흥미롭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그게 무슨 소리지?”

쿠리엘은 아벨을 대단히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그 미소에 순간 겁을 먹고 말았다. 목소리를 심히 떨며 준비한 말들을 꺼낸다.

“그, 그렇지 않습니까? 저하가 미치지 않는 이상……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천 마리가 넘는 에티 무리에 스스로 뛰어들 리가…… 그리고…… 무엇보다 저 두 놈은 분명 다른 왕국의 첩자에게 포섭됐을 겁니다. 확실합니다.”

마티아스와 조너선은 그 말에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손을 저으며 다급히 소리친다.

“아, 아닙니다! 저흰 그런 적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첩자에게 포섭됐다니요!”

쿠리엘은 아연실색한 그들에게 호통을 친다.

“개소리! 이렇게 증거가 버젓이 있는데!”

그러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내려 했었는데.

챙―!

휘익―

그때 아벨이 검을 휘둘러 그 팔을 자른다.

촤아아악―!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이다.

“크아아아아아악―!”

“……?!”

“저, 저하?!”

아벨은 쿠리엘의 잘린 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손에 잡혀있던 양피지를 뽑아 펼쳐 들더니.

“흐음― 이거 참 진짜처럼 잘 만들었군.”

“……?!”

파지지직―

화르르르―

곧장 아벨은 마력을 방사시켜 불꽃을 만들어냈다. 양피지는 이내 타올라 재가 되어 눈보라와 함께 사라진다.

자신이 증거로 준비해온 양피지가 재가 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자, 절망에 빠진 쿠리엘은 발작을 일으키듯 소리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도대체 왜 나에게! 으아아아아악―!”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다들 이들은 경악스런 얼굴로 시리도록 차가운 아벨의 얼굴과 당장 죽을 것만 같이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는 쿠리엘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벨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쿠리엘에게 말한다.

“감히 내가 한 말에 토를 달다니. 분명 내가 수련 때문에 뛰어내렸다고 했을 텐데. 안 그런가?”

“크아아악―! 저는 저하를 위해서! 저하의 적을 없애 드리려고!”

“아직도.”

휘익―

나머지 남은 팔도 자르려고 검을 휘두른다.

턱―

“……그만하시지요.”

마고스가 아벨의 팔을 잡은 것이었다.

담당 교수로서 눈앞에서 학생의 팔이 잘리는 것을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아벨의 손을 잡은 채로 로디아에게 말한다.

“로디아. 쿠리엘의 팔을 붙여줘라.”

무인이 아닌 마법사라 다시 이어 붙여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것이다.

호명된 로디아는 싫은 표정으로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에…….”

쿠리엘에게 가 팔을 붙이고 포션을 뿌린다. 그리고 신성 마법을 쓴다.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 마고스가 아벨에게 말한다.

“너무 극단적이십니다. 저하.”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 이번엔 첩자와 내통하는 자를 밝히겠다고 했음에도, 그냥 아벨이 쿠리엘을 싫어해서 공격한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꽉―

아벨이 잡힌 팔에 힘을 주자, 마고스도 풀어주었다.

스릉―

검을 검집에 넣고는.

“그러니 평소에 잘했어야지. 평소에 미친 개새끼마냥 물으려다가, 이제 와서 그딴 소리 하면 누가 믿어 주겠나?”

“저하.”

“스승님. 안 그렇습니까?”

이제는 사나도 놀라고 있었다. 그 착하던 아벨이 변해도 너무 변한 것이었다. 반면 제바스티안은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저하. 그렇다고 해서 이리도 쉽게 검을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참 모순적이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들은 저를 당장에라도 죽이기 위해 공격하고 있는데, 저는 적의 팔 하나 자르지 못하다니. 안 그렇습니까?”

쿠리엘이 악에 받쳐 소리친다.

“제가 왜 저하의 적입니까! 저는 저하를 도와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정말 참 귀여운 녀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좋다. 너와 같은 역겨운 거짓말쟁이들을 위해 선조께서 만든 위대한 마법이 있지.”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아주 좋은 흐름이라 생각했다.

“……?!”

“네가 정말 내 편이라면 이 자리에서 맹세의 마법을 하자.”

“네에?!”

“네가 이번 일의 주범이 아니라고 맹세의 마법으로 결백을 입증한다면, 내 너의 주장을 믿어 주지. 어떤가? 괜찮지 않나?”

“으히힉―! 아,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니라는 거지?”

아벨은 천천히 쿠리엘을 향해 다가갔다. 쿠리엘은 아벨이 다가가자 치료 중에도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원래! 원래 마법사들은 그, 그런 불확실한 마법을 쓰지 않습니다!”

“훗― 개소리는.”

그러면서 준비해둔 맹세의 마법 양피지를 꺼냈다.

“너의 피로 넌 이번 일과 상관없다고 써라. 만약 쓰지 않으면 쓰지 않는 대로 네놈이 주범이라 여기겠다.”

스릉―

다시 검을 발검했다.

쿠리엘은 빨리 죽여도 될 놈이었다. 어차피 훗날 10 서클 대마법사가 되면 골치 아플 뿐이었다.

“아, 아, 안 돼! 못 해!”

치료가 덜 돼 덜렁덜렁하는 팔을 붙잡고는 뒤돌아 눈보라 속으로 도망간다.

그때였다.

쎄에에엑―!

눈보라 속에서 눈부신 검광이 번쩍이더니.

촤아아악―!

풀썩―

B반 담임 교수 코스차 드로즈도프가 쿠리엘의 등을 벤 것이었다. 그는 하베츠의 충실한 개 중 한 명이었다.

“코스차 교수!”

코스차는 싸늘한 얼굴로 쿠리엘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제 생각에는 이 녀석이 첩자와 손을 잡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 * *

‘이 개새끼들! 기어코 살려 데려가다니!’

그렇게 사지로 몰아갔음에도 하베츠의 개가 쿠리엘을 기어코 살려, 황궁에서 누구와 결탁했는지 취조하겠다면서 따로 데려갔었다.

이번에 죽일 수 있으면 반드시 죽이고 싶었다.

10 서클 마법사는 확실히 12성 검사만큼이나 귀찮은 적이었으니.

‘그렇다고 미래가 바뀌진 않는다.’

물론 앞으로도 쿠리엘의 장래가 밝을 리 절대 없었다. 쿠리엘이 회개하고 각성할 리가 절대 없었기에 말이다.

그렇기에 그놈은 지금 죽지 못한 걸 평생의 한으로 삼을 것이다.

‘네놈은 이번에 죽지 못한 걸 한으로 삼을 거다.’

아벨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쿠리엘과 하베츠의 개인 코스차가 사라진 곳을 바라본다.

무기력하게 빼앗긴 자신에게 화도 났었지만, 반면 아벨로 시작한 지 고작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니까.’

그래. 이제 시작이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휘이이이잉―!

그때 아벨을 향해 강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정신을 가다듬으라는 것만 같군. 좋아. 이제 훈련은 이것으로 종료됐으니. 루드스로 돌아가서를 생각해야겠어.’

쿠리엘 덕분에 훈련은 여기서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물론 쿠리엘이 아니더라도 아벨이 준비한 에티들을 다 죽였었기에 더 진행하기도 힘들긴 했었지만.

아벨은 소설과 내용이 조금 바뀌었기에 그 바뀐 내용에 관한 대비를 생각하기로 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