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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42화 (42/178)

제42화

42화. 너희들은 죄가 없어(2)

쿵―! 쿵―! 쿵―! 쿵―!

바닥에 연신 머리를 박아대며 자신의 죄를 자복한다.

“죄송합니다! 가문의 생사가 달렸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대신 저하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고개를 들라.”

그럼에도 여전히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있자 재차 말을 한다.

“고개를 들라니까. 어서.”

“저하!”

“한 번만 용서를!”

“아니! 고개 먼저 들라니까!”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절망적인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후―

한숨을 내쉬는 아벨은 그들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측은하게 바라봤다.

“걱정 말아라.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테니.”

잠시 그게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

이내 아벨이 진짜 자신들을 도울 생각이라는 걸 깨닫자 울먹이기 시작한다.

“저하…….”

“어찌 저하께서 저희 같은 것들에게…….”

진심으로 감동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수련을 핑계로 직접 마물들에게로 내려갈 것이니, 너희들은 내가 수련을 하겠다고 말하며 무작정 내려갔다고 말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당연히 오늘의 일은 비밀로 하고 말이다.”

주르륵―

결국 눈물을 흘리던 조너선과 마티아스였다.

“흐흑…… 저희는 저하를 해하려고 했었는데…….”

“어찌 저희 같은 미천한 것들에게…….”

아벨은 예전 그 불합리했었던 날들이 떠올랐는지, 둘에게 상냥하게 말한다.

“나 역시 황실에선 약자로서 살아왔으니 너희와 다를 바 없다.”

쿵―

둘은 또다시 바닥에 머리를 찍으며 소리친다.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의의 신 이름으로 맹세하겠습니다!”

“저 마티아스 역시 제 모든 걸 걸고 저하의 이 은혜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저 역시 에브니아 모든 신에게 맹세하겠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그리며.

“좋다. 그럼 더욱 정진하여 훗날 내게 도움이 될 자가 되어라.”

두 사람의 진심 어린 모습에 나름 뿌듯함을 느끼던 아벨이었다.

* * *

사나는 마령대 정예 10명과 함께 아벨을 뒤쫓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녀에겐 연합 훈련 따위 결코 중요한 게 아니었었다. 빈센트에게 컨디션이 안 좋다고 변명하고 훈련을 빠졌었다.

‘그들도 협박에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했어.’

아벨은 자신을 죽이려고 한 이들을 오히려 감싸주려고 했다.

‘정말 잘 크셨군요. 저하.’

그 자애롭고 상냥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심장이 두근거린다.

‘역시 내가 반할 만해…….’

아벨은 수련을 좀 해야 하니 전투가 시작되고 3시간 이후에나 참전하라고 했다.

‘얼마나 강해졌길래 그리 자신 있는 걸까?’

세계의 끝에 서식하는 에티 같은 경우 4성 검사들이 간신히 이길 정도로 강력한 마물이었다.

그런 마물들이 약 천 마리가 덮쳐올 것이었다.

그런데도 수련의 일환이라며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이다.

‘아바마마께서도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시겠지.’

얀 국왕과의 내기에선 이번 훈련 때 활약을 보고 정하기로 했는데, 아벨의 적들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은 이제 무리였었다.

그러니 얀 국왕이 훈련 대신 에티들을 때려잡는 거로 활약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사나는 믿었다.

‘그래도 저하께서 자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 자신만큼만 활약해준다면 충분히 아바마마를 설득시킬 수 있어.’

아벨과 함께 루드스 생활할 것을 꿈꾸자, 그것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약혼해 아벨과 함께할 미래를 상상하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배시시 미소 짓는 사나를 보고는, 함께 날아가던 마령대 대대장 제바스티안 코흐가 사나에게 묻는다.

“어떠셨습니까? 아벨 저하를 오랜만에 만난 소감이.”

곧바로 올렸던 입꼬리를 내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한다.

“뭐 별거 있겠어요? 그냥 똑같지.”

“후후―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공주의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에 그는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는다.

“그런데 아벨 저하께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크셨더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 공주 저하께서 많이 걱정하셨는데 말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펄쩍 뛰는 사나였다.

“내, 내가 언제 걱정했어요!”

“안 하셨습니까? 한 거 같았는데.”

“그냥 친분이 있으니까! 그래서 안쓰러워서 그런 거지!”

“오호∼ 그런 거였습니까?”

“당연하지!”

“흐음― 이번에 제가 공주 저하의 부군으로 전하께서 쉽게 결정 내리실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해볼까 했었는데…… 그런 사이였다면 공주 저하를 위해서라도 아무래도 재고해 봐야겠군요.”

“그, 그건!”

“그건?”

“몰라요! 이따! 이따 보고 결정하라구요!”

“뭘 말입니까?”

“아무튼!”

제바스티안은 공주를 놀리는 것에 너무 재미 들려선 안 된다고 계속해서 머릿속에 되뇌었음에도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자신의 친손녀처럼 키운 사나를 자상하게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진짜 3시간 이후에 가도 되겠습니까? 천 마리는 될 듯한 데 말입니다.”

“자기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뭐 괜찮겠죠! 안 괜찮으면 우리가 도와주면 되고!”

“후후― 아주 기대가 되는군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실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바스티안은 아벨의 결정이 명백한 자만이자 과신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오지 말라고 한 이상 괘씸해서라도 3시간이 지나기 전엔 공주가 도우러 가자고 하더라도 절대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크게 혼나 보는 것도 성장에는 좋을지도.’

그 엄청난 재능에 거칠 게 없을 것이었다.

사실 그러한 것을 뽐내고 싶어 할 나이이기도 했었고 말이다.

‘겸손해야 한다. 아벨. 그래야 네가 산다.’

국왕의 최측근이었던 그도 아벨의 위험천만한 현 상황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다.

사나에게 적극 추천하겠다고 하긴 했다만, 그는 이번 일을 더없이 신중히 지켜보고 심사숙고할 생각이었다.

‘과연 네가 네 말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자기 주제 파악 못 하는 오만하기만 한 사내에게는 절대 손녀 같은 소중한 공주를 줄 수 없던 것이었다.

* * *

정확히 하루 정도 걸려 협곡에 도착했다.

휘이잉―! 휘이이이잉―!

살을 찢는 듯한 추위는 잠시라도 사그라들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거친 숨소리와 새어 나오는 입김이 바로 얼음이 되어 땅에 툭― 툭― 떨어질 정도였다.

헉― 헉― 헉― 헉― 헉― 헉―

아벨은 그러한 혹독한 추위에 지쳐있는 둘에게 포션을 주며 말한다.

“마시고 텐트를 쳐라. 그리고 한숨 자거라. 마물들이 나타나면 깨워줄 테니.”

우선 체력을 채워줄 포션을 마신다.

꿀꺽― 꿀꺽―

최상급 포션이라 그런지 마시자마자 체력이 바로 채워졌다.

후우― 후우― 후우―

두 사람은 어느 정도 호흡을 가다듬은 뒤 아벨에게 말한다.

“저하께선 괜찮으신 겁니까?”

“맞습니다. 저하께서도 좀 주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겠습니다.”

눈빛에서나, 그 표정, 말투에서나 벌써부터 충절이 절절 흐르고 있었다.

“훗― 걱정 마라.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다른 이들이 있을 땐 결코 좋지 않으니, 부디 꼭 명심하도록. 그래야 너희도 나도 루드스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한 냉혹한 사실에 침울해하며 말한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나 연공법을 하며 체력을 보충할 생각이다. 나에겐 그게 더 낫다.”

아벨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자신들이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넵. 그럼 우선 텐트를 설치하겠습니다.”

“그래.”

두 사람은 곧바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아벨은 그동안 협곡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폭이 50M 정도밖에 안 되는 듯했다.

‘생각보다 좁군.’

훨씬 넓었으면 했다.

그래야 용골검도, 흑풍흡검도 제대로 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아쉬워하고 있던 그때 마티아스가 보고한다.

“저하. 다 됐습니다.”

“그래. 들어가지.”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난로 아티팩트를 꺼냈다.

“그럼 저흰 자 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필요하실 때 깨워주시길.”

“그럼 부디 좋은 수련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어서 자거라.”

“네. 저하.”

대답 후에 둘은 곧바로 누워 눈을 감는다.

그리고 아벨도 가부좌를 틀었다.

.

.

.

.

그렇게 세 시간 정도 흐르자 온몸을 쩌릿하게 하는 방대한 양의 마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벌떡―!

두 사람도 이 정도의 거대한 마기는 모를 수 없어서 깨고 말았다.

“저하?”

천천히 눈을 뜬다.

아벨은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거리가 꽤나 멀어 그냥 내버려 뒀던 것이었다.

“그래. 온 듯하군. 이제 나가보자.”

밖으로 나가자, 멀리서 엄청난 먼지 구름을 대동한 에티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전에 말했던 대로 너희들은 내가 수련을 하겠다면서 갑자기 협곡 아래로 뛰어들었다고 전해라.”

“저하…….”

둘의 걱정스런 얼굴에 피식― 미소를 보인다.

“정 걱정되면 잠깐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보고 가든가.”

“……?!”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하는 그들을 보며 말을 잇는다.

“그것보다 너희들은 나를 못 막았다고 분명 비난받을 것이니, 그거나 걱정하거라.”

“그 정도는 저희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오히려 지금 저하와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고개를 젓는다.

“미안하지만 내가 너희들을 지켜주면서까지 싸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 말을 한 후 아벨은 고개 돌려 에티들이 다가오는 협곡을 바라본다.

두두두두두두두―!

이제는 어느 정도 가까워졌는지 천지가 진동하는 듯했다.

마티아스와 조너선은 아벨의 말대로 자신들이 도리어 방해가 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죄송스럽고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아벨은 그런 자신들의 죄송스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거 아니라는 듯한 여유로운 얼굴로 미소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그럼 난 수련을 하러 떠나겠다.”

탓―!

뭐라 말리기도 전에 협곡 아래로 뛰어내렸다.

“저하!”

“검은 뽑고 가셔야!”

검도 꺼내지 않고 뛰어내렸던 것이었다.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었다.

“어?”

그러나 곧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무것도 없던 손에 순간 검이 솟아난 것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손에 숨겨져 있던 마냥.

그 솟아난 검을 아벨은 우선 벨트에 장착시켰다.

딸깍―!

그리고 발검하며 곧장 오러를 씌운다.

챙―!

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직―!

시작부터 7성 마력을 쓴다.

7성 마력에 뇌기가 폭발하듯 터져나가자 그늘진 협곡이 아벨이 만들어낸 뇌기로 번쩍―! 번쩍―! 환해진다.

그 환해짐 때문에 에티들의 걸음이 멈춰졌고, 에티들은 고개 들어 빛을 내뿜는 존재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 같아…….”

“그러게…….”

두 사람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아벨의 성취가 다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어느새 아벨의 손에 들린 저 묵빛 검이 수업시간 때 배운 용골검이라는 것도 말이다.

휘익―

아벨은 그 용골검으로 지체 없이 흑풍흡검의 비기를 쓴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2식

몰아치는 선풍旋風

휘이이이잉―!

콰콰콰콰쾅―!!

세찬 눈보라를 뚫고 4개의 뇌기로 이루어진 오러의 회오리바람들이 에티들 사이로 헤집고 들어간다.

구오오오오오―!

에티들이 놀람과 동시에 회오리바람의 검격에 찢겨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아벨은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갈기갈기 찢겨가는 에티들의 공간으로 들어가 빙 돌며 검을 휘두른다.

휘리릭―

촤아아이이악―!

사방에서 몰려오던 에티들의 몸이 아벨의 검격에 반으로 갈라진다.

검붉은 마물 특유의 역겨운 피가 세차게 뿜어져 나와 몸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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