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37화 (37/178)

제37화

37화. 기대되는 연합 훈련(1)

조지를 제외한 토마스, 발레리아, 나딤, 브래드, 파스, 바르반 모두 내장 파열로 루드스 내 정의의 신전으로 응급 수송되었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혼자 폐인처럼 남아있던 조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었지만, 조지는 그저 ‘나는 몰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며 소릴 지르며 비명을 질러댈 뿐이었다.

문제는 이후에 깨어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란 점이었다. 그들도 그저 조지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모르겠다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어 범인을 찾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좀 마음 놓겠어.’

확실히 아벨이 손을 쓰자 변화가 일어났다.

당연하겠지만 케이와 로디아에 대한 괴롭힘이 즉각 사라졌었다.

‘귀여운 놈들.’

그리고 A반 학생들은 이번 일이 분명 아벨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래서 전보다 훨씬 더 아벨을 피해 다니고 있었고, 투명인간 취급이 아니라 마치 사악한 악마를 본 것마냥 눈을 마주치는 건 고사하고 그림자도 밟길 꺼리고 있었다.

‘케이. 너만 괜찮다면.’

케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악역은 얼마든지 맡을 수 있었다.

‘저하…….’

사실 케이와 로디아도 아벨이 그랬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둘은 그저 아벨이 자신들 때문에 괜히 욕을 먹고, 미움 받고 있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두 사람은 아벨을 위해서라도 평소처럼 밝게 지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다짐했다.

그래서 케이는 일부러라도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아벨과 친구들에게 도서관에 가자고 제의한다.

“우리 도서관 가서 공부하다 가요! 다들 어때?! 도서관 가는 거?!”

지산이 적극 동의한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다음 주부터 시험이니.”

“난 좋아.”

“나도 좋다.”

그러면서 다들 아벨을 바라보았다.

“…….”

솔직히 아벨은 도서관에 가고 싶지 않았었다. 굳이 공부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달랐으니, 그 몇몇의 눈빛은 너무나도 간절해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벨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같이 가자.”

‘에디린이나 찾아봐야겠군.’

정학 덕분에 에디린에 관한 수업을 듣지 못했었다.

물론 에디린에 관해서는 시험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았었기에,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었지만 아벨이 카인과 에디린의 관계를 대단히 동경한 것에 영향을 받아 좀 더 찾아보기로 한다.

‘어차피 시험은 대충 볼 생각이니.’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 하나 본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로디아가 묻는다.

“그럼 시간이 좀 이르니까 공부 좀 하다 저녁 먹을까요?”

“그래. 그게 좋겠어.”

“나도 찬성.”

“그러자.”

다들 그러자고 해서 곧장 센텐티아 도서관으로 갔다. 굉장히 크고 넓었기에 전교생이 다 들어가 공부해도 자리가 남을 정도였다.

시험이 당장 다음 주라 그런지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었다.

케이가 속삭이듯 말한다.

“우리 저기 앉아서 해요.”

6인용 오픈된 책상이었는데, 지산이 2인분이니 적당한 듯했다. 다들 케이가 가리킨 자리로 가 앉는다.

반면 아벨은 자리에 앉기보다는 사서에게로 갔다.

“카인 폐하에 관한 책을 찾고자 한다.”

사서는 아벨을 확인하고는 허리 굽혀 정중히 예를 갖춘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카인은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그에 관한 책들이 굉장히 많았었다.

‘아벨이 카인과 아서를 특히 좋아했었지.’

아벨도 어릴 때 다른 제국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카인과 아서와 같은 영웅을 꿈꿨던 것이었다.

‘그 꿈 내가 이뤄주지.’

이번 아벨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서가 도착을 알리며 묻는다.

“이곳입니다. 저하. 그런데 특별히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 겁니까?”

“에디린 님에 대해 알고 싶군. 추천해줄 책이 있는가?”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그래. 서너 권 정도면 될 듯하다.”

“네. 알겠습니다.”

도서관 사서가 카인에 대한 책장에서 책 몇 권을 빼 오더니.

“여깄습니다. 저하.”

총 네 권의 책을 가져왔었다.

『에디린, 그 위대한 조력자에 대하여』

『용사 카인과 드래곤 에디린의 우정』

『에디린 없인 티레시아스 제국의 건국도 없었다』

『대륙을 지킨 영웅 에디린』

“고맙다. 감사히 잘 보도록 하지.”

“영광입니다. 저하.”

사서에게 책을 받아 아이들이 있는 자리로 갔다.

케이가 아벨을 위해 자기 옆자리를 비워 두었었다. 그 비워 둔 자리에 가 앉았다. 케이가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

“무슨 책이에요?”

“에디린에 관한 책이다. 정학 기간 덕분에 배우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하― 근데 시험엔 잘 안 나올 텐데…….”

“그래도 궁금해서 말이지.”

“음― 그럼 제가 나중에 시험에 나올 것들만 찍어 드릴게요. 걱정 마시고 마음 편히 읽으세요.”

케이의 걱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고맙구나.”

“넵. 저만 믿으시라구요.”

“쉿―”

반대편에서 카시드가 검지를 입술이 대고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줬다.

“미안.”

카시드에게 두 손 모아 미안하다고 제스처를 취한 케이는 아벨에게 힘내라고 주먹 불끈 쥐어 보인다.

아벨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져온 책들을 살핀다.

『용사 카인과 드래곤 에디린의 우정』

아벨이 끈끈했던 둘 사이를 동경했기에 그 책이 제일 끌렸다.

‘이거부터 볼까?’

책을 펼쳤다.

휙― 휙― 휙― 휙―

엄청난 속도로 읽기 시작했다.

아벨의 재능 중에는 속독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충 내용은 이랬다.

[카인이 에디린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저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에디린이 카인의 스승이자, 어머니였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 것이다.]

‘카인이 에디린에게 매우 의지했다고 했어.’

카인은 대륙을 구한 용사이자 제국의 황제로서 모든 이들의 어버이가 되어야 했기에 항상 근엄하고 자애로운, 그러면서도 그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고 했다. 심지어 부인인 한나 황후와 함께 있을 때도 말이다.

그래서 카인은 스승이자, 어머니였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에디린과 단둘이 있을 때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했다.

카인은 에디린과 있을 때마다 갑갑하고 지긋지긋한 황제의 삶에 대해 푸념했었는데, 에디린은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카인을 어떤 불평불만 없이 위로하고 감싸 안아주었었다.

‘이건 뭐 감정 쓰레기통 취급했군.’

물론 푸념에 관한 이야기는 에디린을 추켜세우기 위해 단 몇 줄 잠깐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 이외 카인을 흠잡을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둘 다 좋은 동료의 표본 같은 미화된 이야기들만 적혀 있었다.

‘이건 뭐 푸념 말고는 모두가 미담뿐이니. 심지어 에디린은 푸념 같은 것들도 없고 말야.’

확실히 에디린은 카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었다. 그 오만방자한 드래곤임에도 오로지 미담밖에 없었다. 미담밖에 없으니 완전히 믿기 힘들었다.

사상 최강의 악룡 키이트리나에 대항해 함께 싸웠을 때는 에디린이 카인을 구하기 위해 대신 죽음에 이를 정도의 위험에 빠졌었다고 찬양한 부분이 특히 그랬다.

‘말도 안 돼. 그 이기적이라던, 자기밖에 모른다던 드래곤이.’

휙― 휙― 휙―

“음…….”

[에디린과 카인은 사실 연인 사이었으며 둘 사이에서 아이가 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만약 정말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그 아이는 에디린의 가디언이 키웠을 것이다.]

‘과연…….’

[그런 설이 나온 이유로는 정기적으로 둘이서만 외출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 한나 황후는 둘을 연인 사이로 생각해 굉장한 질투를 했었고 말이다.]

‘하긴 모든 일을 에디린과 상의했을 뿐만 아니라 한 몸인 것마냥 붙어 다녔다고 했었지.’

카인이 활발한 쾌남아 같은 성격이라면 에디린은 드래곤임에도 다정다감하고 현모양처의 성격으로 묘사됐었다.

‘여주인공 중에선 아르시아와 비슷한 성격이군.’

아벨을 차지한 진 여주인공인, 소설 설정 상 이 세계 최고의 미인인 화중화花中花 아르시아 다닐레비우스도 에디린과 같이 다정다감했으며,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고 돌봐주던 현모양처와 같은 스타일이었었다.

물론 에디린도 카인에게만, 아르시아도 아벨에게만 다정다감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얼음장처럼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2년 후에나 볼 수 있겠군.’

아르시아는 2년 후에 루드스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여주인공들과는 달리 아르시아는 루드스에 있을 때만큼은 아벨과 크게 연이 없었다.

그땐 그저 우연히 잠깐 마주치거나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

‘아르시아는 타이밍이 너무 좋았어.’

아벨과 아르시아는 1차 마족 침공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데, 그땐 아벨과 언제나 붙어 다녔었던 케이가 윌리엄과 결혼한 후였으며, 사나 역시 미스라임의 국왕 얀 카르하에 의해 강제 귀국 조치를 받은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혼자가 된 아벨을 아르시아가 단독 찬스로 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사실 타이밍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작가가 일부러 이어주려고 만든 캐릭터이기에 운명이라는 무기로 둘은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땐 철가면도 쓰지 않았었으니. 아르시아가 충분히 첫눈에 반할 만했지.’

루드스에 있을 때는 철가면을 내내 쓰고 다녔었지만 1차 마족 침공 이후로는 벗고 다녔었다.

얼굴만 보고 반한 건 아니긴 했었지만, 아무튼.

‘아무튼 뭔가 아르시아와 닮았어.’

그러고 보니 취미도 닮았다.

‘아르시아의 취미가 자고 있는 아벨을 그리는 거였지.’

에디린의 취미도 졸고 있던 카인을 그리는 거였다.

‘작가가 귀찮아서 복붙 한 거 아닌지 모르겠군?’

‘난좋은작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에디린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아르시아와 비슷하다는 거군.’

게다가 드래곤일 테니 당연히 변신한 인간의 외모도 완벽할 테고.

‘카인이 충분히 사랑했을 수 있겠어.’

그리고 소설 설정상 인간과 인간으로 변신한 드래곤과의 자식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과 거의 같다는 설정이었지.’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하면 인간과 거의 같은 유전적 배열을 갖추게 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유희를 할 때 진짜 인간인 것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서 카인과 에디린의 자손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정말 있었다면 그 후손을 만나보고 싶군.’

추측일 가능성이 컸지만.

그때였다.

“어어?”

케이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고개 돌려 바라보니 금발의, 조금 싸가지 없게 생긴 미남자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형님?”

세르지였다.

“이 새끼. 잔말 말고 잠깐 따라 나와.”

그 말만 하고 돌아서 나간다.

아벨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나간다. 그런 둘을 케이와 로디아는 더없이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지산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한다.

“저하를 믿어라. 그리고 아무리 세르지 저하가 높은 성취의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아벨 저하와 1대 1로 근거리에서 이길 확률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 말이 맞았기에 두 소녀는 애써 불안함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반면 그때 두 소녀의 불안함과는 달리 아벨은 평온 그 자체였다.

굳이 감정을 설명하자면 ‘왜?’ 이었다.

세르지는 아무도 없을 외진 곳으로 아벨을 끌고 가더니.

“아벨. 해줄 말이 있어 불렀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말씀하시지요.”

“중간고사가 끝나고 너는 아마도 미스라임으로 갈 것이다.”

미스라임에서 있을 공격을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곳에서 널 다시 한번 공격하려 할 것이다. 이번엔 엄청난 수의 마물들로 말이다.”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짓는다.

“형님. 좋은 수련이 되겠습니다.”

“뭐?”

“일단 미리 말씀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형님께 제 실력을 다시 한번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군요.”

그 말에 뭐 이런 게 다 있냐는 듯한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하하…….”

“걱정 마시지요. 전 그것보다 누가 우리 사일 눈치챌까 봐 그게 더 걱정입니다. 도처에 하베츠의 개들이 깔려 있으니까 말입니다.”

세르지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너선과 마티아스를 조심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너만 믿고 난 돌아가겠다.”

“네. 형님. 그리고 앞으로도 누가 절 공격한다고 한다면, 그냥 모르는 척 옆에서 거드시면 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려는 듯한 모습이다.

훗―

“그래. 알았다.”

그런 아벨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세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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