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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36화 (36/178)

제36화

36화. 고맙다. 수련 도와줘서(3)

“……?”

케이와 로디아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저하. 잘 지내셨나요?”

반갑게 맞아주는 두 소녀를 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정학을 또 받고 싶을 만큼 아주 잘 지냈다. 너희들은 잘 지냈느냐?”

그냥 가볍게 인사차 물은 말이었다.

그런데.

“…….”

그 가볍게 물은 말에도 거짓말 못 하는 케이는 조금은 우울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고.

“저희야! 당연히 잘 지냈죠!”

우울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는 케이 때문에 당황한 로디아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설마.’

새벽마다 강의실에 가서 의자에 붙어 있던 독들을 처리했었다.

그것 말고도 또 있을까 했었는데.

혹시나 해서 묻는다.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것이냐……?”

뭔가가 떠올랐는지 케이가 울먹이려 하자, 로디아가 다급히 아벨의 관심을 끊으려고 했다.

“저하를 일주일이나 못 뵀는데 저희가 잘 지냈을 리 있겠어요? 우리 어서 가요. 지각하겠어요.”

로디아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아벨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진득한 살기를 피어 올린다.

케이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는 설마 했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 새끼들이…….’

케이 앞에서 로디아에게 전에 명령한 것을 물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따가 자세히 듣기로 한다.

“……그래. 일단 가자.”

걷는 내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소설에서도 케이는 살면서 처음 받아 보던 괴롭힘에 매일매일을 눈물로 보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최애캐 케이를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감히.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며 강의실에 도착한다.

드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일시에 아벨에게로 집중됐다.

강의실에 있던 모든 A반 학생들은 오랜만에 본 그 아름다운 얼굴이 전보다 더 무심해졌고 더 싸늘해졌다는 것을, 심지어 분노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직감할 수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막무가내의 대책 없는 황자가 화가 난 게 분명해 보였었다.

지산도 아벨이 대단히 화가 났음을 느끼고는 있었으나, 그건 자신을 향한 게 아님을 알았기에 아벨을 웃으며 반긴다.

“저하. 오랜만입니다. 하하― 어떻게 잘 지내셨습니까?”

아벨도 지산에게까지는 그 기운을 내비치지 않는다. 얼굴은 여전히 저기압이었지만, 몸에 흐르는 기운을 거둬들이며 말한다.

“나는 잘 지냈다. 너는 어떻게 지냈느냐?”

“저야 뭐 똑같지 않았겠습니까? 하하―”

카시드도 아벨에게 인사한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너도 잘 지냈겠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시드의 얼굴이 뚱해 보였다.

“저는 잘 지냈었지만, 몇몇은 누구 때문에 힘들어했기에.”

로디아가 이상한 말을 하는 카시드를 향해 소리친다.

“카시드!”

“왜? 내가 틀린 말 했는가?”

카시드의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아무튼.

“아니다. 네 말이 맞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군.”

“저하. 그게.”

로디아를 돌아본다.

“로디아. 잠시 따라 오거라.”

“저도 드릴 말씀이…….”

케이가 함께 따라오려고 했지만 일단 로디아의 말만 듣기로 한다.

“이따가 하자. 수업에 늦을 수도 있으니.”

그래도 따라가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지금 아벨의 얼굴이 너무 무서웠다.

“네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마는 케이는 그저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드륵―

로디아와 강의실을 나와 복도 구석으로 간다.

“적어두었느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벨을 대단히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네. 그런데 어쩌실 거죠?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잖아요?”

“누가 그랬는지는 안다.”

“네?”

“내게 정보를 주는 녀석이 있거든.”

“아……!”

“그냥 넘어가면 내가 또 자리를 비웠을 때, 그때 이번처럼 똑같이 너희들을 괴롭힐 수도 있으니. 훗― 걱정 마라. 또 누굴 벤다거나 하지는 않을 거니까.”

대신 내장을 박살 내놓겠지만.

굳이 로디아에게 그것까지 말하지는 않는다.

* * *

수업시간 내내 분노에 휩싸여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었다.

아벨의 눈은 마치 얼음장과 같아서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마고스도 현재 아벨의 상태가 터지기 직전의 폭탄과 같다는 걸 깨닫고는 실기 수업에서 열외 시켰었다.

‘토마스 셀브레드, 발레리아 콤슨, 나딤 베르케트, 브래드 레기니, 파스 멕세인, 바르반 요한센.’

조지는 자신의 그림자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빠짝 차렸기에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

‘간도 크군.’

로디아의 말에 따르면 케이와 로디아는 그 밥버러지 만도 못한 연놈들에게 화장실 안에서 물벼락을 맞았었고, 동아리실로 이동할 때 촉이 없는 화살의 위협을 받았었고, 마력탄 따위가 주변에서 터져 놀라는 일 등등의 괴롭힘을 받았다고 했다.

‘그랬단 말이지.’

고맙게도 분노를 더는 참을 수 없어 미치기 일보 직전인 그때 마고스가 종례를 마친다.

“이제 곧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다들 준비 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그 말을 끝으로 나가는 마고스를 바라보며 아벨도 곧장 일어섰다.

“어? 어디 가세요?”

케이가 물었다.

“오늘은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럼 내일 보자꾸나.”

“어, 어.”

누가 붙잡기도 전에 이미 밖으로 나가던 아벨이었다.

그리고는 곧장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이 잠겨 있지만 순간이동으로 들어갔다.

‘건물 옥상이 그들의 아지트였지.’

그들이 편히 쉬려고 마련해둔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옥상인데도 소파에, 테이블에, 햇빛을 막을 파라솔에, 냉장 상자들에.

‘꽤나 잘해놨군.’

얼마 안 있어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철컥―

“어?”

처음으로 들어온 자는 야외수업 때 같은 조였던 토마스였다. 토마스를 이어 줄줄이 브래드, 파스, 발레리아, 나딤, 바르반,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지가 들어온다.

“헙―!”

조지는 아벨의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푹 숙인다.

토마스가 긴장한 목소리로 묻는다.

“저하…… 여긴 어쩐 일로……?”

아벨은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검지를 까딱거린다.

그들은 불길함을 느끼고는 좀처럼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그들도 오늘 하루 완전히 저기압이었던 아벨을 보았던 것이었다.

꿀꺽―

몇몇은 자신들이 한 일을 들켰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가면 더 큰 일이 벌어질 텐데.”

나직이 뱉은 그 말이 마치 천둥처럼 귓가에 울린다.

“네, 네?”

“내가 정학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겠지.”

“그, 그, 그게.”

덜덜덜덜덜―

들켰다는 걸 안 몇몇은 심히 몸을 떨었었다.

주르륵―

심지어 조지는 오줌을 지리기 시작한다.

“좋은 말 할 때 와라. 3초 주겠다. 하나, 둘―”

타다다닥―!

조지가 가장 먼저 아벨의 앞에 당도했고 토마스, 발레리아, 나딤까진 신속하게 뛰어왔다.

“셋.”

하지만 브래드와 파스, 바르반은 황자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듯한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브래드가 지금의 상황이 대단히 못마땅하다는 듯이 묻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 겁니까? 갑자기 나타나서는.”

파스도 불만을 터트린다.

“맞아요. 우리한테 왜 그러세요?”

바르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저하의 부하도 아니고 말입니다.”

피식― 비웃는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아벨은 가장 늦게 도착한 바르반에게 다가갔다.

바르반은 그런 아벨이 대단히 불쾌하다는 얼굴이다.

“잘 생각해 보도록. 내가 왜 여기 찾아왔을지.”

우웅―!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러 하트를 자극했다.

곧장 체내의 마나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그 활성화된 마나를 최적화된 마나 로드를 통해 오른손으로 이동시켰다.

그런 후 그 마나를 응집시키고 또 응집시켜 바늘보다 얇고 미세하게 만들어낸다.

우우우―!

준비가 끝나자, 오른 손바닥으로 바르반의 배를 살짝 밀었는데, 가슴을 밀었다가는 즉사할 것만 같아서이다.

툭―

반사르 가家 권술拳術

제3식

장기臟器 터트리기

아주 살짝 민 것 같았으나, 아벨의 손에는 거력의 힘이 숨어있었다.

“커어어어억―!”

바르반은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뱃속에서 장기들이 터져나가는 그 끔찍한 고통에 몸을 마구 비튼다.

“우에에에엑―!”

검은 피들을 펌프질하듯 토해내는 바르반을 한 발짝 뒤로 피했다.

“머, 뭐야?! 왜 그래?!”

“어서! 포션을!”

브래드와 파스가 다급히 피 토하는 브래드에게 포션을 먹였다.

털썩―!

바르반은 그 즉시 혼절했는데, 그럼에도 그의 입가에선 계속해서 검은 죽은 피가 흘러내렸다.

“바르반! 정신 차려! 바르반!!”

아벨은 당황한 브래드와 파스를 부른다.

“브래드, 파스.”

“……?!”

그 둘에게 능청스럽게 묻는다.

“저놈이 왜 그러는지 아느냐?”

“네, 네?”

두 사람은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게 별안간 무슨 일이냐 말이다.

갑자기 주저앉아 피를 토하다 혼절하다니.

그때 자신들의 짓이 들켰다고 생각했던 몇몇은 문득 이 짓을 아벨이 했다는 생각이 들자, 아벨이 더없이 두렵게 느껴졌다.

“으아아아아아악―! 저, 저는 아니에요! 저는 안 그랬어요! 믿어 주세요! 아이아아악―!”

별안간 두 손으로 머릴 붙잡고는 소리 지르던 조지였다.

그런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아벨은 예의 무심한 얼굴로 저 버러지 같은 연놈들을 하나, 하나 바라본다.

“다 들어서 알고 있다.”

“……?!”

그 말에 다급히 토마스와 발레리아, 그리고 나딤도 손을 마구 저으며 자신들은 아니라고 변명한다.

“저, 저도 안 그랬어요!”

“다 쟤가 한 거예요!”

“마, 마, 맞아요! 저희는 상관없어요! 저희가 감히 어떻게 저하의 친구분들께!”

세 사람이 브래드와 파스를 지목하며 죄를 실토하자, 브래드와 파스는 더없이 혼란스러워했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미친! 우리가 했다고?! 그게 무슨 말― 커컥―!”

아벨이 브래드의 목을 잡아 올린다.

브래드도 키가 183cm로 작은 키가 아니었으나, 아벨이 목을 잡은 손을 들어 올리자 공중에 떠올라 발을 휘젓는다.

“커커컥―!”

브래드는 즉시 아벨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그 악력이 너무 강해 어쩌지 못한다.

푸욱―

그뿐만 아니라 손가락이 목 피부에 파고들어 점점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줄줄―

파스는 그 줄줄 흘러내리는 피에 놀라 어버버― 거릴 뿐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다.

“커컥……!”

눈이 뒤집히며 더 이상의 신음도 흘리지 않는다.

아벨의 손을 뿌리치려고 잡고 있던 브래드의 손도 힘이 풀려가는 듯하다.

토마스가 다급히 소리친다.

“저하! 지, 진짜 죽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다신 안 그럴게요! 정말이에요! 정말로!”

“맹세할게요! 다신, 다신 안 그럴게요! 제발요! 제발 브래드를 살려주세요!”

그들을 싸늘히 바라본다.

“너희들은 단탈리안을 통해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을 텐데,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군.”

“……?!”

“설마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한 건가?”

“그, 그게…….”

브래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준다.

풀썩―

바람 빠진 풍선마냥 픽 하고 쓰러진다.

다급히 발레리아가 포션을 먹이고 목에 뚫린 구멍에도 포션을 뿌린다.

“쿨럭쿨럭―”

다행히 죽은 건 아니었다.

휴……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셨는데.

“내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꿀꺽……!

안도의 한숨을 내셨던 발레리아도 아벨의 그 말에 다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만 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몹쓸 장난을 친다면, 그 아이들이 네놈들의 그 역겨운 짓 때문에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너희들 눈에선 반드시 5년 내내 피눈물이 멈추지 않게 해주지. 내 전력을 다해.”

그래도 이걸로만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물론 이번 일에 대한 대가는 브래드처럼 오늘 다 받고 가자.”

아벨의 그 불가항력적인 폭력적인 말에 이미 지리고 있는 조지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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