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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34화 (34/178)

제34화

34화. 고맙다. 수련 도와줘서(1)

수업이 끝난 후 오랜만에 케이, 로디아와 함께 원예부에 가고 있었다.

원예부 선배들이 아벨을 꼭 데려오라고 자신들에게 특명을 내렸다고 했다.

드륵―

“······?”

“와······ 이게 뭐람······.”

케이의 감탄사처럼 원예부 선배님들이 이미 한 상 제대로 차려 놓았었다.

그리고 그 푸짐한 상 옆에는 바로 꺼내먹을 수 있도록 대륙의 각종 술이 얼음이 담긴 통들에 가득 준비되어 있었고.

‘음······.’

아무리 루드스가 개인의 책임을 중시하여 자율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케이는 16살이고 로디아는 17살이었다.

‘한국 나이로 쳐도 18살 정도라고.’

물론 외모가 유럽 백인의 모습이라 좀 더 성숙해 보이긴 했었지만.

‘그래도.’

“오셨어요?!”

“너무 오랜만인 거 아니에요!”

“맞아요! 좀 자주 오시라구요!”

“일주일에 한 번은 오셔야죠!”

“옳소! 옳소!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원예부 선배들은 서운함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처음 입부할 때 아벨이 수련 때문에 동아리 출입을 자제하겠다고 한 말은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워버린 듯했다.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알았다. 노력하지.”

그 대답에 케이가 소리친다.

“와아아아! 진짜요?!”

저들보다 더 좋아하는 케이였다.

“일단 앉자.”

“네엡!”

자리에 앉자 리나가 묻는다.

“저녁 안 드셨죠?!”

“그래. 수업 끝나고 바로 왔으니.”

“그럴 줄 알고 준비했다 아입니까?! 하하하―”

“그런데 다들 중간고사는 준비 안 하는 건가? 이제 곧 시작일 텐데.”

중간고사는 2주 뒤에 시작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최상위권을 노리는 케이와 로디아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아벨의 말에 리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에이― 원래 신입생 때는 공부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케이와 로디아를 바라보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굉장히 땀을 흘리는 게 매우 초조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나는 매우 신나 하며 소리친다.

“아무튼! 오늘은 그런 말 말고 일단 먹자구요! 다 준비해뒀으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케이와 로디아를 바라본다.

“얘네들은 아직 어린데, 이렇게 자꾸 술을 먹여도 되나?”

그 말에 에에엑? 하는 표정이다.

진심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저하는 위스키 먹잖아요?”

“나야 나이가 많으니까.”

“네?”

“정신적 나이.”

“아하∼”

다들 아하∼ 그러세요∼? 란 표정이다.

아벨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우리 그럼 건배부터 할까요? 다들 어서 잔을 채우시라구요.”

리나의 지휘하에 다들 일사불란하게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케이와 로디아는 저번처럼 도수 낮은 샴페인을 마시기로 했다.

아벨은 케이와 로디아에게 말한다.

“조금만 마셔라.”

그 말에 케이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선.

“네에. 네에.”

로디아도 술을 꺼내며 대충 말한다.

“알겠어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졸졸졸―

아벨이 조금만 마시라고 했음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잔에 가득 샴페인을 따라 주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벨도 잔에 위스키를 가득 따른다.

‘최고급이라 그런지 마실 만하단 말이야.’

안주로는 소고기와 생선 스테이크를 비롯하여 소시지, 닭튀김, 각종 과일과 비스킷, 고급 치즈까지.

루드스 내의 모든 식당엔 최상급 쉐프가 항시 대기하고 있었기에 언제든지 최상급의 안주를 마음껏 공수해올 수 있었다.

리나가 잔을 들고 오늘의 파티를 시작하려는데.

“그럼 우리 짠하고 시작할까요?”

그때 선배 원예부원 멜라니가 소리친다.

“잠깐! 오랜만에 저하께서 오셨으니! 건배사 한 번 가시죠!”

건배사를 해보지 않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침착하게 모두를 위한 말을 꺼낸다.

“이제 곧 중간고사가 시작하니, 다들 잘 볼 수 있게 준비 잘하고,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만 마시고.”

하지만 반응은 매우 이상했다.

매우 싸늘한 분위기다.

“뉘에∼ 뉘에∼”

“흐음······ 그렇게 안 봤는데······.”

“꼰대가 나타났다!”

케이와 로디아도 이번만큼은 도와주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케이는 애써 아벨을 외면했고, 로디아는 한숨을 푹 내쉰다.

쯧―

‘이것들이 좋은 말을 해줘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일단 마셔요! 짠!”

짠!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시는데.

꿀꺽― 꿀꺽― 꿀꺽―

“······?!”

“캬아―! 역시 첫 잔은 원샷이죠!”

“맞아. 맞아.”

그러면서 정수리에 컵을 뒤집어 털던 케이와 로디아였다.

그 모습을 본 아벨은 어이없으면서도 귀엽게도 보여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는다.

리나는 그런 세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배고프시죠?! 어서어서들 드셔요!”

“네엡! 잘 먹겠습니다!”

“먹자!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

“내 말이!”

다들 배고팠는지, 대화보다는 일단 먹고 시작하자는 분위기였다. 음식들이 무제한으로 준비됐기에 걱정 없이 마구 먹었다.

한참을 먹다가 로디아가 아벨에게 말한다.

“오늘 흑풍흡검 진짜 멋있었어요.”

케이도 동조한다.

“여억시! 우리 저하가 최고시라니까요!”

다른 원예부원들은 그게 무슨 말인가 궁금해했다.

“흑풍흡검? 그게 뭐야?”

“검술인가? 음 검술인 거 같은데?”

“당연히 검술이지. 으이구 이 바보들.”

“뭐어? 이게 지금 누구보고 바보래? 죽을래?”

이들은 다시 말하지만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들이었다.

공부에 전혀 관심 없었다.

로디아가 친절히 알려준다.

“맞아요. 검술 이름이에요.”

듣자마자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으― 멋없어.”

“조금 그렇긴 해요.”

“그치? 누가 지었는지 네이밍 센스 하고는.”

“킥킥― 맞아 맞아. 분명 일부러 웃기려고 저렇게 지었을 거야. 키키킥―”

자기들끼리 키득키득하면서 흑풍흑검에 대해 잘도 이야기를 했다.

그때 우등생인 로디아는 그들과 다른 차원의 질문을 했다.

“근데 정말 검술에 마법적 요소가 있는 거예요?”

“그래. 풍風속성 마법이 들어가 있지.”

케이가 몸을 들이밀며 묻는다.

“오! 저하는 그러면 지금 마법도 쓸 수 있는 거예요?!”

“몇 가지는 가능하다.”

“보여주세요!”

거리낌 없는 당찬 부탁에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여기서 어떻게 보여준다더냐.”

그때 리나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이 모두에게 제안한다.

“그럼 우리 밖으로 나갈까요?! 꽃도 좀 핀 거 같던데! 꽃 보면서 술 한잔하면! 크아아―!”

다들 적극 찬성한다.

“오! 리나! 똑똑한데?!”

“역시 우리 부장! 나는 찬성!”

“저도 찬성이요!”

“저도요!”

하지만 아벨은 아니었다.

나가서 먹게 되면 윌리엄이 걱정됐다.

분명 어디서 또 듣고 와서는 득달같이 방해할 것이다.

하지만 말리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홍홍홍홍∼”

벌써 콧노래를 부르며 이번에도 일사불란하게 짐을 싸고 있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시죠! 명당으로 모시겠습니당!”

* * *

동아리 건물 동쪽으로 언덕이 나 있었는데, 그 언덕에는 각종 봄꽃들이 피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벚나무들도 심겨 있어 운치가 났었다.

‘벚꽃도 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다음 주 즘이었다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봤을 것이었다.

‘또 오자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아벨은 귀찮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을 받았었지만, 살갗을 스치는 잔잔하고 기분 좋은 저녁 공기에 그만 잊기로 한다.

‘아니지. 차라리 오는 게 나을지도.’

다시 생각해 보니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최근 대련 상대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으니 말이다.

“저거 봐요! 노을이에요!”

때마침 주황빛 보석 같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최주원이었을 때는 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었었던가.

하지만 이제는 달랐으니.

“아름답군.”

원예부원들은 노을을 바라보며 순수하게 감탄하는 아벨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노을보다는 온통 그 아름다운 얼굴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과히 만인을 매료시키는 마성의 얼굴이라 할 수 있었다.

원예부원들은 노을에 비친 아벨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쩜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 있을까 하며 더없이 감동하고 있었다.

.

.

.

하지만 그 감동도 오래가진 못했으니.

“여기서 뭣들 하는 거야?!”

그 외침에 다들 홱―! 하고 고갤 돌려 자신들의 행복한 순간을 망친 자를 맹금류와 같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벨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훗― 이젠 고맙기까지 하군.’

이렇게 배고픈 동생을 위해 최상급의 고기들을 준비해 바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이 점 꼭 감안해 주지.’

역시 윌리엄이었다.

그리고 부하들을 열댓 명 정도 데려왔었다.

‘그때 그놈들이군.’

천혜안으로 확인하니 전에 가면 쓰고 나타난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레이첼은 같이 안 왔나 보군.’

아벨은 돗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형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니! 이제 곧 시험 기간인데! 감히 누가 여기서 술을 마시래?! 집행부로써, 학생회 간부로서! 너희들에게 교칙의 준엄함을 알려주기 위해 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벨 말고도 몇몇 학생들이 앉아서 술 마시면서 놀고 있었다.

“저희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무, 물론 모두 알려줄 거다!”

말투까지 바꿔가며 애써 강하게 보이려고 했었다.

“케이. 로디아. 선배님들. 오늘은 이만 해야 할 듯합니다.”

“후우······ 우리 1학년인데······ 1학년은 놀아도 된다고 했는데······.”

“하아······ 그리고 시험은 아직 2주나 더 남았는데······.”

한숨을 푹 내쉬며 아쉬움을 한껏 표현하던 케이와 로디아였다.

반면 선배들은 짜증 난다는 듯이 나직이 욕을 내뱉었다.

“쳇― 이상한 게 꼬여서는.”

“그러게 어디서 파리가 와서는.”

“똥파리∼ 똥파리∼”

윌리엄은 그녀들이 뭐라고 하자 인상을 팍 썼다.

문제는 뭐라고 하는 듯한데 잘 안 들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대번 좋은 의미는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향해 버럭 소리친다.

“저것들이 뭐라는 거야! 죽고 싶어?!”

그런데.

“형님.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그 말에 모두가 의아한 듯이 아벨을 바라보았다.

“뭐?!”

스릉―

안 그래도 올 거라 생각해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빼놓은 상태였다.

‘정학이라.’

보는 눈도 많겠다, 조지와 쿠리엘에 이어 이번까지 사고 치면 최소 정학일 듯했다.

‘하지만 퇴학은 안 시키겠지.’

죽이려고 보낸 곳이었다.

아벨이 나가면 곤란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어떠한 것도 거칠 게 없었다.

거리낌 없이 검을 뽑아 드는 아벨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윌리엄과 떨거지들은 아벨의 오만한 행동에 어이없어함과 동시에 분노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챙―!

챙―!

챙―!

스르르릉······

열댓 명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든다.

그 위협적인 소리에 아까만 해도 대범한 소리를 했던 임팔라 같은 원예부원들은 두려움에 오돌오돌 떨 수밖에 없었다.

아벨은 고개 돌려 한껏 여유로운 얼굴로 말한다.

“케이. 로디아. 선배님들을 부탁한다. 나는 수련을 좀 해야겠으니.”

“네?”

다들 멍청히 아벨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다시 한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한다.

“조지 사건 이후 내게 적극 덤벼오는 놈들이 없었잖느냐. 그러니 내게 이러한 기회는 매우 소중한 것이지.”

이번엔 그들도 아벨이 한 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헐―”

“어이가 없네.”

“윌리엄 저하. 이거 참······ 진심으로 해도 되는 겁니까?”

“잠깐 놀아주려 했더니······.”

“뒤지려고······.”

당연히 모두가 상급생이었고, 윌리엄과 함께 왔으니 대부분이 아덴의 검사들이었다.

제국의 검사들은 하베츠를 따랐고 마법사들은 세르지를, 윌리엄은 아덴의 검사들의 도움을 받았었다.

아벨은 그들이 화가 나든, 안 나든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세르지 형님은 안 오신 겁니까?”

도발 당한 윌리엄은 버럭 소리 지른다.

“형님께서 네까짓 것에 신경 쓰시겠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좋습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우우웅―

파지직―! 파지지직―!

아벨은 오러 하트를 자극해 검에 5성 검기를 불어넣는다.

저들도 평균 5성 검사들이었으니, 마력의 차로 이기는 게 아닌 검술의 차로만 이길 것이다.

‘그편이 훨씬 도움이 되겠어.’

윌리엄이 케이를 끔찍이 여기니 자신만 공격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벨은 우선 넓은 공간으로 이동했다. 어느새 근처에 있던 모든 학생이 멀찍이 물러나 아벨과 윌리엄 패거리의 대치를 빙 둘러 바라보고 있었다.

아벨은 이제부터 흑풍흡검을 본격적으로 쓸 생각이었다.

자세를 잡자 주변에서 작은 탄성이 튀어나왔다.

“꺅―! 너무 멋있어!”

“진짜······ 저하가 검을 잡으면 그림이 된다니까······.”

“살아있길 잘했어.”

“나도 원예부에나 들어갈까······?”

당연히 여학생들에게서였다.

“저하······.”

케이는 그런 아벨을 바라보며, 그래도 대단히 걱정스럽단 얼굴이다.

“주신 아그네스시여, 정의의 신이시여 부디 우리 저하를 꼭 좀 지켜주시길······.”

탓―

케이의 기도를 받던 그때 아벨이 먼저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아벨이 일으킨 검기의 회오리바람이 그들의 중심으로 돌진했다.

“흐익!”

윌리엄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비기였다. 윌리엄은 기겁하며 뒤로 뛰어 피한다.

그때 주변에 있던 아덴의 검사들이 아벨의 선풍을 없애기 위해 다발의 검격을 날린다.

콰콰콰콰콰―!

“크윽!”

가까스로 아벨이 만든 선풍을 없앴다.

하지만 그 강함에 필연적으로 밀려나게 됐는데, 아벨은 밀려나던 그들 중 가까이에 있던 자 둘의 허벅지를 가볍게 벤다.

휘익― 휘익―

차아아악―!

“크아악!”

“제, 제길!”

허벅지가 베여 주춤주춤 물러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아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말한다.

“모두 허벅지만 베겠다. 감사하게 여겨라.”

그 거역하기 힘든 의지가 담긴 말에 충격받은 아덴의 한 학생이 발악하며 검을 내리친다.

“이 미친놈이!”

쎄에에엑―!

그 내리치는 검격이 신호탄이 되어 사방에서 아벨을 향해 검을 찌르거나 휘두른다.

빙글―

몸을 회전시키며 흡吸의 묘리로 적들의 검을 끌어들인다.

“어, 어!”

뒤뚱―

휘익― 휘익― 휘익―

촤아악―! 촤아악―! 촤아아악―!

자세가 조금이라도 무너진다면 얄짤없었다. 무너진 놈들부터 허벅지를 베어 나갔다.

“크아아악―! 제기랄! 다들 흩어져!”

그들은 아벨이 자신들의 사이에 있기에, 혹시나 같은 편에게 피해를 줄까 봐 비기를 바로 쓰지는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아벨은 계속해서 그들의 중심에서 싸울 생각이었기에.

‘썼으면 좋겠으나, 너무 욕심이려나.’

일부러 파고들어 그들의 검을 피하며 허벅지만 노려 벤다.

휙― 휙― 휘익―

촤아아아악―!

“아아악―!”

“이, 이 새끼 도대체 뭐야!”

“비켜! 비키라고!”

“야! 피해!”

“너 때문에! 아악―!”

허벅지를 베인 자들은 자세가 필연적으로 무너지게 됐었고 그 무너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 옆에 있던 다른 상급생의 허벅지를 또 벤다.

촤아아아아악―!

“야이! 가만히만 있지 말고! 다리라도 붙잡아! 뭐라도 붙잡으라고!”

그 외침에 쓰러진 상급생들 중 하나가 아벨의 다리를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덥석!

잡히자마자 아벨은 다리를 붙잡은 상급생의 턱을 올려 차 박살 낸다.

빠직―!

“커커컥!”

하지만 확실히 그의 희생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을 만들어 주었다.

“죽엇!”

그래도 꼴에 5성급 검사들이라고.

그 잠깐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촤아아악―!

양옆에서 날아오는 검격들 중 하나만 피하고 하나는 맞아준다.

휘익―

촤아아악―!

“크아아악!”

촤악―!

곧바로 상대의 허벅지를 벰과 동시에 아벨도 왼팔이 베인다.

촤아아악―!

그리고 등도 베이고.

“저하!”

그때부턴 아벨도 여기저기 베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그네스의 목걸이의 자연 치유의 힘을 믿고 잘릴 정도의 공격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무시하고 검을 휘둘러 계속해서 허벅지들을 베어 나간다.

촤악―! 촤악―! 촤아아악―!

어느새 주황빛 보석 같던 노을도 사라지고 스산한 어둠이 찾아왔다.

은은히 빛나는 금빛 검기가 어두운 밤공기 속에서 춤을 춘다.

“나 진짜 원예부나 들어갈까······.”

“나도······.”

그녀들의 바람대로 아벨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데 여학생들에겐 대단히 만족스런 시간이었지만 아벨은 결코 아니었었다.

‘조금 실망스럽군.’

상급생들은 허벅지를 베이다 보니 움직임들이 굳을 수밖에 없었는데, 팔로만 휘두르는 검은 아벨에게 어떠한 문제도 만들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금 베였다고 그만 포기하고 뒤로 도망가려던 상급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벨이 다른 곳이 아니라 허벅지만 베었음에도 말이다.

‘허벅지 몇 번 베였다고. 쯧.’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는 상급생들에게 실망감을 느끼던 아벨은 자연스럽게 적들의 공격보다는 딴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더니. 지금도 성취가 빠른데 더 빨랐으면 하니. 훗― 나도 참.’

마나 양만 따졌을 땐 진즉에 10성을 넘었었다. 하지만 오러 하트가 9성급이어서, 그래서 10성 마나 전부 쓸 수는 없었다.

‘9성급 마력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하지만 역시 빨리 오러 하트를 10성급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마나 양에 비해 낮은 검술 성취 역시 최대한 빨리 올리고 싶었고.

‘물론 검술 성취가 7성급이라 아직까진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물론 지금 아벨의 검술인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의 성취도도 함께 낮아 크게 문제 되진 않았었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해.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돼.’

좋은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었다.

순간 그런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순조롭군.’

휘익―

촤아아아악―!

순조롭게 거의 모든 허벅지를 베어 이제 정말 몇 안 남았었다.

촤아아악―!

“크아아아악―!”

“이, 이 괴물 같은 놈!”

휘익―

검을 휘둘러 적을 밀어내며 허벅지가 성한 자들을 파악한다.

‘하나, 둘.’

남은 둘 중 한 명의 허벅지를 베었다.

이때까지 도망치며 마지막까지 남은 벌로 한 번에 양쪽을 다 베었다.

휘익―

촤아아아악―!

“크아아아악―!”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떠는 상급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들은 이젠 아벨의 안중에도 없었다.

마지막 한 명이 벌벌 떨며 뒷걸음질 치려 했었다.

그를 쫓으며 아까의 상념을 이어간다.

‘8성에서 9성으로 넘어갈 때가 고비야.’

8성에서 9성으로 넘어갈 때가 진정한 고비였었다.

천재라고 불렸던 수많은 검사들도 8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검사의 삶을 마무리했었으니 말이다.

‘1학년이 끝나기 전에 검술 성취도도 9성까지 올려야 해.’

언제나처럼 천고의 검재를 믿어보기로 한다.

그러면서 따라잡은 마지막 상급생의 양쪽 허벅지를 벤다.

휘익―

촤아아악―!

“크아아악―! 말도 안 돼! 아아아악―!”

윌리엄을 제외한 모두가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고 있다.

“으으으으으······.”

문제는 아벨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주르르륵―

치명상만 피했을 뿐이지 자잘한 검상들이 워낙 많아 오히려 아벨이 훨씬 더 심각해 보였다.

마치 전장의 악귀처럼 전신이 붉은 피로 물들어있다.

아무리 아그네스의 목걸이가 쉬지 않고 아벨을 회복시키고 있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검상을 입었었다.

톡―

포션을 하나 꺼내 마신다.

그리고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윌리엄을 바라본다.

윌리엄은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다.

“이건 말이 안 돼······ 말이 안 된다고······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이곳에서 유일하게 윌리엄만이 멀쩡한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대련 상대가 필요했었는데.”

그 말에 윌리엄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친다.

“으힉―!”

뒷걸음질 치는 윌리엄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형님. 그럼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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