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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33화 (33/178)

제33화

33화. 빨리 찾아온 기회(3)

파지지지직―!

구오오오오―!

아벨의 선풍은 뇌기를 동반했기에 마치 떨어지는 벼락들이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회오리바람 형상의 검격에 동화되었다.

“……?!”

흑풍흡검의 비기 선풍을 처음 본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야? 제국기본검술밖에 모르는 거 아니었어?”

“헐 대박! 저건 또 무슨 검술이래?!”

“아니! 검격이 회오리바람처럼 된다는 게 말이 돼?!”

“카시드보다 강해 보이는데? 안 그래?”

카시드 역시 아벨의 흑풍흡검을 바라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부릅뜬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내 그 놀람은 분노로 변질되어 갔다.

마고스도 자신이 예상했던 뇌전마검이 아니라 조금은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수긍하는 눈치였다.

‘흑풍흡검도 대단한 검술이지. 괜히 용골검을 가지고 나온 게 아니었군. 그나저나 저 못난 녀석들 꼭 저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가.’

역시나 아벨 한 사람만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저 괴롭히기 위해서.

하지만 아벨은 선풍을 이어 쓰며 묵묵히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조금 더 내버려둬도 될 듯하군.’

마고스는 아벨이 너무나 여유롭게 마법사들의 공격을 막아내자, 흑풍흡검을 좀 더 볼 겸 일단은 내버려두기로 한다.

“와…… 지린다…….”

“도대체 무슨 검술이지……?”

“처음 보는 검술인데…….”

신기에 가까운 모습이라 나머지 학생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낙뢰가 막히자 이어서 얼음창들과 화염구들이 줄줄이 날아왔다.

화르르르르―!

쎄에에에엑―!

휘익― 휘익― 휘익―

콰콰콰콰콰콰콰―!

아벨은 화염구보다 우선적으로 날아오던 얼음창들을 이번엔 선풍을 쓰기보다 검을 휘둘러 파괴했다.

하지만 전부 다 파괴하는 건 무리라 일부는 피하며 바로 다음에 올 화염구들에 대비했다.

화르르르르―!

구오오오오―!

콰콰콰콰콰―!

이어 떨어지는 화염구들은 다시 선풍을 써 별 무리 없이 막아낸다. 검은 회오리바람의 오러가 타오르는 화염구들을 삼켜 갈가리 분쇄해버린다.

“제기랄! 다시! 다시 한번 더! 어서!”

쿠리엘은 모두 다 막아내는 아벨을 바라보고는 다시 한번 더 공격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만.”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재촉한다.

“빨리! 뭐 하고 있냐고!”

“그만!”

그만하라는 말과 함께 마고스에게서 대단히 흉포한 아우라가 뿜어 나왔다. 그 아우라가 마법사들을 전방위로 짓누른다.

“컥!”

그 엄청난 위협에 즉각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려와!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내려와서 방어나 준비해!”

마고스의 노기를 느낀 쿠리엘 및 나머지 12명의 마법사는 두려움에 떨며 위축된 모습으로 연무장 중앙으로 내려간다.

아벨은 갑옷이 살짝 그을린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케이와 로디아, 지산이 아벨에게 다가온다.

“저하! 괜찮으세요?!”

“어디 안 다치셨어요?!”

“하하하―! 방금 보여주신 검술이 바로 그 검술입니까?! 흑풍흡검?! 역시 대단하십니다! 하하하하―!”

아벨은 투구를 벗으며 씨익― 웃는다.

케이와 로디아는 아벨의 얼굴이 원래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역시 미소 짓는 얼굴이 무심한 얼굴보다는 몇백 배는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두 소녀는 그 미소에 얼굴을 발그레 붉힌다.

그때 아벨을 중심으로 마법사를 제외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몇몇은 선망의, 동경의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봤지만, 물론 몇몇은 질투와 분노의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장.”

“네. 교수님.”

“무인들이 총 22명이니 7명 식 두 조, 8명으로 한 조를 만들어라. 성적순으로 고르게.”

“네. 알겠습니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한 카시드는 학우들을 바라보며 조를 만들어 준다.

“자 주목! 조장은 나와 로디아, 지산이 맡고―”

아벨은 1조로 로디아와 함께했었다. 케이는 카시드와 한 조가 됐었고.

“로디아. 이번에도 부탁한다.”

“넵! 저하!”

아벨은 조원들에게 말한다.

“쿠리엘은 내게 맡겨줬으면 한다. 다른 마법사들은 너희들이 알아서 요리하도록. 그리고 마지막에 크리스탈은 로디아가 해결하도록 하자.”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아벨 앞에서는 굉장히 친한 척, 착한 척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저만 믿어 주십시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저도 쿠리엘이 음침해서 싫었었는데!”

“저하만 믿겠습니다!”

“1조가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이번에 기록을 세워버립시다!”

1조 조원 모두 “옳소!”를 외치며 동의했다.

그렇게 1조 인원들은 자기의 맡은 자리로 이동했다.

당연히 아벨은 쿠리엘의 정면에 서 있었다.

‘예전 아벨은 너를 높게 평가하여 곁에 뒀지만, 난 아냐. 이참에 제대로 짓밟아 주지.’

조지는 그 날 이후 아벨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움찔거리며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쿠리엘도 똑같이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아니 더 심하게.’

10 서클 마법사가 적이라면 훗날 대단히 성가실 게 뻔했다.

‘로디아나 지산처럼 지금이라도 잘하는 모습을 보이든가. 아닌 녀석들은 얄짤없다.’

아벨이 쿠리엘 앞에서 마나를 끌어 올리자, 쿠리엘을 제외한 다른 마법사 조 학생들은 아벨이 쿠리엘만 노린다는 것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반면 쿠리엘은 아벨이 3 서클 공격 마법 13개를 흑풍흡검으로 비교적 쉽사리 막아내는 것을 본 후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때 마고스가 말한다.

“너희들도 공격할 때 3성을 넘기지 말아라.”

“네. 교수님.”

“그럼 준비하라.”

아벨은 마고스의 명을 따라 3성 마력만을 끌어올렸다.

‘벌점을 맞는다 해도.’

마력을 끌어올려 준비를 마친 1조는 마고스의 시작 신호를 기다린다.

“시작!”

탓―!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벨은 쿠리엘을 향해 뛰쳐나갔다.

쿠리엘 양옆의 마법사 둘도 아벨을 향했었는데, 그 둘도 함께 아벨의 선풍을 막아낼 생각인 것 같았다.

구오오오오―!

아벨의 몸으로부터 패도적인 바람이 뿜어 나온다.

‘막아봐라.’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쿠리엘은 준비해뒀던 마력장벽을 펼친다.

윙―!

콰콰콰콰콰콰―!

4 서클 최대로 펼친 마력장벽이 3성 검기로 이루어진 선풍과 맞부딪히며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콰콰콰―! 쨍그랑―!

그러다 마력장벽이 선풍에 깨어 흩어진다.

윙― 윙―

깨어진 마력장벽과는 달리 선풍은 살아남아 여전히 쿠리엘을 덮쳐갔다. 그러자 양옆의 마법사 둘이 쿠리엘을 향해 마력장벽을 펼친다.

콰콰콰콰콰―!

쨍그랑―!

그 마력장벽들까지 부수자 그제야 살아남았던 선풍도 함께 사라져 갔다.

‘끝이다.’

아벨은 여전히 쿠리엘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는데, 마력을 단숨에 7성까지 끌어 올린다.

“……!!”

우우우우웅―!

파직 파지지직―!

쿠리엘은 갑자기 급변하는 아벨의 기세에 아연실색하는 얼굴이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다시 한번 선풍을 쓰며 쿠리엘을 갈기갈기 찢을 검은 회오리바람을 쏘아 보낸다.

쿠리엘이 주문을 다시 영창하는 것보다, 아벨이 선풍을 다시 쓰는 것이 훨씬 빨랐기에, 쿠리엘은 그저 어버버거리며 심판의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지금의 선풍을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으히익―!”

그렇다고 양옆에 있던 마법사들이 쿠리엘을 도울 수도 없었다. 그들도 다시 쓰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이었다.

이미 아벨의 선풍이 쿠리엘의 목전에 당도해 있었다.

“으에에엑! 이, 이, 이건 반칙이야!”

뇌기를 머금은, 오러로 만든 검은 회오리바람이 쿠리엘의 앞머리를 잡아끌던 그때!

콰콰콰콰콰콰콰쾅―!

돌연 은빛 검격이 나타나 뇌기를 머금은 검은 회오리바람을 박살 내 잠재운다.

솨아아아아아아아―!

두 강력한 검격이 격돌하면서 발생한 거대한 충격파에 순간 모두가 영향을 받아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쿵― 쿵― 쿵― 쿵―

그리고 코앞에서 벌어진 일에 쿠리엘은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오줌을 지리고 말았었고.

졸졸졸―

그 역시 아직은 어린 나이였던 것이었다.

마고스는 준엄한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본다.

“저하. 흥분하셨습니다.”

아벨은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아까 위협을 받았다 생각해서 저도 모르게.”

“이해하지만 이번 일은 반칙이니 벌점을 부과하겠습니다.”

“네. 인정합니다.”

마고스는 오줌을 지린 쿠리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계속할 수 있겠느냐?”

혼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마고스를 올려다본다.

“그래. 너는 일단 나가서 씻어라. 나머지는 계속 수업을 이어서 한다. 저하 역시 수업에서 빠지도록 하시지요.”

* * *

“쥬디스. 오늘 아벨 저하께서 흑풍흡검을 쓰셨다.”

홱―!

“뭐, 뭐?!”

마고스의 방문을 귀찮아하던 쥬디스였다.

하지만 아벨이 흑풍흡검을 썼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튀어나와 마고스에게로 갔다.

마고스의 앞에 앉으면서.

“너 이 새끼 구라면 뒤진다!”

마고스는 쥬디스의 저급한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자기 할 말을 했다.

“너도 아벨 저하께서 황실무고에서 무엇을 가져 나오셨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저번 수업 시간 때 아벨이 황실무고에 들어갔다 왔다고 하여, 부랴부랴 다이나 황후가 보내 준 아벨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었다.

“……대천사의 피와 골드 드래곤 하트, 골드 드래곤 반지, 그리고 용혈갑과 용골검…… 설마…….”

“그래. 아마도 용골검으로 흑풍흡검을 쓰실 생각이셨던 거지.”

“맙소사…… 그런데 왜 골드 드래곤 하트와 반지를 고른 거지……?”

“나도 그래서 처음엔 저하께서 뇌전마검을 익히신 게 아닌가 했었다.”

마고스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뇌전마검이나, 흑풍흡검은 둘 다 너무 난해하여 사장된 검술이었다.

“……이럴 수가…….”

수업시간 때 자신이 아벨에게 두 검술을 보았냐고 물어봤던 게 떠올랐다.

“그래…… 맞아…… 황실무고에서 흑풍흡검을 보았다고 하긴 했었어…… 그런데 뇌전마검도 보긴 봤었다고 했는데…….”

“내 생각엔 두 검술 다 외워서 나오셨을 가능성이 크다.”

“그 난해한 검술서를 완벽히 외우는 게 가능할까……?”

“내가 기억하는 아벨 저하라면 충분하다.”

“정말이야……?”

“일주일을 지내셨다 들었다. 일주일 동안 검술 두 개 정도는 충분히 외우실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다른 것들도 더 외워왔을 수도.”

“그래……?”

“그래.”

“그럼 혹시…….”

훗― 미소 지으며.

“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래. 마법서를 외우지 못했다고 하셨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

“너는 모른다. 아벨 저하의 그 특별하고도 압도적인, 한편으론 두렵기까지 한 그 재능을. 내가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탐을 낸 재능이었으니…….”

6년 전 아벨을 처음 보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심지어 상승 검리劍理였음에도, 마치 스펀지마냥 자신의 가르침을 흡수하던 그 총명한 모습을.

“일부러 숨긴다는 얘기야?”

“그래. 일부러 숨기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 너도 알다시피 아벨 저하께서는 황실의 공격을 받으시는 몸. 굳이 공격당할 빌미를 더 늘리려 하지 않는 것이지.”

그러면서 더없이 진지한 눈으로 쥬디스를 바라본다.

“네놈도 흑풍흡검이 마법적 재능이 없으면 결코 쓸 수 없는 검술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테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뭐 당연하지.”

“아벨 저하께선 마법적 재능도 매우 뛰어나시다.”

하긴 흑풍흡검은 마법에도 재능이 없다면 결코 구사할 수 없는 검술이었다.

“그래서?”

“황후마마께선 아벨 저하를 죽이길 원하지만, 난 저하를 대륙 역사상 가장 강한 남자로 만들고 싶다. 검과 마법 둘 다를 통해서.”

“뭐?”

“내가 검술을 맡을 테니 네가 마법을 맡아라.”

마고스의 그 발언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농담하는 거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다. 나는 더없이 진지하다. 아벨 저하께서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독학보다는 스승이 있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우리가 돕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실 거다.”

쥬디스는 철없는 헛소리를 내뱉는 친구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본다.

“마고스. 다이나의 화를 어떻게 피하려고.”

마고스가 여전히 결심을 굳힌 얼굴을 하고 있자.

“좋아. 까놓고 말해서. 만약 네 말대로 우리가 아벨을 제자로 삼는다고 치자. 그러면 다이나가 가만히 있겠어? 당장 우리를 죽이려 들걸? 안 그래?”

마고스도 그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너는 잘 알겠지. 내가 월광참검을 완성할 자를 얼마나 오랜 시간 찾아 헤맸는지를. 황태자 저하께서도 재능이 있으시지만, 월광참검을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솔직히 난 확신하지 못하겠어.”

마고스는 자신이 월광참검을 아직도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월광참검은 뇌전마검과 흑풍흡검과 마찬가지로 창시자이신 볼프강 슈타우터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끝을 보지 못한 검술이었으니.

그러니 웬만한 재능이 아니고서는 만족이 안 되던 것이었다.

“이런 미친! 다이나나 하베츠가 들으면 널 분명 죽일 거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아벨 저하는 달라. 오늘 저하께서 쓰시는 흑풍흡검의 비기를 보고 확신했다.”

“뭐어……?!”

“그럴 가치가 있으신 분이다. 아벨 저하는.”

후우……

쥬디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그러다가 진짜 너뿐만 아니라 너희 가문도 멸문당할 수 있어. 다이나도 그렇지만 하베츠 그놈도 만만치 않다고.”

하베츠는 마고스 자신이 오랜 시간 직접 가르친 수제자였다.

그 잔인한 성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나를 적으로 두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건 네 생각이고 마고스. 내가 봤을 땐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다. 내 장담한다.”

“…….”

자신의 말에 마고스가 갈등하는 듯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쥬디스는 그 무모한 계획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고자 조언한다.

“마고스. 일단 지켜보자. 아직 하베츠가 졸업도 안 했잖아? 뭘 하든 졸업한 후에나 하자고.”

친구의 말이 맞긴 맞았다,

하지만 어서 빨리 자신의 손으로 성장시키고 싶어 미칠 것만 같던 마고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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