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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31화 (31/178)

제31화

31화. 빨리 찾아온 기회(1)

소설에서도 아벨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번 찾아왔었다.

“전 괜찮습니다. 보시다시피 다친 곳도 없구요. 그런데 어마마마께선 이렇게 루드스에 오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아벨에게 찾아감으로써 수잔 황비 역시 황후와 황비들에게 공격받았었기에, 아벨로선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러려고 일부러 정보를 흘렸었어.’

파우스 황제는 몰랐겠지만, 사실 황후와 황비들이 수잔 황비에게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이었다.

아벨이 루드스에서 공격받았다고.

수잔 황비 성격상 불문율을 깨고 반드시 아벨을 찾아갈 것을 알았었기에.

아벨과 수잔 황비를 동시에 흠잡고 공격할 수 있게 만들려고 말이다.

그래서 소설에선 루드스 내 사람들은 아벨이 마족에게 공격받은 것을 몰랐었는데, 오히려 황궁에선 아벨이 마족에게 공격받았다는 걸 아는 자들이 꽤나 있었었다.

“폐하께 허락받았단다…… 그래…… 정말 다친 곳이 없어 보여서 다행이야…… 하지만 마족이 나오다니…….”

사색이 된 수잔 황비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의 떨리는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조금은 거만한 투로 말한다.

“저도 조금 놀라긴 했지만 별거 없더군요. 마족이라는 것도.”

하지만 수잔 황비는 착한 아들이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 쉽사리 걱정을 풀지 못했다.

“……정말이니……?”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진짜 가족임을 느끼며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

“네. 어마마마의 자랑스런 아들이 생각보다 강해서 말입니다. 그것보다 어마마마 식사 안 하셨죠? 저희와 함께하시죠.”

수잔 황비는 그제야 옆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케이를 깨닫는다.

“그런데 옆에 있는 예쁜 영애는 누구니?”

케이를 수잔 황비에게 소개해준다.

“케이. 인사드려라. 내 어머니이신 수잔 황비 마마이시다.”

“네에?!”

케이와 주변 사람들이 바로 수잔 황비를 알아보지 못했던 건 대단히 화려했었던 황궁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너무나도 수수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나, 어떠한 장신구도 없는 긴 생머리와 평범한 물빛 드레스로, 정말 청순함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케이는 허겁지겁 수잔 황비에게 예를 갖춘다.

“처음 뵙겠습니다! 케이 아슈트반이라 하옵니다!”

수잔 황비는 싱그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케이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만나서 반갑구나. 그런데 아벨. 여자친구이니?”

고개를 저으면서.

“후후― 그게 아니라―”

덥석―

“황비 마마!”

아벨이 이상한 소리를 할 거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수잔 황비의 손을 잡는 케이였다.

“우리 일단 앉아서 점심 먹을까요?! 제가 도시락 싸왔거든요!”

수잔 황비는 케이를 마치 딸 보듯이 다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러자꾸나. 그럼 앉을 자리를 함께 찾아볼까?”

“네에!”

반면 아벨은 그런 케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오해는 이따 풀기로 하고.’

그래서 일단 앉아서 쉴 자리를 찾기로 한다.

‘어마마마께 조금 더러울 수도 있지만, 그래. 차라리 내부보다 여기가 낫겠어.’

방해꾼들이 많을 루드스 내부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수잔 황비의 옷이 조금 지저분해질 수 있겠지만 차라리 외부에서 돗자리를 깔고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움직이려던 그때, 수잔 황비는 옆에서 대기하던 근위기사단장인 쿠웰 백작에게 말한다.

“여러분들도 좀 쉬다 오세요.”

“언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걱정 말아요. 해 지기 전엔 출발할 것이니.”

“알겠습니다. 황비 마마.”

이미 체념하고 왔기에 별말 없이 부복하고 돌아섰다.

마차와 근위기사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 아직 피지 않은 벚꽃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깔았다.

세 사람이 앉으니 그림이 됐다.

모두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세 사람을 보면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다가도 세 사람을 보기 위해 멈춰 설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 사람은 케이가 싸온 샌드위치를 하나씩 들고 시원한 딸기 우유와 함께 먹었다.

“어마마마와 이렇게 나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요.”

오랜만이라고 했지만 동쪽 별관에 갇혀 있다 보니 수잔 황비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었다.

그래서 아벨의 기억 속엔 별관에 갇힌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게 오랜만이구나.”

“이런 것 때문이라도 루드스에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미소 지으며 말하는 아벨과는 달리 수잔 황비는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짓는다.

“아벨. 루드스 생활은 어떠니? 힘들지 않니?”

“보시다시피 철가면을 안 쓰고 다녀도 될 만큼 좋습니다. 여기 케이처럼 든든한 친구들도 생겼고 말입니다.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 말에 수잔 황비는 케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정말 고맙구나. 아벨을 잘 챙겨줘서.”

꿀꺽―

그 말에 케이는 먹던 것을 급하게 넘기고 손사래 친다.

“아, 아니에요! 제가 저하께 많은 도움을 받는 걸요!”

“항상 아벨에게 또래 친구들이 좀 더 있었으면 했었는데…… 루드스에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많아서 다행이구나.”

아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루드스는 저에게 기회가 됐습니다. 좋은 교수님들도 계시고. 이번 마족 같은 경우도 마고스 교수님께서 곧장 나타나셔서 해결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나도 들었단다. 그가 널 구해줬다고.”

“네. 덕분에 어느 곳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아벨이 좋게 얘기했음에도 마고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수잔 황비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마고스 때문에 아벨이 동쪽 별관에 갇혔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번만큼은 너에 대해 괜한 말을 안 했으면 좋겠구나. 그는 아무래도 황태자의 스승이기도 하니까.”

“교수님이 황태자 저하 스승님이세요?”

깜짝 놀란 얼굴이다.

아벨이 대신 대답한다.

“그래. 공식적으로 형님의 검술 스승님이시지.”

“아…… 처음 알았어요…….”

“모를 수도 있지. 둘이 함께하는 순간은 검술을 가르칠 때만이니까.”

수잔 황비가 아벨에게 말한다.

“그자가 또 너를 제자로 삼으려다, 더 큰 화를 부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케이는 이번엔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이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마고스 교수님이 저하를 제자 삼으려고 했었어요?!”

“그렇단다. 백작이 아벨의 재능을 매우 탐냈었어. 하지만 그 욕심 덕분에 아벨은 없어도 될 많은 적들을 만들고 말았었지.”

“아……”

아벨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지금은 다 지나간 일. 어마마마. 마고스 백작도 그 날의 일을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더 저를 챙기려는 것도 있구요.”

“정말이니?”

“네. 오히려 제 루드스 생활에는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구나.”

그렇게 말했지만 여전히 표정은 좋지 못하다. 아벨이 착해서 그를 좋게 포장한다 생각했다.

“네. 어마마마. 그것보다 어마마마께서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야 뭐 항상 똑같지. 폐하를 보필하면서. 다프네 님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고 있단다. ……정말 다프네 님도 너와 함께 루드스에 왔다면 좋았을 텐데…….”

다프네는 신성 마법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지만 공격 마법은 아예 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억지에도 황궁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훗날 세르지가 황제가 된다면, 그때 아벨이 마족 멸살을 빌미로 빼내 올 수밖에 없을 듯했다.

예전 아벨의 감정이 또 지금의 아벨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슴이 괜스레 아려왔다.

“……다프네 님은 잘 계십니까?”

“다프네 님도 똑같으시단다. 신전에서 너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계시지.”

케이가 묻는다.

“성녀 다프네 님요? 저하께선 성녀님과도 친분이 있으세요?”

황궁에서 아벨과 다프네가 서로 함께하던 것이 떠올랐는지 살며시 미소 짓는다.

“아벨과 다프네 님은 운명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단다. 둘은 한날한시에 태어났거든.”

“네에?! 진짜요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아벨을 바라본다.

“다프네 님께서 네가 없어서 많이 적적한 듯하더구나. 네가 황궁에서 유일한 친구였으니 말이야.”

동쪽 별관에 갇혀 있을 때 다프네가 아벨의 유일한 친구이면서 다프네에게도 아벨이 유일한 친구였었다.

“둘이 어찌나 개구쟁이들이었는지.”

그렇게 옛 추억을 떠올리며 수잔 황비는 아벨과 다프네 사이에 있었던 우정에 관해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얘기해 주었었다.

아벨이 다프네와 놀기 위해 스승이었던 현자 다니엘 브륄에게 거짓말하고 수업 빠졌다가 걸려 혼난 일이라든가.

동쪽 별관 정원에 둘만의 넝쿨 집을 만들어 놓고 둘이 낮잠 자다가 늦은 밤이 돼서야 혼비백산이 된 사용인들에게 발견된 일이라거나.

여름 소낙비에 시원해 보인다며 둘이 뛰쳐나가 옷을 더럽혀 자신에게 혼난 일이라든가.

별관에 갇힌 이후로는 아벨이 좋아하는 책들을 가져와 함께 밤새 읽는다든가.

감상에 빠진 듯한 눈빛으로.

“이 어미는 가능하다면 너와 다프네 님께서 결혼하길 바랐단다.”

“!!”

그 말에 케이는 볼에 예의 그 바람을 불어 넣어 뺨이 빵빵해졌다.

“물론 지금은 아니란다. 걱정 말렴.”

마음 아프지만 성녀는 누군가와 결혼을 할 수 없는 몸이었으니.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깨달은 케이는 깜짝 놀랐다.

“네에? 아 네에…….”

“아벨 정말 이 어미는 네가 여자친구를 만들 거라곤 꿈에도 생각도 못했단다. 오늘 정말 와보길 잘했어.”

소설에서도 아벨이 케이와 함께 있는 걸 보고는 똑같이 말했었다.

그 말에 케이는 헤벌쭉 웃었고 아벨은 씁쓸히 웃었다.

아까 못 푼 오해를 풀어야 할 듯했다.

“저와 케이 사이는 연인 사이라기보단 오빠와 동생 사이랍니다.”

“네에?!”

케이는 아벨을 대단히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또, 또 이러네 하는 얼굴이다. 화가나 버럭 소릴 지른다.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우리 동갑이잖아요!”

“아― 정신적으로.”

“헐― 뭐래?! 진짜 어이없어!”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수잔 황비의 입가엔 미소가 만연하다.

“정말 사이가 좋구나.”

케이는 아벨이 누군가 자신과 둘 사이를 물을 때마다 자꾸만 이상한 헛소리를 한다는 걸 잘 알기에, 더 이상한 말을 할까 봐 아벨을 무시하고 수잔 황비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화제를 돌린다.

“황비 마마 자주 놀러 오세요! 가끔 보면 부모님들도 루드스 안으로도 들어가더라구요! 제가 안에도 안내해드릴게요!”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사실 황비들은 루드스에 와선 안 된단다. 난 아벨이 걱정돼 무작정 온 것이고. 사실 내가 괜히 온 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건 황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황자를 둔 황비에 한에서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걸 빌미로 아벨에게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 수잔 황비는 내심 그게 걱정되던 것이었다.

루드스에 오는 중에도 쿠웰 단장이 수잔 황비에게 아벨을 위해서라도 루드스에 가선 결코 안 된다며 그러한 조언을 해주었었다.

반면 아벨이 그런 건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한다.

지금의 어머니에게도 예전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진 최선을 다해 잘하고 싶었다.

“전 정말 괜찮으니 자주 오시지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해도, 심지어 선한 일을 해도 어떻게든 욕을 하고 해코지를 할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오시지요. 한 달에 한 번이라면 괜찮을 것입니다.”

아벨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고민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모르겠구나…… 폐하께서 허락을 해주실지…….”

“그럼 허락해주신다면 언제든지 오시지요. 어마마마를 자주 뵙고 싶으니 말입니다.”

황비들이 황자들을 찾아가지 못한 것처럼 황자들도 황궁으로 돌아오지 못했었다. 두 사람이 만나려면 수잔 황비가 찾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수잔 황비는 그 말에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 갈 수 있으면 꼭 가도록 하마.”

아벨을 향한 공격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으니, 앞으로도 수잔 황비가 올 기회는 많을 것이었다.

* * *

수잔 황비와 케이 덕분에 주말을 행복하게 보낸 아벨은 좀처럼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다음 공격은 언제였더라.’

아마도 다음 공격은 중간고사가 끝난 후가 될 것이었다.

‘미스라임에서였나.’

중간고사가 끝난 후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눈의 나라이자 마법 강국인 미스라임으로 연합 훈련하러 야외수업을 떠났었는데, 그때 다이나 황후와 캐서린 황비가 미스라임의 얀 국왕에게 도움을 받아 아벨을 공격했었다.

당시 미스라임의 얀 국왕은 전부터 자신의 귀한 딸이 곧 죽을 것 같은 아벨에게 푹 빠져 사는 것을 대단히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일단 시험해 볼 생각이었지.’

그는 아벨을 당장 죽인다기보다는 아벨이 얼마나 능력이 있길래 제국의 황실에서 그렇게 견제하는지 보려고 공격했었다.

그래서 약 천 마리의 에티들을 모아 아벨을 덮치게 했었다.

‘얼마나 버티나 보려고 했었어. 물론 사나도 국왕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아벨이 부상당하는 걸 보고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아벨을 마법군단 마령대魔靈隊를 이용해 구해냈었지.’

소설 속 사나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그녀 역시 케이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었다.

‘엄청난 츤데레 공주님이셨지.’

케이, 아르시아와 함께 대륙 3대 꽃 중 한 명이자 미스라임의 공주인 설화雪花 사나 카르하.

그녀는 아벨보다 1살 많은 츤데레 공주님으로써 아벨을 어마무지하게 좋아하면서도 아벨 앞에선 전혀 관심 없는 척 굉장히 틱틱댔었던 여자였다.

그래서 아벨을 뒤에서만 도왔었는데, 덕분에 아벨은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끝끝내 눈치채지 못했었다.

사실 그때도 아벨은 그녀가 적극 힘을 써 자신을 구했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다. 그저 훈련 중 터진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나는 아벨이 아무리 자신이 한 일들을 몰라준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아벨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걸 바치려 했었어.’

그녀도 케이처럼 어릴 때 황궁 무도회에서 아벨을 알게 된 후 쭉 아벨을 짝사랑해왔었다.

‘……아무튼 어서 미스라임으로 갈 날이 왔으면 좋겠군. 그래야 어마마마도 또 볼 수 있으니.’

이번 마족 단탈리안 때처럼 지금의 아벨에겐 에티 천 마리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흑풍흡검을 제대로 한 번 써보겠어.’

아벨은 연합 훈련에서 정찰 임무를 맡게 되는데, 함께 정찰 임무를 맡은 이들에 의해 에티들이 있는 협곡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수련에 열을 올려야겠어.’

그때 때마침 쥬디스도 흑풍흡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쥬디스는 딴 생각하던 아벨과는 달리 눈빛을 반짝이는 학생들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해 강의 중이었다.

“흑풍흡검 역시 뇌전마검과 같이 난해하여 현재는 사장되어 쓰는 이가 없는 전설 속의 검술이다. 당시 아서 폐하께서는 뇌전마검이 흑풍흡검보다 상위의 검술이라는 걸 인정하시면서도 용골검과 함께라면 뇌전마검보다 흑풍흡검이 더욱 강할 거라고 확신하셨었지.”

아서는 용골검과 함께라면 흑풍흡검이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하지만 그래도 작가는 뇌전마검이 더 강하다고 확실히 명시해 두었었다. 물론 장기전으로 갈 땐 말이 달라지긴 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용골검을 가질 생각을 하면서도 뇌전마검을 우선적으로 익힐 생각을 한 것이지.’

아벨은 오랜만에 관심 있는 이야기가 나와, 쥬디스가 이어서 또 무슨 말을 할까 하고 흥미롭게 바라봤다.

쥬디스는 흠흠― 헛기침 몇 번을 하고는.

“음 말이 좀 샜군. 아무튼 카인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뇌전마검과 같은 강력한 검술도 필요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등을 맡길 수 있는,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동료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너희들이 이곳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 입학한 이유도 그것이 아니겠느냐? 진정한 동료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맞는 말이군. 믿을 수 있는 진짜 동료가 중요하긴 하지. 배신 때리려고 기회나 보고 있는 그런 개 같은 새끼들 말고.’

그의 말이 맞았다.

다들 천만금의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검술이나, 마법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님에도 굳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인맥을 쌓기 위해서였다.

“카인 폐하께 많은 좋은 동료들이 계셨지만, 역시 진정한 동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골드 드래곤 에디린 님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폐하께서 이루신 거의 모든 업적이 에디린 님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을 거라는 게 지배적인 평이니까.”

이 수업 때문에 소설에서 카시드와 지산은 자신들도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과 꼭 동료가 되겠다면서 떠벌리고 다녔었다.

“그런 이유로 에디린 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다들 저번에 내준 숙제는 해왔겠지?”

그 말에 다들 아아아…… 하며 죽는소리를 냈다.

“교수님. 그 전에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카시드가 손을 든 것이었다.

“그래. 말해 보거라.”

쥬디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거침없이 말을 꺼낸다.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이 도대체 얼마나 어렵고 난해하길래, 매번 다른 검사들이 익힐 수 없어 사장됐다고만 하시는 겁니까? 제 생각엔 황가皇家에만 전수되었기에 사장됐다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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