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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30화 (30/178)

제30화

30화.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2)

주말이라고, 마족을 만났었다고 해서 생활패턴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오늘은 흑풍흡검을 주로 수련하고 있었다.

[흑풍흡검黑風吸劍 2성 - 11%]

쓸 수 있는 비기는 1식 선풍旋風밖에 없었지만 현재로썬 충분했다.

흑풍흡검은 상대의 마력을 흡수하며 싸울 수 있는 검술이기에 파괴력 면에서 뇌전마검보다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마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면에선 뇌전마검보다 비교적 낫다고 할 수 있었다.

‘단기전은 뇌전마검이 낫고 장기전은 흑풍흡검이 나아.’

결론적으론 둘 다 대단한 검술인 것이었다.

‘그러니 두 검술을 합쳐야만 해.’

그때 친구들에게 한 말이 마냥 헛소리가 아니었던 게, 아벨은 마멸광검의 불확실성 속에서 뇌전마검과 흑풍흡검 두 검술을 반드시 합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분명 가능할 거야.’

천고의 검재라는 치트키 덕분에 검술을 수련하면 할수록 새 검술을 창안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 검술을 합칠 수는 있겠다라는 그러한 확신이 점점 들던 아벨이었다.

아벨은 빈 공간에 하베츠의 잔인무도한 모습을 그리며 흑풍흡검의 1식 선풍을 쓴다.

흑풍흡검黑風吸劍

제1식

선풍旋風

용골검의 묵빛 검신이 마치 번개를 머금은 듯한 검은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냈다.

그 모든 걸 분쇄할 것만 같은 강력한 회오리바람 형태의 검격이 연무실을 가른다.

구오오오―!

콰콰콰쾅―!

충격흡수가 기본적으로 되어 있는 벽이었지만 아벨의 검격이 너무나 강력해 많이 상해버린 상태였었다.

그래서 그 벽을 보수 후 다시 한번 마법진으로 충격흡수와 보호 마법을 걸어두었었다.

연무실 벽 사방에 낙서처럼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콰콰콰콰콰쾅―!

우우우웅―!

검은 회오리바람이 연무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충격흡수와 보호 마법진이 작동한다.

덕분에 마나가 바닥 날 때까지 계속해서 선풍을 쓴다.

아직 2성밖에 안 됐기에 선풍을 한 번 쓸 때마다 0.1%씩 올랐었다.

그리고 몸 안 마나가 줄어든다고 느껴지면 자동적으로 성녀의 목걸이가 반응해 조금씩이지만 마력을 채워줬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기에 아벨은 구비해둔 포션을 마셔 마력을 보충한다.

다시 용골검을 잡고 비기 선풍을 쓴다.

치트키도 이런 치트키가 없다.

그렇게 끊임없이 선풍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헉― 헉― 헉―

바닥에 주저앉아 홍수처럼 쏟아지는 땀을 손으로 훔친다.

더는 포션을 먹기도 힘들었었다.

그래서.

“밥 먹고 다시 해야겠어.”

힘들어도 할 만했기에 밥 먹고 좀 쉬다가 다시 하기로 한다. 그리고 솔직히 하는 만큼 정직하게 성취가 오르니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재능이 있는 삶이란 이런 건가? 하며 수련을 만끽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였다.

‘참 빨리도 가는군.’

냉장 상자에서 딸기 우유와 호밀빵을 꺼내 식탁에 앉아 먹는다.

꿀꺽― 꿀꺽―

‘순조로워.’

이 기세라면 2학기에 있을 정의 무투회 전까진 뇌전마검과 흑풍흡검 둘 다 적어도 5성까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 성취가 느려질지도 모르니.’

지금이야 성취가 낮아 경험치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원래가 레벨이 높아지면 경험치 오르는 속도가 느려지는 게 세상의 이치였었다.

‘뭐 그건 나중에 걱정하고.’

호밀빵과 딸기 우유를 다 먹고는 식기를 마법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다시 수련할 준비를 한다.

‘오늘 3성까지 만들자! 할 수 있다!’

온종일 휘두르면 충분할 듯했다.

의욕이 과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걸 느낀다.

하지만 그때 아벨을 위해 그 넘쳐 흐른 의욕을 다시 주워 담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딩동― 딩동―

‘누구지?’

주말에도 수련한다는 걸 잘 아는 친구들이었기에, 이때껏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었다.

감시구를 보니 예쁜 진녹색 원피스를 입은 케이가 서 있었다.

덜컥―

문을 열며 말한다.

“케이?”

대답 대신 작은 비명이 들려왔다.

“꺅……!”

그 하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 아벨을 바라본다.

아벨은 왜 그러는가 했는데, 상의를 안 입고 있어서 그런 듯했다.

덕분에 몸에 새긴 룬어들도 보이고 말았다.

물론 케이는 그 룬어보다는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졌겠지만.

“……들어와라.”

“네…….”

얼굴을 넘어 온몸이 붉게 물든 케이에게 말한다.

“앉아 있어.”

일단 수건으로 대충 닦고 위에 널브러져 있는 반소매 티를 입었다.

“딸기 우유 한 잔?”

여전히 쑥스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한다.

“네에…….”

한 잔 따라 주었다.

홀짝홀짝 딸기 우유를 마셨다. 반 정도 마시자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했다.

고개를 들어 아벨을 바라본다.

“오늘도 수련을 하셨나요?”

아벨도 한 모금 축이며 말한다.

“그렇지. 갈 길이 머니까.”

“그래도 어제 그런 큰일이 있으셨는데……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하지 않겠어요? 괜히 주말이 있는 게 아니라구요.”

아그네스의 목걸이 덕분에 하루 한 시간 자던 아벨이었다.

다정히 미소 지으며.

“걱정은 고맙다만 정말 괜찮단다.”

그러면서 돌려보내려고 했다.

“난 정말 괜찮으니, 그럼 그만 이제―”

하지만 케이는 오늘만큼은 그냥 돌아갈 생각이 결코 없는 듯했다.

막무가내로, 마치 선생이 잘못된 길로 빠지려는 학생에게 화내는 듯 엄격한 얼굴로 말한다.

“아니에요. 안 괜찮아요. 저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오늘 하루는 꼭 쉬셔야 해요.”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여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오늘 무슨 일이 있는 것이더냐?”

그러자 케이는 언제 고집을 부렸다는 듯이 몸을 비비 꼬며 부끄러워한다.

“그냥 뭐…… 날씨도 좋고…… 루드스 주변에 꽃도 많이 피었다고 하고…….”

“그래? 음―”

아벨이 망설이는 듯하자 적극적으로 나선다. 몸을 들이대며 주장한다.

“어제 안 좋은 일 있었으니 기분 전환할 겸, 우리 한 번 나갔다가 와요!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잖아요?! 이제 곧 중간고사인데!”

중간고사는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대충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머릿속에 다 있는 내용이라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었다.

머리 좋은 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 일인지.

정말 감동적이다.

아무튼.

“다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도 간다더냐?”

“네?”

“로디아, 카시드, 지산 말이다.”

그 말에 볼이 빵빵해졌다.

두 눈꼬리도 뾰족 올라간다.

“왜 그러느냐? 다 같이 가면 좋지 않겠느냐?”

“하, 하지만!”

아 그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일단 알았다. 기다려라. 씻고 나올 테니.”

씻는다고 하자 다시 고개를 푸욱 숙이며 얼굴을 붉힌다.

“네에…….”

욕실에 들어가 깨끗이 씻고 나온다. 방으로 가 새 옷을 갈아입었는데, 케이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본인이 생각해도 남자 혼자 사는 곳에 온 것은 너무 과감한 행동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옷을 다 입고 케이에게 나가자고 하려 하던 그때.

딩동― 딩동―

“오늘따라 손님이 많군.”

감시구를 보자 씩씩― 성난 황소 같은 모습의 윌리엄이 서 있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벨은 윌리엄을 확인하고는 케이에게 말했다.

“케이. 잠깐 방에 들어가 있는 게 좋겠어.”

“누구길래요……?”

“윌리엄 형님이 오셨군. 아마도 네가 이곳에 온 것을 감시자들을 통해 들으셨겠지.”

“네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무심히 대답한다.

“난 항상 감시당하고 있거든.”

“아…….”

“아무튼 들어가서 방문을 잠가 둬.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오지 말고.”

“네…….”

철컥―

케이는 아벨의 말대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잠그는 것을 본 후에야 문을 연다.

덜컥―

“어쩐 일이십니까?”

“너, 너, 너!”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벨이 저번처럼 가볍게 가슴을 손으로 밀어낸다.

“형님. 전 지금 나갈 생각이라 말입니다.”

“다 듣고 왔다고! 아니! 벌써부터 기숙사 안에 외부인을! 그것도 여자애 혼자를!”

“무엇을 들으셨습니까?”

“다 알고 왔다고! 케이 영애께서 혼자 이곳에 오셨다는 것을!”

“누가 그러더랍니까?”

“이이!”

턱―!

윌리엄의 왼 어깨를 잡고는.

확―!

하고 잡아끈다.

“억!”

윌리엄은 아벨의 무시무시한 악력에 종이 인형마냥 딸려왔다.

아벨이 그런 윌리엄의 귀에다가 속삭인다.

“형님께선 케이가 혼자 사는 황자 기숙사에 벌써부터 들락날락한다고 소문내고 싶으신 겁니까?”

“뭐, 뭐……?”

“그러니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 그, 그, 그게!”

팍―!

밀어내며 말한다.

“형님. 케이는 그저 숙제 때문에 들렀을 뿐이니 걱정 마시지요. 곧 숙제를 끝내고 돌아갈 것입니다.”

“내, 내가 직접 만나봐야.”

파밧―!

다시 어깰 잡아끌고선.

“여기서 개망신 한번 당해보겠습니까?”

“……?!”

“케이 앞에서 말입니다. 건물 안이라 감시자들도 못 도와줄 것이고. 케이가 형님에게서 정 떼기에 딱 좋을 듯도 한데. 어떻습니까?”

“흐익―!”

퍽―!

그러면서 이번엔 정말로 밀어낸다.

“아아앗―!”

윌리엄은 팔을 마구 휘저으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냥 돌아가시지요. 진짜 다신 케이를 못 볼 정도로 개망신 안 당하려면.”

간신히 넘어지는 걸 막고서는, 울먹이는 얼굴로 아벨을 가만히 서서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장난감 뺏긴 아이처럼 울 것만 같다.

“두, 두고 봐! 넌 내가 절대, 절대 가, 가, 가만 안 두겠어!”

‘이건 소설과 똑같네.’

소설에서도 케이와 아벨 사이를 항상 쫓아와 저렇게 경고하곤 했었다.

그땐 둘만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었기에. 엄청나게 많이 봤었던 상황이었다.

윌리엄이 씩씩― 거리며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케이를 부른다.

“케이! 나가자!”

덜컥―!

“넵! 우리 어서 가욧! 제가 다 준비해뒀다고요!”

큰오빠로서 막내 여동생과 이 정돈 괜찮을 듯했다.

* * *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는 제국의 수도 에스토시아의 위성 도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넓은 부지를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루드스 주변에도 귀족 학생들을 위한 여러 다양한 먹거리, 놀 거리, 볼거리, 쉴 거리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그래서 덕분에 더욱 그러한 위성 도시와 같은 성격을 느낄 수 있었었다.

‘대단하군.’

그중 하나가 바로 꽃들이었는데, 특히 여학생들을 위해 엄청난 부지를 대륙의 각종 꽃으로 수놓아 놓은 것이었다.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았음에도 봄꽃들을 보러 많은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유난히 눈에 띄는 아벨과 케이를 바라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둘이 사귀는 사이야?!”

“헐― 말도 안 돼! 그럴 순 없다구!”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쯧쯧―”

“그건 부러워서 하는 말 같은데…….”

“아, 아니거든! 하나도 안 부럽거든! 흥! 우리 오빠가 얼마나 멋있는데!”

“눼에∼ 눼에∼ 그래서 우리랑 다니셨군요.”

“그것보다 어이가 없네! 케이 영애께서 왜 저런 철가면과!”

“야 말조심해 그러다 큰일 날라!”

“몰라! 아오! 짜증 나!”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두 사람의 만남에 굉장한 화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아벨과 케이는 별 신경 안 썼지만.

꽃길을 걸으며 묻는다.

“로디아에게는 뭐라고 하고 나왔느냐?”

“로디아에게요? 도서관에 간다고 했어요.”

“그렇게 입고서?”

“아 이건…… 원예부에 가서 갈아입었어요. 으하하하―”

민망한 듯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사랑스런 여동생 바라보듯 미소 짓는다.

“그래. 잘했다.”

아벨의 칭찬에 행복해하며 묻는다.

“그쵸? 예쁘죠? 이 원피스 제가 특히 좋아하는 나들이 원피스거든요!”

대단히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니멀한 진녹색의 원피스였다. 작가가 대한민국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가끔은 이러한 옷들을 젊은 귀족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

“예쁘구나. 잘 어울려.”

“헤헤― 역시 저하께선 뭘 좀 아신다니까요.”

그렇게 행복해하며 나들이를 즐기던 그때.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멀리서 황금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마차가 빠른 속도로 아벨과 케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황금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그것만으로도 매우 눈에 띄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그 마차를 호위하는 금빛 중갑옷을 입은 근위기사들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었다.

심지어 그중엔 백색 망토를 걸친 근위기사단장도 있었으니.

‘이런.’

근위기사단장이 호위할 정도면 대단히 고귀한 자가 마차에 탔다는 소리였다.

아벨은 누가 찾아왔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휘이이잉―

마차는 정확히 아벨과 케이 앞에서 멈춰 섰다.

케이가 놀란 얼굴로 아벨과 마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하……?”

마차와 함께 근위기사단장인 쿠웰 백작도 멈춰 섰는데, 아벨을 대단히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말에서 내리기도 전에.

덜컥―!

마차 문이 열린다.

“아벨!”

그리고 잘 아는 사람이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렸었다.

그녀도 아벨과 케이와 같은 흑발이었었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벨에게 안겨온다.

아벨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주면서 이전에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그런 다정하고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받는 상대는 울먹이며 아벨에게 묻는다.

“아벨! 정말 괜찮은 거 맞니?!”

케이는 깜짝 놀라 둘을 바라보았다.

여자가 조금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마차에 비해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얼굴과 옷차림이었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아름다웠던 것이었다.

그리고 둘이 그렇게 함께 있으니 너무나도 잘 어울려 보였었고, 무엇보다 아벨이 이때껏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런 긴장이 풀린 얼굴을 하고 있어, 케이는 자신도 모르게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그건 케이만이 아니었으니, 주변에 있던 모든 루드스 학생들이 비슷한 마음을 가졌었다.

이상한 눈초리로 수군거리며 아벨과 아벨에게 안겨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아벨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를 향해 더없이 다정스런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어마마마.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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