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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28화 (28/178)

제28화

28화. 오해하지 마. 그런 거 아니니까(2)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난 6년 동안 방 안에서 갇혀 지냈었다.”

아벨의 말대로 다들 잘 알고 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현재 형님들과 누님, 그리고 황후마마와 황비 마마들, 심지어 황제 폐하마저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고.”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는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한다.

“사실 그들이 나를 이곳에 억지로 보낸 것인데, 그 이유는 나와 성녀 다프네 님을 떨어트려 놓기 위해서였다. 다프네 님의 무한한 신성력 때문에 도저히 날 죽일 수 없었거든.”

“……?!”

카시드가 대단히 의아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그런데 왜 저하를 죽이려 하는 겁니까? 제 생각엔 배경이 없는 저하보다는 강력한 배경을 갖고 있는 서로를 더 견제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다.

카시드의 말대로 아벨은 다른 황자들과는 달리 배경이 아예 없었으니 말이다.

그 물음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대답한다.

“자신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 보이는 재능 때문이었지. 다른 형제들은 모두 자신보다 부족해 보이는데, 나는 본인보다 조금 더 뛰어난 것 같으니까 말야. 그 같잖은 질투심,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모자란 자들이나 가질 만한 두려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사실 황실의 인원들만 그랬던 건 아니었다.

눈앞의 이들도 ‘질투’라는 같은 이유로 아벨을 배신했었으니 말이다.

‘카시드가 주도했었지.’

그래서 내가 만들 이야기에선 지산과 로디아만큼은 배신자가 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다.

막상 직접 만나보니 두 사람은 충분히 그 질투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넌 아니야.’

하지만 카시드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가 소설에서처럼 아벨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카시드는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아니라면 그저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가슴 한구석에 그 질투심으로 비롯된 증오를 계속해서 불태우며 살아가겠지.

그러다가 언젠가 뻥 터져 결과론적으로는 역시나 배신할 모의나 하겠고 말이다.

그러니 다시 말해 카시드는 어떻게든 안 될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지금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물론 난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렇게까지 불평이나 불만을 품고 있지 않다. 전에도 얘기한 것 같다만 보통의 왕실들에서나, 대귀족 가문들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니까 말이다.”

사실 카시드는 아벨에 대한 소문들이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 또한 왕좌를 두고 형제들과 싸우고 있었기에, 아벨이 엄살 부린다고 여겼던 것이었다.

그런데 마족이 나타났으니.

조금 심하긴 하다는 생각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주신 아그네스의 도우심으로 결국엔 이렇게 살아남지 않았더냐. 그러니 그것에 투정부리고 싶지 않다.”

그때 순간적으로 아벨은 자신의 그 무심한 눈빛을 변화시켰는데, 섬뜩하고도 위협적인,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 같은 눈빛으로 케이를 제외한 이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든 정도라는 게 있으니. ……앞으로 잘 지켜보거라. 내가 날 공격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결코 선처 따위나 용서 따위가 없다는 것을.”

그 위압적인 눈빛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

훗―

이내 아벨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여, 그 무서운 눈빛을 풀고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를 그리며 상냥하게 말한다.

“물론 너희들은 당연히 그 해당 사항에 없겠지. 내 친구들인데 말이야.”

그 상냥한 말에도 다들 여전히 긴장한 얼굴이다.

“내가 할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혹시 궁금한 게 있는가?”

물었음에도 무거운 침묵이 유지됐다.

아벨은 그 무거운 침묵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벨도 오늘 하루는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한 상태였던 것이었다. 이들을 이젠 돌려보내고 아무 생각 없이 검이나 휘두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아주 컸었다.

“없나 보군. 그럼 이제 그만―”

“……저하. 그런데 정말 제국기본검술 하나만 익히신 겁니까? 다른 검술을 더 익히고 계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카시드는 아직 돌아갈 마음이 없는 듯했다.

‘오늘 아님 기회가 없을지도!’

사실 카시드는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괜히 아벨이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어 못 물어보고 있던 것이었다.

‘분명 구린 뭔가가 있어!’

카시드는 무엇보다 아벨이 마족을 만났음에도 큰 문제 없이 살아나온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마고스가 구해주었다고 하지만 아벨도 잠시 싸웠던 게 분명했었다. 그런데 갑옷만 넝마가 되어 있었지, 속은 멀쩡해도 너무 멀쩡했었다.

‘올 게 왔군.’

아벨은 드디어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카시드처럼 아벨이 다른 검술을 더 익히고 있다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마고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뇌기가 터져나가는 그 검기만 봐도, 아무리 골드 드래곤 하트를, 골드 드래곤 반지를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아벨이 특수한 마나 연공법을 익히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7성 마력을 실은 오러를 썼었기에.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맞다. 나는 다른 검술을 익히고 있다. 아직 숙련이 안 돼 쓰지 않고 있는 것뿐.”

그 말에 침묵을 깨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역시.”

“어쩐지.”

“정말이요?!”

“그래. 어서 빨리 너희에게도 보여줄 날이 왔으면 좋겠군.”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카시드. 나 역시 너의 사자신검을 보며 내가 수련하고 있는 그 검술과 꼭 한 번 붙어 보고 싶다는 호승심에 불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럼 그 검술 명名에 대해 들을 수 있겠습니까?”

뇌기를 쓰는 검술은 하나밖에 없었다.

예상되는 검술이 있었다.

“그렇다면?!”

케이는 언제 울먹였냐는 듯이 기대에 찬, 반짝이는 눈으로 아벨을 바라봤다.

그녀도 제국 3대 검술 명가 중 하나의 자제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일부러 충족시키지 않는다.

“4대 황제이자 전쟁의 신이라 불린 아서 폐하의 검술 흑풍흡검黑風吸劍 이다.”

아벨이 용골검의 주인이라는 걸 아는 자는 루드스 내에도 몇 있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알려질 일이었다.

하지만 뇌전마검은 아니었다. 뇌전마검은 아벨이 숨긴다면 앞으로도 계속 쭉 숨길 수 있었다.

그러니 정말 중요한 순간을 위해서라도 뇌전마검은 반드시 숨겨야 했었다.

“……?!”

“네에?!”

“뇌전마검이 아니라 말입니까?”

다들 의외의 대답이 나오자 매우 놀란 듯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뇌전마검이라…… 뇌전마검 역시 언젠가는 꼭 한번 써보고 싶군.”

다들 좀처럼 믿기지 않아 얼떨떨한 거 같았다.

당연히 뇌전마검을 생각한 것이었다.

‘믿지 힘들겠지.’

아벨의 그 선명한 뇌기 어린 검기와 심지어 로디아는 오러까지 봤으니 더욱 믿기 힘들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수업 때 보여준 아벨의 뇌기 어린 검기 덕분에 이미 아벨이 뇌전마검을 익힌 게 아닌가 하는 소문들이 돌고 있었었다.

물론 그 소문을 들은 세르지와 윌리엄, 레이첼은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하면서도 한편으론 설마 하며 걱정하고 있었고.

“그런데 어떻게 검기에 뇌기가 이는 것입니까? 제가 알기론 흑풍흡검은 묵빛 검기를 보이는 거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뇌기가 깃든 검기가 나오는 이유는 내가 복용한 드래곤 하트 탓도 있지만 또한 이 골드 드래곤 반지 때문도 있다.”

아벨은 자신의 왼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이 반지가 마나 속성을 전격 속성으로 변환시켜주기에 검기에 뇌기가 깃든 것이다.”

카시드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왜 어둠 속성의 반지나 마나를 얻지 않으시고 전격 속성을 취하셨습니까? 검술에는 어둠 속성이 더 도움이 될 텐데요.”

그의 의도를 잘 알기에 헛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검은 폭풍에 뇌기를 섞고 싶었다. 그리고 훗날 그러한 검술을 창조할 생각도 있고 말이다.”

“그러십니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지만 어떡하겠는가?

케이는 자기 일이 아님에도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아벨을 바라본다.

“저하께서는 꼭 해내실 거예요!”

로디아도 지산도 아벨을 응원한다.

“맞아요. 저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충분히 만드실 거예요.”

“하하―! 벌써부터 새로운 검술을 창조하실 생각을 하시다니! 이 지산은 오늘 또 한 번 저하께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하하하―!”

반면 카시드는 매서운 눈으로 아벨의 반장갑이 끼워진 오른손을 노려보며, 날이 선 목소리로 또 한 번 묻는다.

“그럼 혹시 용골검도 가지고 나오신 건 아닙니까? 흑풍흡검은 용골검이 있어야만 그 진정한 검술의 참모습을 보이니 말입니다. 그때 보셨다고 하셨지 않았습니까?”

아벨은 카시드의 위협적인 말투에 피식―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린다.

“가지고 나왔다면.”

사실 아벨도 오늘 하루 윌리엄부터 시작해 마족 단탈리안까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평소였다면 카시드의 무례에 그냥 웃으며 넘길 텐데 지금은 아니었다.

아까부터 툭툭 건드리는 게 적잖이 거슬리던 찰나였다.

자신이 이때껏 너무 받아 준 건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

나직이 그리고 더없이 상냥하게 말한다.

“카시드. 네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상냥하게 말했음에도 아벨이 내뿜는 본연의 위압감에 무거운 긴장감이 흐른다.

“내가 널 친구라고 생각은 한다만 그렇다고 무례를 허락한 건 아닌데 말이지.”

“아…….”

꿀꺽―

로디아는 마족과 싸우는 아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아벨은 결코 카시드의 아래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둘이 붙는다면, 분명 두 사람 모두 큰 부상을 입을 듯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로디아는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카시드에게 따져 묻는다.

“카시드. 넌 도대체 왜 그렇게 말투에 예의가 없어? 저하가 네 적이야? 왜 그렇게 공격적이야?”

“……?!”

로디아의 말에 다들 깜짝 놀란다.

뭔가 일을 중재시킨다기보다 키우는 느낌이었다.

아벨도 깜짝 놀라면서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로디아를 잠시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매번 자기 일처럼 화를 내는 그녀에게 내심 고마움을 느꼈다.

덕분에 화가 좀 풀렸다.

‘로디아 너도 참…….’

반면 로디아는 다른 이들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는다.

“……아무튼 네 말투가 좀 무례하긴 했잖아……? 사과드리라고…….”

지산도 이 불편한 분위기를 끝내기 위해 카시드에게 종용한다.

“로디아의 말이 맞다. 카시드. 저하가 기분 상하셨을 만해. 네 궁금증도 이해가 가지만 말투가 조금 오해할 만했어.”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카시드도 아차 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신이 형인데 의젓하게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 우쭐한 표정이 꼭 그런 표정이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저하께서 우리가 친구라고 하셨지만, 저하께서 친구치곤 숨겨진 모습이 너무 많아서 저도 모르게 무례했었나 봅니다. 용서해 주시지요.”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또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

‘이걸 한 대 칠 수도 없고.’

아벨은 당장 박살을 내줄까도 하다가, 역시 원래의 계획대로 하베츠를 죽이기 전까지 더는 적을 늘리지 않기로 한다.

무엇보다 로디아가 대신 화를 내준 덕에 화가 좀 풀린 상태였다.

‘넌 로디아 때문에 산 줄 알아라.’

“그래. 부디 꼭 조심하길 바란다.”

훗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일을 마무리 짓는 아벨이었다.

* * *

마고스는 네 시간이 더 지나서야, 총장과 만날 수 있었다.

면담 후 당장 만나고 싶었으나, 그는 캐서린 2 황비의 부름 때문에 황궁에 입궁했다고 했었다.

총장이 요한센의 사람이었기에 요한센 사람인 캐서린 2 황비를 만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긴 했었다.

‘하지만 왜 하필 그 시간에.’

마치 마족과의 일을 보고하러 간 것처럼.

아벨이 자신에게 한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비서에게 내가 갈 거라고 알리라고 했으니.’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총장실에 도착했다. 대기하던 비서에게 말한다.

“총장님은 안에 계신가.”

“네. 기다리고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똑똑―

“총장님. 마고스 교수님께서 오셨습니다.”

방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비서는 공손히 허리 숙이며 말한다.

“들어가시지요.”

“알겠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앉으시지요. 커피 한 잔 드시겠습니까?”

피에르트 요한센.

마법 명가 요한센 출신인 그도 9 서클 대마법사였다.

제국에 9 서클 대마법사가 총 11명이 있었는데, 루드스에만 3명이나 있었다.

중후한 목소리처럼 외모 역시 대단히 기품 있고 엄숙했었다. 그리고 쥬디스와는 달리, 총장이라는 위치에, 9 서클 대마법사라는 무게에 대단히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비시니아에서 공수한 괜찮은 원두인데.”

그래서 자신의 것만 준비한다. 잔에 커피 원두를 넣고 이후엔 마법으로 물과 열을 만들어 맛좋게 커피를 끓였다.

총장은 그 커피를 들고 소파로 와 앉으며 묻는다.

“혹시 인수텔 던전 때문에?”

“네. 맞습니다. 총장님께서도 오전에 인수텔 던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교수님을 뵈려고 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마족 단탈리안이 나타났습니다.”

흐룹―

“후후― 농담이시겠죠.”

“총장님.”

더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제가 직접 잡아 없앴습니다.”

멈칫―!

그 말에 두 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부릅떠졌다.

“정말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커피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그럴 수가…… 그런데 어떻게 제국의 던전에…… 세계의 끝에서부터 날아온 건가…….”

마족들은 거의 대부분이 대륙의 끝인 세계의 끝에서 살았었다.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제국과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굳이 제국까지 날아온 마족에 대해 의아하게 말한 것이었다.

그 말에 마고스는 덤덤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내부인의 소행 같습니다.”

그러자 총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친다.

“뭐요?!”

그 모습이 꼭 아벨이 총장을 입에 담았을 때 자신의 모습 같아 씁쓸하다.

“그게 말이 되오?!”

“소환 거울을 썼더군요. 내부인이 소환 거울을 던전 내부에 설치한 듯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럴 수가…….”

“네. 분명 내부인의 소행이겠죠. 루드스의 모든 인공 던전은 내부인이 아니면 애초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 영광스런 루드스에 마족과 내통하는 자가 있다니……”

“마족과 내통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총장의 놀란 듯한 눈동자를 지긋이 노려본다.

‘놀란 것치곤 눈동자는 너무나 평온하군.’

그랬다.

놀란 연기치곤 눈동자는 전혀 커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은 아벨 저하를 죽이기 위해 다른 황자 저하들께서 꾸미신 것 같더군요.”

“뭐요?! 아무리 교수님이시라도 감히 황자 저하들을!”

“케이 아슈트반에 대해 아십니까?”

“……?!”

“그 아이가 수업 전에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요……?!”

“윌리엄 저하께서 아벨 저하와는 절대 함께하지 말라고, 아벨 저하께 분명 위험한 일이 발생할 거라고 했다는군요.”

“……?!”

허망한 듯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말한다.

“말도 안 돼…… 루드스 내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총장님께서 캐서린 2 황비 마마와 가까우시니 한번 말씀은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루드스 내에서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마고스의 말이 맞는다면, 누가 봐도 황실에서 아벨을 죽이려고 벌인 일이라 생각할 것이었다.

총장도 이 일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알겠소…… 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황비 마마를 찾아뵙겠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앞으로도 다른 황자 저하들께서는 아벨 저하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솔직히 황실에서 아벨 저하를 죽이려는 걸 이해는 하지만, 전 루드스 내에서만큼은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총장님. 루드스는 카인 폐하 때부터 제국의 근간이라며 가장 중요시한 공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힘을 쓰실 때이신 거 같습니다.”

잠시 끔찍한 고요가 방안을 감돈다.

“……알았으니 더 할 말 없으면 나가보시죠.”

마고스는 축객령을 내리는 총장을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총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마고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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