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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24화 (24/178)

제24화

24화. 제대로 준비 안 해?(3)

지산은 미간을 찌푸리며 흡혈박쥐들을 죽이고 있는 카시드를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허허― 저 친구도 참.”

카시드도 아벨처럼 몰려오는 흡혈박쥐들에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아벨과 다른 점이라면 카시드는 조원들을 희생양 삼아 흡혈박쥐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묘하게 흡혈박쥐들이 우선적으로 조원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찌지지지직―!

콰직―! 콰직―! 콰직―!

“크아아악―! 도, 도와줘! 크아악―!”

“꺄아아악―! 싫어―!”

“떨어져! 떨어지라고!”

아무런 보호 없이 집중 공격받는 조원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비명을 지르며 마구 손을 휘젓는다.

쎄에에엑―!

촤아아아아악―!

카시드는 공격당하는 조원들을 빙 돌며 흡혈박쥐들을 엄청난 속도로 죽여 나갔다.

‘영악하군. 물론 효과적이긴 하지만.’

확실히 그 전술 덕분에 흡혈박쥐들을 훨씬 더 빠르게 줄여나갈 수 있었다.

또한 본인의 피해도 최소한으로 하면서.

사아아아아아―

콰콰콰콰콰콰쾅―!!

사자신검의 비기가 조원들을 공격하는 흡혈박쥐들을 훑고 지나가는데, 지나가는 곳곳마다 엄청난 수의 흡혈박쥐들이 떨어져 내린다.

‘대단하군.’

카시드에게 사자신검에 대한 엄청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계책이었다.

확실히 아벨이 보기에도 사자신검은 대단해 보였다.

‘뇌전마검, 흑풍흡검과 붙으면 어떻게 될까?’

현재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뇌전마검이나 흑풍흡검과 붙여보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렸다.

‘훗― 나도 이 세계 검사 다 됐군.’

호승심에 피가 끓어오르다니.

그렇게 가만히 사자신검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새겨 넣는다.

‘이화접목移花接木 수법이라고 했었나?’

소설에서 작가가 사자신검에 대해 기록한 것을 떠올린다.

사자신검은 이화접목의 수법이 가미된, 상대의 공격을 이용하여 그 힘을 바탕으로 공격하는 검술이라고 한 것을.

괜히 죽음으로 이끈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카시드의 패도적인 기질과는 잘 맞지 않는 듯하지만.’

그래서 훗날 카시드 본인이 사자신검을 바탕으로 새로운 검술을 만들게 됐다.

‘그래도 아벨의 마멸광검에는 안 되지만.’

물론 사자신검보다는 발전한 형태이긴 했으나, 당연히 아벨의 검술 마멸광검에는 상대도 안 됐었다.

‘과연…….’

그런 의미에서 뇌전마검, 흑풍흡검과 꼭 한번 붙여보고 싶었다.

소설에선 두 검술에 대해 대단하다고만 했지 실제로 나온 부분은 없었기에.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을 마멸광검과 비교하려면 사자신검이 딱인 듯했다.

그렇다 보니 피가 끓어올라 어서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을 수련하고 싶었다.

“끝났군요.”

로디아의 말대로 사자신검의 어마무시한 위력 덕분에 이번 조 역시 마고스와 교직원 도움 없이 끝낼 수 있었다.

“다음은 나군.”

다음은 지산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저하.”

“그래. 수고해라.”

“잘하고 와.”

“화이팅.”

“하하― 그래그래.”

지산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연무장으로 내려갔다.

지산이 연무장에 도착했을 때, 카시드는 자리로 복귀했다.

“고생했어. 카시드.”

“잘했어.”

“흡혈박쥐라는 거 상당히 성가시더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시드의 몸은 대단히 깨끗해 보였다.

“그러게.”

케이는 그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로디아에게 고갤 돌려 묻는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흡혈박쥐들을 도대체 어디서 잡아오는 걸까?”

로디아도 갸우뚱하며 대답한다.

“루드스에서 키우는 거 아닐까?”

“흡혈박쥐를? 으― 징그러워.”

“뭐 귀엽지 않긴 하지?”

찌지지지직―!!

로디아의 말을 들었는지, 대답하듯 흡혈박쥐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 징그러운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가장 큰 목표물인 지산을 향해 날아갔다.

‘솜씨 좀 볼까?’

지산은 카시드와는 또 달랐다.

카시드가 흡혈박쥐들을 죽음으로 끌어당긴 듯 보였다면 지산은 흡혈박쥐들에게 죽음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쿠오오오―!

콰콰콰쾅―!

무지막지한 권풍拳風과 각풍脚風들을 흡혈박쥐들을 향해 날린다.

‘확실히 성격이 달라.’

확실히 카시드와 지산의 성격은 달랐었다.

카시드가 개인적인,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지산은 이타적인, 조화를 중시하는 성격이 강했었다.

지금도 조원들을 이용해 흡혈박쥐와 싸웠던 카시드와는 달리, 조원들과 함께 싸우며 자신보다는 그들을 돕기 위해 그 거대한 몸을 흡혈박쥐들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지산도 아까의 아벨처럼 미끼가 되어주던 것이었다.

찌지지지직―!!

지산의 강철 같은 근육에 흡혈박쥐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힐러인 여학생이 그런 지산을 위해 연신 회복마법을 시전한다.

“지산! 조금만 기다려줘!”

그 말에 화통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좋다! 기다려 주지! 하하하―!”

그런 지산의 희생정신을 본 나머지 조원들은 본연의 힘보다 더 큰 힘을 내기 시작한다.

* * *

《제국력 961년 3월 13일 금요일》

야외 수업의 그 날이 왔다.

오늘을 위해 아벨은 뇌전마검과 흑풍흡검, 그리고 카인의 마나 연공법을 꽤나 올려놓은 상태였었다.

잠을 안 자고 수련하니 확실히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

[뇌전마검雷電魔劍 2성 - 92%]

[흑풍흡검黑風吸劍 2성 - 1%]

[카인의 마나 연공법 4성 - 42%]

연공법과 검술의 경지가 함께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서로 시너지를 냈는데, 엄청난 상승효과를 보여주었었다.

검에 실리는 오러의 질이 달라졌으며, 파괴력 부분에서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어떤 것도 게을리할 수 없어.’

현재 시각 새벽 4시.

실내 연무실은 마력석으로 환히 밝혀져 있다.

‘시작해볼까?’

착―!

손등에서 용골검을 소환한다.

우우우웅―

용골검에 분명하고 확실한, 9성 전력의 뇌기가 어린 오러를 실었다.

아직 10성 마나 전부를 쓸 10성급 오러 하트를 만들지 못했기에 9성이 최대치라 할 수 있었다.

파지지지지직―!

용골검의 흑빛 검신에서 황금빛 오러가 스파크와 함께 타오른다.

언제나처럼 휘두르기부터 시작한다.

쉬익―! 쉬익―! 쉬익―!

매일매일을 종으로, 횡으로, 대각으로, 8방을 1,000번씩 휘두르고 나서야 뇌전마검과 흑풍흡검을 수련했었다.

예전 아벨도 방에 갇혀 있을 때 항상 정확히 8방을 휘두른 후, 검술 대신 미세하게 각도를 틀어 변형된 휘두르기를 해왔었다.

쉬익―! 쉬익―! 쉬익―! 쉬익―!

검자루를 어느 정도의 힘으로 잡아야 할지, 어느 정도의 힘을 쏟아 휘둘러야 할지, 뿐만 아니라 다리부터 허리까지, 그리고 이어지는 어깨와 팔, 직접적으로 검자루를 잡고 있는 손아귀까지 힘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그런 세세한 것들을 각각 1,000번씩 휘두르며 확실하게 익히려 했었다.

아무리 ‘천고의 검재’ 덕분에, 아벨이 10년 가까이 검을 휘둘러 완벽한 자세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의식중에 휘두르는 자세라도 한결같이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

뇌가 아닌 몸이, 세포 하나하나 모두 온전히 기억하길 바라면서.

휙― 휙― 휙―

그렇게 정확히 8방으로 1,000번씩 검을 휘두르고 나서야, 아벨은 검을 멈춰 세운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하며 숨을 가다듬고서는.

‘오늘도 뇌전마검을 수련하자. 조금만 더 하면 3성이다.’

검을 다시 고쳐 잡는다.

곧 3성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다시금 검에 오러를 불어 넣는다.

그런데.

띵동―!

검을 내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다.

‘도대체 누가.’

무시하기로 한다.

그래서 다시 자세를 잡는데.

띵동―! 띵동―!

“…….”

반응이 없으면 갈 거라 생각해 가만히 1분 정도를 기다린다.

다행히 1분이 지날 때까지 다시 누르지 않아 이제 갔겠지 하고 집중을 하려 하는데.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이런 미친 새끼가!”

이젠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누를 생각인 듯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착―!

용골검을 손등에 거둬들인 후 윗옷을 대충 입고 곧장 연무실을 나섰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현관문에 설치된 감시구를 통해 밖에 누가 왔는지 확인했다.

‘윌리엄?’

벌컥―!

거칠게 문을 연다.

띵동―! 띵동―! 띵―

“아, 아벨!”

비루먹은 개새끼마냥 불쌍한 얼굴로 서 있다.

“이게 대체 무슨―!”

그때였다.

‘아!’

생각났다.

소설에서도 찾아왔었다.

아벨에게 제발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고 말이다.

그땐 아벨이 순순히 윌리엄의 말을 들어 주겠다 약속했었다.

‘물론 그럼에도 윌리엄의 소원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윌리엄이 왜 찾아왔는지 알게 되자 더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상을 팍 쓰며 더없이 싸늘하게 말한다.

“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실례 좀 할게.”

막무가내로 들어오려 했다.

척―

들어오려는 윌리엄을 막아내며 말한다.

“안됩니다. 그리고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하고 들어오시려 하는 겁니까?”

황실의 인원들은 모두 저런 식이다.

어린아이처럼 자기 맘대로 하려고만 했다.

“지금이 몇 신데? 아 나 몰라. 나 밤새 한숨도 못 잤단 말야.”

저 투정 부리는 모습을 보니 진짜 미친놈 같아 보인다.

너무 어이가 없다.

“어쩌라는 겁니까?”

“어?”

“그래서 저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형님이 밤새운 거랑 저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 그건.”

“여기서 용건만 짧게 말씀하시고 돌아가시지요. 아니면 수업 끝나고 찾아오시든가.”

“얘기가 긴데…….”

“그럼 다음에 하시죠. 저도 좀 더 자야 하니.”

“아벨!”

얼굴을 잔뜩 구기며.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새벽부터 찾아와선 말입니다. 아무튼 돌아가시지요. 그럼 전 이만.”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자, 잠깐!”

그러자 윌리엄이 다급히 문틈에 팔을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다.

“오늘 야외 수업 있지? 던전에서 말야. 그때. 절대. 절대 케이와 같은 조가 안 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왔어.”

피식― 비웃는다.

“지금 그 말 하려고 이 새벽에 오신 겁니까?”

“그래. 제발 이 형을 봐서라도 한 번만, 딱 한 번만 같은 조를 피해줘.”

“그건 저보단 케이에게 가서 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전 선택권이 없어서 말입니다.”

이게 맞았다.

아벨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서 소설에서 아벨이 케이에게 같은 조를 피하자고 말하지만, 케이가 무시하고 아벨을 선택해 결국엔 같은 조가 되고 말았었다.

“알아! 그런데!”

“싫다고 거절했습니까?”

“그, 그게 아니라!”

싫다고 거절한 듯했다.

얼굴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좋습니다. 형님 부탁 제가 들어드리지요.”

“정말?!”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어, 어?”

“형님께서도 훗날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죠.”

“어! 어! 당연하지! 우린 형제인데!”

“말만으로는 못 믿겠습니다.”

그랬더니 윌리엄이 어벙한 소리를 낸다.

“어엉?”

“맹세의 마법을 해주셔야겠습니다.”

“……?!”

“싫으시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매, 맹세의 마법……?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분명 윌리엄도 맹세의 마법 같은 경우 절대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걸 잘 알 것이었다.

“형님. 형님 같으면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어……? 그게 무슨……?”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우리 까놓고 이야기하죠. 저를 루드스로 집어넣은 건, 다름 아닌 다프네 님과 떨어트리기 위함 아니었습니까? 다프네 님의 무한대의 신성력 때문에 제가 쉽게 죽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오늘도 뭔가 있으니까 케이와 떨어트리려는 거고 말입니다. 아닙니까?”

“무, 무, 무슨 허, 헛소리야!!”

냉정하게 현실을 알려준다.

“아무튼 싫으면 그냥 돌아가시면 됩니다.”

“이, 이, 이, 이……!”

이젠 아무리 멍청한 윌리엄이라도 맹세의 마법을 하지 않으면 아벨이 결단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거란 걸 깨닫는다.

“그럼.”

아벨이 자신을 무시하고 문을 닫으려 하자.

“잠깐만! 아, 알겠어! 하, 하, 하면 되잖아!”

물끄러미 비루먹은 개새끼 같은 윌리엄을 바라본다.

아벨의 차가운 눈빛이 무서운지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 그 눈을 피한다.

“좋습니다. 들어오시지요.”

그런데 들어오지 않는다.

“케이 영애 관련한 것만 빼고!!”

“……?”

“케이 영애 관련한 것만 빼고 다 들어주겠다고!”

피식―

재밌는 놈.

“알겠습니다.”

그제야 윌리엄도 아벨을 따라 들어갔다.

철컥―

문이 닫혔다.

시간 끌 거 없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준비해둔 마법 양피지와 서로의 피를 담을 그릇을 꺼냈다.

“바로 시작하지요.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응…….”

아벨은 곧장 손가락을 베 피를 담았고 그 피로 마법 양피지에 맹세의 내용을 썼다. 윌리엄도 아벨을 따라 똑같이 했다.

같은 내용의 두 피가 양피지에 담기자, 맹세의 마법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양피지에서 빛무리가 흘러나오더니 아벨과 윌리엄을 감싸 안는다.

결코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소름 끼치며 거북한 느낌이다.

끝나자마자 윌리엄에게 말한다.

“이제 돌아가시지요. 모든 게 끝났으니 말입니다.”

명백한 축객령에도 윌리엄은 가만히 버티고 서서 아벨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러다가 아벨을 향해 발악하듯 소리친다.

“너 꼭 약속 지켜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멍청한 말에 한껏 비웃는다.

“훗― 맹세의 마법 때문에 안 지키려 해도 못 그럽니다.”

그런 아벨이 너무나 얄미웠는지.

“제기이라아아아알―!”

어울리지도 않는 욕 한 번 내뱉고 나가던 윌리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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