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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21화 (21/178)

제21화

21화. 본보기가 필요해(2)

‘아벨이 최연소 우승자였어.’

소설에서 ‘정의 무투회’ 최연소 우승자는 다름 아닌 아벨이었다.

아벨은 루드스에 입학한 그해에 우승하여 전설로 이름을 남긴 것이었다.

‘하긴 카시드도 18살에 7성 초반의 검사이니 충분히 최연소 우승자를 노릴 만하지.’

하지만 카시드는 아벨이 우승했던 그해 ‘정의 무투회’에서 7인의 성검사 중 한 명인 ‘정의의 검 크리스찬 요한센’을 만나 준결승에서 패해 떨어지게 된다.

아벨은 그 대단했던 크리스찬 요한센에게, 무려 3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간신히 승리를 얻어 우승한 것이었고.

‘현 최연소 우승자는 20살에 우승한 하베츠였어.’

하베츠를 만나보지 못해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현재 8성 후반의 검사일 것이었다.

‘하베츠도 꽤나 강했었지.’

『에브니아 전기』 세계관에서 하베츠는 인간들 중 아벨, 카시드 다음의 강자였었다.

고조되는 분위기가 싫었는지 지산이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번 던전 수업 때 조별로 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우리들이 조장이 되겠어.”

아무것도 모르는 케이가 물었다.

“우리가 조장이야?”

들어 알고 있던 카시드가 대답한다.

“듣기로는 7등까지 조장이 된다더군.”

지산이 케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허허― 다른 녀석들이 우리 저하를 먼저 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케이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안 돼! 내가 저하를 택할 거란 말이야!”

아벨을 바라보며 입술을 삐쭉 내민다.

“그쵸? 저하. 저랑 같은 조 하실 거죠?”

하지만 아벨은 케이와 함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케이가 날 선택하게 해선 안 돼.’

사실 그 날 황후와 황비들이 준비한 첫 번째 공격이 있던 것이었다.

소설에서와 달리 지금의 아벨에겐 그렇게까지 대단한 공격이 아니긴 했었지만.

아무튼.

‘별거 아니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케이가 다칠 수도 있으니 같은 조는 피하는 게 좋았다.

* * *

오후 수업은 예상했던 대로 매주 수요일마다 있는 대인전對人戰 수업으로써, 등수에 영향을 주는 지명 대련이 있었다.

뒤에서부터 상대를 정할 수 있었는데, 아벨은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았기에 아직 등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벨은 지명을 하지 못했었기에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서 나타났으면.’

그때였다.

‘저놈이겠군.’

아까 점심시간에 복도 구석에서 아벨을 택하겠다는 놈이 나온 것이었다.

그놈은 소설에서도 아벨과 케이를 괴롭힌 연놈들 중 한 명이었는데, 역시나 그 녀석은 아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었다.

“아벨 저하와 하겠습니다.”

아벨을 택한 학생은 13등의 조지 셀브레드라는 놈으로 4성 검사였다.

실기 재능에 비해 등수가 떨어진 이유는 필기 점수가 매우 저조한 탓이었다.

‘고맙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그런 비겁한 부류의 놈이었다.

그리고 이놈은 3 황자파 귀족이었다. 분명 윌리엄의 명을 받았을 것이다.

‘지더라도 아벨을 욕보이라고 말이야.’

윌리엄은 아벨이 케이와 부쩍 자주 다니자 매우 언짢아했었다.

기숙사 앞에서 마주칠 때마다 케이와 왜 그렇게 붙어 다니냐고 따져와 짜증 나려던 차였다.

‘너랑은 안 돼.’

무엇보다 케이가 윌리엄을 질색하고 있었다.

그런 놈에게 여동생 같은 케이를 절대 줄 수 없었다.

‘그러니 윌리엄도 보고 정신 차릴 수 있게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야겠어. ……응?’

“이거 참. 아벨 저하. 어서 나오시지요. 아― 준비 중이십니까? 아니면 쫄으신 거? 크큭―”

아벨의 상념을 깨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

고개를 들었다.

시건방진 소릴 해대는, 재수 없게 생긴 조지란 새끼를 노려본다.

조지는 4성 후반의 성취를 갖고 있었기에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의 힘으로 5성 마나를 얻었다 알려진 아벨을 굉장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벨이 제국기본검술밖에 못 쓴다고 착각하고 있었고.

“하긴 겁나시겠죠. 크큭― 이거 송구해서 제대로 할 수나 있겠습니까?”

그의 찢어진 두 눈이 아벨의 몸을 훑었다.

늑대라기보다는 하이에나와 같이 약자만을 노리는 비열한 눈이었다.

‘네녀석들은 내가 적당히 넘어가겠지 하고 생각하겠다만.’

혹시나 아까의 말들과는 달리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다.

오늘 나타나지 않고, 훗날 케이가 설사약이나 마비독에 중독되는 것을 봤다면 반을 뒤집어엎을 생각이었다.

‘적당히 따위 없다.’

그러니 절대 적당히 할 생각 없었다.

반의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본보기를 보여줄 생각이다.

저런 똥파리들이 너무 엮이지 않게.

“겁나시는 건 이해하겠습니다만. 이거 너무 굼뜨십니다. 저하.”

‘좋아. 정말 좋아.’

불손하고 경박하고.

본보기로 딱 적당하다.

“크크큭―”

“좀 봐주라고 조지! 저하는 겨우 16살이라고!”

아까 복도에서 함께 아벨을 씹던 그 빌어먹을 녀석들이 아벨을 비웃고 있었다.

“들으셨습니까? 저하? 어떻습니까? 제가 좀 봐드립니까? 쯧쯧― 검술은 제국기본검술밖에 못 배웠다고 하던데. 이거 참 안타까워서 참.”

아벨이 황자임에도 이들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거칠 게 없었다.

‘원망하지 말아라.’

“저 버러지들이! 감히 황자 저하께!”

“아벨 저하 힘내세요! 저런 것들은 그냥 가볍게 물리쳐 주세요!”

케이와 로디아 두 사람만이 아벨을 응원했다.

조지는 케이와 로디아의 응원을 듣고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맘껏 비웃는다.

“푸하핫―! 케이! 로디아! 오늘 점심 잘못 먹었어?! 하하하하―!”

터벅― 터벅―

아벨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대련용 검을 들고 연무장 중앙으로 나선다.

조지 앞에 서서.

“재미있나?”

실실 처 웃으며 못 들은 척을 한다.

“네에?”

철컥―!

투구를 썼다.

“닥치고 덤벼라.”

아벨은 오러 하트를 자극해 전에 보였던 5성의 마나를 활성화했다.

그리곤 마나 로드를 통해 검에 마력을 주입한다.

‘네까짓 것은 제국기본검술로도 충분하다.’

뇌전마검이나 흑풍흡검까지 쓸 필요 없었다.

제국기본검술이면 충분했다.

우웅―!

파지지직―!

선명한 뇌기 어린 검기가 형태를 갖췄다.

‘경험 좀 쌓고 혼내주자. 나는 실전이 매우 부족하니.’

식사 후 계속 생각해 봤는데 경험도 쌓을 겸 적당히 갖고 놀다가 혼내줘도 될 듯했다.

그게 더 농락한 것처럼도 보여 효과도 좋을 듯했다.

‘30분이라 했겠다.’

최대 대련 시간은 30분이었다.

“풋―!”

반면 조지는 아벨의 그 검기를 보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뒤돌아 걸으며 느릿하게 투구를 쓰며 말한다.

“크큭― 영약으로 만든 검기라. 뭐 상관은 없습니다만. 좋습니다. 그럼 무례를 무릅쓰고…….”

탓―!

순간 뒤돌아 선공을 하기 위해 조지는 땅을 박찼다.

검을 들어 올리는 그 순간에 그 역시 검기를 만들어냈다.

쎄에엑―!

우우웅―!

급작스럽게 만든 검기이지만 꽤나 선명한 검기였었다. 아벨의 머리를 향해 올곧게 검을 내리쳤다.

그 단순한 공격을 아벨 역시 단순하게 검을 들어 막는다.

콰쾅―!

나름 검기라 충격파가 서로를 향해 터져 나간다.

“크윽! 제법입니다만 저하!”

충격파에 영향을 받아 한 발자국 밀려난 조지와는 달리, 아벨은 그 미약한 충격파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격을 하지 않는다.

‘약해도 너무 약하군.’

약한 척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지가 호기롭게 소리치며.

“한 번 더!”

튕겨 오르는 검의 반동을 무시한 채 재차 검을 내리쳤다.

쾅―! 쾅―!

“제법입니다! 저하! 하지만 말입니다―!”

‘말이 참 많군.’

조지는 아벨이 자신의 검을 간신히 받아 낸다고 착각했다.

콰쾅―! 쾅―!

하지만 아벨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이 조지의 검격을 계속해서 가볍게 막아냈다.

끼이이익―!

적당히 쳐내다가 이제는 흘리는 연습을 한다.

‘30분을 채워야겠어.’

조지는 예상외로 아벨이 잘 막자, 단순한 공격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가문의 검술을 쓰기로 한다.

“차아아압―!”

이름을 알 필요조차 없는 약한 검술을 쓰면서 조지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제 끝이다!”

쎄에에엑―!

콰콰콰콰―!

“……?!”

하지만 전과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

아벨은 여전히 그의 비기를 아무렇지 않게 흘려 넘겼고, 이에 조지는 흥분하여 비기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쾅―! 콰콰쾅―!

그렇게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자 다들 이젠 좀 끝냈으면 하고 바라보았다.

보통 10분 전후로 끝났던 것이었다.

대련을 시킨 마고스도 마찬가지였다.

‘봐주고 있군.’

마고스의 눈에는 아벨이 상대에 맞춰 봐주고 있는 게 뻔히 보였었다.

‘하지만 실전이 없는 건 분명해. 처음 대련하는 듯하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상대에게 익숙해지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재능은 재능이야.’

6년 전과 같이, 역시 그 재능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교수님 30분이 지났는데요!”

마고스는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케이를 바라보았다.

케이는 아벨이 반격을 하지 않는 이유가 상대적으로 검술이 약해 그런 것이라고 여긴 것이었다.

아벨도 케이가 한 말을 들었다.

조지도 그 말을 들었었고.

“제길! 왜 이렇게 끈질겨! 별것도 아닌 게!”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 것에 분개하며 아벨을 향해 자신의 최고의 비기를 쓴다.

아벨은 그런 조지를 바라보며 이젠 그만 끝내기로 한다.

‘끝내주지.’

번쩍―!

이름 모를 조지의 비기가 나름 살벌한 검격이 되어 아벨을 향해 덮쳐왔고.

콰쾅―! 파지지직―! 끼이이익―!

아벨의 검이 이번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조지의 검을 미끄러트리며 그 검격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엔 전과는 좀 달랐는데, 그 기세를 이어 조지의 왼 팔목을 벤 것이었다.

대련용 검이 아무리 날이 없는 무인검無刃劍이라고 하더라도 검기를 입힌 검은 어느 정도의 날카로움을 보유하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악―!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 피가 세차게 뿜어 나온다.

‘대련용 검이라 그런가.’

손목을 자르려고 했었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완전히 잘리지는 않았었다.

그럼에도 80%는 잘려 허연 손목뼈와 분홍빛 속살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였다.

“크아아아아아악―!!”

간신히 살에 붙어 덜렁덜렁거리는 손목을 붙잡고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아벨을 바라본다.

우우웅―!

아벨의 검에 묻은 조지의 피가 파지직―! 스파크가 튀는 검기에 휩싸여 기묘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황금빛 검기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아름다움에 모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철컥―!

투구를 벗었다.

아벨의 아름답고 매정한 얼굴이 드러났다.

“실망스럽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실망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당연하다는 얼굴.

“치료부터 받아라. 다음에 또 해야 하니.”

마고스는 굳은 얼굴로 아벨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신관 치료해줘라.”

“아, 아 넵!”

대기하고 있던 신관이 조지의 팔목에 최상급 포션을 뿌리고 회복마법을 시전한다.

“그리고 로디아.”

모두 로디아를 바라보았다.

“신관을 도와주어라.”

로디아는 대답 없이 떨떠름한 얼굴로 조지에게 다가갔다.

신관을 도와 덜렁거리는 팔목에 회복마법을 시전했다.

마고스는 그렇게 초동조치를 취한 후 아벨을 바라보며 묻는다.

“왜 처음엔 봐주셨던 겁니까?”

“……?!”

다들 그 말에 굉장히 놀란 눈치였다.

반면 아벨은 덤덤하게 대답한다.

“이때까지 대련 한 번 한 적 없어서, 그래서 좀 더 오래 붙고 싶었습니다.”

“좋습니다. 이해합니다.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시더군요.”

“앞으로도 전 대련을 이런 식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앞으로도 꼭 피를 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마고스를 조금은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교수님. 저 녀석이 절 어떻게 대했는지 보셨잖습니까? 감히 제국의 황자를 어디 비루먹은 개새끼처럼 대한 것 말입니다.”

“……?!”

아까 함께 비웃던 새끼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경고하나 하지. 저 새끼처럼 내게 까불고 싶으면 날 죽일 각오로 까불어라.”

아벨의 독기 가득한 말에 마고스가 나무란다.

“……저하. 문제를 키우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저 역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좀처럼 절 가만두질 않는군요. 안 그렇습니까? 스승님?”

그 말을 끝으로 대련장을 내려가던 아벨이었다.

* * *

“뭐? 아벨이 조지의 팔을 베?”

호들갑을 떨며 말한다.

“네에! 그렇다니깐요!”

전장의 칼날처럼 그 날카로운 눈빛에 살심이 가득하다.

“감히 철가면 따위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답답한 소릴 해대는 동생을 향해 소리친다.

“어떡하긴 멍청아! 당연히 잡아 족쳐야지!”

“그니까 어떻게요?! 여기는 황궁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젠 독도 안 통하고 말이에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 한심한 것에 한숨을 내쉰다.

“후우― 병신아. 걱정 마라. 그럴 줄 알고 어마마마께서 황후마마와 함께 다 준비해두셨다.”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정말요?”

“그래. 네 어미만 쏙 빠졌지. 항상 그래 왔듯이.”

어미란 말이 나오자 발끈해 소리친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세요! 저희 어마마마만 빠졌다니요! 저번 독살은 저희 어마마마께서 지휘하신 거잖아요!”

쾅―!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고선.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말대꾸를!”

콰쾅―!

쩌쩍―!

이번엔 반대편에서도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쳐 박살을 냈다.

“……?!”

“세르지 오빠. 지금 싸우자는 거예요?”

세르지는 레이첼의 무력시위에 살짝 쫄았었는데, 그 사실에 발작하듯 소리친다.

“이 빌어먹을 연놈들이! 레이첼! 네년도 잘 알아둬! 지금 네 두 연놈들이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왜 아덴의 카시드가 철가면 새끼랑 붙어 다니는 거냔 말이다! 마치 따까리 새끼마냥! 이게 말이 돼?! 그리고 케이 그 년도 그래! 케이 역시 너희 같은 귀족이 아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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