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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8화 (18/178)

제18화

18화. 원예부에서 생긴 일(1)

지산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런가?”

“너희들도 알다시피 제국의 모든 귀족은, 다이나 황후마마의 황태자파, 캐서린 2 황비 마마의 2 황자파, 셀비 3 황비 마마의 3 황자파에 속해 있어. 그런데 아벨 저하만이 그러한 배경이 없으시거든. 그리고 황태자 저하와 2, 3 황자 저하께서는 아벨 저하의 그 뛰어난 재능을 매우 경계하고 계셔서, 그런 이유로 다른 또 재능 있는 귀족들이 아벨 저하와 접촉하는 걸 굉장히 언짢아하고 계신 상황이야. 그래서 그래.”

“그럼 케이는 어떻게 아벨 저하에게 저리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거지? 케이도 제국의 대귀족 영애이지 않나?”

로디아는 아벨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케이를 바라본다.

“가문의 명을 애써 무시하는 걸 거야. ……케이는 확실히 너무 착한 거 같아.”

이제 이해된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지산이었다.

“그렇군.”

“응. 아마도 동정심에 저렇게 살갑게 대하는 걸 거야. 맞아. 분명 그럴 거야.”

하지만 동정심이라기에는 케이가 아벨에게 너무 딱 달라붙어 있었다.

아벨이 조금씩 거리를 두려고 함에도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졌다.

그때 지산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호쾌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 근데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가? 앞으로 이 지산은 저하와 케이를 응원해야겠어. 하하핫―”

“…….”

“…….”

아무런 대답이 없자 혼자 머쓱해 하며 말한다.

“그나저나 이제 도착했군.”

동아리 건물에 도착한 것이었다.

역시나 거의 모든 동아리가 신입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길가에 좌판을 깔고 홍보하고 있었다.

“여기 여기! 자네 참 악기 잘 다룰 거 같이 생겼네마흡―!”

“감성 있게 생겼군! 문예창작부에 오는 건 어떤가악―!”

“함께 대륙을 돌며 역사에 남을 지도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으힉―!”

그렇게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면서도 아벨이 가까이 다가가자,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고개를 홱― 하고 돌려 모른 척했다.

“…….”

아벨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별생각이 없었지만, 케이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나는 듯했다.

“저게 말이 돼요?! 진짜 치사하다! 치사해! 더러워서 안 간다! 안 가!”

마구 화를 내는 케이를 향해.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 기대도 안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하잖아요! 아오! 진짜!”

“그래도 이 많은 동아리 중에 하나 정도는 있지 않겠느냐? 정 없으면 안 들어가면 되고. 그래. 그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군.”

진심으로 하는 소리였다.

솔직히 그 어떤 동아리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었다.

안 받아준다면 안 받아준 대로 핑계 댈 수도 있어 좋았다.

그래서 차라리 원예부가 소설과는 달리 안 받아줬으면 했다.

‘사실 원예부도 케이의 힘이 컸었지.’

당시 원예부에서 아벨을 받아준 데에는 다름 아닌 케이의 힘이 컸었다.

케이와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여자들이 그곳 부장이고 부원들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원예부원들의 가문에서 그녀들 모두 내놓다시피 했었기에, 아벨을 부원으로 받아도 두려울 게 하나 없던 상황이었다.

물론 무엇보다 케이가 어릴 때부터 아벨을 좋아해 온 걸 잘 알고 있어 적극 돕고자 하는 게 컸었고 말이다.

‘휴― 진짜 원예부밖에 없는 건가.’

동아리들의 반응들을 보니 확실히 소설에서처럼 원예부밖에 가능성이 없을 듯했다.

아무리 열심히 홍보활동을 하던 학생들도 역시나 아벨과 케이가 다가가자.

“들어오지 않을 훅―!”

“여기야 여기! 너의 자리헉―!”

“우리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학―!”

반응들이 한결같이 똑같았으니 말이다.

“…….”

물론 몇몇 여학생들은 몽롱한 얼굴들을 한 채 자판 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반응들을 보이기도 했었지만.

“근데 잘생기긴 진짜 잘생기셨다…….”

“내가 그냥 데리고 살고 싶네…….”

“나도 그냥 가문을 떠나 둘이서 어디 산속에서라도 살자고 할까……?”

“혼란하다…… 혼란해…….”

그리고 몇몇 화가 많은, 많이 혼나고 싶은 남학생들도 멀리서 말하면 안 들릴 줄 알고 갖은 개소리들을 지껄이고 있었고.

“도대체 왜 케이 영애가 아벨 저하와 함께 다니는 거야?”

“죠슈아 그 새끼는 오빠가 돼서 뭐하는 거냐고?”

“야 냅둬. 어차피 케이 영애는 검사부에 들어올 거니까.”

“철가면이나 쓰고 다니지.”

“그러니까 말야. 세르지 저하께 혼나고 싶은 건가?”

‘이 새끼들이.’

웬만해선 그냥 넘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그러기엔 저 개소리들이 너무 귀에 잘 꽂혔다.

그래서 본때를 보여주려 했었는데.

“저 검사부 안 들어갈 거거든요! 그리고 제가 무슨 어린애인 줄 아세요! 오라버니 말만 듣게! 내가 누구랑 다니든 선배님들이 무슨 상관이세요?! 그리고 죽어도 선배님들하고는 같이 안 다니니까 제발 헛소리 좀 작작하세요! 흥! 거울이나 좀 보고 오지! 어이없게! 저하! 우리 저런 쓰레기 같은 소리 듣지 말고 어서 빨리 가요!”

케이가 아까처럼 또 참지 못하고, 그들을 향해 먼저 화를 낸 것이었다.

그러고선 깜짝 놀란 아벨의 손을 잡고 끌고 간다.

“케이. 계속해서 말하지만 난 정말 괜찮다.”

하지만 케이는 좀처럼 화가 안 풀리는 듯했다.

“도대체 다들 왜 그런대요?! 아버님도 그렇고! 저하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다고!”

고마운 케이에게 은은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덕분에 네가 날 이렇게 챙겨주지 않느냐.”

멈칫―!

“네?”

잠시 멍하니 아벨을 바라보다.

“아……! 그, 그건……! 아무튼!”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다시 아벨을 질질 끌고 간다.

이젠 잡은 손마저 빨개져 있다.

“어디까지― 아.”

원예부였다.

원예부를 지나치던 것이었다.

그때.

“케이!”

그쪽에서 먼저 케이를 알아보고는 불렀었다.

케이도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 난 곳을 바라봤다.

“어? 리나 언니!”

조화 꽂힌 화분들 대충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던 좌판을 리나 언니라 불린 여학생과 원예부원으로 보이는 또 다른 여학생 둘이 함께 지키고 있었다.

아벨은 혹시나 원예부에서 먼저 들어오라 할까 봐 몸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본다.

케이는 리나라 불린 여학생의 손을 반갑게 잡고 해맑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잘 지내셨어요?!”

“나야 당연히 잘 지냈지! 안 그래도 너 입학했다는 소리 들었었어!”

“저도 언니 찾아가려고 했었어요!”

“그래?! 근데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만나냐!”

원예부는 사실 거의 끄트머리에, 신입생들이 잘 볼 수 없는 곳에 좌판이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요!”

그러니 여기서 만난 게 마치 운명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나가 케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케이 혹시 동아리 들어갔어?”

그 말에 금세 침울해져가지고는.

“아직이요…… 리나 언니네는 무슨 동아리예요?”

아직이란 말에 일말의 희망을 얻었다.

“우리? 우리는 원예부야. 화려하고 아름다운 네가 들기에는 조오금 아담한 부긴 하지만. 헤헤―”

말하면서도 민망해하는 리나였다.

하지만 케이는 착하게도 리액션을 크게 하며 받아준다.

“원예부요?! 이야! 정말 근사한데요?!”

“진짜?! 진짜 그렇게 생각해?!”

“물론이죠! 리나 언니가 계신 곳인데!”

케이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니 희망을 조금은 더 키워도 될 듯했다.

‘못 먹어도 간다’라고 일단 물어나 보기로 한다.

“케이! 그럼 너 우리 원예부에 들어올래?! 우리가 말이 원예부지 사실 원예보다는 수다 떨고 휴식을 갖는, 우리 루드스인들에게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유익한 동아리거든! 수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랄까?! 너 필요할 때 그냥 와서 쉬기만 하면 된다고! 딴 거 할 필요 전혀 없어! 그냥 쉬기만 하면 돼! 어때?! 좋지?! 들어올래?! 응?! 어때?!”

리나의 적극적인 모습에 조금 미안해졌다.

“아…… 그러고 싶긴 한데…….”

그러면서 등 돌린 아벨의 옷깃을 당겼다.

‘역시 피할 순 없는 건가…….’

역시 스토리는 피할 수 없나 보다.

체념한 아벨이 몸을 돌려 옷깃을 당긴 케이를 바라보자 케이도 고개를 들어 아벨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꼭 집사에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아기 고양이 같았다.

한숨을 푹 내쉬며 묻는다.

“후― 내가 들어갈 수 있겠는가?”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꺄아아아아앗―!! 역시 아벨 저하시잖아!! 꺄아아아아아아악―!! 설마 했었는뎁!!”

리나는 대답 대신 마치 발광하듯 소리 지르며 마구 밤색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더니, 케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내가 진짜 누군가 했다! 우리 예쁜 케이의 마음을 뺏은 놈이 말야! 으히히히―!”

이쯤 되니 케이도 불길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왜 그러세요…… 언니…….”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같이 들어갈 곳을 찾는 거야?! 저하와?! 으헤헤헤―!”

“……그렇긴 한데…… 아, 안 되나요……?”

또다시 발광하듯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악―!! 금단의 사랑―!! 꺅―!! 꺄아아악―!!”

이제는 다른 원예부원들도 같이.

“우리 원예부에 남신과 여신이―!”

“오오오― 정의의 신이시여 역시 정의는 죽지 않았군요.”

“……?”

아벨이 느끼기에 소설의 내용보다 반응들이 너무 극단적이고 격렬한 것 같았다.

‘소설에서도 이랬었나……? 아니면 철가면을 벗어서 그런가……?’

리나는 케이의 손을 잡고 크게 흔들며 말한다.

“무조건 우리 원예부로 와!! 우리가 받아줄게!! 얘들아 괜찮지?!!”

“당연하지!!”

“그래!! 우리가 두 사람의 사랑의 울타리가 돼주자!!”

그 말에 케이는 매우 당황해한다.

“어, 언니 그런 게 아니라―”

케이의 말을 끊으며 옆구리를 또 쿡쿡― 찌르더니.

“아니긴 뭐가 아냐! 으흐흐―! 네가 어릴 때부터 아벨 저하, 아벨 저하 하면서 노래를 부른 건 우리도 잘 알고 있다만! 저하와 맞춰서 입학한 것도 신기했었는데! 이렇게 동아리마저도 함께 들어가다니! 역시 우리 케이는 신시대의 여성이라니까!”

‘역시 그랬었군.’

소설의 초반부라 다 기억하고 있진 않았었다.

그래서 가끔은 16살의 케이가 ‘왜 굳이 조기 입학을 했을까?’ 하고 궁금할 때도 있었었다. 보통은 카시드와 지산처럼 18살에 입학했던 것이었다.

케이는 이젠 다 포기했는지 두 눈을 꼬옥 감고 소리친다.

“언니도 참! 몰라요! 아무튼! 우리 여기 가입할게요!”

“으히히―! 당연히 그러셔야지! 여기 어서, 어서 서류를 작성하셔요!”

“저도요. 저도 들어갈래요.”

로디아였다.

언제 왔는지 옆에 서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카시드와 지산은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요! 다 들어와요! 히히히―! 한 해에 이렇게 많이 들어오는 건 또 처음이네요!”

그리고는 도망갈까 봐 아벨의 손을 덥석 잡고선.

“오늘 우리 환영 파티해요! 무조건! 무조건 해야 해요!”

* * *

축하 파티라 해봤자 술을 마시면서 아벨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 자리였다.

케이가 특히 아벨에 대해 궁금해했기에, 다른 부원들은 적극 케이를 도와주었었다.

원예부원들은 셋 다 3학년이었고 나이가 20살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위스키나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어린 케이와 로디아에게는 도수가 약한, 포도 주스라고 속인 샴페인을 주었었고.

‘그래. 이 동아리는 원예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술만 먹는 동아리였어.’

부실에 냉장 상자가 다섯 개나 있었고, 다섯 개 다 대륙 각지의 술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리나는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위스키 한 잔을 하며 말한다.

“저희들은 저하께서 마법 수련을 하시다가 끔찍한 화상을 입으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철가면을 쓰시는 거라고.”

아벨도 위스키 한 모금 마시며 말한다.

“별일 아니다. 그냥 모든 게 싫어져서, 잠시 방 안에서만 있었을 뿐. 사춘기 같은 거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그때.

벌컥― 벌컥―

갑자기 로디아가 컵째로 원샷을 때리더니.

“뭐가 별일 아니에요! 황후마마나 다른 황비 마마들이 아벨 저하의 재능을 두려워해 강제로 가둬둔 거잖아요! 철가면도 너무 아름다우셔서 일부러 씌운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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