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16화 (16/178)

제16화

16화. 슬기로운 루드스 생활(2)

지산이었다.

이어 카시드도 함께 들어왔다.

강의실로 들어온 카시드와 지산은 케이의 옆으로 와 앉았다.

두 사람은 아벨에게 인사를 한다.

“어젠 잘 들어가셨습니까?”

“파티를 함께 못 해 아쉬웠습니다. 저하.”

그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다. 오히려 푹 쉬어서 좋았다.”

그 말에 카시드는 피식― 웃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뭐 다행입니다.”

그러면서 케이에게 묻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있던 건가?”

“대박! 있지! 저하께서 6년 전 황궁 무도회에서 날 보셨데! 그리고 기억도 하시고 말야!”

들뜬 케이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인가?”

“당연하지!”

지산은 케이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어제도 술에 취해 저하 어디 갔어? 저하 어디 가셨냐고? 하면서 찾더니.”

당황해서 얼굴이 새빨개진다.

“내, 내가 언제!”

“기억 안 나는 건가? 하긴 잊고 싶겠군.”

“뭐어?!”

드륵―

그때 로디아가 들어왔다.

“어? 다들 엄청 일찍 왔네?”

지산은 뾰로통한 케이를 뒤로한 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로디아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로디아. 여기 네 자리 맡아 놨다.”

로디아가 지산의 옆으로 가 앉는다. 아벨에게 인사했다.

“저하. 어젠 잘 들어가셨어요?”

아까와 똑같은 대답을 해준다.

“그래. 덕분에 푹 쉬었다.”

“다행이에요. 하지만 역시 파티를 함께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다음에 같이하면 되지.”

지산도 동의한다.

“저하의 말씀이 맞아. 다음에 같이 하면 되지. 시간은 많으니까.”

그때 카시드가 화제를 돌려 케이에게 묻는다.

“케이 동아리는 어디 들 건가? 검사부?”

“아니. 나는 검사부에는 안 들어갈 거야.”

“아니? 왜?”

“검사부에는 오라버니도 있고, 무엇보다 동아리에서만큼은 검을 좀 놓고 싶거든.”

그 말에 지산이 애늙은이처럼 말한다.

“허허― 좋은 무인이란 어떻게 하면 강해질지 항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거늘.”

하지만 케이는 지산의 말에 별 관심 없다는 얼굴이다.

“지산. 네가 꼭 좋은 무인이 되길 기도할게. 그리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다르거든. 로디아 그치? 너도 신학부에 안 들어갈 거지?”

조금 곤란한 얼굴이었다.

분명 신학부로 들어오라는 명이 있었던 것이었다.

“으응…… 아마도……?”

지산이 놀라 묻는다.

“어? 로디아 너도 일탈하는 건가?”

“루드스에서만큼은 자유롭고 싶기도 해서…… 그럼 저하께서는―”

드륵―

“애들아 안녕?!”

좋은 타이밍에 다른 학생이 들어왔다.

이어서 반 학생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의실에 들어와서는 재잘재잘 서로에 대해 신나 하며 묻는다.

“어제 잘 들어갔어?! 난 오늘 아침에 죽는 줄 알았다니까?!”

“으이구― 그러니까 적당히 좀 먹지.”

“헤헤― 처음 먹는 데 너무 맛있어서 그만.”

다들 어제 있었던 간단한 술파티 덕분에 상당히 친해진 듯 보였다.

아벨은 창밖을 바라보며 더 이상 자신에게 말 걸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마고스를 기다렸다.

삼십 분쯤 더 지나고 나서야, 눈이 부리부리하고 거대한 덩치의 붉은 머리 남자가 들어왔다.

마고스가 들어오자 순식간에 강의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언제 떠들었냐는 듯이 사위가 고요해졌다.

교탁에 서서 말한다.

“반갑다. A반 담임 교수를 맡게 된 마고스 블레이디라 한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만 너희들은 앞으로 나와 4년을 함께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긴장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삐죽 올린다.

“어젯밤 신입생 환영회 때 다들 자기소개 정도는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이젠 내가 너희들에게 자기소개를 받을 차례이니, 지금 바로 연병장으로 집합한다. 10분 주겠다.”

그리고선 곧장 강의실을 걸어나가던 마고스였다.

한 녀석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어서 가자! 늦으면 혼난다고!”

다다다다다―

그럼에도 아벨은 결코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마고스가 자신 때문에 10분이나 줬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충분해.’

느릿느릿 일어났다.

하지만.

“저하! 빨리!”

케이가 아벨의 손을 잡아당겼다.

“…….”

“첫날부터 혼나신다구요! 어서!”

재촉해서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빨리한다.

연무장에 나가자 5열 종대로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아벨과 케이가 제일 늦게 도착했으므로 뒤에 남은 자리에 가서 섰다.

마고스가 앞에 서서 말한다.

“내가 너희들의 실기 담당이니 이곳 연무장에서 간단한 테스트를 하겠다.”

루드스의 수업으로는 크게 실기와 필기로 나뉘어 있었다. 오전에는 필기를, 오후에는 실기를 배우는 식이었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야외 수업을 했었는데, 야외 수업은 제국 내에 있는 던전 탐험 또는 다른 왕국의 아카데미와 연합 훈련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야외 수업 때를 노려 아벨을 죽이려 했었지.’

아무튼 오늘은 수업 첫날이니 가볍게 진행될 것이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1등을 한 사람이 우리 반 반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반장에겐 성적에 엄청난 특혜를 줄 것이니, 다들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소설에선 아벨이 반장을 했지만, 주원은 절대 쓸데없이 반장을 할 생각이 없었다.

‘반장이 되면 귀찮기만 할 뿐.’

그리고 무엇보다 반장이 되면 학생회에 들어가야 했는데, 학생회는 집행부의 수하 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반장이 되면 그놈들의 따까리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던 것이었다.

‘그럴 순 없지.’

“우선 체력 테스트부터 하겠다. 연무장을 뛰되 마지막 한 명이 나올 때까지 뛰어라. 자 출발.”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1등하고 한 바퀴 차이 나면 자동 탈락이다.”

그러자 속도를 내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바로 카시드와 지산이었다.

둘의 체력은 다른 이들에 비해 월등하다 할 만했다.

‘적당히 뛰다 탈락돼야겠어.’

“카시드! 누가 이기나 보자고!”

“훗―! 내가 이길 거다!”

두 사람이 바로 이번 입학시험 실기 부분에서 수석과 차석이었기에, 두 사람 다 실기에선 굉장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카시드와 지산이 속력을 내자, 하위권 학생들은 두 사람에게 순식간에 따라 잡히기 시작했다.

“저하! 빨리 가셔야 해요! 따라잡히겠어요!”

케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아벨을 바라보며 재촉한다.

“먼저 가라. 난 천천히 갈 테니.”

“네?! 왜? 아……!”

아벨이 오랫동안 방 안에만 있었다는 걸 떠올린 것이었다.

그러한 생각을 확인시켜주듯 아벨이 말을 한다.

“케이. 난 오랫동안 방 안에만 있었다. 나는 나대로 천천히 체력을 키울 생각이니. 내 걱정 말고 먼저 가도 된다.”

착한 아이라 곧장 울상이 된다.

자기가 괜히 오지랖을 부려 아벨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생각한 것이었다.

“죄송해요…….”

정말 괜찮기에 안심시키듯 미소 짓는다.

“아니다. 괜찮다. 그러니 먼저 가서 너라도 좋은 점수를 받아라.”

그럼에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머뭇머뭇 거리는 케이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먼저 가. 어서.”

“네…… 그럼 이따 봬요…….”

케이는 속력을 냈고 아벨은 일부러 속력을 늦췄다.

아벨은 딱 20등이 됐을 때 1등을 하고 있던 카시드에게 따라 잡혀 주었다.

카시드는 지나쳐가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저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지산도 지나쳐가며 말한다.

“저하! 다음에 저와 체력 단련 좀 하셔야겠습니다! 하하―!”

아벨은 탈락한 학생들과 함께 천천히 마고스에게로 갔다.

헉― 헉― 헉―

다른 학생들은 매우 헉헉― 댔지만 아벨은 그 정도까지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일부러 땀을 내 소매로 닦아냈다.

마고스는 헉헉― 거리는 하위권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너희는 어떻게 A반에 온 거냐?”

솔직히 상위권과 차이가 나도 너무 나긴 했었다.

반면 아벨은 걱정스런,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하 할 만하십니까?”

“오랜만에 뛰는 거라 역시 어렵군요.”

“저하께서도 곧 저들을 따라잡으실 겁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동쪽 별관에서 6년이나 갇혀 있었다.

아벨의 상태를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다.

‘흐음…… 근데 좀 이상한데…….’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저하 그럼 6년 동안 전혀 수련을 안 하신 겁니까?”

다른 이들과는 달리 호흡이 고른 점과 수련을 안 했다기엔 몸이 검술에 최적화되어 보였던 것이었다.

마고스도 아벨이 황실무고에 다녀왔다는 걸,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가지고 나왔는지도 다이나 황후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기에는 아무리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를 복용했다고 하더라도 단순에 이렇게까지 완벽한 몸이 되진 않았었다.

“솔직히 방이 너무 넓어 검을 휘두르긴 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국의 기본 마나 연공법을 꾸준히 수련해 왔었고 말입니다. 그러니 교수님 말씀대로 저들을 따라잡는 것도 오래 걸리진 않을 것입니다.”

말을 들어보니 방금은 일부러 적당히 뛴 듯했다.

이해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아벨은 즉시 몸을 돌려 뛰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마고스는 아벨이 그래도 몸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들어 알았음에도 여전히 안타깝다는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자신의 월광참검을 아벨이 그때부터 쭈욱 배우고 수련해 왔었더라면 지금의 성취가 그 어떤 누구보다 월등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지켜보자.’

하베츠 때문이라도 지금은 아벨을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신중하지 않게, 전처럼 함부로 아벨을 제자로 삼았다간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아무리 하베츠가 현재 외부에 있다 하더라도 그의 눈과 귀는 여전히 루드스 내에 깔려 있었으니.

‘다시 그럴 순 없지…….’

6년 전 아벨을 가르쳤던 당시만 봤을 때, 마고스는 아벨만큼 뛰어난 검재를 살면서 결단코 본적이 없었다.

아벨을 보기 전까진 하베츠가 최고의 검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벨의 검재는 하베츠가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그러니 욕심이 나 다이나 황후의 분노를 살 거란 걸 알면서도 아벨에 관해 물어본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준비를 해온 것도 같으니…….’

루드스에서는 따로 무술을 가르쳐주지 않았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술을 경쟁을 통해 더욱 발전하게 할 기회를 줄 뿐이었지.

‘검술도 하나쯤은 외워온 듯한데…….’

자신이 기억하는 총명한 아벨이라면 황실무고에서 검술 하나쯤은 분명 외워왔을 것이다.

다이나 황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스승이 있는 것과 독학하는 것에는 대단한 차이가 있지.’

그렇기에 자신이 반드시 아벨의 스승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벨을 월광참검을 완성할 자로 만들고 싶었고.

‘휴…… 그나저나 정말 안타깝군…….’

뛰고 있는 학생들을 여전히 바라보는 아벨에게서 마고스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고스는 아벨이 뛰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한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아무리 아벨이 적당히 뛰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대천사의 피나 드래곤 하트를 복용했다고 하더라도 카시드나 지산에 비해서는 역시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벨은 마고스의 생각과는 전혀 달리 천혜안의 정보를 토대로 나름 배신자들을 평가하고 있던 중이었다.

방금 탈락한 쿠리엘 빼고는 아직 네 사람 모두 뛰고 있었다.

‘카시드가 7성 초반이고, 지산이 6성 중반, 로디아가 4성, 쿠리엘이 5 서클 마법사였지. 마법사치고는 오래 뛰었군.’

역시 다른 이들보다 성취가 월등히 빨랐었다. 다른 신입생들은 평균 3성 정도였었다.

‘카시드와 지산도 대단하지만 로디아가 의외로 대단하군. 4성 검사에다가 4 서클 신성 마법이 가능하니 말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체력 테스트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지산이 반 바퀴 차이 나자 자신이 졌음을 인정한 것이었다.

1등은 카시드였고, 2등은 지산, 3등은 로디아, 4등은 케이였다.

예상했던 바였다.

“잘했다. 다음은 각자의 주 무기로 나를 공격하면 된다. 내 걱정은 말고 가장 강한 비기祕技를 써서 공격해라.”

가장 강한 공격을 하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아벨은 적당히 할 생각이었다.

‘단순한 종베기로도 충분해.’

“푹 쉰 놈들부터 와라. 어서.”

꼴찌였던 학생이 헐레벌떡 스태프를 들고 마고스 앞에 섰다.

“그래. 시작해라.”

“네! 교수님!”

활기찬 대답과 함께 화염계 마법의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한다.

“……불의 여신 베스타에게 고하노니 당신을 뜻을 받들고자 하는 자를 위하여―”

‘화염구火焰球로군.’

마고스가 대륙 최강의 검사였기에 학생들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최고의 공격을 했다.

이글거리는 거대한 화염 덩어리가 허공에 생성되더니 마고스를 향해 위압적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휙―

쾅―!

마고스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허무하리만큼 손쉽게 화염구를 소멸시킨다.

“다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휙―

쾅―!

“다음.”

휙―

콰쾅―!

“다음. 좀 더 세게 못 하나?”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의 혼신을 다한 공격을 받아주던 마고스였다.

학생들의 공격이 마고스에게 먼지조차 묻히지 못하자 카시드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한다.

“지산.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아. 대륙 최고의 검사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야.”

같은 검사로서 무한한 존경의 눈빛을 보내던 카시드였다.

그런 카시드를 보고 지산은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카시드. 너나 좋겠지. 그런데 아덴은 검술 강국이잖는가? 교수님과 같은 대단한 검사들이 많을 것 같은데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뭐 그렇긴 하지. 아무튼 앞으로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정점에 선 분에게 배울 수 있다는 거잖나? 케이. 그렇지 않아? 언제 저런 분에게 가르침을 받아 보겠어?”

“응? 으응.”

케이는 카시드의 말을 대충 한 귀로 흘려듣고 있었는데, 그저 걱정스런 눈으로 아벨을 쫓고 있었다.

체력 테스트 때의 모습을 보니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