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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8화 (8/178)

제8화

8화. 많이 강해지는 중(2)

마치 모든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아 계속해서 약을 밀어 넣는 느낌이었다.

‘으으으으으으아아악―!’

들썩―! 들썩―!

자기도 모르게 몸이 들썩거렸지만 어떻게든 힘을 주어 버틴다.

비명을 참으려다 보니 입술과 입안을 자꾸 깨물어 이미 입가에 피가 흥건했다.

들썩―!

그 처절한 몸부림이 커져 갈수록 수잔 황비의 기도는 절박해졌으며, 다프네의 신성 마법 역시 그 세기가 강해졌다.

우우우우우웅―!

다프네에게서 흘러나오는 그 따뜻한 아우라가 아벨의 고통을 감싸 안는다.

‘으으으아아아악―!’

문득 예전 비참했던 최주원이었을 때의 삶이 떠올랐다.

어머니께 왜 우리만 이렇게 불쌍하고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거냐고 불평불만만 해댔던 그때가, 그런 후회스러운 삶이.

‘으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손 한 번 못 써보고 어머니를 잃은 자신을 매일 저주하고 욕을 해야만 버틸 수 있었던 바로 그런 비참했던 삶도 함께.

다시 되돌려야 했다.

반드시 다시 되돌려야만 했다.

“으으으윽―!”

신음과 함께 입안에 흥건하게 고인 피가 한줄기 새어 나온다.

꽈악―!

그 엄청난 혼란스러움과 고통 가운데서도, 신음과 핏줄기가 뺨으로 흐르는 걸 느끼자마자 다시 입을 꽉 다문다.

‘으으으으―!’

이제 시작이었다.

겨우 이제 시작하는 거란 말이었다.

그런데 이딴 거 하나 못 견뎌 내다니!

‘으으으아아아아아악―!’

다시 한번 비명을 참기 위해 해질 대로 해진 입안을 다시 물어뜯던 아벨이었다.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벨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그 따뜻한 아우라가 전부 사라져 있었다.

뒤이어 다프네에서 흘러나오던 아우라도 함께.

“후우…….”

모든 성스러운 기운을 갈무리한 후에야 아벨은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더듬어본다.

‘……확실히 달라졌어…….’

이겨낸 보람이 있었다.

확실히 몸 내외부가 달라진 것이었다.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 가득 퍼져 있었다.

다프네는 자신의 몸 상태에 놀란 아벨을 바라보며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그렸다.

“축하드려요. 아벨 저하.”

구석에서 기도드리던 수잔 황비도 눈물범벅인 얼굴로 아벨에게 달려와 물었다.

“괜찮니?! 정말 괜찮은 거니?!”

그 큰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내내 눈물 흘렸을 수잔 황비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다프네 님 덕분에 이젠…… 이젠 정말 독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아벨의 얼굴은 전보다 광채가 나는 게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결코 나빠 보이진 않았다.

수잔 황비도 본능적으로 이번 복용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주르르―

이번엔 걱정과 불안의 눈물이 아닌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정말 다행이구나…….”

아벨은 그 눈물을 거친 손으로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잠시 수잔 황비를 달래다, 다프네에게 허리를 숙인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프네 님. 다프네 님 없었으면 절대 못 버텼을 겁니다.”

사실이었다.

다프네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벨을 일으키며 말한다.

“일어나세요. 아벨 저하. 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리고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러실 건가요?”

그 딱딱한 격식에 서운해하던 다프네였다.

씨익― 입가에 미소 지으며 다프네를 바라본다.

“알겠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네.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다프네도 아벨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짓는다.

‘정말 고맙다. 다프네.’

두 사람은 서로가 함께라면, 앞으로 있을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럼 일주일 후 같은 시간에 뵙겠습니다. 다프네 님.”

“푹 쉬셔서 완벽한 몸 상태로 오셔야 해요.”

“네. 반드시 완벽한 몸 상태로 오겠습니다.”

어떻게 에브니아 세계로 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세계에 미련 따위 없었다.

오히려 이곳에선 전과 달리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꿈을 꿀 수가 있었다.

희망이 생겼고 살아갈 목적이, 목표가 생겼다.

‘강해져야 해.’

강해질 것이다.

분명 아벨은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명을 완수하고 작가에게 소원을 받아 낼 것이다.

* * *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일이었기에, 주신 아그네스의 대신관 기드온과 세빌, 두 사람을 더 합류시킨 상황이었다.

덜덜덜―!

지지직―! 파지지지직―!

우우우우웅―!

계속되는 뇌기를 통한 발작에 다프네와 대신관들은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9성 무인이나, 8 서클 이상의 마법사들도 최소 여섯 이상의 대신관들을 대동하고 복용했었다.

그래야 어느 정도 드래곤 하트가 주는 효능을 흡수할 수 있었고 고통도 원만하게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다면 복용할 생각조차 못 하는 게 바로 드래곤 하트였다.

그만큼 위험한 영약이었다.

또 그만큼 대단한 힘을 주는 영약이었고.

사실 아벨은 이번 말고는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에 성녀 다프네와 자신의 축복받은 육체를 믿고 무모한 시도를 한 것이었다.

덜덜덜덜―!!

빠지지직―!!

우우우우웅―!!

아벨과 다프네, 그리고 두 대신관은 마지막 뇌기를 이겨내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막바지로 접어들었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됐다.

가능만 하다면 더 많은 대신관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현재 황궁에 남아있는 주신 아그네스의 대신관은 이 둘밖에 없었다. 그러니 두 사람을 더한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다프네는 이 둘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둘 덕분에 정말 위험한 상황은 찾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몇 번의 비명과 몸부림은 있었지만, 보통 다 겪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 몇 번 말고는 아벨이 그 끔찍한 고통들을 잘 참고 이겨냈기에, 다프네는 아벨이 거의 대부분의 효능을 얻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분명 저하께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우우우우웅―!

망망대해와 같이 무궁무진한 마나가 엔진이 될 오러 하트와 마나 서클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재구축한 상태였었다.

지지지지직―!!

더덜덜덜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이것들을 복용했다 하더라도 단숨에 엄청난 무위武威를 얻진 않겠지만, 강대해진 마나와 재구축 된 강인한 육체, 만독불침 덕분에, 지금 당장 루드스에서 있을 공격들을 막을 최소한의 힘은 얻을 것이었다.

막대한 양의 뇌기가 실린 마나가 마나 로드와 혈관에 쌓인 노폐물들을 태우거나 몸 밖으로 밀어냈다.

그때였다.

쩌쩌쩍―!

예전 피부가 마치 뱀 허물 벗듯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갈라진 피부 사이사이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온다.

전에도 말했지만 작가는 무협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는데, 체내의 9성 이상의 마나가 있으면 마치 환골탈태換骨奪胎처럼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게 설정했었던 것이었다.

그 설정에 따라 이미 마나 기관機關들과 근골筋骨은 검술과 마법을 익히기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후였다.

공기 중에 부유하던 마나를 최대한으로 받아들일 최고의, 최적의 피부를 얻는 것이 마지막 단계였던 것이었다.

“휴우…….”

세 사람 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기드온, 세빌.”

“아닙니다. 다프네 님께서 더 고생하셨습니다.”

“맞아요. 저흰 괜찮아요. 다프네 님께서 다 하신 걸요.”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흘 동안 아벨 곁에서 잠을 자지도, 음식을 먹지도 못했었다.

게다가 신성력을 완전히 소진해 버렸으니, 극진한 탈력감에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기드온은 간신히 뒤돌아 수잔 황비에게 모든 게 다 끝났음을 알렸다.

“황비 마마 이제 다 끝났습니다.”

구석에서 함께 기도를 드리던 수잔 황비는 그 말에 뛰쳐나오며 묻는다.

“끝난 건가요?! 아벨은?! 아벨은 어떤가요?! 네?!”

횡설수설하는 수잔 황비를 향해 다프네는 걱정 말라는 듯이 환하게 미소 지어 주었다.

“다 잘 됐으니 걱정 마세요.”

“아……!”

수잔 황비는 주신 아그네스께 감사해 하며 다시 한 번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감사해요…… 아벨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덜컥―

끝이 났음을 깨달은 제시와 제니가 신속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곧장 아벨의 옷을 벗기고 더러워진 몸을 닦아 주었다. 노폐물들이 빠져나온 상태였기에 역한 냄새가 방 안 가득했다.

감시자들이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그 노폐물들과 역한 냄새를 마력을 방사하여 제거한다.

“죄송해요. 도와드려야 하는데. 도저히 힘이 없네요.”

제시가 무덤덤하게 말한다.

“아닙니다. 그저 아벨 저하를 도와주셔서 감사드릴 뿐.”

그런 제시와 제니 자매를 향해서 다프네는 상냥한 미소를 보낸다.

그리고는 잘 버텨준 아벨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아벨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지금의 과정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두 분은 돌아가 쉬세요. 고생하셨어요.”

“다프네 님께서는……?”

“저는 여기서 쉬다가 저하가 깨면 돌아갈게요. 걱정 말아요. 여기서 푹 쉴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자리에서 일어서는 둘의 얼굴에는 지쳤음에도 환한 미소가 절로 그려졌는데, 결과가 다프네의 말대로 대성공이었던 것이었다.

‘정말 대단하시군.’

아무리 성녀 다프네와 자신들의 도움이 있었더라도, 아벨의 상상도 못 할 강한 정신력과 반드시 이겨내 얻어내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보람이 있어.’

확실히 나흘 동안 밤낮없이, 쉼 없이 신성 마법을 쓴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가 기대돼.’

아벨이 독을 먹고 변했다고 들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기에도 아벨은 분명 변한 것 같았다.

‘이젠 예전처럼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으시겠어.’

예전엔 조금은 나약했던 성정 덕분에 가만히 알고서도 당했었다면, 이젠 당하긴커녕 상대를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주신 아그네스를 위해서, 이 땅의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 부디 이 사악한 대륙을 정화해주시길.’

그들은 아벨이 분명 주신 아그네스께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사악한 신들과 그 신들의 하수인들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반드시 구해내리라는 것도.

* * *

“일어나셨군요.”

눈을 뜬 아벨은 자신의 곁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수잔 황비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아벨은 다프네를 지긋이 바라보며 감사함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다프네 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프네가 그 말에 살며시 미소 짓는다.

“이번엔 고개를 숙이지 않네요?”

아벨도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숙이길 바라신다면야.”

숙이려고 하자 다급히 손으로 막으면서.

“에이 장난인 거 아시면서.”

두 사람 다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하다.

‘다프네.’

두 사람은 서로가 이 삭막한 황궁에서 의지가 되는 유일한 친구였었다.

다프네 역시 아벨밖에 친구가 없던 것이었다.

아벨의 기억에서 다프네와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속속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추억에 빠져있을 때.

내심 궁금했는지 다프네가 물었다.

“어떠셔요? 몸은?”

잠시 자신의 몸을 훑어보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많이 변해있었다.

대천사의 피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지만 드래곤 하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차원이 다른 변화였었다.

“놀라셨을 거예요. 변화가 상당했을 테니까.”

“맞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라곤 생각도 못 했었습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달라진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마나를 본격적으로 움직여보니, 단전에 단단히 자리 잡은 9성급 오러 하트와 심장에는 활발히 돌아가는 여덟 개의 원들이 느껴졌다.

‘역시 아벨은.’

단숨에 2단계나 상승한 것이었다.

그것도 초반 단계가 아닌 후반 단계에서.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골드 드래곤의 반지 덕분에 마나 양은 10성에 육박하고 있었다.

기관機關에 비해 연료가 넘치던 것이었다.

그러한 변화에 희열을 느끼며 몸을 더듬는데, 골격도, 피부도 조금 바뀌어 있음을 깨닫는다.

‘전에도 완벽하다 느꼈었는데…….’

그때보다 더 좋아졌으니.

16살의 인간들 중 아벨의 몸보다 더 완벽한 몸은 이 에브니아 세상에서 절대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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