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7화 (7/178)

제7화

7화. 많이 강해지는 중(1)

『에브니아 전기』의 창조주인 작가 ‘난좋은작가’가 주신 아그네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원이 살던 세상의 신과 분명 친분이 있으니까 ‘어머니를 되살려주겠다.’ 라는 그런 소릴 한 것 같았다.

‘그 세상 신과 친한 사이라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는지도 좀 물어봐 줬으면 좋겠군.’

당시 주원은 왜 세상은 나에게만 그런 거냐고 신을 많이 원망했었다.

‘그래서 아벨에게 정이 많이 갔었어.’

힘들고 고된 삶만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그런 삶만을 살아갔었던 아벨에게서 주원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었다.

‘그러고 보니 작가도 만만치 않아.’

그래서 이번 아벨의 삶만큼은 절대 작가가 주는 고난 따위에 불행하게 놔둘 생각 없었다. 수잔 황비 또한 마찬가지고.

‘누구보다 강해져야 해.’

그러기 위해서 이 에브니아 세계의 모든 것들의 정점에 오를 것이다.

그 누가 덤벼 와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아니 철저히 짓밟을 수 있을 정도로.

‘최주원은 불가능했지만 아벨이라면 가능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수잔 황비가 아벨을 한없이 다정하게 바라보며 묻는다.

“아침은 먹었니?”

아들과 함께 먹기 위해 참고 기다린 듯했다.

“아니요. 어마마마와 함께 먹으려고 참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해맑게 미소 짓는다.

“정말? 그럼 우리 지금 먹으러 갈까? 배고프지?”

아벨은 수잔 황비의 저 따뜻한 미소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녀가 단순한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진짜 어머니 같이 느껴졌다.

‘반드시 지켜드릴게요.’

저 눈부신 미소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아벨이었다.

* * *

식사 후 곧장 제니에게 부탁해 성녀 다프네를 아벨의 방으로 불렀다.

수잔 황비는 파우스 황제가 불러 함께하지 못했다.

‘같이 보면 좋을 텐데.’

다프네와 함께 있을 때 매우 편안해 하던 수잔 황비였다.

비록 다프네가 아벨과 동갑으로 나이는 어렸지만, 수잔 황비에게도 아벨에게처럼 대단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처음 아벨이 됐을 때부터 매일 같이 찾아와 자신을 치료하던 그 아름다운 소녀가 떠올랐다.

‘작가가 아벨을 돕게 하기 위해 일부러 다프네를 만든 거였어.’

아벨이 주신 아그네스께 선택받았다는 것을 유일하게 알던 다프네는 항상 위험 속에 있던 아벨을 돕게 하기 위해 작가가 일부러 만든 캐릭터였다.

심지어 둘은 장소만 달랐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났었다.

그렇기에 둘은 신이 엮은 운명적인 사이라 할 수 있었다.

똑똑―

“저하. 다프네 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 해요.”

드륵―

문을 열고 다프네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여기 앉으시지요.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다프네를 위해 자리를 준비해뒀었다. 그녀는 그 준비된 자리에 다소곳이 앉으며 말한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그것보다 잘 다녀오셨나요?”

“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원하는 것도 모두 얻었구요.”

“그럼 저를 부르신 이유도?”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려고 합니다.”

이미 짐작했다는 얼굴이었다.

“역시 가져오셨군요.”

“네. 자신을 보호하려면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다프네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덤덤한 아벨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다프네가 보기에 아벨의 검은 눈동자는 공허한 듯한 느낌도 들었었는데, 그 공허하고 무심한 눈빛이 다프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변할 수밖에 없으셨어…….’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눈빛.

계속되는 암살 시도 때문일 것이었다.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 때문에 급격하게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한없이 밝고 따뜻하기만 했던 아벨이 떠올랐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미소를 잃지 않던 그 아벨이.

‘……이젠 볼 수 없겠지…….’

이젠 자신이 알던 그 아벨은 영원히 사라진 것만 같았다.

다프네는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괜찮으시겠어요? 많이 힘드실 텐데…….”

강대한 마나를 받아들여 순식간에 신체적 변화를 만드는 영약들은 반드시 큰 리스크를 갖기 마련이었다.

다프네의 말이 맞았다.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또한 그렇기에 다프네 없이는 결코 두 영약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었고 말이다.

“네. 괜찮습니다. 다프네 님께서 도와주신다면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프네만 믿고 두 영약을 자신 있게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다프네밖에 없어.’

다프네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벨은 자신도 모르게 다프네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다프네도 대답 대신 잠시 아벨을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알겠어요. 저만 믿어 주세요.”

덥석!

그녀의 손을 꼭 쥐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당연히 다프네가 도와줄 것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돕겠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잡고 만 것이었다.

덕분에 다프네의 그 하얀 살결이 분홍빛 꽃들이 피는 것처럼 물들어 갔다.

다프네는 시선을 살짝 내리며 말한다.

“……그럼요. 그 전에 우선 한숨 자고 시작해요. 황실무고에서 거의 못 주무셨죠?”

아벨은 다프네의 변화를 깨닫고는 슬그머니 그 손을 놓는다.

그리고는 아벨도 얼굴을 붉히며,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한다.

“……티가 좀 났습니까?”

다프네는 아벨이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한다는 걸 깨닫고는 살며시 미소 짓는다.

“네. 조금요.”

그리고는 아벨이 혹시나 무안해 할까 봐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제가 옆에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저하를 해칠 수 없으니. 마음 편히 푹 주무세요.”

아벨은 다프네의 배려를 느끼고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프네 님.”

“뭘요. 우리 사이에.”

그 말에 싱긋― 입꼬리를 올린다.

“알겠습니다. 그럼 둘 다 내일 복용하는 겁니까?”

“아니요. 대천사의 피는 내일, 드래곤 하트는 일주일 뒤에 복용할 거예요.”

아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프네를 바라보는데, 문득 눈앞의 아름다운 소녀라면 이 에브니아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아침이 되자마자 아벨과 다프네는 수잔 황비의 방으로 이동했다.

대천사의 피는 수잔 황비의 방에서 복용할 생각이었는데, 황태자와 황자들이 수잔 황비만큼은 건들지 않겠다고 한 맹세 때문에 아벨의 방보다는 감시가 훨씬 덜했기 때문이었다.

‘준비는 마쳤어.’

그리고 다프네 역시 신관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그 누구도 자신을 찾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걸로도 부족해 제시와 제니에게 밖에서 이곳을 지켜달라고도 부탁했었고.

그래서 방 안에는 아벨과 수잔 황비, 다프네 셋만이 남아있었다.

수잔 황비는 혹시나 자신이 방해가 될까 봐 방구석에서 그저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있었고.

다프네가 시작하기 전 아벨에게 몇 가지 당부한다.

“영약을 받아들이는 도중엔 몸을 움직이시거나 비명을 지르셔서는 안 돼요.”

움직임이 크면 클수록,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영약의 기운을 얻을 수 없다고 작가가 설정해 놓았었다.

고통을 견딘 만큼 영약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이상한 설정.

“그리고 아시다시피 문제는 대천사의 피가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드래곤 하트지.”

다프네의 말처럼 대천사의 피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어떤 영약보다 마나를 많이 주었으니.’

대천사의 피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을 선사했던 드래곤 하트는 나이를 떠나 최소 9성 무인이나 8 서클 마법사가 돼서야 복용할 자격을 갖췄다 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 고통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는데, 보통은 비명을 질렀고 몸부림을 쳤기에, 100% 효능을 얻는 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에도 드래곤 하트가 주는 효능은 그 끔찍한 고통만큼이나 어마어마했기에 무인이라면 탐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천사의 피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절대 방심해선 안 돼요. 아시다시피 대천사의 피가 드래곤 하트에 비해 덜 고통스럽다는 거지, 결코 그 고통이 약하다는 건 아니니까.”

다프네의 말대로 대천사의 피라고 그 고통이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프네의 말이 맞아. 절대 방심해선 안 돼.’

더없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할게요.”

“네.”

아벨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병마개를 따고 단숨에 대천사의 피를 들이켰다.

꿀꺽꿀꺽―

“누우세요.”

곧장 침대에 똑바로 누웠는데.

“……!”

대천사의 피가 식도를 타고 흐르며 본격적으로 퍼져나가자, 온몸이 대천사의 은혜로 넘쳐흐르는 듯했다.

몸에 생기를 북돋는 성스러운 기운들이 활발하게 솟아올랐다.

그러자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고통이라기보단 청량한데?’

곧장 고통이 찾아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몸속 상한 부분들이 치료받는 느낌이었다.

사아아아―

예상과는 달리 고통이 없자, 머릿속에 성스러운 기운을 놓치지 말자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다프네가 도와줄 거야.’

아벨의 예상대로 다프네는 아벨이 그 성스러운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돕기 위해 최상위 신성 마법을 펼친다.

주문을 외우고 마법을 형상화한다.

우우우우웅―

다프네에게서 엄청난 양의 따뜻한 아우라가 흘러나왔다. 이내 그 아우라가 아벨을 감싸기 시작했다.

‘오러 하트와 마나 서클을 써야 해.’

7성 검사의, 6 서클 마법사의 마나 양을 지녔던 아벨은 이미 몸 안에 오러 하트와 마나 서클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놓은 상황이었다.

두 기관을 이용해 대천사의 피의 성스러움을 받아들이고 퍼트렸다.

‘변화가 있을 거야.’

작가의 말에 따르면 대천사의 피를 복용함으로써 두 기관을 변화시킨다고 했었다.

재구축까지는 무리지만 그 크기를 키운다거나 단단하게는 만들 수 있다면서.

그러한 변화는 이후 드래곤 하트를 복용했을 때, 엄청난 양의 마나를 안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그때였다.

‘으으윽…… 이제 시작인가……?’

한 5분쯤 지난 것 같았다.

드디어 고통이 시작된 것이었다.

대천사의 피의 성스러운 마나가 몸속 상처들의 치료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마나가 흐를 수 있는 혈관들을 찾아 넓히려는 것 같았다.

마나가 흐르는 혈관들을 마나 로드라고 불렀다. 그 예민한 혈관들을 억지로 넓히는 것이기에 당연히 큰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웅―

‘아…….’

하지만 고통도 잠시, 성녀 다프네의 최상위 신성 마법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벨의 고통을 감해주었다.

‘반드시 만독불침이 돼야 해.’

소설에서의 아벨은 세상에 있는 극독이란 극독은 다 마셔봤을 정도로 독을 많이 마셔 23살에 결국 만독불침이 됐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만들다니.’

아벨이 독을, 암살을 당하려 할 때마다 느낀 가슴 아픈 감정들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을 가두고 죽이려는 자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와 분노, 그에 대한 공포와 슬픔, 분함, 허무함, 스스로에 대한 조소.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감정들이 파도와 같이 다가왔다 사라져 갔다.

‘너도 참 왜 그랬냐…… 도대체 어떻게 참아낸 거냐…….’

한번 경험해보니,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주원은 치료가 거의 끝나갔을 때, 잠깐 경험한 것뿐이지 않았던가.

‘너를 위해서라도…… 수잔 황비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신성한 마나가 흐르는 혈관들을 보호하면서도 자꾸만 넓혀가니 그 고통도 갈수록 증가 됐었다.

‘그러니……! 꼭 이겨내자……! 아벨……! 으아아아아악―!’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듯했다.

처음 그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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