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6화 (6/178)

제6화

6화. 정말 오길 잘했어(2)

‘정말 오길 잘했어.’

다시 한 번 가장 먼저 황실무고부터 찾은 걸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아벨은 말도 안 되는 천재였어.’

마법서를 읽을 때 ‘천고의 검재’와 같이 보는 즉시 습득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본연의 엄청난 재능 덕분에 어떤 마법서라도 읽는 내내 이해가 갔고 외워져 머릿속에 뚜렷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볼 수 있는 마법서란 마법서는 다 보고 외웠었다.

그중에는 드래곤들이 남긴 마법서들도 많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마법은 당연 ‘순간이동瞬間移動’과 ‘지옥 불꽃’이었다.

‘순간이동’은 ‘변신 마법’과 함께 드래곤들만의 전유물인 마법이었다.

‘순간이동도 놀라운데 지옥 불꽃도 있을 줄이야.’

주원이 ‘지옥 불꽃’에 놀란 이유는 작가가 설정한 에브니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옥 불꽃’ 역시 드래곤의 마법이기도 했다.

어떤 정신 나간 드래곤들이 남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운이 따랐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마법서는 없애는 게 좋겠어.’

물론 ‘순간이동’과 ‘지옥 불꽃’이 다른 마법들에 비해 그 술식이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서 아벨과 같은 사기캐가 아닌 자가 과연 익힐 수나 있을지 의문이긴 했으나 혹시 몰랐다.

‘소설에선 없긴 했는데.’

소설에선 두 마법을 쓰는 자가 없었으나, 혹시 만에 하나 인간들 중 자신 외에 ‘순간이동’과 ‘지옥 불꽃’을 쓰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자가 적이라면 매우 껄끄러울 것 같았다.

오러 하트를 자극해 마나 로드로 마나를 순환시켰다. 그리곤 손에 마력을 방사시켜 형상화 시킨다. 황금빛 아우라가 마법서를 뒤덮었다.

파지지직―!

골드 드래곤의 반지 때문인지, 카인의 마나 연공법을 써서 그런지 아우라가 황금빛을 띠었고 전류가 흘렀다.

타닥타닥― 거리더니 마법서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곧 마법서가 불타오른다.

화르르―

완전히 연소될 때까지 지켜보았고 완벽하게 태워 없앴다.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군.’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읽고 나갈까?’

이제 곧 나가야만 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무투서武闘書 하나만 더 외우기로 했다.

무투서들이 꽂힌 책장으로 갔다.

소설 속 아벨은 무투술武闘術 같은 경우 딱히 누군가에게 배웠다기보단, 검을 쓰면서 느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직접 만들어 썼었다.

‘내가 만들 수는 없으니.’

그러니 하나 정돈 외워둬야 했다.

‘그게 있으려나.’

작가는 항상 권왕 지산과 사라진 뮬타 왕국의 티라신 반사르를 비교했었다.

두 사람이 같은 시대에 살았었다면, 티라신이 지산보다 훨씬 강했을 거라면서.

그래서 티라신의 무투술인 반사르 가家의 무투서를 찾아보았다.

‘역시 있군.’

다행히 있었다.

정말 없는 게 없는 곳이었다.

‘어서 외우자.’

자리에 앉아 바로 외우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잠을 거의 안 잤기에 조금 지쳤긴 했지만, 그럼에도 읽는 즉시 돌에 새기듯 외워졌다.

삼십 분 정도 앉아서 외웠다.

탁!

다 외운 책을 덮는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꽂았다.

‘이 정도면 충분해.’

출구를 향해 걸었다.

철컥―

철가면을 찾아 쓴 뒤 미련 없이 황실무고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황금빛 태양이 눈을 따갑게 했다. 손을 들어 햇살을 막았다.

“나오셨습니까?”

대기하던 근위기사가 아벨에게 물었다.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았다.

제국의 상징인 황금빛 중갑옷이 태양 빛에 번쩍거렸다. 그의 잿빛 망토를 보니 일반 근위기사단원 급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곧 단장님과 조란 각하가 오실 겁니다.”

“알겠다.”

10분 정도 지나자 황제에게 안내할 근위기사단장인 쿠웰 백작과 아벨이 가지고 나온 품목을 적을 수석 서기 조란 자작이 도착했다.

근위기사단장의 상징인 백색 망토를 한 쿠웰은 회백 머리의 굵직굵직한 얼굴이 강인한 무인의 표상 같은 외모였다.

반면 조란은 날카롭고 지적인 전형적인 엘리트 마법사처럼 보였고.

둘은 아벨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아벨 저하를 뵙습니다.”

둘은 일주일 전에도 수행원으로 함께했었다.

그들이 이번에도 황제에게 안내할 수행원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전에 천혜안으로 보았던 그들의 정보를 떠올렸다.

『이름 - 쿠웰 드로즈도프

정보 - 검술 명가 드로즈도프 공작가 소속 백작. 근위기사단장. 10성 검사.』

『이름 - 조란 요한센

정보 - 마법 명가 요한센 백작가 소속 자작. 수석 서기. 8 서클 마법사.』

‘검술 명가와 마법 명가라.’

다이나 황후의 가문이자 제국 3대 검술 명가 중 하나인 드로즈도프 공작가는 황태자파였고, 캐서린 2 황비의 가문이자 제국 유일 마법 명가 요한센 백작가는 제2 황자파였다.

이들이 보여주다시피 제국 검사들 대부분은 황태자파였고 마법사들은 제2 황자파였다.

‘루드스에서 이들의 자손들을 많이 보겠군.’

고개를 든 쿠웰이 말한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앞장서라.”

“네. 저하. 그럼 출발하시죠.”

세 사람은 황제의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는데, 쿠웰이 앞장선다기보다는 아벨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을 조란이 뒤따랐었고.

쿠웰은 옆에서 덤덤히 걷고 있는 아벨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벨이 이번 3 황비가 준비한 독을 먹고 상당히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확실히 본인이 보기에도 많이 변한 듯했다.

그 분위기라든가, 언행이라든가.

‘신경 쓰이는 녀석.’

쿠웰은 아벨이 그저 수잔 황비의 고향인 크리스피 백작령에서 죽은 듯이 조용히 살았으면 했다.

‘눈에 띄어도 너무 띄어.’

그래서 이번 아벨의 변화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좋은 방향은 아닌 거 같군.’

결코 자신의 주인인 황태자에게 좋지 않을 것만 같았다.

‘확실히 변했어.’

쿠웰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따르던 조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히 황실무고를 청하다니.’

조란의 생각에도 이러한 변화는 결코 세르지 2 황자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가져온 물품들을 보고 판단해야겠군.’

정말 자신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니라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인지.

그러한 생각들 가운데 어느새 황제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쿠웰은 문 앞에서 대기 중인 시종에게 명했다.

“폐하께 아벨 저하께서 오셨다고 아뢰라.”

“네. 쿠웰 단장님.”

시종이 노크를 했다.

똑똑―

“폐하. 아벨 저하께서 오셨습니다.”

집무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들라 해라.”

그 말을 들은 쿠웰이 아벨에게 말한다.

“들어가 보시지요.”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집무실에는 아벨과 물품을 기록할 수석 서기만이 들어갈 것이었다.

아벨은 쿠웰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종이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갔다.

드륵―

집무실에 들어가니, 40대 초반의 안경 쓴 뚱뚱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하필 지금 온 아벨을 상당히 불만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재무대신이군.’

아벨의 기억에 있는 자였다.

『이름 - 라올라 멕세인

정보 - 멕세인 백작가 가주. 하베츠 황태자파의 참모. 재무대신.』

황태자파의 브레인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냉혈한에 파렴치한이었다.

‘지금은 그 눈빛을 참아주지.’

저 돼지의 역겨운 눈빛을 지금은 봐주기로 한다.

“그래. 뭘 들고 나왔지?”

황제는 귀찮으니 어서 보이고 가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본래는 비밀유지를 위해 아벨과 황제와 수석 서기 셋만 있어야 했으나, 어차피 아벨이 무엇을 가지고 나왔는지 다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굳이 재무대신을 내보내지 않았다.

아벨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빨리 보여주고 걱정하고 있을 수잔 황비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조란에게 아공간 주머니에서 가져온 것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끼고 있던 골드 드래곤 시어러의 반지도 빼내 주었고.

조란은 아벨이 가져온 품목들을 기록하다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올라 역시 아벨이 가져온 것들을 보고는 의외라는 눈빛을 띠었다.

‘전쟁의 신 무구라!’

가져온 모든 물품이 바닥에 놓였고, 조란은 아벨에게 아공간 주머니를 넘겨받았다.

주머니 안을 확인한 후, 검열에 쓰이는 완드처럼 생긴 아티팩트로 아벨의 몸을 훑었다.

위잉― 위잉― 위잉―

모든 확인이 끝난 후.

“없습니다. 폐하.”

그 말을 듣자마자 아벨을 향해 말했다.

“그래. 알겠다. 너는 이제 나가보아라.”

아벨은 묵묵히 가져온 무구들과 영약들을 챙겼다. 골드 드래곤의 반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꼈다.

마지막으로 허리를 살짝 굽혀 예를 갖췄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폐하.”

얼른 나가보라며 손짓하는 황제를 뒤로하고 아벨은 조란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아벨은 집무실을 나오자마자 자신을 기다리던 근위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동쪽 별관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아벨을 가둬두려는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을 따라간다.

반면 조란은 자리에 남아 떠나는 아벨을 그저 지켜만 봤다.

‘대천사의 피까지 가져왔으니. 이제 독은 안 통하겠어. 그나저나 용혈갑과 용골검이라.’

용혈갑과 용골검 같은 경우 건국 황제 카인의 무구를 제외하고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신들만 아니었다면.’

신들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섬기는 세르지 황자에게 추천했을 것이다. 세르지가 마법을 익혔으니 용혈갑만이라도 말이다.

‘주신 아그네스 외의 신들은 믿지 않는다는 건가?’

그토록 괴롭힘당했으니 신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황자가 죽어갈 때 정의의 신은 돕지 않았으니 말이야. 앞으로도 돕지 않을 것이고.’

이제 곧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 들어간다고 했었다.

‘혹시 경계심을 없애려고……?’

용혈갑과 용골검은 정의의 신 타티스가 ‘황제가 되고 싶으면 쓰지 말아라’라고 했던 무구였었다.

충분히 그럴싸해 보인다.

‘그럴지도…… 조금이라도 루드스에서의 위협을 줄일 생각으로…… 하지만.’

황좌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황후나, 황비들은 결코 아벨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잘못했다간 차기 황제가 아벨에게 영원히 비교당할 수도 있었기에.

‘불쌍한 인생이군.’

너무 뛰어나 죽어야만 하는 아벨이 불쌍하게 느껴지던 수석 서기 조란 요한센이었다.

* * *

아벨은 동쪽 별관으로 가서는, 곧바로 자신의 방이 아닌 수잔 황비의 방으로 갔다.

수잔 황비는 아벨이 제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있어 매우 걱정하던 차였다.

“황비 마마. 아벨 저하께서 오셨습니다.”

벌떡―!

아벨이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종이 문을 열기도 전에 뛰쳐나갔다.

“아벨!”

가뜩이나 작은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잘 다녀왔니?!”

아벨도 황실무고에서 거의 못 잤었기에 수척해져 있었지만, 그녀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모습은 아니었다.

아벨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그녀에게서 진정한 부모의 사랑을 느낀 것이다.

다정히 미소 지으며 수척해진 수잔 황비를 안심시켰다.

“네. 어마마마. 어마마마가 도와주신 덕분에 필요한 것들은 다 구해왔습니다. 이젠 전과 같은 일은 결코…… 결코 없을 것입니다. 아니,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어마마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점잖게, 든든하게 어미를 안심시키려는 16살 아들이 그토록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와락―!

갑자기 수잔 황비가 아벨을 껴안았다.

“우리 아벨! 어쩜 이렇게 듬직해졌을까!”

소설에서도 아벨은 수잔 황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었다.

그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아벨은 자신을 향한 수많은 암살 미수들과 증오와 미움들을 이겨낼 수 있었고, 끝까지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져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원도 수잔 황비의 따뜻함 덕분에 오랜만에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느낄 수 있었고.

‘……어머니…… 천국에선 잘 계시겠죠……?’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주원은 반드시 되살려 효도를 하고 싶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전에 차마 드리지 못했던 행복을 반드시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반드시 어머니를 살려내 행복하게 해드릴 테니…….’

지금으로선 작가가 ‘마족 멸살’만 이뤄낸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던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