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소설 속 먼치킨-4화 (4/178)

제4화

4화. 황실무고(2)

‘무엇보다 검술과 마나 연공법이 필요해.’

소설 속 용사 아벨의 검술인 빛을 이용한 마멸광검魔滅光劍은 서른 초반에 스스로가 만들었기에, 지금으로선 만들 수 있을 능력이 갖춰질 때까진 대체 검술이 필요했다.

‘훗― 맞아. 작가가 무협지에 영향을 많이 받았었지.’

그래서 검술명이나 그 외 여러 가지,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 소설에 많이 나왔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음― 루드스에서 대체 검술을 배우긴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루드스에서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 마고스 블레이디 백작에게서 마멸광검의 초석이 될 월광참검月光慘劍을 배우긴 했었지만 그것도 1년 후의 일이었고 또한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강한 검술들도 있고 말야.’

황실무고에는 월광참검보다 더 강하고 뛰어난 검술이 둘 정도 있었다.

‘카인 아이테르너스의 뇌전마검雷電魔劍을 얻어야 해.’

둘 중 제국의 건국 황제이자 용사였던 카인 아이테르너스의 뇌전마검을 반드시 얻을 생각이었다.

‘마멸광검만큼이나 대단한 검술이라 했으니.’

작가는 뇌전마검의 대단함에 대해 ‘만약 검왕 카시드가 그의 사자신검死者神劍이 아닌 뇌전마검을 구사했었더라면 용사 아벨에게 그렇게까지 뒤처지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묘사했었다.

그만큼 강력하고 뛰어난 검술이었다.

‘뇌전마검만 있다면 소설 속 아벨처럼 강해지는 건 순식간이야. 몸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6년 동안 동쪽 별관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아벨은, 갇혀 있는 동안 언제라도 상급 검술을 바로 습득할 수 있도록 최상의 몸을 만드는 데에 주력해왔던 것이었다.

검을 휘두를 때 필요한 근육들이라든지, 검술과 마법을 쓰는 데에 필요한 마나라든지 말이다.

‘만들어진 근육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마나 양이 마음에 들어.’

갇혀 지냈었기에, 마나 연공법에 투자할 시간이 많았다는 것은 오히려 엄청난 호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기본 마나 연공법으로 현재 무려 7성급 검사의, 6 서클 마법사만큼의 마나를 쌓아놓았으니 말이다.

실제 검술 성취와 마법 성취가 마나 양보다는 낮아 부조화가 있긴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균형이 맞춰질 것이었다.

‘정말 사기캐 먼치킨이야. 아무리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했다고 하더라도, 그 애기 때 배운 기본 연공법만으로 이렇게 많은 양의 마나를 쌓아놓을 수 있다니.’

확실히 아벨은 사기캐 먼치킨이었다.

다른 이였으면 꿈도 못 꿀 성취였었다.

‘덕분에 눈속임도 가능했었고.’

아벨의 이러한 성취를 성녀 다프네밖에 몰랐었기에, 덕분에 적들이 아벨을 제국 아카데미 루드스에 입학시킬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아벨이 6년간 스승 없이, 벙어리처럼 방 안에만 갇혀 있으면서, 그 찬란했던 재능을 대부분 잃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황제 또한 그들처럼 눈앞의 철가면 아벨이 모든 재능을 잃고 루드스로 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믿고 있었고 말이다.

“황실무고는 왜?”

황제가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어차피 죽을 놈이 괜한 일을 만든다고 짜증 나 죽겠다는 표정이다.

“제 몸은 이제 제가 지켜야겠습니다.”

황제의 창백한 이마에 핏대가 돋았다.

“뭐라?”

“제가 또.”

일부러 ‘또’를 강조했다.

“또 독살당할 뻔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 새끼라면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을 느끼겠지.’

황제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그래. 바일의 첩자가 했다고 들었다.”

아벨은 그 말에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삭막한 철가면 아래 보여서 그런지 섬뜩해 보일 뿐이었다.

“어마마마를 지켜주시는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절 지켜주실 생각은 없으시지 않습니까?”

“……?!”

“이미 형님들은 다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습니까? 저 역시 이번 독살 미수 사건으로 인해 명분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루드스에 들어가야 하는데, 저를 지킬 수단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독살 미수 사건만으로는 명분이 부족했다.

원래 원칙이 제국을 위한 엄청난 공을 세워야 하는 것이었으니.

그래서 무엇보다 수잔 황비의 도움이 절실했었다.

‘지금입니다!’

수잔 황비께 적극 도와달라고 미리 말을 해놓았긴 했었다.

지금이 바로 수잔 황비가 도와줘야 할 때인 것이었다.

그래서 아벨은 간절한 눈빛으로 황제가 아닌 수잔 황비를 바라봤다.

이번 일은 수잔 황비의 힘이 없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기에.

“아……!”

다행히 수잔 황비는 아벨의 그 간절한 눈빛을 바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수잔 황비는 언제 아벨을 돕기 위해 황제에게 자신도 청을 해야 하나 하고, 그 청할 기회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아벨이 신호를 주었으니.

수잔 황비는 바로 황제의 팔에 매달려 울먹이며 간청한다.

“폐하…… 아벨의 말이 맞아요…… 아벨도 자신을 지켜야 하잖아요…… 제발…… 제발 절 봐서라도…… 전 아벨 없이 못 산단 말이에요…….”

“…….”

“폐하…… 제발…… 아벨을 좀 도와주세요…….”

“흐음…….”

“제발…… 폐하…… 절 봐서라도…….”

그럼에도 황제가 쉬이 넘어오지 않자, 수잔 황비는 핏발 선 눈으로 황제를 노려보며 매우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만약 아벨에게…… 루드스에서 혹시라도 나쁜 일이 발생한다면…… 그땐…… 그땐 저 역시 바로 죽어버릴 거예요……! 진심으로……!”

“……?!”

사실 황제는 아벨이 죽어도 수잔 황비를 자신이 잘 돌봐준다면, 결국에는 수잔 황비도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렇긴 하지만 막상 저런 말을 들으니 짙은 한숨이 나왔다.

“후우― 그래. 뭐 상관없겠지.”

다행히도 황제는 주원의 예상대로 아벨이 황실무고에 다녀온다 할지라도, 루드스에서 죽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좋다. 대신.”

“……?”

“가져와선 안 될 것들이 있다.”

티레시아스 제국을 건국한 용사이자 초대 황제 카인 아이테르너스의 검과 갑옷, 그리고 그의 검술서와 마나 연공서만큼은 절대 가져와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연히 아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가져올 생각도 없었다.

“그럼 거기서 외우는 건 괜찮습니까?”

황제는 그 검술서가 대단히 난해하고 어려워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외울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뇌전마검은 창시자인 카인 외에는 이때까지 그 누구도 익히지 못했던 검술이지 않았던가.

아벨이 절대 외우지도, 그리고 결단코 익히지도 못할 거라고 자신하는 파우스 황제였다.

피식―

“가능하다면야.”

황제가 비웃음을 참지 못한 것처럼 아벨도 기쁨의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좋아.’

“감사합니다. 폐하.”

더없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는 아벨이었다.

* * *

황궁에서는 아벨의 황실무고 출입이 허락된 것 때문에 때아닌 소동이 일었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황후와 2, 3 황비들이 아벨의 출입을 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년들.’

다행히 수잔 황비의 필사적인 비호 덕분에 그녀들의 시도를 무산시킬 수 있었다.

‘무조건 들어가야 해. 이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어.’

아벨은 앞서 걸어가는 황제의 지푸라기 같은 등을 노려본다.

‘제길.’

현재 아벨은 황실무고를 향해 걷고 있었는데, 황제와 수잔 황비를 필두로 백색 망토의 근위기사단장과 스물의 잿빛 망토의 일반 근위기사들, 수많은 관료들과 사용인들이 수행원으로 뒤따르고 있었다.

천혜안을 사용해 그들의 정보를 모았었는데, 천혜안으로 본 근위기사들과 관료들 중 누구 하나 중립을 지키는 자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황실의 사용인들도 온통 다 무인들이었고 다른 누군가의 하수인이었다.

지금도 뒤따르는 아벨의 집사 그렉의 입은 다정스레 미소 짓고 있지만 눈은 아벨을 당장 못 죽여 아쉬워하고 있었다.

‘살기라도 좀 죽이든가. 너무 막나가는군.’

가뜩이나 아벨의 몸은 기감氣感이 좋은 몸이라 누군가의 기운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수잔 황비와 제시, 제니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수행원이 대놓고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던 것이었다.

그런 살기 속에서 제시와 제니가 자신들의 마력으로 막을 쳐 아벨과 수잔 황비를 지켜주고 있었다.

‘역부족이라 그렇지.’

수행원이 50이 넘었으니, 둘로선 최선을 다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때 두려운 기색으로 걷고 있는 수잔 황비가 보였다.

아무리 제시, 제니가 막아준다 하더라도, 그녀는 보통 사람이라 아주 작은 살기에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황제를 수행하던 근위기사들도 교묘히 황제만 그 살기에서 보호했지, 수잔 황비는 보호해 주지 않았었다.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이 더없이 안쓰럽다.

‘개새끼들!’

훗날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그때, 황제가 황실무고로 내려가는 지상 입구에서 멈춰 섰다.

“여기서부턴 너만 따라 오거라.”

“네. 폐하.”

대답 후 수잔 황비를 바라보며.

“어마마마.”

“그래…… 아벨…….”

걱정하는 수잔 황비에게 괜찮다며 일부러 환히 미소 짓는다.

“다녀오겠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알겠다…… 잘 다녀오렴…… 기도하고 있을게…….”

수잔 황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제시와 제니를 바라보며 말한다.

“제시. 제니. 어마마마를 부탁드릴게요.”

“네. 저하.”

제시와 제니는 평소대로 무표정으로 부복했다.

아벨은 그 덤덤한 무표정이 오히려 더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다.

잠시 수잔 황비와 두 여자를 바라보다 혼자 멀찍이 걸어가고 있는 황제를 쫓아간다.

덜컹―

굳건히 닫혀 있던 문이 문지기들에 의해 열렸다.

황실무고로 들어가는 지하 문은 황제와 황제에게 허락받은 이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

별빛처럼 은은히 어둠을 밝혀주는 아티팩트와 함께 지하로 들어섰다.

30분 정도 길고 긴 타원형 계단을 내려갔다. 도착지엔 거대한 강철 문이 보였다.

강철 문 앞 둥근 마법 장치에 선 황제는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베었다.

뚝― 뚝―

우우웅―

황제의 피에 마법진이 반응하더니, 장치에서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곧장 굉음과 함께 거대한 강철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구그그그릉―

자신의 베인 손가락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묻는다.

“법도는 알고 있겠지?”

최대 일주일 있을 수 있었다. 당연히 아벨은 일주일 내내 있을 생각이었다. 한 번 나오면 끝이기에 충분한 물과 먹을 것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챙겨왔었다.

그리고 최대 다섯 물품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 영약들 중 만독불침萬毒不侵의 몸을 만들어 주던 ‘대천사의 피’와 이 세상 그 어떤 영약들보다 마나 양을 증가시켜주던 ‘드래곤 하트’는, 둘 다 딱 하나씩만 가져갈 수 있었다.

‘둘 다 꼭 필요해.’

그런 이유로 아벨은 검과 갑옷, 대천사의 피와 드래곤 하트, 마지막으로 드래곤 아티팩트를 가져갈 생각이었다.

검술서와 마나 연공서, 마법서는 외워서 나갈 생각이었다.

이미 별관에 비치된 역사서를 이용해 실험해보았었다. 소설에서처럼 지금의 아벨도 어떤 것을 봐도 한 번에 바로 외울 수 있었다.

“네. 폐하.”

피식― 비웃고는.

“좋다. 그럼 어디 한번 잘해 보거라.”

그 말을 끝으로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바로 올라갔다.

아벨은 그의 허약한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황실무고로 들어갔다.

철컥―

들어오자마자 철가면을 벗었다.

“이제 좀 살 것 같군.”

철가면이 주는 차가운 이질감이 생각보다 매우 기분을 더럽게 했었다.

‘뭐 루드스에선 벗고 다닐 거니까. 그나저나 어디 한 번 볼까?’

황실무고 안 세상은 소설의 묘사대로 정말 별천지라 할 수 있었다.

무고를 새하얗다 못해 투명한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고는 천장과 벽, 바닥 곳곳에 마력석을 박아 반짝반짝 빛을 내게 해놨었다. 그리고 보물의 종류별로 칸을 나눠났었고.

‘아서의 무구부터 찾자.’

아벨은 황실무고에서 뇌전마검의 검술서 만큼이나, ‘전쟁戰爭의 신神’이라 불린 4대 황제 아서 아르테이너스의 중갑옷과 검을 갖고 싶었다.

‘용사인 카인만큼 위대하고 강한 황제라고 했어. 정말 기대되는군.’

설레는 마음으로 곧장 아서의 중갑옷과 검을 찾기 위해 무구들이 있는 칸으로 향했다.

“와…….”

무구들이 있는 칸에 도착하니, 마법으로 보존되어 있는 무구들이 번쩍번쩍 자신의 고귀함을 뽐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 중 아서의 중갑옷과 검은 모두 묵빛 흑색이라 찾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었다.

“……!”

그 아름답고 매혹적인 자태를 보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꼈다.

『에브니아 전기』의 세계관에서 아벨의 용사의 무구를 제외하고선 가장 뛰어난 무구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용사이자 건국 황제였던 카인 아이테르너스의 무구들보다 더.

‘카인은 용사였음에도 용사의 무구들이 허락되지 않았었어.’

카인은 주신 아그네스께 딱 한 가지 죄를 지었었는데, 바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무고한 동생을 죽게 내버려둔 것이었다.

그 죄로 인해 그는 용사였지만 용사의 무구들이 허락되지 않았었다.

‘대신 다른 뛰어난 무구들을 받았지만.’

카인의 무구들도 골드 드래곤의 뼈와 비늘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용사와 아서의 무구보다는 조금 부족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뛰어난 무구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카인의 황금빛 검과 중갑옷이 수많은 뛰어난 무구들 가운데서 뇌기 어린 빛을 내뿜으며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름다워.’

하지만 아벨의 눈은 세상 빛을 모두 빨아들일 듯한 뇌쇄적인 묵빛의 검과 중갑옷으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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