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98화 (198/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98화

콰아아아아아앙!!!!!!!!!!

지축이 흔들리는 굉음이 들린다.

주변은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과연 하늘과 땅이 뒤바뀔 만한 힘이었다.

“커억!!!!!!!!!!”

이것만은 버틸 수 없는지 그는 한쪽 손만 드래곤으로 변한 몸으로 바닥에 쓰러진다.

어둠은 그의 피부마저 갉아먹어 얼룩덜룩한 모습이었다.

제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타락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졌다지만, 저 힘은 내가 봐도 양날의 검과 같은 것.

자칫하다 가는 잡아 먹히는 건 예삿일도 아니었다.

푸욱-

바르작거리는 놈의 복부를 꿰뚫었다.

울컥, 한줌 핏물을 뱉어 낸 렌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본다.

“멍청한 녀석…… 다 헛수고다. 나는 심장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해. 그리고 너는 절대 내 심장을 파괴할 수 없다.”

“아아. 그 <타락>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드래곤 하트 말이지. 딱 보니 이미 썩어문드러진걸 그나마 그 힘으로 버텨내고 있는 모양이던데.”

“……큭, 그걸 어떻게? 하…… 아니, 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아무리 초월자로서 강대한 힘을 가진 네놈이라 할지라도 그걸 뚫어 낼 수는 없으니까.”

나는 자신만만한 눈동자를 쳐다보며 생각해 두었던 물약병을 꺼냈다.

그러자 물건의 정체를 알아본 놈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한다.

[넥타르[???급]: 복용시 신체와 영혼을 정화시켜줍니다.]

“……그건 신계의 넥타르? 잠깐, 설마 너-!!!!”

퍽!!!!

“큭!!!”

나는 주먹을 들어 놈의 나불거리는 입을 가격했다.

잔뜩 피투성이가 되고 나서야 말은 멈췄다.

“젠장, 조잘조잘 말도 많군.”

퐁-

넥타르의 물약병을 열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나는 그대로 투명한 액체를 그의 주둥이에 쏟아부었다.

“웁!???”

렌은 있는 힘껏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단단히 부여잡고 있는 내 손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곧 물약병이 바닥을 드러내고 새하얀 빛이 놈의 주변을 감돈다.

타락의 기운이 넘실거리던 몸은 서서히 정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술로 보호받던 심장까지도.

콰악-!!!!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이미 힘을 모두 소진해 버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다 끝났나. 그래, 결국은 네가 이겼군…… <예언>은 정말로 이루어지고 말았어.”

렌의 눈가가 점차 붉어진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서 분하고 억울한 심정이 잔뜩 묻어나온다.

그는 결국 다가오는 죽음을 각오한듯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어머니……결국은…….”

낮게 중얼거리는 금발의 소년은 과거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언제 날뛰었냐는 듯 얌전해진 그를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러자 의문을 가득담은 금색 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이제 널 죽이는 건 별게 아니라지만, 아직 해결할 게 남아서 말이지.”

나는 인벤토리의 제일 상단에 넣어 놨던 헤츨링의 몸뚱아리를 꺼냈다.

뜨끈한 신체는 아직도 아렐리아의 온기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블랙 일족의 헤츨링? 그때 보았던 아직 어린 개체군. 이건 왜 갑자기…… 응?”

그는 갑자기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헤츨링을 더듬거린다.

그리고 그 안에 영혼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얼굴은 점점 환희로 물들어간다.

“블랙으로 보이지만……이건 내가 만들었던…….”

역시나 맞나 보군.

놈의 손에 들려 있던 헤츨링을 다시금 휙 빼앗았다.

그러자 렌의 동그란 눈은 다시금 절망으로 물들었다.

“안 돼!!!!!!!!!!!”

그는 내게 다가오려 애쓴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기운조차 없는 그는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덜렁 인형같은 신체를 들어올렸다.

나머지 검을 쥐고 있는 손으로는 작은 심장이 뛰고 있을 곳에 들이댔다.

이쯤 되면 내가 무얼 하려는지는 멍청한 슬라임이라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발, 제발 그걸 죽이지 말아다오. 너도 이쯤 되면 알고 있지 않느냐. 그건 내 어머니의 영혼이 담겨야 할 신체야…….”

“이제야 좀 대화할 만한 상태가 만들어졌군. 그렇지 않나?”

입매를 비틀며 고개를 까닥였다.

눈치가 빠른 그는 바로 내 앞에 몸을 낮춘다.

완전한 복종의 태도였다.

세상천지 무서운지 모르고 날뛰던 렌이 완전히 내게 무릎을 꿇다니.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힘든 일을 바라보니 새삼 여기까지 도달하기 전의 과정들이 떠오른다.

‘에우로델도 함께 왔으면 좋아했겠군.’

렌에게 이를 갈던 그가 이 장면을 봤다면, 당장 영혼이 승천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벌벌 떨고 있는 소년을 주시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모습은 볼수록 묘한 감정이 생겨왔다.

“일단 네가 용언을 걸어 놓은 서채아부터 해결하지.”

“아……역시 내가 죽으면 그녀 역시 죽는다는걸 알고 있었군. 알았네, 그러니 제발 그 검은 치워 주게. 고귀한 몸에 상처라도 나면 어쩌려고-”

“용언부터.”

으름장을 놓자 그는 허겁지겁 눈을 감는다.

금빛 마력은 실타래처럼 풀리더니 근처에 있던 서채아의 몸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간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용언은 풀린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영혼의 구슬을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으음…….”

나직한 신음소리와 함께 흐렸던 동공이 또렷해진다.

정신을 완전히 차린 그녀는 눈을 꿈뻑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헤매던 시선은 곧 렌이 있는 방향을 향해 멈췄다.

“……성공하셨, 윽??”

갑자기 서채아는 심장부근을 강하게 쥔다.

새하얀 얼굴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재빨리 최상급의 회복 포션을 부어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어쩔 수 없네. 드래곤의 마나가 담겨 있던 심장이야. 이제 그 힘들이 모조리 빠져나갔으니, 버틸 수 없을 수 밖에. 아마 남은 수명도 10년 남짓밖에 없을 거야.”

“……뭐? 그걸 지금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괜찮아요. 어느정도 짐작하고는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남은 생이나마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신 건 진 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아무런 미련도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 그리고 제가 가져간 물건을 돌려드릴게요. 다행히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었어요.”

핏기 하나 없는 손이 새하얀 왕관을 내민다.

전에 서채아가 가져갔던 천왕의 왕관이었다.

나는 그걸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렌에게 다가갔다.

퍽!!!!

주먹을 휘두르자 놈은 바닥을 나뒹군다.

하지만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당연한 일이라는 듯 다시 무릎을 꿇고 앉는다.

“서채아가 저렇게 된 것은 모조리 네 책임인 건 알고 있겠지.”

“……일이 이렇게 되서 정말 미안하네. 타락에서 벗어난 지금은 확실히 깨닫고 있어. 내가 너무나 많은 생명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것을…….”

렌의 입가에는 쓴 웃음이 걸쳐진다.

그리고 괴로움이 가득 담긴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네, 나와 마지막 거래를 하지 않겠나.”

“내게 거래를 청할 만한 것은 없을 텐데. 남은 건 고작 그 하찮은 몸뚱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 내 몸이 남았지. 아직 멀쩡하게 뛰는 심장도 있고 말이야.”

그는 대뜸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서서히 눈을 감더니 마지막 남은 마나를 바닥까지 끌어모은다.

왈칵-

“큽…….”

내장이 망가졌는지 토혈을 하면서도 렌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모았던 손바닥을 펼치며 작은 물체를 내게 내민다.

원초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금빛 보석.

그의 드래곤 하트였다.

“쿨럭, 이걸 먹이게. 이 힘이 그녀의 심장을 계속 뛸 수 있게 해 줄걸세.”

“……자살을 선택할 셈인건가.”

“그동안 내가 해 온 수많은 과오 중에 하나를 되돌릴 수 있는 일이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지.”

그는 싱긋 웃으며 헤츨링의 몸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방금 전 ‘거래’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지 않냐는 눈빛이었다.

“그래. 이걸 마다할 수는 없지. 이 거래, 받아들이겠다.”

“약속을 어기는 자라 생각하지는 않겠어.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테니…….”

애써 견디던 몸이 천천히 허물어진다.

바닥에 누운 신체는 발끝부터 가루가 되어 버린다.

찰나의 시간이었다.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 온 드래곤이 죽어가는 시간 치고는.

나는 말없이 바람에 실려가는 먼지들을 쳐다보았다.

[98층 <별의 무덤>의 주인을 처치하셨습니다.]

[곧 <검은 탑>의 마지막 층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시스템은 5분의 시간을 띄워 올렸다.

지체할 여유는 없었다.

나는 곧장 서채아에게 다가가 금빛 보석을 내밀었다.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잘된 일이지. 그렇다고 그동안 렌이 저질렀던 일이 모두 용서받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보석을 받아든다.

입안에 넣자마자 드래곤 하트는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잠시 뒤, 금빛의 기운이 서채아의 온 몸을 덮으며 천천히 스며든다.

약하게 들리던 심장 박동은 내 귀에 들릴 만큼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단한 힘이에요. 이정도라면…… 전보다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마나를 한번 끌어올려보더니 작게 감탄한다.

역시 헌터 특유의 기질은 어디 가지 않는 모양.

잔뜩 흥분한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제서야 서채아는 행동을 멈추고 얼굴을 붉혔다.

“그…… 저는 아마 이제 지구로 귀환하게 될 것 같아요. 더이상은 머무를 수 없다고 시스템 메시지가 떴거든요.”

“아마 내가 99층에 오르는 시점과 비슷하겠군.”

“드디어 마지막층에 도달하시겠군요. 과연 <검은 탑>의 끝에는 뭐가 있을지…….”

그녀는 두 눈은 숨길 수 없는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하지만 곧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오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는 여기까지예요. 정식으로 감사인사는 조금 뒤에 드릴게요. 그러니까…… 진 님이 돌아오신 후예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우리 둘의 발 밑에는 익숙한 마법진이 떠오른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래, 얼마 걸리지는 않을 거야.”

그녀와 나는 서로를 향해 씨익 마주보며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