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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97화 (197/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97화

확실히 시스템이 막아설 만큼 대단한 정보이긴 했다.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은 몇 가지 남아 있었다.

‘마지막에 본 렌은 그래도 나름 제정신으로 보였는데…….’

물론 그를 온통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같이 미친놈이 될 만큼의 사건일까.

영 찝찝한 마음으로 다시금 몸이 지금의 과거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억의 구슬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영화가 빠르게 재생되는 것처럼 풍경이 뒤바뀌고, 장소는 나도 알고 있는 곳으로 변했다.

죽은 자들의 땅, 명계였다.

[관리자의 역할이 끝나면 무조건 소멸하냐고? 흐음, 재미있는 질문이군.]

렌은 신전 한구석에 서있다.

그리고 텅 비어 있는 건물 안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가 있었다.

‘대체 누구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라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은연중에 느껴지는 위엄은 대단했다.

그 건방진 렌조차 약간의 예의는 갖출 정도로.

[대답은 네가 원하는대로 ‘아니다’. 아직 영혼은 묶여 있기 떄문이지. 그저 영혼이 담길 만한 새로운 몸뚱이만 준비해 주면 돼. 물론 격이 높은 만큼 쉽지 않은 일이겠지.]

“……영혼이 담길 새로운 몸…….”

[그래.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지만 너의 힘이라면 가능하겠지, 그녀가 탄생시킨 첫 번째 드래곤이여.]

또다시 시간이 정지한다.

렌의 과거가 짧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중요한 부분만 편집되어 보여 주는 것처럼.

오랫동안 애를 쓰던 놈은 결국 본인이 가진 대부분의 힘을 털어내어 황금빛 알을 하나 만들어냈다.

그러나 렌은 잔뜩 지친 탓에 바로 동면에 취해야 했기에 그걸 지켜 낼 수 없었다.

결국 그 당시 가장 강하다는 드래곤을 찾아갔다.

에우로델이었다.

“……이걸 부화할 때까지 맡아 달라는 말입니까?”

“우리 종족에게 중요한 일이다.”

“로드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죠.”

“용언으로 맹약을-”

한참 대화를 하던 렌이 갑자기 멈칫한다.

날카로운 시선은 어느 한곳에 고정되어 있다.

바로 내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방향이었다.

‘X발, 이거 설마…….’

마르바스의 과거를 구경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물에 젖은 종잇장마냥 구겨진다.

이쯤 되면 확실하다.

그는 나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미래의 인간? 어떻게 나를 엿보고 다니-크으으윽!!!!”

갑자기 그는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부여잡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고통으로 떨리던 몸이 갑자기 건전지가 떨어져 나간 장난감마냥 뚝 멈춰 선다.

그는 천천히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드디어 찾았다.”

익히 보았던 무기질적인 얼굴이 나를 맞이한다.

그는 입꼬리를 찢어질 듯 치켜올리며 대뜸 팔을 뻗는다.

당연히 피하려 했지만 유령마냥 둥둥 떠다니는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허??”

설마했지만 반투명한 몸은 렌의 손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잡혀 있는 부분은 점점 원래의 색을 되찾고 있었다.

마치 이제는 현실로 가야할 시간이라는 듯이.

후우우웅-

주위의 공기가 세차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눈 깜짝할 사이.

내 몸은 어느새 별들이 가득 박힌 밤하늘 아래에 서 있었다.

[시스템이 관여하지 못했던 그간의 플레이어의 여정들을 <검은 탑> 기준으로 환산합니다. 단, 시스템의 경고를 어긴 적절치 못한 행동의 페널티로 보상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95,96,97층을 공략하셨습니다!]

[98층 <별의 무덤>에 입장하셨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순식간에 시스템 메시지가 연이어 떠오른다.

어쨌든 그간의 행보를 인정은 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헛수고는 아니군. 아니,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아.’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탑의 보상 따위보다도 훨씬 나았다.

이정도 중요한 정보는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정면을 주시했다.

“……네놈은 탑을 오를 수 없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직접 죽여 주지.”

앞에는 과거에서 나를 끄집어 낸 당사자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마지막에 본 모습처럼 찬란했던 금발은 타락으로 얼룩덜룩하게 변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존재답게 정신은 부여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누가 할 소리를.”

나는 손을 쥐락펴락하며 돌아온 감각에 익숙해지려 애썼다.

곧 세차게 뛰는 심장과 혈류가 느껴진다.

완전히 정상적으로 돌아온 신체를 느끼며 자연스레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당연히 있어야할 성검이 온데간데 사라진 상태였다.

‘제길, 과거에서 바로 오느라 에우로델은 따라오지 못했나.’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영혼이 담긴 검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벤토리를 열어 대충 괜찮아 보이는 무기를 꺼내려는 그때였다.

우우우웅!!

갑자기 작은 진동이 울려온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만큼은 케르베로스가 짖는 소리보다도 크게 느껴졌다.

바로 오랜 시간 함께했던 애검.

페르아렌이 나와 공명하는 소리였으니까.

‘이정도면 가깝군.’

순식간에 렌이 있는 정면을 향해 달려나갔다.

내가 공격하려는걸로 보였는지 순식간에 단단한 배리어 마법이 펼쳐진다.

“기습해도 소용없-”

타앗-!

나는 가볍게 발돋움을 하고 단단한 원형의 방어막을 밟았다.

그리고 훌쩍 뛰어올라 허공을 달려 나갔다.

“기습은 개뿔.”

피식 웃으며 쏜살같이 몸을 움직였다.

뒤에서 어이가 없어 멍하니 쳐다만 보는 렌의 시선이 느껴졌다.

개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곧 탁 트인 시야에는 거대한 덩치의 레드 드래곤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딱 봐도 그때 그놈이군.’

여전히 눈알에 박혀 있는 검은 그토록 찾던 페르아렌이었다.

끙끙 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아마도 빼내어 치료할 기운도 없는 듯했다.

나는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주변에서 걸음을 멈춰 섰다.

“……누구…….”

인기척이 느껴지는지 놈이 느릿하게 눈을 뜬다.

나는 내 몸통만 한 눈알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나다, 이자식아.”

“무, 무슨-끄아아아악!!!!!!!!!”

콱!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는 검 손잡이를 잡아챘다.

놈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미약했던 생명의 기운은 점차 바닥을 향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검의 촉감을 느끼며 멀쩡했던 다른 쪽 눈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직-!

“커억!!!!!!”

“양쪽 다 가져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말이야.”

바르작거리던 놈의 신체가 서서히 굳어 간다.

나는 마지막을 지켜보지도 않고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뒤를 돌았다.

[위대한 업적! 드래곤을 처치하였습니다.]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가 추가됩니다.]

[<드래곤 슬레이어>: 몬스터들의 왕이자 마나의 지배자인 드래곤을 처치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영광을 거머쥔 자는 영원토록 칭송받을 것입니다. 드래곤 종족에 한해 공격력+300%]

렌과의 전투를 앞둔 상태에서 꽤 쓸 만한 칭호였다.

바로 기존의 칭호를 <드래곤 슬레이어>와 교체했다.

이제는 잠시 후 들이닥칠 그를 기다리면 될 터.

오랜만에 만난 검을 정비하기 위해 들어올렸다.

하지만 재회의 시간을 즐기기에는 때가 안 좋았을까.

뒤쪽에서 예고도 없이 강한 마력이 쏘아진다.

챙!

검을 조금 움직여 그대로 튕겨 내었다.

기습한 자는 긴 머리를 나풀거리며 빠르게 접근한다.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에는 조금의 이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히 렌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버렸나.’

거친 움직임은 평소 가볍고 날랬던 서채아와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 준다.

지금은 그저 오직 상대의 죽음만을 위해 달려드는 살인 병기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직접 찾아와 주니 해야 할 일은 덜었군”

느긋하게 한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예상치 못한 내 행동에 그녀는 바로 약점을 보인다.

퍽!!!

어렵지 않게 새하얀 목덜미를 내려쳤다.

서채아는 그대로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푹 꼬꾸라진다.

나는 기절한 몸뚱이에 가지고 있던 결박 마법 스크롤을 사용했다.

‘일단 준비는 이정도로 되었고…… 남은 건 저놈뿐인가.’

손을 탁탁 털며 렌에 대해 생각하자 과연 금빛 머리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널브러진 드래곤 시체와 서채아를 보고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도망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망이라니, 미친 드래곤이라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않겠나. 그저 다른 일을 처리하고 왔을 뿐-”

콰아아!!!!

말을 끝맺기 직전.

순식간에 푸른 화염구가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날아온다.

“허? 이런 매너도 없는 X끼…… <요정수의 가호>.”

나는 들이닥친 불덩이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들이박았다.

“윽!?”

공격을 되돌려주는 스킬 덕분에 렌의 몸은 넘실거리는 화염으로 뒤덮인다.

잠깐 그가 주춤한 사이.

나는 그대로 몸을 낮춰 빠르게 접근했다.

써겅-!!!!

예고도 없이 들어온 반격에 렌은 그대로 오른손을 내어 준다.

하지만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착하게 금빛 마력을 응축시켜 내게 날리는 여유까지 보여 주었다.

휙-콰콰콰쾅!!!!!!

검을 횡으로 들어 막아 내었다.

손아귀에는 얼얼한 통증이 느껴진다.

‘독한 놈 같으니…….’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드는 자만큼이나 귀찮은 상대는 없다.

그 와중에 공격에는 타락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놈의 손끝을 주시했다.

“……<타락>을 이용할 수도 있는 건가.”

내 중얼거림에 그는 큰 웃음을 터트린다.

번뜩이는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하하하!!!! 이제 눈치챘나? 나는 이 세상에서 최초로 <타락>에 물든 존재야. 보통은 이겨 내지 못하고 죽겠지만, 나는 달라. 이 강대한 힘을 다루는데 성공했지.”

‘오래 살더니 별별 수를 다 쓰는군.’

어지간히도 귀찮은 능력이다.

아무리 나라도 스친다면 위험해질 게 뻔할 터.

시간 끌지 말고 단숨에 끝내야 한다.

나는 쓸 만한 스킬들을 모조리 사용했다.

<마신의 가호> 그리고 상대방의 약점을 보여 주는 <강렬한 직감>까지.

[스킬:강렬한 직감-약점을 사용합니다]

[스킬의 레벨이 Lv.7이므로, 약간 제한적인 정보를 얻습니다.]

[사용자와 대등한 상대입니다.]

[약점: 드래곤 하트(보호중: <타락>의 주술이 썩어 문드러진 심장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신(소중한 자의 안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순식간의 그의 정보가 떠오른다.

전에 한번 살펴봤을 때와는 비슷하지만, 내 능력과 스킬이 올라 몇 가지 추가된 점이 있었다.

‘이미 멈췄어야 할 심장을 <타락>의 힘으로 버텨 내고 있군. 그럼 일단 저 주술을 풀어내야 한다는 소리인데…….'

쾅!!콰아앙!!!!

그사이 끊임없이 마법이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여태껏 보지도 못한 강력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웬만한 건 피해 냈지만 간신히 막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나는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슬슬 때가 되었는데.’

쿠우우우우-

“……쥐새끼 같은 놈.”

놈은 더이상 안되겠는지 천천히 몸을 웅크린다.

그 형태는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주변의 마나가 모조리 그에게 흡수되어 간다.

‘그래, 바로 지금!’

<거인신의 가호>스킬을 발동하고 마력 또한 끌어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힘이 전신에 들끓는다.

차원계 하나쯤은 가볍게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찰나의 시간.

나는 단숨에 놈의 품을 파고들어 그대로 목덜미를 내리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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