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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89화 (18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89화

“으하핫!!! 하하하하하하!!!!”

공기마저 진동시키는 커다란 소리에 신들의 시선이 몰린다.

나 역시 낯짝한번 보고 싶어 진원지를 찾으려는데, 누군가 자리에서 휙 뛰어올랐다.

쾅-!!!!

바로 옆에 있던 자를 살펴보기도 전.

거대한 대검이 바닥을 내려찍는다.

얼핏 보면 기둥처럼 보이는 무기를 한손으로 쥐고 있는 자는 무신이었다.

“용기를 넘어서 거만하군! 그러나 마음에 쏙 들어.”

그는 나를 칭찬하며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으로 박수를 친다.

어리둥절한 신들의 눈초리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무신? 이 중요한 때에 대체 무슨 난동입니까.”

조율의 신은 머리가 아파오는지 빛으로 된 신체를 휘적이며 미간을 누르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무신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좌중을 쳐다보았다.

마치 내 동료라도 되는것마냥 자연스러운 자태였다.

“아무리 초월자라도10명의 신이 덤비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은가? 자네들이 이자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건 잘 안다지만, 너무도 불공평하지. 암, 치사하고 말고.”

“……그는 흔한 동료조차 없이 홀로 탑에 올랐습니다. 함께하는 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예. 규칙 정도야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그 꽉 막힌 규칙말이지. 하지만 다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그는 나를 향해 씨익 웃더니 손가락을 튕긴다.

[무신이 <신의 대리자> 계약을 요구합니다.]

[계약을 승낙 시, 무신은 신력을 나눠 줄 것입니다. 또한, 대리자를 위해 운명에 개입할 수 있게 됩니다.]

[대리자는 대신관 이상의 지위를 갖습니다. 당신은 무신의 화신으로 칭송 받을 것입니다.]

[스킬 획득 가능: <포교>, <성물 제작>, <성지 생성>……]

수도 없이 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신의 대리자>는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몇백 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한, 신의 사랑을 받는 자.

보통 성녀나 성자로 불리우는 것들이었다.

“허, 드디어 무신이 미쳤군. 신성한 대리자를 이리도 즉흥적으로 선택하다니.”

“지금 저 말은 우리를 적대하겠다는 말과 같은 것 아니오??”

“무신, 설마 <신의 대리자>로 이자를 선택한 겁니까? 단 한 번도 대리자를 만들지 않더니 하필 이때…… 으음. 확실히 아직 초월자에 불과할 뿐, 정식 신은 아니니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조율의 신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지켜보던 신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를 혼란 속에 몰아넣은 가운데, 원인 제공자인 무신은 오직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눈을 번뜩인다.

“나를 따르라. 그리한다면 내가 도전자의 시험에 개입할 수 있게 돼. 그리고 나를 믿는 신도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활동하기에 <신의 대리자>로서 의무도 없을 거야. 아주 좋은 자리-”

“잠까안!!!!!!!”

마치 범죄를 목격한 시민마냥 우렁찬 고함이 울려 퍼진다.

재빠르게 달려온 자는 마신이었다.

경악한 표정이며 다급한 몸짓까지 그 급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여태껏 봐온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지금 우리 마왕에게 무슨 짓인가!?”

“뭐? 자네야말로 이게 무슨 난동이야??”

“제기랄!! 나조차도 눈치 보느라 <대리자> 자리는 권유해보지도 못 했거늘!”

따악-

[마신이 <신의 대리자> 계약을 요구합니다.]

마신이 가볍게 손을 튕기자마자 비슷한 내용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지금 이게 뭐 하자는 짓거리지.’

양쪽에서 신들이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본다.

슬슬 중재해야 할 조율의 신조차 침묵을 유지하는 상태였다.

“마왕이여, 그대가 처음 본 신은 내가 아니던가? 제일 많이 돕기도 했고. 그간의 정이 있지, 사람이 이래서는 안 되는 법이야!”

“저 체통도 없는 녀석 말 듣지 말게. 마신의 장난기는 그대도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대리자랍시고 갖고 놀게 뻔해.”

자신을 선택하라며 두 신이 핏발까지 세운 채로 열변을 토한다.

웅성거리던 신들도 이 연극 같은 상황에 빠져드는지 숨죽이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술 더 떠 와작, 저 멀리 비둘기 모습의 정령신이 팝콘 씹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진짜 미친놈들인가.

‘……이게, 신계?’

X발.

모든 것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에 진절머리가 난다.

나는 잔뜩 구겨진 종잇장 같은 얼굴로 두 신 놈들의 팔을 움켜쥐었다.

“설마 둘 다 선택하려는 셈인가?”

“역시 우리 마왕은 욕심도 많지. 하지만 이것만큼은 하나밖에 가질 수 없다네. 그것이 규칙이니까.”

[무신의 <신의 대리자> 계약을 승낙하시겠습니까?]

[마신의 <신의 대리자> 계약을 승낙하시겠습니까?]

어서 빨리 고르라는 듯 시스템 메시지 두 개가 나란히 떠오른다.

나는 잔뜩 기대하는 신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둘 다 받아들이지 않겠다.”

[계약을 취소합니다.]

“……뭐!? 마왕이여, 방금 조율의 신이 하는 말을 못 들었나? 그대는 열명의 신을 혼자 상대해야 해!”

“알고 있어. 그러나 상관없다.”

고개를 들어 신들이 모여 있는 자리를 훑었다.

하나같이 경악하는 얼굴들.

나는 그들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저딴 겁쟁이들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덤벼온다 해도 신경 쓰지 않으니.”

말이 끝나자마자 신전은 금세 시끄러워진다.

다들 한마디씩 얹어대는 통에 제대로 들리지는 않지만, 잔뜩 상기된 낯색 자체를 보니 전부다 나에 대한 비난이 전부인 듯하다.

“저…… 저 건방진!!!!”

“초월자라 하나 아직은 신이 되지도 못한 인간 주제에!!!”

나름대로 얌전히 있던 자들도 불쾌함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내 마왕은 하는 일마다 당황스럽군.”

마신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난처해 보이는 표정에는 영문모를 만족스러움이 슬쩍 비쳐 보였다.

“큭…… 크크크크크크…… 크하하!!!!”

그때였다.

고개를 푹 숙인 무신이 갑자기 미친듯이 웃기 시작한다.

‘거절을 당해 실성하기라도 한 건가.’

자존심이 상당히 강해 보였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어재끼던 그가 갑자기 눈을 번뜩인다.

참을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크크크…… 탐이 나. 너무도 탐이 나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야. 좋다, 초월자여. 내가 졌네. 그렇다면 이건 어떤 가. 자네의…… 친구이자 동료로는 말이야.”

[무신이 영원한 우정의 맹약을 요청해왔습니다.]

[동료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수락한다면 93층 <성전> 임무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뭐 하자는 수작일까.

떨떠름하게 쳐다보았지만 그는 빙긋 웃으며 팔짱을 낄 뿐.

방금처럼 나를 회유를 시도하려는 기색조차 없다.

오히려 난리가 난 것은 우리 둘을 제외한 신들이었다.

“뭐??? 무신, 지금 자네가 뭘 하려는 건지는 아나??”

“필멸자의 동료라니, 무신도 한물갔군. 신계의 수치야.”

우정의 맹약이라면 헤르멘과도 맺었던 것이다.

분명 큰 효과는 없던걸로 기억하는데.

하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아하니, 다른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무슨 꿍꿍이지?”

“꿍꿍이라니. 이건 나와 동등한 관계로서 나란히 서게 되는 맹약이야. 또한 우정에는 대가가 따르지 않는 법이라네, 예비 동료여.”

무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라.

신을 위해 행동하는 <대리자>따위보다는 훨씬 나은 관계였다.

‘오랜만에 괜찮은 자를 만나긴 했지.’

비슷한 성격에 성향.

그리고 주변 상황 따위는 하등 신경 쓰지 않는 태도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저런 자와 우정을 나눌 기회를 마다할 필요는 없을 터.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승낙하지.”

“잘 부탁하네, 친구여.”

굳은살 가득한 커다란 손이 악수를 요청한다.

피식 웃으며 단단하게 마주 잡았다.

동시에 손등에는 타오르는 느낌과 함께 붉은 문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고귀한 존재와 우정의 맹약을 맺습니다.]

[최초로 신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칭호 <신과 우정을 나누는 자>가 추가됩니다.]

[무신을 동료로 받아들입니다.]

신들의 차가운 눈초리들이 쏟아진다.

공기마저 얼어붙을 듯한 분위기 가운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 마신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와 무신 사이를 헤집어놓는다.

“말도 안돼!! 제기랄, 이런 수가 있었다니?? 나도……!!”

[마신이 영원한 우정의 맹약을 요청해왔습니다.]

[실패! 현재 마신-신도(마왕)의 관계입니다.]

생각해보니 마계의 왕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그를 위해 활동하는 추종자와 매한가지던가.

이제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마신이 털썩 주저앉는다.

일그러진 눈매에는 좌절이 가득했다.

“빌어먹을!!!”

“저런. 안타까운 일이야.”

무신은 전혀 안타깝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신랄하게 비웃는다.

그에 발끈한 마신이 날뛰기 직전.

어디선가 나타난 천신과 정령신이 각각 한 팔씩 부여잡고 그를 질질 끌고 갔다.

“……이제 다 마무리된 겁니까. 도전자여, 이리로.”

상황을 지켜보던 조율의 신이 지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운다.

그리고는 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바퀴 하나를 꺼내 보였다.

“이건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신물입니다. 경기에 보상이 빠져서는 되겠냐며 운명의 신이 흔쾌히 내놓은 물건이지요. 이걸 사용한다면 앞으로의 <검은 탑>에서 그대가 원하는 층으로 즉시 향할 수 있으니 노력해 주시길.”

저것이 있다면 별의 무덤으로도 바로 갈 수 있는 건가.

꽤나 욕심이 생기는 보상이다.

하지만 굳이 상품이 걸려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전투라면 모조리 승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기대하지.”

“그럼, 대기실로 보내 드리죠.”

[92층 <신들의 정원>을 공략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발생함에 따라, 93층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서서히 발 밑에는 신력이 감돌며 마법진이 떠오른다.

내 옆에 있던 무신도 함께였다.

“첫 친구와 첫 전투라니. 정말 흥분되는군.”

잔뜩 몸이 달아오른 무신이 대검을 움켜쥔다.

나 역시 성검을 꺼내들었다.

“저 신놈들의 콧대를 모조리 부숴주게, 친구여.”

“그걸 말이라고.”

콧대는 물론 안면까지 박살낼 생각이었다.

감히 내가 가는 길을 방해하려는 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도 많이 봐준 것일 터.

“기대하지.”

진득한 웃음이 서로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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