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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85화 (185/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85화

드래곤에게 납치당했던 그녀를 찾기 위해 탑을 등반하고 있었는데, 제 발로 나타나다니?

어이가 없다 못해 당황스러울 정도다.

심지어 <검은 탑>을 통해 들어온 것도 아닐 테니 분명 차원 이동을 했다는 소리였다.

‘지나치게 수상한데.’

우선 다가가지 않고 냉철하게 그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곳은 허락받은 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방금 일어난 상황인 건가.

천왕으로 보이는 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서채아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만 볼 뿐이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알아듣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무력으로 상대할 수 밖에 없겠군요.”

휴식을 방해받아 심산이 뒤틀린 천왕이 서서히 성력을 끌어올린다.

명백한 살기를 담은 기운이었다.

그에 대항하듯 그녀 역시 허리춤에 있던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감히 천신을 모시는 곳에 무기라니. 이런 무례한…….”

살벌한 기류가 흐른다.

순간 서채아는 빠르게 검을 뽑아들고 그대로 휘둘렀다.

카앙!!!

갑작스레 벌어진 전투.

말릴 새도 없이 생긴 구경거리에 나는 구석 기둥에 몸을 편안히 기대었다.

나름대로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점점 이상한 점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서채아가 저 정도 실력이었나.’

월드 랭커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강한 자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6차원계 중 가장 강한 왕이라는 천왕에 비견될 수는 없을 터.

대등하기는커녕, 진작 제압 당했어야 마땅했다.

콰앙!!!!!

캉!!!!

“큭-”

하지만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천왕이었다.

연달아 쏟아지는 매서운 공세에 버텨 내기도 급급해 보인다.

끊임없이 흐트러짐 없는 검술이 이어진다.

마치 전쟁터에서 수십 년을 구른 소드마스터만큼이나 대단했다.

하지만 검에 관련해서는 이미 통달한 내 눈에는 확실히 보이는 점이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작위적인 검술.’

멀리서 봐도 유난히 삐걱거리는 그녀는 마치 인형처럼 느껴질 정도다.

어디서 본 느낌이다 싶을쯤.

순식간에 몰아친 공격에 천왕은 결국 무릎을 꿇는다.

“커억!!”

서채아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선다.

슬슬 나서야할 타이밍이었다.

“잠깐.”

빠르게 다가가 천왕과 그녀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감정없이 투명한 나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약간의 동요가 엿보였다.

“……큭……또다른 인간?? 대체 신전을 막는 천족들은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마 단체로 실신했을걸.”

“뭐!?”

떼거지로 몰려들어온 인간 손님들에 천왕은 크게 당황한다.

그러나 한가하게 인사 따위나 나눌 때는 아니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쥐고 있던 검날을 강하게 잡아챘다.

“서채아, 나에게 해야 할 말이 많을 텐데.”

“……진…….”

분명 나를 알아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켜 올린 검은 거둬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거두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건가.

나는 손잡이를 쥔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음을 놓치지 않았다.

“안……돼……끄흑…….”

대체 무엇을?

푹 숙여진 머리사이로 연신 괴로운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검날을 잡던 손을 떼고 그녀의 양 어깨를 부여잡으려 했다.

“이봐, 대체 무슨-”

휘익!!!

갑작스레 묵직한 마력을 담은 공격이 날아온다.

안에는 맹렬한 적의가 느껴진다.

재빨리 몸을 옆으로 비틀어 피해 냈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검의 궤도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다.

‘잠깐, 이거 설마!!!’

푸욱-

“커어억!!!”

“……하. X발.”

찔러진 검이 옆에 있던 천왕의 복부를 꿰뚫는다.

젠장, 서채아가 미치기라도 한 건가.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나 역시 성검을 꺼내들어 휘둘렀다.

쒜에엑!!

챙!!

그러나 빠르게 질러진 검이 간발의 차이로 막힌다.

심지어 맞부딪힌 힘이 어마어마한지 손아귀가 얼얼하다.

힘이 아닌 속도로 승부하는 그녀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걸 막아?’

온몸의 피가 식는 기분이다.

이성은 극도로 차분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는 상대라는 판단이 생긴다.

쾅!!!

콰아아앙!!!!!

나는 입을 닫고 그녀를 향해 계속해서 연격을 날렸다.

하나하나가 무시못할 마력이 담긴 상태였다.

처음에는 무난히 받아치더니 서서히 허용하는 피해가 늘어난다.

십 분쯤 지나니 서채아의 온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 있었다.

털썩-

“……흐윽-”

분명 고통스러운 상처임에도 소리하나 내지 않던 그녀였다.

하지만 상황이 마무리되려니 갑자기 눈가가 서서히 붉어진다.

“이제 와서 약한 척이라도 할 셈인가.”

“그게…… 아니에요…… 당신과 싸우기 싫-으윽…….”

하지만 서글픈 듯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에도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하물며 작은 연민조차도.

지금 나에게는 빠르게 서채아를 제압하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대체 왜 천계에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에게 던질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내지르려는 그때였다.

우우웅-

서채아의 바로 옆.

지독하게 음산한 기운이 일렁이며 공간이 찢어진다.

그리고 작게 드러난 곳에서는 익숙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아직 실험은 미완성이니 어쩔 수 없지.”

느긋하게 헛소리를 지껄이는 맑은 미성.

렌이었다.

“하? 이 새끼가 갑자기 나타나서 개소리를……!!”

쾅!!!!

작게 벌어진 공간 틈으로 검을 쑤셔 넣었다.

하지만 무언가 단단하게 막힌 듯 놈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다.

젠장, 스킬이 필요한데.

가호 스킬은 거인계에서 이미 사용해 버려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

하필 이 타이밍에 나타난 녀석이 알고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극의의 일격>!”

쾅!!콰아앙!!!

어쩔 수 없이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극의의 일격> 특성상 공격이 쌓여야 힘을 발하는 만큼, 연이어 스킬을 사용하는 그때였다.

부시럭-

분명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만큼 힘들 서채아가 서서히 일어난다.

그러나 공격의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충 무시하고 하던 일에 집중했다.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던 렌은 점점 조급함을 내비친다.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조각 하나가 부서진다.

효과가 있었다.

하기야, 시스템의 방어조차 부셔내는 스킬이다.

그까짓 드래곤이라고 버텨 낼 수는-

“……임무 완료.”

후우욱-

기계적인 말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본능적으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빠르게 고개를 휙 돌리니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보인다.

“자격 없는 자가 가질…… 물건이…… 커억……!”

서채아의 손에 들린 물건.

방금 전까지 천왕의 머리에 씌어져 있던 왕관이었다.

내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 그녀는 짐승같이 날랜 움직임으로 찢어진 공간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목적을 이룬 연결 통로는 순식간에 닫혀 버린다.

눈 깜짝할 시간동안 이뤄진 일이었다.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 거지?’

당황할 새도 없다.

극도로 어이없는 사건을 겪자, 머리가 지나치게 차가워진다.

나는 흥분감을 억누른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천왕에게 다가갔다.

“왕……관이…….”

쥐어짜내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동공에는 이미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바닥을 잔뜩 적시고 있는 출혈이며 상처는 딱 봐도 치명상을 입은 상태.

느껴지는 생명력조차 미약하기가 그지없다.

살리기는커녕, 나가서 무덤이나 파 놓는 게 적절한 행동일 정도였다.

쾅!!!!

“……제기랄.”

애꿎은 기둥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렸다.

‘어차피 렌과 서채아는 어디로 도망치지도 못해. 분명 <별의 무덤>에 머무르고 있겠지. 빌어먹을 천왕의 왕관과 함께.’

왕관을 가져간 목적 따위야 뻔하다.

<왕의 길>퀘스트를, 그리고 나를 방해하려는 것.

이제 와서 그놈의 수작질에 분노할 필요는 없었다.

‘……우선 신전 밖으로 나가야겠군.’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은 없다.

차갑게 식어 가는 천왕을 내려다보다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문으로 향하려는 그때였다.

갑작스레 공기 중에 흐르는 마나가 멈추는 기분이 든다.

몇 번이고 겪었던, 신의 부름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파앗!!

역시나 눈부신 빛이 천천히 퍼지더니 주변은 희끄무레한 장소로 변해간다.

[도전자여……]

에워싼 공간만큼이나 흰 머리카락과 옷을 치렁치렁 늘어트린 자가 나타났다.

나 천신이요, 명찰이라도 달아 놓은 듯한 생김새였다.

“……하.”

뜬금없이 나타난 그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다가오는 그를 향해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천신은 슬픈 눈을 한 채로 어리둥절하게 나를 쳐다본다.

[……도전자여? 왜 말이 없는-]

퍼억!! 쿠당탕!!!

정면을 향해 내질러진 주먹에 묵직한 타격음이 들린다.

고상한 외관의 천신은 순식간에 바닥을 나뒹군다.

그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윽!? 감히 필멸자가 내게 손을 대!??]

“필멸자고 나발이고. 부탁하는 입장이면 말 좀 곱게 하지.”

[먼저 후려갈긴 건 그대이니 말이 곱게 나갈 리가-아니, 그보다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왕관을 빼앗기자마자 소환되었는데 모를 리가 있나.

뇌가 없는 슬라임도 이정도 눈치는 있을 터였다.

맞은 것도 잊고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천신 놈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신이라는 놈들은 다 이 모양인가. 심지어 이정도 순진함이면 불법 수준인데.’

이러니 마신에게 성검을 도둑맞지.

이제 와서 보니 천신을 떠올리며 낄낄 웃어대던 그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장난기 많은 그에게 어리숙한 천신은 놀리기 좋은 장난감이었을 것이다.

[큼큼. 뭐, 그대의 예상이 맞다네. 감히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자의 손에 신의 기운이 깃든 천왕의 왕관이 들어갔으니 곤란한 상황이지.]

그는 애써 진중한 얼굴을 꾸려내더니 허공에 손짓을 한다.

뭘 하나 봤더니 물건을 소환한 모양인지 손바닥 위에는 작고 흰 구슬 하나가 둥둥 떠다닌다.

그저 둥그런 평범한 구슬이지만, 성력을 담고 있는 물건이 어딘가 낯익다.

각 차원계와 연결된 탑을 공략할 때마다 신의 정수랍시고 던져 주던 물건과 비슷했다.

[하지만!]

구슬을 손안에서 굴리던 천신이 갑자기 한 글자씩 강조하듯 말을 한다.

그리고는 싱긋 웃으며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만면에 걸린 짓궂은 미소는 왜인지 모르게 마신과 닮아 있었다.

[한번 만들었던 왕관, 두 번은 못 만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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