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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82화 (182/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82화

“마족의 습격이다!!!”

달려드는 우리를 향해 성력을 머금은 창이 내질러진다.

상당한 강자인지 꽤나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래 봤자 나에게는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느릿한 속도였지만.

가볍게 창대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순간 당황해 잔뜩 흔들리는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안면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퍽!!!!

“아악!!!!”

머리가 울리는지 놈은 그대로 얼굴을 부여잡는다.

이어서 몇 대 더 두드려주자 눈을 까뒤집고 쓰러진다.

눈 깜짝할 새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러자 무언가를 시도조차 못한 채 나를 주시하던 다른 놈이 황급히 동료를 향해 다가간다.

“젠장, 괜찮습니까!?”

감히 적을 두고 등을 돌리다니.

경비병이랍시고 이런 자들을 세워 놓은 천왕의 안목에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나는 안중에도 없는 놈의 뒷목을 후려치자 소리도 없이 푹 쓰러진다.

“그쪽은?”

“끝났습니다~”

고개를 슥 돌리자 아렐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양 손에는 천족 두 명이 여기저기 그을린 상태로 기절해 있었다.

그녀는 내가 쓰러트린 놈들 위에 차곡차곡 경비병을 쌓아 올렸다.

“첫만남인만큼 나름대로 좋은 말로 시작하려 했건만.”

어차피 내가 천왕이 되면 이들 또한 내 수하가 될 운명일 터.

충분히 아량을 베풀 마음쯤은 있었지만, 대화는커녕 다짜고짜 무기부터 들이미는 무례한 자들에게까지 내어 줄 것은 없다.

뭐, 그럼 어쩌겠는가.

말이 안 통한다면 주먹의 대화를 시작할 수밖에.

“천족들은 원래 예의가 없어요. 말이 통하는 작자들도 아니고요. 이런 방도밖에 없죠.”

아렐리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 치고는 얼굴이 꽤나 상쾌해 보인다.

사실은 천족들을 쥐어 팰 궁리만 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래도 이번 퀘스트가 <천왕의 시험>인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시험이 아니라 전쟁을 치르게 생겼군.”

“물론 저야 적극 찬성이지만 아무래도 마왕님이 지금은 도전자의 신분이니…… 흐음. 저쪽 보이세요?”

그녀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어느 한 건물을 가리킨다.

결벽증이라도 있는지 티끌 하나 없이 흰 궁전이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상당히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휘황찬란한 모습이 바로 눈 앞에 있는 것마냥 잘 보였다.

“저도 멀리서만 봐서 방문은 처음이지만, 저쪽이 천왕의 왕궁일 거예요. 웬만한 일에는 움직이지도 않는 게으른 자이니 아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죠.”

“일단 가지. 딱 보니 텔레포트는 불가능한 장소일 테니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어.”

“맞아요. 허락받은 고위 천족이라면 모를까, 이동 마법은 성을 둘러싼 도시들까지도 불가능할 거예요. 만약 가능했다면…… 벌써 마족들이 침략하고도 남았겠죠.”

“귀찮게 되었군.”

사실 이정도 거리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저곳까지 가는 동안 천족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건 당연지사.

모조리 다 죽일 수도 없고, 저 말도 통하지 않는 놈들을 하나씩 제압하려니 벌써부터 얼굴이 와그작 구겨진다.

부르르-

널브러진 경비병들을 뒤로한 채 장소를 옮기기 위해 움직이기 직전.

잠자코 있던 성검이 갑자기 또다시 작게 진동을 한다.

명백하게 할 말이 있다는 반응이었다.

“또 뭐지.”

[큼큼, 도전자여. 듣자 하니 천왕의 궁으로 바로 출발하려는 것 같은데…… 아마 내가 도울 수 있을 것 같군.]

한껏 우쭐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빨리 칭찬해, 라는 속내가 숨어져 있는 듯했다.

하지만 영혼밖에 없는 에우로델이 뭘 도울 수 있단 말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선 검을 뽑아들었다.

“니까짓게?”

[드래곤의 영혼이 담긴 성검씩이나 되는 물건을 그렇게 폄하하는 건 그대밖에 없을걸세…… 하여튼, 내가 이 검에 들어오니 자연스레 깨달아지더군. 성검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그중에는 왕궁으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도 있지. 정확히는 통행증 같은 역할이지만.]

별 잡스러운 기능이 다 있군.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확실히 필요한 능력이기는 했다.

“아렐리아, 내게 붙어. 성검을 활용하면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듯하니.”

“……정말요? 사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녀 역시 의심되기는 매한가지인지 떨떠름한 반응이다.

양쪽에서 불신의 눈빛이 쏟아지자 성검은 다시금 크게 진동한다.

[내 영혼에 대고 맹세하지!]

“뭐, 영혼까지 걸 필요는 없고. 그딴거 아무짝에도 쓸모 없으니. 일단 말한 거나 해 봐.”

심드렁한 대답에 에우로델이 연신 투덜거린다.

그 와중에 할 일은 착실하게 이행하는지 검에서 강한 성력이 뿜어져 나온다.

곧 발 밑에는 흰색으로 그려진 마법진 하나가 떠올랐다.

“잠깐, 그런데 왕궁 중에서 어디로 이동하는-”

화아악!!!

새하얀 빛이 우리를 감싼다.

순식간에 텔레포트가 사용되고, 눈 한번 깜빡이니 서있던 장소가 바뀌었다.

[어떤가! 정확히 도착했지?]

정확하기는 더럽게 정확하다.

외벽만큼이나 흰 돌들로 가득한 장소를 보아하니 왕궁 내부인 듯했으니.

문제는 그 우아한 모습을 구경하기도 전, 침입자를 발견한 천족들이 기겁을 하며 뛰어왔다는 것이다.

“헉!! 누…… 누구!? 이곳은 허락받은 자들만 올 수 있는 곳이오!!”

“잠깐, 검은 머리카락에 마기…… 설마 마족!????”

방금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연출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란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고위 천족들만 드나들 수 있는 왕궁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마족이라니.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상황이었다.

“흐음? 왕궁까지는 처음 들어와보네요. 그래도 별건 없네요. 역시 마왕성의 위엄에 비교할 수는 없는 거겠지만요.”

느긋하게 아렐리아가 감상평을 던진다.

주변에는 그녀가 풀어놓은 마기가 새까맣게 넘실거린다.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 강한 성력에 대항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다만 그 모습은 가뜩이나 예민한 천족들의 심기를 거스르기 충분하고도 남았다.

“저…… 저 정도 마기면 설마 마계의 사대공작??”

“빨리 대천사님들을 불러와!! 비상이다!!!”

화들짝 놀란 놈들의 날개에서 흰색 깃털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여기가 닭장인지, 왕궁인지.

보기만해도 정신 사나운 모습이다.

한껏 미간을 찌푸리며 성검을 꽉 쥐었다.

“하필 제일 시끄러운 곳을 골랐군.”

[아니, 이건 내가 고를 수 있는게 아니라……]

“그만 좀 닥쳐.”

에우로델과 티격대는 사이.

우선 상황파악을 하려는 셈인지 이중에서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천족 하나가 다가온다.

“……마족들이여,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묻지 않겠소. 지금 천계와 마계는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란걸 잘 알지 않소? 이 평화만 지킬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할 테니, 그대들의 신분과 목적을 알려 주시오. 그렇다면 우리도 그대들을 친구로 맞이하겠소.”

‘친구는 개뿔.’

나름대로 예의 있는 태도였다.

그러나 눈동자에는 당장이라도 우리를 찢어 죽일 듯한 살기가 넘실거린다.

만약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이 나올 경우 멈춰져 있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눈빛이었다.

“하? 평화를 사랑하는 척하기는…….”

당연히 그들의 위선을 파악한 아렐리아가 냉소를 보인다.

주변을 감싸는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진다.

그는 애써 분노를 참아 내고 한번 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큼……그대는 잘 알고 있지. 마계의 남부공작인 아렐리아 아닌가. 하지만 같이 온 마족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내가 궁금한가.”

아렐리아의 앞으로 나가 그와 마주했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동자에 이채가 감돈다.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상대로 보이는군. 그래, 그대는 누구지? 아르모데스의 자리를 이은 새로운 서부 공작인가? 아니면 아렐리아의 수하??”

“감히 이분께 그런 망발을 하다니!!!!”

내내 차가운 낯빛이던 아렐리아가 발끈한다.

울그락불그락거리는 얼굴에는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분노가 내비친다.

침착하게 그녀에게 손짓을 하고 그를 향해 입매를 비틀었다.

“나? 마왕인데.”

내 말을 끝으로 숨막히는 정적이 흐른다.

미친듯이 흔들리는 천족들의 눈동자가 제법 재밌다.

방금 들은 말이 잘못된 것마냥 귀를 후비는 자도 있었다.

‘곧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그의 텅 비어 있던 동공에 분노와 적의가 드리운다.

몸에서는 성력이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왕!??? 감히 천박한 마계의 우두머리가 신성한 장소까지 오다니!!!!”

쒜에에엑!!!!

비명에 가까운 고함과 동시에 공격 날아온다.

슬쩍 웃으며 몸을 비틀어 피했다.

콰쾅!!!

“다들 공격해!!!! 절대 살려 보내지 마라!!!”

“예!!!”

역시나 이런 반응일 수밖에 없나.

눈이 돌아간 천족들이 순식간에 성력을 끌어낸다.

“마왕니임? 방금은 좋은 말로 시작해 보겠다 하시지 않았나요?”

“그리고 네가 말했지. 말이 통하는 작자들이 아니니 이런 방법밖에 없을 거라고.”

“그건 맞죠.”

빙긋 미소를 지어 보인 아렐리아가 후방을 지원하기 위해 뒤로 빠진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성력들을 이리저리 피해내던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고위 천족들이 합류한다.

“대천사님!!!”

“다른 분들도 곧 오실 겁니다. 저 마족들은 대체……!?”

“남부공작과 마왕입니다!!”

“뭐라고요!???”

퇴로조차 막힌 상황.

전투는 점점 더 숨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썬더 라이트닝>!!!”

슉!!!!

순간, 피할 틈도 없이 번개 줄기가 정면으로 쏟아진다.

반사적으로 들고 있던 검으로 마법을 갈라 내었다.

하지만 흐트러질 거라 생각했던 기운의 방향이 이상하다.

우우웅-

터져 나온 새하얀 빛이 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러자 묘하게 탁하던 성검은 조금 더 밝은 광채를 띄기 시작한다.

“……음?”

손아귀에 쥔 검이 부르르 떨려온다.

또 뭔 소리를 지껄이려고 이러나 싶을쯤.

갑자기 성검에서 눈부시게 흰 빛이 터져 나왔다.

나조차도 차마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만큼 강렬한 힘이었다.

“X발, 이게 무슨 광선검도 아니고……!!”

분명 포근한 힘인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타 들어가는 기분이다.

내 마력을 구성하고 있는 마기와 검이 내뿜는 성력의 충돌 때문이었다.

“꺄아아악!!”

아렐리아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나조차도 이정도인데, 바로 곁에 있던 그녀는 도저히 버티기 힘들만큼 괴로울 터.

나는 재빨리 검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온 몸에 있는 마력을 마기로 변환시켜 성검에 억지로 밀어넣자, 점점 발산하던 성력이 줄어든다.

간신히 한숨 돌리고 주변을 훑었다.

역시나 각자 무기를 꼬나 쥐고 있던 천족들은 엉거주춤하게 멈춘 채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저 검은……성검?”

“말도…… 안 돼…… 마왕이 성검을 들고 있다고!??아니, 애초에 마족이 어떻게 성력 가득한 성검을 쥘 수 있지!?”

적의 가득한 눈동자에는 이제 혼란으로 가득하다.

나는 다시금 성검을 손에 쥐고 그들을 향해 까딱였다.

“성검 쓰는 마왕은 처음 보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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